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빗방울님의 로그 입니다.
행복한사람에게웃음이 오는게아니라 웃는사람에게행복이 찾아오는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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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은 기본
빗소리♪(@n161353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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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n1613534855)2024-07-29 12:35
세상이 죽을 만큼 지겹고 힘들 때, 위안이 되어줄 유투브
https://www.youtube.com/watch?v=XmPhnHjs8dg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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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n1613534855)2023-10-26 17:03
제비꽃 - 장필순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
음 음 음 음 음 음 음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때 너는 많이 야위었고
이마엔 땀방울 너는 웃으면 내게 말했지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음 음 음 음 음 음 음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때 너는 아주 평화롭고
창너머 먼눈길 넌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있고 싶어
음 음 음 음 음 음 음 ...........................
............ 점을 많이 찍거나 ~~ 물결 표현을 많이 쓴다는건 나이를 먹어간다는 증거라고...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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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n1613534855)2023-10-25 10:36
음악에세이 156화
1 사랑의 찬가 / 서영은+유열
2002년 드라마 불꽃의 주제가로 쓰였던 노래.
2 Lovin' You / Minnie Riperton
미국 출신의 리듬 앤 블루스 여성 가수로 1975년 싱글 차트 1위까지 기록했던 노래. 31살에 요절한 여성 리듬 앤 블루스 여가수로 그녀의 나이 22살 때 노래한 이 곡이 그녀의 유일한 히트곡. 이 곡은 2000년대 이나영씨가 나왔던 화장품 배경음악으로 쓰이면서 다시 한 번 사랑을 받고 있음.
3 나는 행복한 사람 / 이문세
이문세의 초기 히트곡으로 이 곡을 시작으로 가수 이문세가 대중적인 가수로 사랑받았음.
4 She Was Beautiful / 임형주
팝페라 가수 임형주의 2003년 작품.
5 Bless You / 러브홀릭
모던 록 그룹 러브홀릭의 최근 작품. 간절한 사랑을 담은 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노래.
6 비둘기집 / 해바라기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이라면... 이란 내용으로 시작하는 가정을 소재로 한 80년대 명곡.
7 Sad But True / Apocalyptica
메탈리카의 음악을 현악기로 연주한 곡으로 1996년 작품.
8 사랑의 찬가 / 유열
9 Love Hurts / Nazareth
영국 출신의 하드록 밴드.
1975년 곡으로 싱글 차트 8위 기록.
10 I'll Be Seeing You / Rickie Lee Jones
미국 출신의 팝 재즈 여가수로 1991년 작품.
11 Chrysanthemes / Svetlana
12 Love Hurts / Julienne Taylor
스코틀랜드 출신의 여가수 줄리엔 테일러의 2004년 리메이크 작품.
13 어떤가요 / 박화요비
14 Seeing You Again / Dan Fogelberg
미국 출신의 팝 가수 댄 포겔버그의 애잔한 분위기의 발라드 곡으로 떠난 연인에 대한 강한 그리움을 담은 곡.
15 사랑의 찬가 / 유열+서영은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156화 - 설거지 하는 여자
(M) 주제음 사랑의 찬가 / 서영은+유열
(E) 설거지하는 소리
남 아내는 설거지를 참 잘한다
아내의 손만 거쳐가면
음식물로 더러워졌던 접시는
어느새 윤이 반짝반짝 날 정도로 깨끗해져 있다
난 저녁을 먹은 후
거실 소파에 앉아서 아내가 설거지 하는 소리를 듣는다
달그락거리는 그 소리는 마치 음악처럼 경쾌하게
귀를 즐겁게 해준다
(E) 물 잠그는
남 설거지를 다 끝내고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걸어오는 아내의 뒤로
새하얗게 빛나는 접시들이 나란나란 정돈돼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을 보면, 아~ 오늘 하루도 무사히 끝났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느낌이다
(M) Lovin' You / Minnie Riperton
(E) 아기 우는 소리
남 여보! 여보~!!
(E) 달려오는
여 당신이 좀 안아주죠~
남 내가 안아준다고 울음이 그치나 뭐. 당신이 어떻게 좀 해봐
여 못한다 못한다 하면서 안해버릇하니까 그렇잖아요
남 당신이 다 알아서 하니까 그렇지...
여 어우 증말...
남 아내는 못말린다는 듯 곱게 나를 흘겨보고
아기를 안는다.
그런 그녀를 보고 있자면, 내가 참 복이 많아서
저런 여자를 아내로 맞이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 뭘 그렇게 봐요?
남 .... 당신 복 많은 줄 알어
여 네?
남 나같은 남자 만나기가 어디 쉽나? 복받은거지
여 그래요. 나 복 받았네요. 과일 먹어요.
(M) 나는 행복한 사람 - 이문세
남 아내를 처음 만난 건, 교회에서였다
(E) 교회 종소리 댕댕~
남 평소 교회를 다니긴 했지만, 그리 열심이진 않았던 내가
새벽기도에 다니기 시작했던 때였다
회사에서도 안좋은 일이 많았고
사귀던 여자와 헤어지기도 해서
여러 가지로 울적했던 시기였다
기도를 하면서 위로를 받아볼까 하고 새벽기도를 나가기로
결심했던 첫날.
교회 안으로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는 예배당 안에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난 조금 떨어진 뒤에 앉아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앞에 앉은 그 여자가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여 (소리 죽여 흐느끼는)
남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기도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살며시 실눈을 떴는데...
(E) 걸어나오는 소리
남 울던 여자가 일어나 나오고 있었다
실눈 사이로 보이는 그 여자는
너무도 청순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E) 교회문 여는 소리
남 새벽빛에 파랗게 빛나는 길고 윤기나는 머릿결과
단아한 생김생김
동그란 눈망울 끝에 매달린 눈물방울까지...
난 그녀가 하늘이 주신 선물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M) She Was Beautiful / 임형주
(E)
남 다음날부터 난 새벽 5시만 되면
어김없이 교회에 나갔다
그녀가 항상 그 시간에 기도를 하기 때문이었다
한번도 말을 걸어 보질 못한 채
그렇게 기도하는 뒷모습만을 바라보기를
백일쯤 했을 때...
(E) 걸어나오는 소리 + 새소리 등
남 예배가 끝나고 나오던 길에 우연히
그녀가 버스정거장에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됐다
당시 우리집은 걸어가도 3분 거리에 있었지만
난 괜히 그녀 옆에 섰다
(E) 버스오는 소리 + 문여는
남 그리고 그녀가 버스에 올라타자
나도 따라 탔다
그녀의 하얀 얼굴은 몹시 지쳐 보였다
버스에 올라타 어디에 앉을까 두리번거리는 그녀에게
나도 몰래 말하고 말앗다
남 저기요, 여기 앉으세요!
