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 whitebirch.자작나무
모든 유한한 것들의 세상에서 꿈 없이 흘러간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이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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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whitebi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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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whitebirch)2017-01-05 13:21
그 여자의 업은 뜨게질.
간판에 -사랑뜨게- 붙여놓고
손님도 없는 가게에서
늘 무엇인가를 뜨고있다.
수강생들로 보이는 아줌마 몇이 모여있는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혼자다
가끔은
점심을 하러 갔는지
가게엔 불이 켜진 채 아무도 없다.
뜬금없이 그 문을 흔들어 볼 수도 없으니
아마도 그런 때는 잠겨져 있을 것이다..
점심 후 가게 앞을 지나
우편물을 받아올 때
간혹 나와 눈이 마주칠 때면
그의 눈이 참 깊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사람의 눈이 깊어지는 건
쉽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혹자는
수많은 책을 읽으라거나
젊어서 고생을 사서 하거라
이런 저런 의견을 말하지만
어찌 사람의 눈이 깊어지는 이유가 그 뿐일까.깊은 곳엔
많은 것들이 잠겨져 있는 법이다.
물이 깊은 곳엔
동전, 깨진 그릇조각, 무엇을 수리하다 잘못 던져진 망치,
혹은 그 망치에서 튀어나간 휘어진 못,
오래된 어느 누군가의 비밀이 담긴 그 무엇,
그런 것들이 잠겨있게 마련이다.
사람의 눈에는 그런 것들이 잠길리 없으니
비견하여 굳이 말을 안해도
무수한 의미나 추억, 기억들이 담겨있지 않을까.
대체적으로
굴곡없는 행복한 삶을 영위해 온 사람의 눈에
깊음이 보이는 경우는 드물지 싶다.
그의 삶이 척박하고
간단치 않았고
혹은 기억이나 추억들이
드센 바람같은 것이 많은 사람일 수록
그리고
그런 것들을 어찌 어찌 잘 넘기고
견뎌오는 사람의 눈이
대체로 깊다.
그 눈이 여자의 눈이라면
모름지기 그 안에는
남자 하나쯤도 담겨 있으리라..
눈이 깊은 사람일 수록
쉽게 다른 낯선이와의 눈맞춤을 허용하지 않는다.
쉽게 눈을 안줄 뿐더러
쉽게 웃지 않는다.
타인의 눈에 담긴 비밀을 궁금해 하는 나는
아직도 그 깊이를 깨닫지 못하고
늘 그 가게 앞에서 그를 훔친다.
비가 오거나
햇빛이 쨍하거나
사람들이 부지런히 우편물을 챙겨오고
점심식사를 위해 어수선 할 때도
그런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
오후의 뜸한 시간에도
그늘 늘 소파위에서 고부라지게 뜨게질을 한다..
내 눈은 얼마나 깊을까.......2006-06-1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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