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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게 둔다ᆢ

  • 33
  • 빈섬(@soulroad)

  • 33
    빈섬 (@soulroad)
    2025-07-29 02:19


    과거, 힘들었던 나에게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겠냐고요 ?

    으음, 뭐ᆢ 그냥 뛰어라
    이것저것 다 해봤는데 안되면 그냥 뛰어
    별 수 없잖아?
    네 마음은 급하고, 뭐든지 미안할 거야
    네 힘듦 아무도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으니 섭섭해 마라
    그래도 쪽팔리고 서러워 울고 싶으면,
    그냥 뛰어라

    그게 땀인지 눈물인지 아무도 몰라
    아무도 모르면, 아무 것도 아닌 거지

    단단해진 우리만 재회하겠네, 뭐

    Bye Bye...

    댓글 0

  • 33
    빈섬 (@soulroad)
    2025-05-17 20:26


    길에서 만나다 中 / 조병준


    "너를 다시 만나면, 그곳으로 데려갈께"

    그곳에는 사막이 있어.
    사막이 시작되는 곳에는 성(城)이 있지.
    성문을 나서면 낙타가 너를 기다릴거야.
    낙타는 아주 순해. 다리를 꺾고 주저앉아 너를 태워줄거야.
    밤이되면 사막은 몹시 추워. 모닥불은 금방 꺼지고 말지.
    너는 나를 네 담요 속으로 불러야 할 거야."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는 사람에게
    하는 약속은 농담이다.

    '만약에'라고 시작하는 모든 진술은 거짓말이다.
    또는 최소한 거짓말이 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나는 약속했다. '만약에'를 감추고
    그저 '너를 다시 만나면'이라고만 말했다.

    C는 웃었다

    "누가 담요 속으로 들어가는지 내기할까?"
    내 약속이 농담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C는 웃지않았다.
    "우리는 언제 다시 만나지?"
    내가 '만약에'를 말하지 않았음을
    처음부터 눈치채고 있었을 것이다.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모든 청춘이 그러하듯이 나도 사막을 꿈꾸었다
    전갈,모래,바람 ,우물
    그런 단어들이 빈 노트를 어지럽히던 때가 있었다.
    친구들이 청춘에서 도망쳤을 때,
    나는 사막으로 달아날 수 있었다.
    그리 오래 전의 일은 아니다.

    내 낙타는 왼쪽 다리를 절룩거렸다.

    '전갈에 물려서 그래요"
    주황색 터번을 쓴 가이드가 그렇게 말했다.
    전갈에 물린 다리를 절룩거리며
    가엾은 내 낙타는 사막으로 들어갔다.

    사막에서 석양은 둥글다

    달과 별은 그 둥근 지평선에서 아주 가깝다.
    가이드는 마른 선인장을 꺾어다 불을 피웠다.
    그 불에 밀전병을 굽고 커리를 끓여 저녁을 준비했다.
    차를 마시고 나면 바로 잠자리에 들어야했다.
    사막에서는 밤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누워서 별을 보는 일이 전부였다.

    사막의 밤은 끔찍하게 춥다

    침낭위에 담요를 두 장 덮었어도 이빨이 덜덜 떨렸다.
    아침이면 언제나 온 몸이 뻣뻣했다.
    영국에서 온 커플은 언제나 함께 담요 속으로 들어갔다.

    모닥불이 꺼지고 나면 온통 별빛 뿐이었다

    낙타들의 되새김질 소리롸 잠든 여행자들의 숨소리만이
    사막과 하늘 사이에 있다.
    사막에 홀로 들어간 이들이 모두 그러할 것이다.
    나도 내 담요 속으로 함께 들어갈 사람을 꿈꾸었다
    그 사람이 덜덜 떨고 있는 내 온몸의 뼈들을 잠재워 주기를.

    "나는 한번도 사막에 가 본 적이 없어"

    C의 눈에서 보았다. 그리 오래지 않은 옛날의 어느 저녁,
    사막의 지평선 위에 떠올랐던 별빛 하나,
    그믐달이었던가, 그 달도 다시 C의 눈 안에 떠 있었던가.
    사막에 가기에는 너무 먼 곳에서 만났다.
    사막에 가기에는 너무 늦게 만났다.