여 네?
(M) Bless You / 러브홀릭
남녀 (웃음소리)
여 그때 당신 정말 웃겼어. 여기 저기 빈자리가 엄청 많은데
자기가 무슨 자리라도 양보하는 것처럼...
남 급하니까 그랬지. 어떻게라도 말을 걸어봐야겠다 싶어서...
여 실은 나두 그때 당신이 날마다 새벽기도 나오는 거 알고는 있었어요
남 몰랐을 리가 없지. 사람도 몇 명 안됐는데..
그런데 말야, 당신. 나야 당신 보려고 날마다 교회 나간거지만
당신은 왜 그랬어?
여 (약간 당황) 네?
남 아니.. 왜 날마다 새벽예배에 나왔었냐구.
왜.. 기도하다가 울기도 하고 그랬잖아. 그때 뭐 힘든 일 있었어?
여 ..... 아...뇨. 힘든일은요 뭐.
남 하여간... 그때 당신 진짜 이뻤어.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에... 참 청순하고 어려보였지...
여 그랬어요...?
남 그럼. 당신 나 알잖아. 두껍게 화장한 여자들, 아무리 이뻐도 난 싫거든
여 ...........
남 천박해보이잖아. 꼭 술집여자처럼...
여 네... 우리 우진이 기저귀 갈 시간이네?
남 어디 보자. 우리 우진이... 쉬 했나??
여 어머 여보~ 애 다리를 그렇게 들면 어떡해요~ (웃음)
(M) 비둘기집 / 해바라기
남 며칠 뒤. 오랫동안 미국 지사에 발령받아 가 있던
회사 동기 녀석이 귀국했다
그 친구와 저녁까지 술을 먹다가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E)신호 가고 받는
남 여보세요
여 네. 여보. 안들어오고 뭐해요?
남 어 난데. 내가 말한 동기 있잖아. 그 친구랑 술 한잔 했는데
집에 가서 2차 하면 안될까? 당신 찌개 끝내주잖아~
여 그렇게 해요. 얼마 후면 도착해요?
남 어. 한 30분 후?
여 준비해 놓고 있을께요. 술은?
남 내가 사갈게.
남 새벽 1시가 되어가는 시간에도
불평 한마디 없이 친구를 데리고 오라는 아내.
이러니 어찌 내가 아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날 부러워하는 친구 녀석의 어깨를 툭툭 쳐주고
난 집으로 향했다
(E) 벨 소리
여 누구세요~?
남 어 여보. 나야. 친구랑 같이 왔어.
(E)문 열어주는
여 오셨어요? 안녕하세....
(E) 국자 툭 떨어뜨리는
남 찌개맛을 보던 중이었는지, 국자를 들고 있던 아내는
무엇엔가 크게 놀란사람처럼 멍한 채 국자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M) Sad But True / Apocalyptica
남 (어색하게 웃으며) 여보... 왜 그래.... 우리한테 술냄새가 너무 나나?
여 아...아니에요.
남 그런데 놀란 건 친구쪽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아무말 없이 서 있던 친구가 굳은 얼굴로
내일 보자며 뒤돌아 가 버렸다
남 어? 저 친구가... 야! 얌마!!
쟤 왜 저러지?
여 들어와서... 씻으세요....
(E)찌개 끓는
남 (킁킁) 야~ 찌개 냄새 좋은데~ 이걸 못먹고 가서 어쩌냐?
당신이라두 나랑 찌개에 술한잔 할래?
여 내가 무슨 술이에요....
남 하긴... 마누라가 너무 순진해도 문제야.. 술 한잔 정돈 할 줄 알아야 되는데...
여 저... 우진이 잘자나 좀 보러 들어가요....
남 아내가 조금 이상했다
뭔가에 쫓기는 사람 같았다
창백해진 얼굴빛은
내가 3년전 교회에서 봤던 그녀의 얼굴을 연상케 했다
언제나 초조하고 슬퍼 보이던 그때 그 얼굴
(M) 사랑의 찬가 / 유열
남 이상한 일은 계속해서 일어났다
(E) 전화벨 소리
(E) 쨍그랑~
남 여보. 괜찮아?
여 네, 괜찮아요. 딴 생각 좀 하다가... 전화 받으세요
남 .... 어 그래
(E) 가서 전화 받는
남 여보세요. 네 부장님....
아, 그 건은 월요일날 정리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예, 그럼 주말 잘 보내십시오.
여 .... 부장님....이세요?
남 어. 당신 얼굴이 왜 그래? 창백해서 핏기가 하나도 없잖아...
여 제..가요? 좀 피곤해서 그런가....
(E) 전화벨
남 전화벨 소리가 들리자, 아내는 또 한번 놀랐다
남 여보세요? 어. 동욱아. 오늘 저녁에? 그래. 그러지 뭐...
어, 거기서? 그래 알았다.
(E)전화 끊는
남 수요일날 우리집 왔다 간 그 친구 있지? 동욱이라고...
그 친구가 저녁에 좀 보자네?
여 ....왜....요?
남 글쎄.. 뭐 할 말이 있다는데....
여 (떨리는) 하..할말요?
남 어. 당신... 좀 이상해... 식은땀까지 흘리고...
여 가지 마세요!!!
(M) Love Hurts / Nazareth
남 아내를 만나고, 이렇게 큰소리를 내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남 가지... 말라니... 왜..?
여 그냥... 그냥... 가지 마세요!
남 아무래도 당신 이상해. 혹시... 동욱이 알아?
여 ............
남 아는 사람이야?
여 ...........
남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남 예전에... 사겼던 사람인가?
여 ....그...그건 아니에요....
남 그럼!
여 그냥.... 조금... 아는 사람이에요....
남 어떻게..! 어떻게 아는 사람인데!!
여 그냥..... 그냥요.... (울먹이는)
남 안되겠어!
(E)일어나 가려는
여 여보 어디 가요!
남 당신이 시원하게 대답을 안하잖아! 동욱이한테 물어봐야겠어!
여 안돼요!!!
남 ..................... 도대체..... 무슨 일인데.....
(M) I'll Be Seeing You / Rickie Lee Jones
여 ........ 당신 처음 만났을 때요. 저 스물 세 살 때...
남 그래.
여 아버지 하시던 회사가 넘어가고. 홧병으로 돌아가시고 나서...
학교 졸업할 일이 너무 막막했었어요.
남 그건 들은 얘기잖아. 그래서 그때 당신 안해본 일 없이 다했었다며
여 ....... 네.....
남 그런데!
여 그때..... 술집에 나갔었어요
남 .................뭐....?
여 (울먹)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한 일은 없었어요
그냥.... 술시중만....
남 그럼... 동욱이도 그때 알았던 사람이야?
