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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t nights of quiet stars
  • 13
  • 깊고 푸른 밤(@djckv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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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3-04 14:56
    santiago 通信_1

    군시절 혹한기 훈련.

    한겨울 산 속에 텐트를 치고 딱히 작전이나 교육이랄 건 없이 이틀 정도 지내다 오는 훈련이다. 혹한의 겨울을 이기자는 취지다. 한겨울 산 속의 텐트 안은 너무너무 추워서 아침이 되면 벗어둔 군화가 얼어붙어 발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병사들은 군복을 열어 군화를 가슴 속에 품고 잔다. 그러면 체온으로 따뜻해서 군화가 얼지 않는다. 정말이다. 90년대 초반의 이야기다.

    한겨울 컴컴한 텐트 안에서 무겁고 차가운 군화를 품에 안고 누웠을때 집 생각이 났다. 정처없는 행군도 있었고, 이가 갈리는 유격 훈련도 받아봤지만 간절히 내 집이 사무치게 그리웠던 건 그 밤이었다. 눈을 깜박였는데 눈꺼풀에 물기가 달렸다...

    숨을 쉴때마다 텐트 안은 제각기 쓰러져 잠든 병사들의 입김으로 가득차고 촘촘히 누운 몸의 체온들로 그나마 공기가 다소 미지근해질 때에서야, 잊고 있었던 듯 피로가 몰려와 잠이 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잠시 깨어 있기로 했다.

    내 주변에도 일부 요령 좋은 집 아이들은 군대를 빠졌다. 내가 여기 이 산 속에서 서럽고 차가운 밤을 보내는 동안 그들은 더없이 따뜻한 실내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으리라. 의무를 회피한 자신을 대신하여 추위와 열패감에 시달리고 있는 또래가 있으리라고 상상하지 않을 것이다. 인생은 언제나 거대한 부조리가 유빙처럼 떠돌아 다니니까.

    그때 내 안에 어떤 자각이 있었다.
    나는 세상을 바꿀 힘이나 재능이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절대로 어떤 식으로든, 공정하지 않거나 불평등한 편에 서지 않겠다고.

    오늘, 나경원 경선 패배.
    윤석열 사임.

    니나노 난실로 내가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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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2-2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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