    C가 아직도 사막을 꿈꾸고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묻지 않았고, 묻지 않을 것이다.
    만약에, C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때 내가 할 말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내가 사막으로 C를 초대했던 그때 이미.

    나는 오래 네 꿈을 꾸었어.
    네가 혼자 사막에서 잠들어 있는 꿈을 꾸고 살았어.




    Eonic - Sand & W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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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3
    빈섬 (@soulroad)
    2025-05-09 21:33


    감기약에 취한 푸른 밤을 손에 쥐고 / 강순


    쉰 살의 마녀가 스무 살 마녀를 불러온다
    누구에게나 젊음은 위약 같은 것

    쉰 살의 마녀는
    스무 살 마녀의 영혼을
    조금씩 심장 속에 불어 넣고 있다

    긴 주문을 외는 동안
    엄습하는 폭풍 같은 한숨의 고리

    시작과 끝의 경계를 알 수 없는 느낌표
    정수리를 지나 목을 타고 온몸으로 번지는 말줄임표

    길 잃은 난민들이 낯선 곳을 헤매고
    선동된 사람들이 전쟁 애호가가 버린 밀담을
    꽃이나 열매처럼 주워 먹는 시대

    악이 열린다는 나무를 알아챌 수 있다면
    악의 꽃이나 열매를 따 버릴 수 있다면

    쉰 살의 마녀가 힘 빠진 어깨를 쓰다듬는다
    잦아지는 기침만큼 마력이 쇠해지고
    한밤에 깨어 결핍을 확인하는 일도 점점 힘들어져

    눈을 뜨고 문을 열고 숲속을 가로질러
    게임 장면 같은 핏빛 전장이 저기인데
    무거운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지팡이야 방울뱀처럼 흔들려라
    뾰족모자와 구두가 기다린다
    감기약에 취한 푸른 밤을 손에 쥐고
    최선의 주술로 시간을 주무르며

    살아남아 해야 할 일들을 위해
    전사처럼 최선을 궁구할 때

    심장에 숨긴 스무 살 마녀가
    귀가 들리는 태아처럼
    희미하게 꿈틀대기 시작한다




    Peter Gundry - The Witch

    댓글 0

  • 33
    빈섬 (@soulroad)
    2025-05-02 22:34


    어느 행성에 관한 기록 / 이정화


    돌아오지 않는 것들은 다 이유가 있다
    누군가 돌아오지 않는 것에 대해 물어온다면
    나는 먼저 보내야만 했던 이유를 말해주겠다
    기다리지 않아도 기어코 돌아오고야 마는 것들이 남긴
    한 편의 우화를 들려주겠다

    # 편지-쓰다만

    하나의 별은 우주의 전부
    한때 별이었던 나는
    거쳐 온 자리마다 떨궈야 했던
    빛의 정처로 떠난다

    # 편지-어두운

    어두울수록 물상들은 선명해지고
    어두울수록 대화는 다정해져
    밤이면 등잔의 심지를 낮추고 정성스레
    별빛을 닦아 왔으나 그럴수록
    결핍을 기록해 놓은 심장의 빗금은
    가파르게 떠올라 산정을 오른다

    # 편지-다시 쓰는

    지상에 묻힐 수 없는 것들이 별이 된다고 한다
    이승에서 닿을 수 없는 움직임들이 별빛이 된다고 한다
    저리게 담궈둔 어둠 속에서 빛으로 날아오는

    이것은 기다림의 한 형식에 관한 이야기이다
    날마다 떠나고 날마다 돌아옴으로써
    스스로 빛을 내는 행성,
    돌아오지 않는 것들은 모두 내 안에 있다
    오늘도 별 하나를 내다 걸었다 총총.