당신.... 손님?
여 ......... 네....
남 ............ 거짓말이지?
여 ....................
남 거짓말이지? 거짓말이잖아!
여 ................ 미안해요. 숨기려고 했던 건 아닌데....
남 거짓말 아냐?
여 .........거짓말은 아니에요....
남 거짓말이라고 해야 되는 거 아냐? 설령 그게 진짜라고 해도....
당신 나를 위한다면.... 거짓말로 우기기라도 해야지!
날 위해 거짓말이라도 쳐줘야지!!
그게 진짜라고 하면 어떡해!
진짜 그랬다고 하면 나는 어떡해!!!
(M) Chrysanthemes / Svetlana
(E) 대문 쾅 닫고 나오는
남 더는 아내의 얼굴을 마주보고 있을 수 없어서
집에서 나와 버렸다
늦가을 찬바람이 옷깃 속으로 스며 들어왔다
가슴 속 사이사이로 슬픔이 밀려 들어왔다
아내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BG 비가 / OST
여(에코) 그때 너무 힘들어서 일 마치면 교회부터 찾았어요
새벽에 기도하면서 울고 나면
마음이 좀 나아지는 것 같아서...
그때 나만 사랑해주는 당신 만나고
그 생활 정리하면서.... 마음이 얼마나 홀가분했었는지....
다만... 아무 것도 모르는 당신 속이는 것 같아서
그게 늘 미안했었어요
남 이제야 모든 걸 알 것 같았다
처음 아내를 만났을 때
그녀는 자신에 대해서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단지, 집안사정이 어려워져서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학교를 쉬고 있다는 것만 알수 있었다
연애 초반에는 전화가 잘 안될 때도 많았고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 있을 때도 종종 있었다
그땐 왜 그랬는지, 너무 조심스러워 물어볼 수도 없었는데
이제야 그 이유들을 알 것 같다
(M)
(E) 문 열고 들어오는
남 집 근처 찜질방에서 밤을 꼬박 새우고
집으로 들어오니 아내가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여 여보....
남 ...............
(E) 욕실 문 여닫는
남 아무 대답 없이 욕실문을 닫고 들어갔다
(E)양치질 하는
(E)문 열고
여 여보... 여기 수건...
남 나는 철저히 아내를 무시했다
아내가 내미는 양말, 셔츠, 손수건 모두 받지 않았다
그리고 작은 가방에 당분간 쓸 것들을 챙겨서
그냥 나와 버렸다
아무 소리 나지 않았지만
내 뒤에 선 아내가 울고 있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난 끝내 한번도 뒤돌아 보질 않았다
(E)문 쾅 닫고 나가는
남 그리고 난 회사 근처에 방을 얻고
혼자서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E)전화벨 울리는
남 아내에게 여러번 전화가 왔지만 받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E) 회사 앞 소음
남 퇴근하던 내 앞에 아내가 나타났다
커다란 트렁크 가방을 들고
아기를 등에 업고 있었다
(M) Love Hurts / Julienne Taylor
여 여보. 저 친정에 가 있을께요. 오빠한테 얘기 해 뒀어요
남 우진이는...
여 제가 키우게 해주세요. 당신 아무것도 할 줄 모르잖아요
남 .........우리집에 맡겨. 어머니가 키워주실거야
여 왜요. 그래도 내가... 엄만데..
남 됐어.
여 ......... 그럴께요. 이혼서류는 거실 탁자.위에 놔뒀어요
이제 그만 집으로 들어가요
남 ..................
(E)뒤돌아가다 멈추는
남 대답 없는 나를 한참 바라보던 아내가
뒤돌아서 몇걸음 걷다 멈춰섰다
그리고 내쪽으로 돌아보았다
말간눈에 눈물이 가득했지만, 환하게 웃고 있었다
여 여보. 나 설거지 참 잘하잖아요
남 ..........
여 그거... 거기서 일할 때 배운거에요
남 .........?
여 당신 만나기 전엔 술시중도 들고 노래도 하고 그랬는데요
당신 만나고 나서는 죽어도 그렇게 못하겠더라구요
그래서.... 사장님한테 울면서 사정해서
주방으로 보내달라고 그랬었어요
나 그래서요, 거기서 설거지만 했어요
당신 만나고 나선... 다른 사람한테 웃기 싫어서
하룻밤에 접시 오백장씩 육백장씩 닦고 그랬어요
안믿으셔도 상관 없지만.... 정말 그랬어요....
(M) 어떤가요 / 박화요비
남 아내가 없는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 사는 동안, 설거지통에 접시들이 가득해졌다
일하는 사람을 불러 설거지를 시켜 봤지만
아내가 했던 것처럼 깨끗하진 않았다
물기가 덜 마른 접시들을 바라보면서
난 나도 모르게 아내를 그리워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리움과 분노는 별개의 문제인지
마음속으로 그리워하면서도
쉽게 아내를 용서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석달이 넘게 흘렀다
그러던 중 동욱이와 함께 술을 마시게 됐다
그동안 껄끄러워 만나지 못하다가
동욱이의 제안으로 하게 된 술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동욱은 말했다
유쾌한 기분은 아니겠지만
아내를 괴롭히지는 말라고
수줍음 많고 얌전해 그런 곳에 어울리지 않았던 그시절의 아내는
항상 힘들어했었다고 했다
어느날부터 아내가 보이지 않아 주인에게 물어보니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 더 이상은 이런 일을 할 수가 없다며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고 하더라는 말도... 덧붙였다
(M) 정 - 김건모
(E) 교회종소리
남 술을 마시고 들어왔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이런 저런 생각들로 뒤척이다가
얼풋 잠이 들었는데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려왔다
교회 종소리였다
아내를 만나 결혼한 후엔 새벽 예배에 참석해 보질 못했다
뭔가에 이끌리듯이 일어나 옷을 입었다
(E) 종소리 가까워지고 + 새벽 새소리
남 차가운 바람을 뚫고 교회로 향했다
(E)문 여는 소리 + 걸어들어가는
남 아무도 없는 예배당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어쩌면 난 이 문을 열었을 때
저기 저 자리에 아내가 앉아 있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늘 아내가 앉곤 하던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눈을 감아 보았다
그 시절 너무 어려운 현실을 감당하지 못해
원하지 않는 일을 하고는 있었지만
늘 괴로운 마음이었을 아내의 눈물이 떠올랐다
눈을 감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나의 옹졸함과 비겁함, 이기심이 밀어낸
아내의 체온이 너무도 그리웠기 때문이다
(M) Seeing You Again / Dan Fogelberg
여 여보...
남 처음엔 잘못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여 여보...
남 ..... 여보....
여 당신이 여기.. 어떻게....
남 ..... 당신은....
여 집에서 나온 날부터 왔었어요.
