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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t nights of quiet stars
  • 15
  • 깊고 푸른 밤(@djckvl)

  • 15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3-10 13:00
    santiago 通信_ 2

    조석간 차고 미지근하던 며칠을 보내다 문득 거리에서 봄이 이내 곁에 와 있음을 느낀다. 마치 아이들이 눈치 채지 못한 사이에 마을 공터에 들어 온 서커스단의 천막처럼.

    바람속에 내재된 온기에는 花信의 기미가 역력하고 가로수 늘어선 거리의 징후는 다분히 변혁적이다. 계절이란 늘 온건하고 점진적으로 바뀌게 마련이지만 봄이란 계절만큼은 언제나 혁명적이다. 긴 어둠의 침묵같은 겨울이 늘상 형벌같다는 느낌 때문일테지. 겨울 안에서 벌이는 축제들이 유난히 화려한 것은 날씨로 인해 경직된 정서의 반작용일지도 모른다고 자주 생각했었다.

    그 겨울이 갔다.
    병마는 여전히 티라노사우르스처럼 세상을 배회하는데 경칩이 지난 이 해동머리에 봄은 다시 평화유지군처럼 왔다. 半百 이 되도록 봄을 맞느라 가슴 설레는 일이란 없던 인생이었으나 세간의 말들이 그러하듯이 나이가 들수록 꽃과 나무에 눈길이 자주 가는 것은 사실이다.

    이내 세상은 노랗고 희고 연분홍이다가 간간히 붉디 붉어 황홀하려니.
    고맙다. 이 비루하고 무미건조한 세상을 잊지 않아서. 간혹 슬픈 봄이라 형용하는 언사들의 이유가 이런 까닭일까.

    생명이니 도약이니 청춘이니 하는 진부한 수사들은 다 버려두고 그저 봄이란 우울한 한 철을 버텨낸 시간에게 보내는 꽃다발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꽃다발 안에서 또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울고 웃을 것인가.

    울린다, 구슬픈 나팔소리.
    웃음소리 커다란 곡마단 천막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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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3-04 14:56
    santiago 通信_1

    군시절 혹한기 훈련.

    한겨울 산 속에 텐트를 치고 딱히 작전이나 교육이랄 건 없이 이틀 정도 지내다 오는 훈련이다. 혹한의 겨울을 이기자는 취지다. 한겨울 산 속의 텐트 안은 너무너무 추워서 아침이 되면 벗어둔 군화가 얼어붙어 발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병사들은 군복을 열어 군화를 가슴 속에 품고 잔다. 그러면 체온으로 따뜻해서 군화가 얼지 않는다. 정말이다. 90년대 초반의 이야기다.

    한겨울 컴컴한 텐트 안에서 무겁고 차가운 군화를 품에 안고 누웠을때 집 생각이 났다. 정처없는 행군도 있었고, 이가 갈리는 유격 훈련도 받아봤지만 간절히 내 집이 사무치게 그리웠던 건 그 밤이었다. 눈을 깜박였는데 눈꺼풀에 물기가 달렸다...

    숨을 쉴때마다 텐트 안은 제각기 쓰러져 잠든 병사들의 입김으로 가득차고 촘촘히 누운 몸의 체온들로 그나마 공기가 다소 미지근해질 때에서야, 잊고 있었던 듯 피로가 몰려와 잠이 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잠시 깨어 있기로 했다.

    내 주변에도 일부 요령 좋은 집 아이들은 군대를 빠졌다. 내가 여기 이 산 속에서 서럽고 차가운 밤을 보내는 동안 그들은 더없이 따뜻한 실내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으리라. 의무를 회피한 자신을 대신하여 추위와 열패감에 시달리고 있는 또래가 있으리라고 상상하지 않을 것이다. 인생은 언제나 거대한 부조리가 유빙처럼 떠돌아 다니니까.

    그때 내 안에 어떤 자각이 있었다.
    나는 세상을 바꿀 힘이나 재능이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절대로 어떤 식으로든, 공정하지 않거나 불평등한 편에 서지 않겠다고.

    오늘, 나경원 경선 패배.
    윤석열 사임.

    니나노 난실로 내가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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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2-2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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