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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i aber Ein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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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
  • 빈터

    @chrkfkd61

  • 28
    빈터 (@chrkfkd61)
    2026-06-13 21:38


    그림자 필사(筆寫)


    빛은 날카로운 바늘이 되고

    그림자는 거친 벽 살갗 속으로 수묵(水墨)처럼 번진다.

    통증(痛症)조차 남을 자리도 없이

    어긋나고 흘러 번져도

    나는 그 자리에

    기어이 너를 그려 넣을 것이다.

    머지않아 떠날 것을

    너무 잘 알기에,

    그래서 스며드는 안타까운 비명처럼

    빛이 가고 나면 온통 네가 될 검은 밤을

    나는 기어코 다 받아 적는다.


    「해그림자 속 수묵화 한 점 가슴에 담아두다」

    댓글 0

  • 28
    빈터 (@chrkfkd61)
    2026-06-11 23:04


    자장가


    달같이 고운 내 님 붓꽃같이 뉘어놓고

    가지가지 뻗은 정이 뿌리같이 깊었는데

    우리 님 내 팔 위에 고이 단잠 이루시니

    백 년이 다하도록 세월아 흐르지 말어라

    울며가는 저 접동새 고운 내 님 잠깨지 말어라


    별같이 예쁜 내 님 연꽃같이 뉘어놓고

    송이송이 맺힌 정이 샘물같이 깊었는데

    우리 님 내 품안에 고이 단꿈 이루시니

    천 년이 흐르도록 지금 이 순간만 같았으면

    건듯 부는 저 바람아 고운 내 님 잠깨지 말어라


    오늘이 오늘이소서 매일에 오늘이소서

    이내 팔에 님을 뉘고 꿈노래를 부르는

    이내 품에 님을 안고 정노래를 부르는

    오늘이 오늘이소서 매일에 오늘이소서

    에루화 둥둥 님이여 에루화 내 사랑이여

    들이치는 저 빗소리 고운 내 님 잠깨지 말어라


    백 년이 다하도록 세월아 흐르지 말어라

    천 년이 흐르도록 고이 이 순간만 같았으면


    「한승석 & 정재일 / 자장가」

    댓글 0

  • 28
    빈터 (@chrkfkd61)
    2026-05-25 19:50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이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2026. 5. 25

    오후 6시 54분... 달이 나를 찾아주시다.

    댓글 0

  • 28
    빈터 (@chrkfkd61)
    2026-05-25 13:25








    5월 어느날 대전 장동산림욕장

    「잠시 쉬어가기...하나」

    댓글 0

  • 28
    빈터 (@chrkfkd61)
    2026-05-25 13:21








    5월 어느날 대전 한밭수목원

    「잠시 쉬어가기... 둘」

    댓글 0

  • 28
    빈터 (@chrkfkd61)
    2026-05-25 13:18








    5월 어느날 대전 한밭수목원

    「잠시 쉬어가기... 셋」

    댓글 0

  • 28
    빈터 (@chrkfkd61)
    2026-05-25 13:13








    5월 어느날 대전 한밭수목원

    「잠시 쉬어가기... 넷」

    댓글 0

  • 28
    빈터 (@chrkfkd61)
    2026-05-25 13:05








    5월 어느날 대전 한밭수목원

    「잠시 쉬어가기... 다섯」

    댓글 0

  • 28
    빈터 (@chrkfkd61)
    2026-05-05 10:59


    비 오는 간이역에서 밤열차를 탔다

    1

    기차는 오지 않았고

    나는 대합실에서 서성거렸다.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고

    비옷을 입은 역수만이 고단한 하루를 짊어지고

    플랫폼 희미한 가로등 아래 서 있었다

    조급할 것도 없었지만 나는 어서

    그가 들고 있는 깃발이 오르기를 바랐다

    산다는 것은 때로 까닭을 모를 슬픔을 부여안고

    떠나가는 밤열차 같은 안 갈 수도, 중도에 내릴 수도

    다시는 되돌아올 수도 없는 길

    쓸쓸했다

    내가 희망하는 것은 언제나 연착했고,

    하나뿐인 차표를 환불할 수도 없었으므로

    기차가 들어 오고 있었고

    나는 버릇처럼 뒤돌아다보았지만

    그와 닮은 사람 하나 찾아볼 수 없다

    끝내 배웅도 하지 않으려는가

    나직이 한숨을 몰아쉬며

    나는 비 오는 간이역에서 밤열차를 탔다


    2

    밤열차를 타는 사람들에겐

    저마다 사연이 있게 마련이다.

    가슴 속 너무 깊숙이 들어 있어

    꺼내지도 못할 사연이.


    졸려서 충혈된 게 아니다.

    지나온 생애를 더듬느라

    다 젖은 눈시울이여,

    차창 너머 하염없이 무엇을 보는가.

    어둠의 끝, 세상의 끝이 보이는가.


    밤열차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깊이 정들지 말자.

    그저 조용히 있게 내버려두자.


    3

    낯선 간이역들 삶이란 것은 결국

    이 간이역들처럼 잠시 스쳤다 지나가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스친 것조차도 모르고 지나치는 것은 아닐까

    달리는 기차 차창에 언뜻 비쳤다가

    금세 사라지고 마는 밤풍경들처럼.


    내게 존재했던 모든 것들은 정말이지

    얼마나 빨리 내 곁을 스쳐 지나갔는지

    돌이켜보면 언제나 나는 혼자였다.

    많은 사람들이 내 주변을 서성거렸지만

    정작 내가 그의 손을 필요로 할 때는

    옆에 없었다. 저만치 비켜 서 있었다.


    그래 우리가 언제 혼자가 아닌 적이 있었더냐

    사는 모든 날이 늘 무지개빛으로 빛날 수만은 없어서.


    그래서 절망하고 가슴 아파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나는 그리웠던 이름들을 나직이 불러보며

    이제 더 이상 슬퍼하지 않기로 했다.


    바람 불고 비 내리고 무지개 뜨는 세상이 아름답듯

    사랑하고 이별하고 가슴 아파하는 삶이 아름답기에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 것인지.....


    「비 오는 간이역에서 밤열차를 탔다 / 이정하」

    댓글 0

  • 28
    빈터 (@chrkfkd61)
    2026-04-30 08:56


    밥 먹는 법

    밥상 앞에
    무릎을 꿇지 말 것
    눈물로 만든 밥보다
    모래로 만든 밥을 먼저 먹을 것

    무엇보다도
    전시된 밥은 먹지 말 것
    먹더라도 혼자 먹을 것
    아니면 차라리 굶을 것
    굶어서 가벼워질 것

    때때로
    바람 부는 날이면
    풀잎을 햇살에 비벼 먹을 것
    그래도 배가 고프면
    입을 없앨 것

    「밥 먹는 법 / 정호승」

    - 정호승 시집 《사랑하다 죽어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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