힘들 때만 찾아와서 도와 달라는 게 염치 없긴 하지만
할 수 없잖아요. 신 밖엔 날 도와줄 이가 아무도 없는데...
남 .... 그랬었구나
여 종이 울릴 때마다... 혹시 당신도 여기 오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교회 문을 열곤 했는데....
남 ..... 무슨 기도 했었어 날마다..
여 당신이 나한테 미안해하지 않게 해달라구...
아무리 생각해봐도 상처준 건 내쪽인데, 당신 너무 착해서 자책할 것 같아서요
남 ...... 그럼 당신 기도 안들어주셨네
여 ............
남 그동안 당신한테 너무 미안했어. 지금도 미안해...
남 살폿 고개를 숙이며 눈물을 글썽이는 아내의 손을 잡아본다
고무장갑은 싫다며 항상 맨손으로 설거지를 하는 아내의손은
고운 얼굴에 비해 너무 많이 거칠어져 있다
앞으로도 나는 아내가 설거지하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달그락거리는 그 소리와 하얀 거품 속에
아팠던 마음, 미워했던 마음 모두 녹여서 흘려 보내고
반짝거리는 하얀 접시처럼
처음 순수했던 그 마음 그대로 지켜나갈 것이다
(M)주제음 사랑의 찬가 / 서영은+유열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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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n1613534855)2023-10-18 10:34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173화 - 흑백사진
1 흑백사진 / KCM
지난해 발표된 KCM의 노래.
2 Just When I Needed You Most / Randy Vanwarmer
미국 출신의 포크 가수로 1979년 작품.
3 갈색머리 / 윤건
4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 하림
지난 해 발표된 곡으로 동화 같은 분위기의 노래.
5 그땐 그랬지 / 카니발
김동률과 이적이 함께 발표한 노래.
6 나의 옛날 이야기 / 조덕배
조덕배의 데뷔 히트곡으로 지난 추억을 노래한 곡.
7 좋아좋아 / 일기예보
일기예보의 1995년 작품.
8 Both Sides Now / Singers Unlimited
미국 출신의 아카펠라 그룹으로 70년대 초반에 리메이크한 노래.
9 제비꽃 / 조동진
10 꿈에 / 이수영
이수영이 지난 해에 발표한 리메이크 곡.
11 그녀가 나를 보내 / 브라운 아이즈
소울 그룹 브라운 아이즈의 짙은 분위기의 보컬 화음이 일품.
12 가질 수 없는 사람 / 한빛
13 Longer / Fujita Emi
일본 출신의 팝 여가수 '후지따 에미'의 리메이크 곡.
14 비가 와요 / 이현우
이별 후 맞는 비... 허무를 이현우가 분위기 있게 불렀음.
15 Memory / 김범수
김범수의 최근 리메이크 곡으로 호소력 짙은 보컬이 인상적인 트랙.
16 바보처럼 / 송승민
신인 가수이자 싱어 송라이터인 송승민의 올해 발표된 데뷔 곡. 떠난 연인을 잊지 못하는 애틋함을 노래했음.
17 The Way We Were / Barbra Streisand
18 몇 번을 헤어져도 / 김희선
MBC 드라마 '슬픈 연가' 러브 테마.
19 Forever Friends / Remedios
20 Sad Aria / Scat Vocal
슬픈연가에 수록된 스캣 보컬 송.
21 흑백사진 / KCM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173화 - 흑백사진
(M) 주제음 흑백사진 / KCM
(E) 바람 소리
남 낡은 사진관의 문틈 사이로
바람이 새어 들어온다
(E) 문 다시 닫아보는
남 문을 다시 닫아봐도 마찬가지다
(E) 성냥으로 불 켜는
남 사진관 만큼이나 낡아버린
석유 난로에 불을 붙인다
(E) 불 화르르 타오르는
남 검은 연기가 매캐하게 올라오더니
이내 불이 발갛게 붙는다
그 온기가 금방 전해져 온다
사람 온기 없는 사진관을
오래된 석유 난로가
덥혀주고 있다
(M) Just When I Needed You Most / Randy Vanwarmer
남 졸업식 시즌이지만
손님은 별로 없다
작은 디지털 카메라가 커다란 사진관들을 없애가고 있다
(E) 주전자 물 끓는 소리
남 예전 같으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을 이 때
난 석유난로 옆에 앉아
끓는 물에 커피를 타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E) 컵에 뜨거운 물 따르는
(E) 문 열고 들어오는
남 오늘의 첫손님이다
남 어서오세요
여 필름 좀 맡기려구요
남 네. 여기 성함이랑 연락처 적으세요
남 손님과 눈 마주칠 새도 없이
종이를 내민다
(E) 볼펜으로 적는
남 그녀는 내가 내민 종이에 적는다
윤. 은. 서. 라고.
(M) 갈색머리 - 윤건
남 설마... 하고
고개를 들어 바라본 곳에
은서가 있다
10년의 세월 만큼
아니, 어쩌면 그 세월 보다 훨씬 더
많이 변해 버린 모습이었지만
분명 그녀였다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는지
그녀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그리고, 그녀 역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나 보다
여 ... 봉덕 오빠?!
남 은서.. 맞구나...
여 오빠가 여기 주인이에요?
남 아버지 하시던 건데.... 이젠 내가 하고 있어.
여 ... 그렇구나... 맞다. 예전에 오빠네 집이 이 동네라고 그랬던 것 같애
남 ... 잘 지내?
여 .... 그렇죠 뭐. 오빠 정말 반갑다...
남 길게 찰랑이던 머리칼은 짧게 잘려져 곱슬거리고 있었고
화장기 없이도 발그레하던 얼굴엔
웃을 때마다 잔주름이 진다
그녀도... 늙는구나...
여 뭘 그렇게 봐요... 나 많이 늙었죠...
남 ... 아니...
(M)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 하림
(E) 뜨거운 물 따르는 소리
남 밖에 춥지?
여 꽃샘추위죠 뭐. 금방 3월인데...
(E) 티스푼으로 컵 젓고
남 자... 아직도 커피 그렇게 많이 마셔?
여 요샌... 커피 먹을 일도 별로 없어요..
남 이 동네... 살어?
여 아뇨... 친정이 이쪽으로 이사를 왔거든요.
남 아... 결혼 했지?
여 네. 애도 둘이나 있는데요 뭐. 오빠는요?
남 나도 했지.
여 애기는?
남 아직 없어
여 .... 그렇구나...
(E) 티스푼으로 컵 젓고
여 동아리 애들이랑 연락 해요?
남 민우랑만 가끔... 지난달에 술 한번 마셨어.
여 .... 그래요....
남 민우랑 연락... 안하지?
여 안해요.. (가벼운 한숨) 세월이 지나니까 그렇게 되네요.
