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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t nights of quiet stars
  • 19
  • 깊고 푸른 밤(@djckvl)

  • 19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4-2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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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4-26 10:32
    santiago 通信_ 8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풍력발전기 같다.
    꽃 떠난 자리에 갓 태어난 연둣빛 잎들을 인솔하고
    더 단단해진 가지들이,
    바람의 덩치가 다가오면 전신을 흔들어 잘게 부수고는
    천지사방으로 다시 바람을 흩어 놓는다.
    푸르르르 새들이 일제히 飛上하는 소리를 흉내 내면서
    아니 얼핏, 바람이 쪼개질 때에
    태어나는 몇 마리 새들을 본 것도 같고.

    세상은 참 꾸준하기도 해서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는 바람의 행로에
    나무 또한 이 봄, 한시도 한눈 파는 틈이 없다.
    가히 신록의 프로펠러다.

    전설처럼 멀고 아득한
    어느 대륙의 高原에서 발원한 기류 하나가
    긴 노정에 낡고 지친 몸을
    낯선 도시의 가로수에게 맡기는 일은
    들숨으로 와서 날숨으로 다시 태어나는
    허파의 정화 같은 것이다.

    그리하여 새로 씻은 바람의 몸,
    세상 끝 이름 모를 낯선 구석구석까지
    녹차빛 대기를 밀어 올리는
    싱그러운 초록의 對流.
    아싸, 이 新春친화적인 재생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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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4-2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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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4-19 10:30
    santiago 通信_ 7



    이쪽은 참패의 이유를 찾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패인은 이미 자명해 보이는데.
    저쪽은 반대급부로서의 지지가 우선은 달콤하지만
    그 결과에 따라야 할 처신이 어색하고 애매한 모양이다.
    이긴 쪽이나 진 쪽이나
    앞으로의 역할에 대해서 긴 시간 고심참담하게 될 것이다.

    '막대기를 꽂아놔도 당선되던' 시절은 이제 오지 않을지 모른다.
    얄팍한 선동에 넘어가는 유권자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물리적이든, 의식적이든.

    평소엔 코빼기도 안 보이다가 선거철만 되면
    낯짝에 개기름 번들거리며 시커먼 세단 타고 서울서 내려온 양복쟁이들이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위대한 국민여러분 굽신거려주니까
    지가 뭐라도 된 줄 아는 바지저고리들로 해서
    그동안 얼마나 손쉽게 해 먹었나.

    대중들은 많이 받기 보다는 골고루 받기를 원한다는
    정치에 대한 격언이 있다.
    정책의 집행에 있어 고의로 수혜가 집중된 집단이 있었거나
    부당하게 불이익을 감당해야 했던 계층이 없었는지
    살펴야 할 것이다.
    해결책이라고 내놓는 소리를 듣자니
    그마저도 날 샌 거 같지만.

    최루탄의 광장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들로 해서
    오히려 이념이나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은
    진정한 생활의 도구로써 정치가 기능하는 시간이
    오는 게 아닌가 한다.
    그야말로 생활의 정치다.
    올 때도 됐다.

    2012년 벽두, 박원순 서울시장은
    새해 시정 방향을 제시하는 고사성어로
    수가재주 역가복주 水可載舟 亦可覆舟 를 골랐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은 곧 시민이니, 시민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언제나 시민들을 받드는 시정을 이어나가겠다는 의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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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4-1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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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4-12 10:32
    santiago 通信_ 6


    여태껏 비가 내리면 꽃잎이 마구 떨어지는 줄 알았다.
    그래서 비가 온다는 날씨 예보가 들리면
    밤새 저것들이 버티어 주었으면, 했다.
    아침에 창을 열었을 때
    꽃이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머쓱하면
    나는 쓸쓸해서 어떡하나,
    어린것의 성장통을 지켜 보는 것처럼
    마냥 노심초사했었다.

    밤새 긴 비가 줄기차게 다녀 간 다음에도
    어린 꽃잎들이 건재했다.
    여전히 구름처럼 화사한 더미인 채로
    듬성듬성 숱이 빠진 빈틈도 없이.

    결국, 꽃잎은 겨우 물에 씻겨 가는 게 아니었다.
    달려 있는 동안은 어떻게든 달려 있다가
    종래에 때가 되면
    스스로 알아서 가지를 놓아버리는 거였다.
    아무리 작고 연한 존재로 처음 세상에 왔어도
    제가 가야 하는 날쯤은 自力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하물며 꽃이 이러할진대.

    도랑처럼 고여 흐르는 빗물에
    떨어진 꽃잎들이 은어떼처럼 저승길을 헤엄친다.

    다음 생에서 다시 만나자, 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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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4-07 10:38


    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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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4-05 11:22
    santiago 通信_ 5


    봄의 술집은 너무 고급스러우면 안 돼.
    생각을 해봐라.
    대궐같은 꽃천지에 이렇게 실컷 눈이 시리고
    숨만 쉬어도 세상 냄새가 온통 향수 같기만 하잖냐.
    가로등 불빛 흐드러진 꽃그늘에 숨이 자욱이 막히고
    하늘엔 흰 별이요 지상엔 흰 꽃이라,
    황홀해서 정신이 없는 지경인데
    이런 감각의 彼岸을 빠져나와서 들어간다는 술집이
    또 화려하고 세련되믄 되겠냐 안 되겠냐.
    사는 게 너무 호화판이어도 죄 짓는 거거든.