    Old Sorcery - Tears of a Dying Star

    댓글 0

  • 33
    빈섬 (@soulroad)
    2025-05-01 09:53


    그래서 / 김소연


    잘 지내요,
    그래서 슬픔이 말라가요

    내가 하는 말을
    나 혼자 듣고 지냅니다
    아 좋다, 같은 말을 내가 하고
    나 혼자 듣습니다

    내일이 문 바깥에 도착한 지 오래되었어요
    그늘에 앉아 긴 혀를 빼물고 하루를 보내는 개처럼
    내일의 냄새를 모르는 척합니다

    잘 지내는 걸까 궁금한 사람 하나 없이
    내일의 날씨를 염려한 적도 없이

    오후 내내 쌓아둔 모래성이
    파도에 서서히 붕괴되는 걸 바라보았고
    허리가 굽은 노인이 아코디언을 켜는 걸 한참 들었어요

    죽음을 기다리며 풀밭에 앉아 있는 나비에게
    빠삐용, 이라고 혼잣말을 하는 남자애를 보았어요

    꿈속에선 자꾸
    어린 내가 죄를 짓는답니다
    잠에서 깨어난 아침마다
    검은 연민이 몸을 뒤척여 죄를 통과합니다
    바람이 통과하는 빨래들처럼
    슬픔이 말라갑니다

    잘 지내냐는 안부는 안 듣고 싶어요
    안부가 슬픔을 깨울 테니까요
    슬픔은 또다시 나를 살아 있게 할 테니까요

    검게 익은 자두를 베어 물 때
    손목을 타고 다디단 진물이 흘러내릴 때
    아 맛있다, 라고 내가 말하고
    나 혼자 들어요



    Adrian von Ziegler - Blackened 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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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3
    빈섬 (@soulroad)
    2025-04-01 00:22


    얼음을 주세요 / 박연준


    이제 나는 남자와 자고 나서 홀로 걷는 새벽길
    여린 풀잎들, 기울어지는 고개를 마주하고도 울지 않아요
    공원 바닥에 커피우유, 그 모래 빛 눈물을 흩뿌리며
    이게 나였으면, 이게 나였으면!
    하고 장난질도 안쳐요
    더 이상 날아가는 초승달 잡으려고 손을 내뻗지도
    걸어가는 꿈을 쫓아 신발 끈을 묶지도
    오렌지주스가 시큼하다고 비명을 지르지도
    않아요, 나는 무럭무럭 늙느라

    케이크 위에 내 건조한 몸을 찔러 넣고 싶어요
    조명을 끄고
    누군가 내 머리칼에 불을 붙이면 경건하게 타들어 갈지도
    늙은 봄을 위해 박수를 치는 관객들이 보일지도
    몰라요, 모르겠어요

    추억은 칼과 같아 반짝 하며 나를 찌르겠죠
    그러면 나는 흐르는 내 생리 혈을 손에 묻혀
    속살 구석구석에 붉은 도장을 찍으며 혼자 놀래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새벽길들이 내 몸에 흘러와 머물지
    모르죠, 해바라기들이 모가지를 꺾는 가을도
    궁금해하며 몇 번은 내 안부를 묻겠죠
    그러나 이제 나는 멍든 새벽길, 휘어진 계단에서
    늙은 신문배달원과 마주쳐도 울지 않아요



    Blutengel - Frozen Heart

    댓글 0

  • 33
    빈섬 (@soulroad)
    2025-03-30 21:14


    가지 않네, 모든 것들 / 김소연


    지난한 종이들 너무 많아라
    정든세상, 지루했던 스무 살들이여 잘 가거라

    공터에 나와서 그대와 나
    어두운 그림자처럼 우두커니 서서
    식는 불꽃 바라보고 있다
    나무 막대로 한 번 뒤적일 때마다
    작은 불꽃들 위로 위로 솟는다
    그대 옛여인과 내 옛남자의 사진
    한데 섞여 재가 되고 있다
    수많은 한숨과 적절한 외로움의 나날들
    그대 일기장과 내 일기장
    몇 권의 노트로 요약되는 우리의, 그렇게
    무관했던 세월들
    한데 섞여 재 될 수 있으니
    뼈아프게 행복하여라

    나는 석유 붓고 그대 성냥을 긋고
    저 지리한 편지들과
    시효 지난 약속들 다 타는 동안
    부디 그대여
    저 먼 곳으로 날아가보렴, 그대 여자가 살던
    그 동네로, 그대 외로운 수음의 날들이 견뎌낸
    그 옛집으로 날아가렴, 훠이훠이 그렇게
    그곳에 마음 두고 몸만 오렴
    저걸 봐, 정발산 저쪽으로 쓰러지는 저 해를,
    마지막처럼 자기의 빛을
    온 마음으로 산란시키는 저것을
    그러나
    내일 또 반복되는 저 석양을