그땐 다들 하루라도 안 보면 무슨 일 생기는 것처럼... 그렇게 지냈는데...
남 ... 그랬지
여 그땐.. 그렇게 평생 함께 할 것 같았는데...
남 .... 그랬지
(M) 그땐 그랬지 / 카니발
(E) 캠퍼스 소음
남 10년 전 그때
난 군대를 막 제대한 복학생이었다
그때 내가 가는 곳은
강의실과 도서관 그리고 동아리 방이
전부였다
(E) 동아리방 문 열고 들어가는
남 동아리 방에 가면
늘 보이는 몇몇의 얼굴들 속에서
항상 시선을 끄는 얼굴 하나가 있었다
바로 은서였다
여 오빠. 신입생 맞이 엠티 갈건데... 가실거죠?
남 ... 가야지. 어디로 갈건데?
여 안동쪽으로 갈까 해요. 한옥 찍고 싶다는 애들이 많아서요.
남 그래? 언제쯤 가?
여 다음주 주말에요. 그럼 오빠 가시는 걸로 알께요.
남 엠티를 간다는 그날은
중요한 스터디가 있는 날이다
하지만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은서가 함께 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M) 나의 옛날 이야기 / 조덕배
(E) 비오는 소리 + 뛰어가는
남 벼르고 벼른 날인데
하필 늦잠을 자고 말았다
비까지 오는 바람에 차도 밀리고...
결국 난 출발시간에서 두시간 가량 늦고 말았다
(E) 동아리방 문 여는
남 예상대로 아무도 없었다
허탈한 마음으로 털썩 주저앉았는데...
여 오빠!
남 어? 너.. 안 갔어?
여 늦잠 잤어요
남 ... 너두?
여 내가 엠티 신청 받고, 민박 예약하고 다 해놓고..
당일날 늦잠 자다니... 너무 웃기죠
남 애들은 벌써 출발했지?
여 네. 기차 표 다 끊어놨었잖아요..
남 어쩌지?
여 좀전에 민우 오빠한테 삐삐 치고 들어오는 길이에요.
늦은 사람들끼리 출발하겠다구... 얘기했어요.
남 늦게 가는 사람이.. 너랑 나밖에 없나?
여 ... 그런 것 같은데요?!
(M) 좋아좋아 / 일기예보
(E) 기차 소리
남 그래도 기차 표가 있어서 다행이다...
여 그러게요.
(E) 밀차 끌고 지나가는
남 뭐 먹을래?
여 난.. 커피 마실래요
남 아저씨, 여기 커피 두 개 주세요.
(E) 캔커피 따주는
남 뜨겁다. 조심해.
(E) 창문 손으로 닦아내는
여 창밖 풍경 멋지죠...
남 응. 사진 찍어 놓고 싶을 만큼 멋있다
여 전요, 버릇이 하나 있어요.
남 뭔데?
여 정말 마음에 드는 풍경을 만나면 사진을 찍구요
그리고 나선.. 현상을 안해요
남 왜?
여 ... 마음 속에서 현상을 하는 거에요.
이렇게 멋있게 나왔을 거다...
대부분 사진은 내가 상상하는 만큼 잘 나오지 않으니까...
그렇게 해서 현상하지 않고 모아둔 필름이 꽤 돼요
남 ... 궁금하지 않아?
여 괜찮아요. 내 마음 속에 다 있으니까.
(M) Both Sides Now / Singers Unlimited
(E) 걸어가는
남 꽤 멀다...
여 힘들죠? 거의 다 왔어요.
남 넌 왜 우리 동아리에 들어왔어?
여 ..... 그냥요
남 사진 찍는 게 좋았어?
여 .... 아뇨. 사진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몰랐는데요 뭐..
남 그럼?
여 ... 비밀 지켜준다고 약속하면 얘기할께요
남 그래 얘기해 봐.
여 실은... 좋아하는 사람이 여기 있거든요
남 그래?... 누군데?
남 혹시.. 내가 아닐까..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내가 아닐까...
여 그것까지는 말 못하겠구요. 그냥 처음 동아리방 놀러왔다가
그 사람 보고 한눈에 반했어요.
남 내가 그녀를 처음 본 건...
군대에서 휴가 나왔을 때..
그러니까 그녀가 2학년 때다
동아리 들어오는 시기는 1학년 때니까...
그러니까.... 나는 아니라는 얘기다...
(M) 제비꽃 / 조동진
남 그 사람은? 그 사람도 너 좋아해?
여 모르겠어요. 어쩔 때 보면 호감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또 어쩔 때 보면 너무 무심하고...
남 그럼... 좋아한다고 고백도 못해본거야?
여 몇 번 눈치를 주긴 줬죠. 그런데... 영 둔한건지...
잘 모르는 것 같더라구요.
남 누군지 말해줘. 내가 도와줄게.
여 ... 됐어요. 누가 도와준다고 사람 마음이 움직이나요.
내게 올 마음이면, 그대로 둬도 오겠죠.
내게 올 마음이 아니라면, 아무리 흔들어도 오지 않을 거구요..
(M) 꿈에 / 이수영
(E) 시끄러운 술자리 소음
남 오후 늦게 도착한 엠티 장소에서
난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 가 있다는 게...
그것도 이 공간 안의 누군가에게 있다는 게... 싫었다.
얼만큼 시간이 지났을까... 그녀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여 (속삭) 오빠. 나 오늘 저녁에 그 사람한테 얘기할까 해요
남 .... 뭘?
여 좋아한다구요
남 .... 아...
여 그런데 고백했다가 채이면 어쩌죠?
남 ....할 수 없는 거지 뭐. 니 말대로 사람 마음은 억지로 움직일 수 없는 거니까.
여 그런 거겠죠?
남 그녀가 살풋 웃어 보인다. 마음이 아프다.
(M) 그녀가 나를 보네 / 브라운 아이즈
(E)새 소리
남 그날밤,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많이 마셨고.
다음날... 동이 환하게 튼 후에야 일어났다
여 오빠. 일어났어요? 해장국 먹어요.
남 애들은?
여 민우 오빠는 저쪽 방에서 해장국 먹고 있구요
다른 애들은 아침 운동 나갔구요.
남 ..... 아....
여 어제 왜 그렇게 많이 마셨어요? 얼른 가서 밥부터 먹어요
남 저...
여 네?
남 어제.. 얘기 해봤어?
여 뭘요?
남 고백한다고 그랬잖아. 얘긴 잘 됐어?
여 ..... 얘기는 했는데요. 내가 너무 작게 말한건지... 아님 주변이 너무 시끄러웠던
건지... 아님... 일부러 못 알아 들은 척 한 건지....
그 사람이 아무 대답도 안 하더라구요.