    그러니까 내 말은
    그렇게 정신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도록
    꽃구경 실컷하고 꽃냄새 원없이 맡은 다음이면
    술집은 좀 겸허하게스리
    허름한데루 가야 한단 말이다.
    누가 드럽고 지저분한델 들어가재.
    허름한 거랑 드러운 걸 구분 못 허냐.

    툭하면 웃는 늙은 내외가
    주방이며 불 앞이며 홀이며
    느릿느릿 분주하고
    연탄 화덕에 플라스틱 의자가 있는 집.
    동네 수십 년을 살아도 그런 집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그런 술집 말이다.
    웨이팅 한다는 맛집 나부랭이는 개나 주고.

    내 일찍이 청춘에 한번
    열나게 연애하다가 오지게 깨 먹고
    어느 봄날에 목욕탕엘 갔거든.
    목욕 마치고 근처에 있던 아무 중국집엘 들어갔어.
    짜장면이나 먹을까 하고.
    점심때가 좀 지나있었지.

    중국집 안은 테이블이 겨우 여섯 갠데
    그나마 한 테이블 위에는 밀가루 포대랑 무슨 채소 꾸러미가 얹혀있고
    축 개업기념 거울은 족히 해방 직후부터 죽 걸려 있었던 거 같더라.
    꼬장꼬장한 주인장 노인이
    주방에서 고개를 쑥 내밀고 주문을 받는데
    꼭 60년대 수필가처럼 생겼어.

    손님이 나 밖에 없었다.
    바닥은 직전에 물청소를 했는지 어울리지 않게 참신하고
    그 봄이 되도록 아직 연탄난로를 철거 안 했더라구.

    좀 있다 짜장면이 나왔는데
    생각보단 맛이 괜찮은거야, 하나도 기대 안 했는데.
    한번 데리고 오면 좋아하겠네 하자마자 바로 정정했지.
    아 이제 그거 안되지.

    수필가가 주방에서 나오더니 식당 문을 활짝 열어제꼈어.
    오후의 봄햇살이 짐짝처럼 털썩 입구에 떨어지고
    매달아놓은 대나무 발이 활기에 차서 짤그락거렸지.
    애들이 길가에서 뛰어노는 소리가 비둘기처럼 날아들었다.

    바람냄새가 났어.
    세상 모든 꽃과 나무와 풀과 씨앗의 체취가 묻은
    노곤한 봄볕에 건조된 공기.
    그리고 짜장 볶는 냄새, 양파 냄새, 수돗물 냄새처럼
    세속의 속된 욕망 같은 것들이
    목욕을 마친 몸의 비누냄새와 함께
    뒤섞여 있었다 그 순간에.
    짜장면이 끝나가고 있었는데
    난 끝내 울지 않았어.

    내 말은
    바로 그런 식당같은 술집 말이야.

    봄날엔 그런 술집을 찾아가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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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3-3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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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3-29 11:05
    santiago 通信_ 4


    어린시절 J는 비 오는 날이 싫었다.
    가난한 집에 멀쩡한 우산이 없어서
    찢어지거나 부러진 우산을 들고 학교에 가야했기 때문이다.
    멀쩡한 한두 개는 언제나 언니와 오빠 차지였다.
    아무도 자신의 우산을 비웃지 않았지만
    J는 온 세상이 자기만 쳐다보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그녀는 아직도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른이 된 뒤에 J는 차림이나 주변이 수수하고 검소했지만
    우산에 관해서 만큼은 돈을 아끼지 않았다.
    다소 비싸고 쓸데없는 기능이 거북해도
    그녀는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우산을 가졌다.
    그렇게 사모으는 통에 발생한 잉여의 것들은
    가끔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다.

    중국에선 우산을 선물하면 안 된대요.
    이별을 암시한다네요.

    이것도 J에게 들은 말이다.

    우리는 상처가 맺힌 우리 마음의 점막을 좀 더 주의깊게 다루어야 한다.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한다는 강박은
    어느새 법률처럼 우리를 속박해서
    자신을 가혹하게 대하는 것이 습관처럼 굳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자신에게 매번 관대하기만 한 것도 곤란한 일이지만
    아무리 전쟁같은 경쟁의 시대를 살아가는 중이라고는 해도
    우리는 우리 마음의 멍울들을 자주 간과하는 것이 아닐까.
    신발장을 열라치면 안에 쌓아둔 우산들이 우르르 쏟아진다는 J의 집착을
    꼭 보상심리라든가 미련의 소치로만 받아 넘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J가 우산에 대해서만 유독 사치를 부리는 일은
    어린 시절의 상처에 연한 연고를 바르는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또한,
    이제 다시는 찢어진 우산을 들고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어른이 된 J가 어린 시절의 J에게 보내는
    작고 쓸쓸한 위안에 다름 아닐 것이다.

    가끔은 구멍 숭숭 뚫린 삶의 허술한 틈이
    다시금 생활의 힘을 얻고 일상의 분위기를 전환하는
    잠깐의 낮잠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아직도 비가 오는 날이면 J는 옛 기억을 떠올릴 것이다.
    그 기억 속에는 학교를 향해 힘없이 걷고 있는
    찢어진 우산의 J가 있겠지.
    그러나 그녀는 이내,
    안도하리라.

    삶은
    자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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