    그대는 다 타버린 우리의, 그러나 각자의
    내력을 움켜쥐며
    아, 따뜻하다
    하며 웃네
    너무 다르게 살아왔어도
    거기서 거기인, 그렇고 그런
    짧은 청춘의 흔적들 이제 한 줌 재가 되었다
    새카매진 손 마주잡고
    우리 현관문을 연다
    그대와 나, 두 켤레의 신발이
    현관에 남는다

    댓글 0

  • 33
    빈섬 (@soulroad)
    2025-03-29 21:23


    기억의 방울 / 이선영


    "암흑계로 갈수록 가팔라지는 벼랑길에서
    영혼은 가장 무서운 기억들과 맞닥뜨린다.
    영혼은 겁에 질려 오들거린다.
    자기 과거의 적나라한 모습과 정직하게 마주하는 것보다
    고통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ㅡ베르나르 베르베르 『타나토노트』


    처마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기억의 방울 하나가
    내 정수리 위에 톡!
    떨어져 깨어진다
    방울이 맺혔던 처마끝 빈자리엔 또 다른 방울이 뒤이어 생성되고 있다
    저 처마끝은 무수한 기억의 방울들을 매달아놓고 있다
    좋은 일과 잘한 일만 기억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나는 더러 보았다
    그이들에게 기억의 방울이 전시된 저 처마 밑은
    추억과 향수의 호젓한 산책길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내 정수리 위에 떨어진 것은 방울이 아니라 차갑고 따끔한 우박이다
    나는 나쁜 일과 잘못한 일만 기억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 악몽의 산실, 저 처마 밑에서는 장대를 함부로 저어서는 안 된다
    기억의 방울들이 밤송이처럼 쏟아질지 모르니

    이미 기적이라 불리지도 않은 기적, 내 앞으론 날마다 새로운 태양이 날아들고
    나는, 그 무구한 얼굴을 위안삼는다
    오늘은, 기억의 방울이 되어 내 정수리 위로 떨어져 내릴 먼 훗날까지는
    나를 드러내지 않을 未知이니까


    Estatic Fear - Chapter I

    댓글 0

  • 33
    빈섬 (@soulroad)
    2025-03-24 21:59


    모짤트 主題에 의한 햇빛 풍경 한장 / 김승희


    ....샤갈은 어디에 있을까....어린 모짤트와 이베리아 金빛 해안에서....흰 맨발을 벗고....머리칼을 풀르고....옷깃도 나비처럼 다....풀르고 꿈처럼, 연기처럼, 색안개처럼.... 이마엔 동그란 해....손에는 꽃, 꽃, 노란꽃....움직이는 푸른 숲....튼튼한 나무와 밑둥 부분에....피어오르는 幻想의 연기...나비, 나비, 잠자리....조각, 조각, 金빛 별들.....물 속에는 가재와 연어가 산다....찬물 안엔 靑漁....따슨 물 안엔 도미, 도미, 연분홍 도미....작은 돌, 돌, 돌멩이....한 暴風雨가 금방 나타나....검은 돌을 들어 나를 때리는데....던지지 마라, 던지지 마라, 물의 이마엔 파란 호두를 던지면 물의 平和는 깨지고....고기들은 아프단다....히이스, 히이스의 숲, 넘어지는 늪의 꽃들....덤벼라, 덤벼라, 달팽이....運命의 전차가 와도 이젠 아플 것 같지 않아....은실, 은실, 金실....우리는 이제 어느 힘으로도....잊을 수 없어, 잊을 수 없어, 힌빛 맨발로써 타오르는 해안을 가도....파스텔 幻年 의 맨발은 따갑지 않은....햇빛風景 한 장의 바다, 바다....하프와 물..........


    Secret Garden - Passacag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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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3
    빈섬 (@soulroad)
    2025-03-13 20:44


    옛 노트에서 / 장석남


    그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그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
    얼마니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가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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