남 .. 그래서 어떻게 했어?
여 그 사람 술 많이 마시는 거 같아서... 밤에 해장국 끓였죠 뭐...
그리구... 이것도 비밀인데요. 어젯밤 그 사람 얼굴.. 살짝 찍었어요.
(M) 가질 수 없는 사람 / 한빛
남 얼마 후, 학교로 돌아와
그녀가 신입생일 때
누가 그녀에게 우리 동아리를 소개했는지 확인해 보았다
민우였다
여 오빠, 저 찾았다구요?
남 어. 오늘 저녁에... 민우랑 술 한잔 할건데... 너도 올래?
여 ..... 제가 가도 되는 자리에요?
남 어... 와도 되는 자리지... 민우랑 셋이서 편하게 한잔 하자구...
여 .... 그럼 갈께요.
(M) Longer / Fujita Emi
(E) 술집 소음
남 미리 민우에게 말해 두었다
그녀가 민우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민우 역시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고 했고...
그렇다면 모든 게 순조로울 것 같았다
나만 이 자리에서 빠져 준다면...
남 저.. 어쩌지? 깜박했는데... 저녁에 다른 약속이 있었어...
여 그래서.. 가겠다구요?
남 민우는 고맙다는 듯 눈을 깜박였다
남 어. 미안해. 둘이 마시고 나와라. 지금까지 먹은 건 내가 계산하고 갈게.
(E) 걸어 나오는
(E) 쫓아 나오는
여 오빠...!
남 응?
여 혹시... 오늘 자리... 민우 오빠랑... 나랑....
남 그래 임마. 잘해 봐. 니 마음 그렇게 작게 얘기해서 누가 알아듣냐?
오늘 크게 말해봐. 많이 좋아한다구.
여 .... 오빠는 어디 가세요?
남 나? 얌마, 너만 연애하냐? 나두 좋아하는 여자 보러 간다.
여 .... 네
남 간다!
(E) 뛰어 내려가는
남 돌아서 씩씩하게 계단을 내려가는데
눈앞이 흐려지는 것 같았다
(M) 비가 와요 - 이현우 / 이현우
(E) 비오는 소리
남 다음날부터 며칠 동안 비가 내렸고
민우와 은서는 부쩍 함께 다니는 횟수가 잦아졌고
얼마 후부턴 공식적인 동아리 커플이 됐다
그리고... 난 서서히 동아리방에 가지 않게 됐다
(M) Memory / 김범수
남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건
졸업식을 앞둔 며칠 전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였다
(E) 건너가는
남 횡단보도 바로 앞에 있는
창이 넓은 까페에
민우와 은서가 마주보고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은서가 고개를 숙인 채
무언가를 얘기했고
민우는 담배만 피워댔다
그리고 그녀가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내어
민우에게 건넨 후
까페에서 걸어 나왔다
(E) 빵빵거리는 차들 소음
남 어느새 신호등은 빨간불을 밝히고 있었다
횡단보도의 한 가운데에서
난 그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뒷모습이 모퉁이 너머로 사라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난 어지러운 횡단보도 가운데 그렇게 서 있었다.
(M) 바보처럼 / 송승민
(E) 커피잔 내려놓는
여 오빠, 잘 마셨어요. 커피...
남 한잔... 더 마실래?
여 아니에요. 가봐야죠. 애들 기다릴텐데...
남 아.. 그렇지? 참, 필름 어딨어?
여 아니에요. 생각해 보니까, 뽑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남 왜?
여 옛날에 내가 했던 말 기억 안나요? 진짜 멋지고 중요한 사진은...
그냥 내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다 그랬잖아요.
남 ..... 그래... 이쪽 올 때 종종 들르구...
여 .... 그래요.
(E) 문 열고 나가는
남 다시 오겠다고 대답했지만, 그녀가 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제 내가 기억하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은...
저 뒷모습이 되겠지.
짧은 퍼머 머리에 두꺼운 파카를 입은....
여 다시 오겠다고 대답했지만, 다시 가지 않을 것이다
그가 기억하는 내 마지막 모습이...
이런 모습이라는 게 마음에 들지 않지만...
(M) The Way Were / Barbra Streisand
내가 그를 처음 본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사촌 언니를 따라 언니의 동아리 방에 놀러 갔었다
남 어? 너 누구냐 꼬마야?
여 희정이 언니 동생인데요
남 그래? 너 사진 찍을 줄 알아?
여 아뇨?
남 그럼 나중에 대학교 오면 여기로 와. 오빠가 사진 찍는 거 가르쳐 줄게
여 그 한 마디를 듣고 난 후
내 목표는 그 학교 그 동아리에 들어가는 게 됐다.
그리고 몇 년 후...
대학에 입학해 동아리에 들어가게 됐지만
그는 그곳에 없었다
벌써 군대에 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M) 몇 번을 헤어져도 / 김희선
남 필승!! 병장 김봉덕, 마지막 휴가를 명 받아... (톤 꺾는) 왔다 이 자식들아!!
(E) 시끌벅적 동아리 소음
남 어? 그런데 못보던 얼굴이네. 신입생이야?
여 네.. 안녕하세요 선배님...
남 선배님은 무슨... 오빠라고 해.... 반갑다.
여 나를 전혀 알아보질 못하는 그는
활짝 웃으며 손을 내밀었고
나 역시 처음 보는 사람 행세를 하며
그 손을 맞잡아야 했다
(E) 비오는 소리
여 신입생 맞이 엠티를 떠나던 날
기다려도 오지 않는 그를 기다리며
난 동아리방 입구를 서성였고...
(E) 뛰어오는 소리
여 두시간이나 늦은 그가 도착하자... 또 한번 연기를 했다
남 어? 너도 늦었어?
여 네... 늦잠 잤어요.....
(M) Forever Friends / Remedios
여 함께 엠티장소까지 향하며.. 난 몇 번 쯤 그에게 용기를 내려 했다
하지만 좋아한다는.. 말을 직접 내뱉기엔
머뭇거린 세월이 너무 길었다
그래도 눈 딱 감고 용기를 내볼까... 하는데
그가 말했다
남 너 좋아한다는 사람이 누군데... 말해봐. 내가 도와줄게....
여 그의 환한 미소 속에선...
정말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에게 나는.... 아닌 것이다
(E) 시끌벅적한 엠티 술자리 소음
여 (속삭) 오빠. 나 오늘 저녁에 그 사람한테 얘기할까 해요
남 .... 뭘?
여 좋아한다구요
남 .... 아...
여 그런데 고백했다가 채이면 어쩌죠?
남 ....할 수 없는 거지 뭐. 니 말대로 사람 마음은 억지로 움직일 수 없는 거니까.
여 그리고 난 내내 그 사람 곁을 지키고 앉아 있었다
그는 내가 옆에 있는지 없는지 의식도 하지 못한 채...
계속 술을 마셨다.
마침내 내가 용기를 내어 그에게 말했다
여 오빠... 나 오빠가 좋아요....
여 하지만 그는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
난 잠이 든 그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았다
엠티에서 돌아온 얼마 뒤, 그는 내게 말했다
남 얌마! 니 맘 그렇게 작게 얘기해서 누가 알아듣냐? 민우한테 말해. 좋아한다고.
잘해봐라!! 어?!!
(M) Sad Aria / Scat Vocal
여 서운해서... 화가 나서...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났지만
그 만남이 오래가진 못했다.
그 뒤 10년의 세월이 흘렀고... 친정에 들렀다가
예전 그의 얼굴을 찍었던 필름을 찾게 됐다.
오래됐지만, 혹시나 사진이 나올까... 싶어 들른
동네 사진관에서.... 그를 만나게 된 것이다.
평범한... 아줌마와 아저씨가 되어....
손에 꼭 쥐고 있는 필름을 본다
이 필름 속의 그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지만
다시 서랍 깊은 곳에 밀어넣어둘 것이다
어떤 사진도... 내 기억 속의 그를 재생시켜 줄만큼
멋질 수는 없을 테니까....
남 그녀의 뒷모습이 멀어져 간다
필름을 손에 꼭 쥔 채 멀어져 간다
오래돼 보이는 저 필름 속엔 누구의 얼굴이 있을까...
그녀가 처음 사랑했던 남자일까....
아니면... 다른 누구일까....
다시는 볼 수 없을.... 내 첫사랑이... 그렇게 멀어져 간다
(M) 주제음 흑백사진 / KCM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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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n1613534855)2023-10-11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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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n1613534855)2023-10-1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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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n1613534855)2023-08-23 09:40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21화 - 그 여자의 행복한 나날
(M) 주제음 - 약속 / 장윤정 (이산 OST 중)
남 나는 살면서,
내가 아내를 사랑한다거나..
아내가 나를 사랑할 것이라거나...
나는 아내가 없으면 안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번도 해 본적이 없다.
다만 우리는 인연이 되었기에 만났을 것이며
이왕 만난 인연이니까
잘 사는 게 좋을 것이다.. 정도의 믿음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E) 주판알 튕기는
여 대출금 20년 상환이라고 했을 땐
20년이 언제 가나 했는데... 가긴 가네?
남 끝나?
여 다음달이면 끝나.
참..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네. 20년을 어떻게 한번도 안빼고 넣었냐?
남 그래. 장하다.
여 장하지? 이거 봐. 가계부 너덜너덜해진 거...
이런 게 스무권이야.
남 (웃고)
여 나 칭찬해주는 의미에서 삼겹살 파티해주는 거 어때?
남 삼겹살 파티는 무슨...
남의집 삼겹살을 왜 팔아줘? 내 닭도 다 팔기 힘든데.
여 어으.. 또 시작이지.
남 이따가 가게 끝나면 닭 남은 거나 튀겨먹지 뭐.
여 또 닭? 지겨워라. 난 진짜 이제 닭튀김 냄새만 맡아도
토할 것 같애. 요즘은 가끔 닭튀기다 진짜... 구역질한 적도 있다니까?
남 닭튀김 냄새가 어때서.
그거 아니었으면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겠어?
여 아니.. 그거야 그렇지만..
남 그럼 닭한테 고마워해야지. 왜 애먼 삼겹살을 먹겠대?
여 하여튼간 저놈의 똥고집. 알았어요 알았어.
(M) 괜히 나만 미워해 - 베니
(E) 닭 튀기는 소리
(E) 가게 문 열고 들어오는
남 아니 주문을 어떻게 받은거야?
여 주문을 왜?
남 후라이드 반 양념 반이라며.
여 그랬어 아까.
남 후라이드 한 마리래잖아.
여 아니야. 아까 분명히 후라이드 반 양념 반이랬어.
(E) 메모지 집어들며
여 이거 봐. 내가 메모해놓은 것도 있잖아.
남 됐어. 당신이 잘못 들었겠지.
그쪽에선 확실하다는데.
여 아우 답답해. 몇 번이야? 내가 다시 전화할께.
남 아 됐어. 그래봐야 손님이랑 싸우기밖에 더 해?
세탁소는 단골인데 맘 상해봐야 좋을 게 뭐 있다구.
다시 튀겨. 콜라나 한병 더 넣고.
여 세탁소 이노무 여편네. 그 여편네 일부러 그러는 거 아냐?
괜히 콜라 한병 더 얻어먹으려고 그러는 거 아냐?
남 아 거 참... 설마 그랬겠어? 일단 빨리 튀기기나 해.
다른 배달도 밀렸는데.
여 (불만 가득해서) 아니.. 당신은 왜 내 말은 안 믿어?
남 이 여자가 진짜.. 비켜. 내가 할테니까.
(M) 애수 - 이문세
남 집에 돌아와서도 아내는 그 소리다.
(E) 설거지 툴툴대며 하는
여 아니... 왜 자기 마누라 얘긴 못 믿냐구....
상식적으로다가.. 와이프 말을 믿어줘야 되는 거 아냐?
남 참... 종알거리네. 밥 한 그릇 더 줘.
(E) 밥통 뚜껑 열고 밥 푸는
여 나는 만약에 반대 상황이면 당신 말을 믿었을거야.
남 그만 좀 해라.
여 있잖아. 이참에 알고 싶은 게 있는데.
남 난 이런식으로 나오는 아내가 제일 무섭다.
여 당신은 나랑 왜 살아?
남 저런 질문이 제일 싫다.
여 왜 사냐구?
남 결혼했으니까 살지.
여 그게 끝이야?
남 애들 엄마니까 사는거고.
여 그게 끝이야?
남 그럼 뭘 더 바래.
여 그냥 결혼했고, 애들 엄마니까 같이 사는거야?
그건 당신이 꼭 나 아니고 딴 여자랑 살아도 상관없단 얘기잖아.
남 밥 그만 먹을란다.
(E) 숟가락 놓고 일어나며
남 사람이 밥 한번 편히 먹는 꼴을 못봐요.
(E)걸어가면. 따라가며.
여 아니.. 내 질문이 그렇게 밥맛떨어지는 질문이었어? 기분이 더 나쁠라 그러네?
남 그럼 답을 뭐라고 했어야 했는데?
여 그것까지 가르쳐 줘야 해?
남 그래. 그럼 내가 물어보자. 당신은 나랑 왜 살아?
여 그거야... (머뭇대다가) 당신이랑 있으면 언젠간...
행복...해질 것 같으니까.
(M) 행복을 주는 사람 / 해바라기
남 그리고 얼마 후.
(E) 문 열고 들어오는
여 여보... 큰일났어.
남 왜 수선이야.
여 저번 복덕방 자리에 닭집 들어온대. 그것두 무슨.. 큰 체인점껀데..
웰빙 뭣이래나 어쩐대나...
남 뭐?
여 몰라. 올리브윤가 뭐시긴가로 튀겨내서 몸에도 좋고 어쩌고 하면서
벌써부터 홍보하고 난리래.
남 아니... 우리 닭은... 몸에 안좋아 뭐?
여 어떡해. 넓지도 않은 동네.. 당장 수입에 차질있을텐데.
남 웃기지 마. 우리가 한 자리에서 20년을 했어.
단골이 어디 가겠어.
여 그럴까...?
남 불행히도 아내의 말이 맞았다.
새로 들어선 가게는 큰 인기를 끌었고.
우리 가게 매출은 급격히 떨어졌다.
(M) 살다 보면 / 권진원
(E) 신문 뒤적이는
여 여보..
남 (다시 신문 들추며) 왜..
여 신문 본 걸 뭐하러 또 보고 또 보고 그래..
남 아 볼 게 있으니까 그렇지.
여 요새는 배달도 거의 뜸한데.. 나까지 붙어 있을 이유가 없지 않아?
남 뭐?
여 민수 엄마가 그러는데.. 읍내 버스터미널 옆에 무슨 인형공장이
생겼대. 애들 갖고 노는 인형 같은 거 만드는 데라는데.
하루 일당이 글쎄.. 3만원씩이나 된대.
남 그래서?
여 그래서는... 하루 30이면 한달이면 몇 번 논다고 해도 80은 될 거
아냐. 그거면 우리 가게 적자는 메꿀 수 있을 것 같애서.
남 관둬 그냥..
여 왜 관둬..
남 좀 있으면 다시 잘 될거야. 사람들이 지금이야 궁금하니까
그쪽 닭 먹는건데. 다시 우리 꺼 찾게 될 거라구.
예전엔 뭐 이런 일 없었어?
여 그렇게 되면 얼른 일 관두고 다시 가게 일 하면 되구.
남 번거롭게 뭐하러 그러냐구 그러니까..
여 뭘... 이렇게 집에서 넋놓고 손님 기다리는 것보단 낫지 않겠어?
닭 튀기는 건 당신이 나보다 잘하잖아.
남 오십 다 돼서 남의 공장 가서 일하는 꼴이 보기 싫다고..
고생하는 것도 싫다고.. 말은 못했다.
그냥 속이 상해, 끊으려고 서랍 속 깊이 집어넣어두었던 담배를
다시 꺼내 들었을 뿐.
(M) 미안해요. 고마워요 - 타이푼
(E) 현관문 열고 들어오는
여 왜 이렇게 일찍 들어와 있어?
남 주문도 없고 해서..
여 저녁은?
남 대강 차려 먹었어.
여 국도 없었을텐데. 나 먹을 건데 같이 먹을래?
남 그 공장은 저녁도 안줘?
여 일찍 오려구 저녁 안먹고 잔업했어.
(E) 담뱃불 붙이는
여 아우, 왜 또 집안에서 담배를 피우려고 그래..
남 밖에 춥잖아.
여 담배 끊는다며!
남 에이 진짜... 그거라도 안 태우면 속이 타는데 어쩌라구.
여 나도 힘들어. 하루 종일 인형 눈만 달다 보면.
꿈에서도 인형 눈만 둥둥 떠다닌다니까?
남 누가 하랬어? 왜 그런 말 해서 사람 속을 뒤집어 놔?
여 아니 내 말은 그러니까...
남 됐어. 그만 하자.
(E) 일어나서 나가고.
남 아내에게 화를 내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데.
그렇게 집을 나와서 가게로 갔다.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 있다가
잠이 안와 뒤척이는데 달력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이.. 아내 생일이었다.
그걸.. 아내도 모르고. 나도 몰랐던 것이다.
(M) 새까맣게 - 엠투엠
(E) 새 소리, 딸랑딸랑 두부 장수 소리, 차 지나가는 소리 등등..
남 새벽까지 추워서 덜덜 떨었던 것 같은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내 몸 위에 담요가 덮여있다.
아내가 다녀간 것을 알 수 있었다.
집으로 들어가며 시장에서 미역을 샀다.
(E) 도마질 소리
여 (아무렇지 않게) 왔어?
남 무슨 국 끓여?
여 된장국..
(E) 턱 내려놓으며
남 이거나 끓여.
여 뭐야 이게?
남 보면 몰라? 미역이잖아. 소고기 넣고 맛있게 끓여봐.
여 그래도 미역국엔 닭고기 넣으란 소리 안하네.
남 소영이랑 경준이는?
여 소영이는 학원 갔고. 경준이는 아직 자.
남 이노무 자식들은.. 뭐 하는 녀석들이길래 지 엄마 생일도 몰라?
여 어?
남 (괜히 버럭버럭 하며 방쪽으로 멀어지며) 경준아! 너 빨리 안 일어
나? 너 어제 니 엄마 생일이었던 거 알았어 몰랐어?
(E) 방문 열고 들어가는
여 (크지는 않게) 여보. 그래서 미역 사온 거야? 세상에...
고마워.. 여보.
(M) 사랑 하나면 돼 - 백지영
(E) 뭔가 내놓는
남 이거.
여 뭐야 이게?
남 생일선물이야.
여 아유.. 뭐 이런 걸 다... 백화점 상품권이야? 응?
(E) 열어보고
여 응?... 종합건강검진 상품권이야?
남 그래. 뭐 우리가 직장엘 다니는 것도 아니고. 어디서 공짜로 해주는
데도 없는데. 알아서 챙겨먹어야지.
여 세상에.... 오십만원이야??
남 예약 날짜 잡고. 하란대로 착실히 해 그러니까.
여 아니.. 지금 우리 살림에 오십만원이 웬말이래? 아유, 난 못하겠다.
멀쩡한데 돈 버려가면서. 미안한데... 그냥 돈으로 물러오면 안돼?
남 또 그런다 또. 내가 그런 말 제일 싫어하는 거 알면서.
여 아유.. 그래도 아까우니깐 그렇지. 우리 경준이 학원비도 못챙겨줬구 만.
남 지 엄마 생일도 까먹는놈. 학원비 뭐하러 챙겨줘? 대학생이나 된 놈
지 앞길은 지가 알아서 챙기라 그러고. 당신은 당신 몸이나 챙겨.
여 치... 당신이 이러니까... 나 많이 생각해주는 것 같네. 알았어요.
시키는대로 할께.
(M) 나의 피아노 - 엄정화 장재형
(BG)로 이어지고
(E) 닭 튀기는 소리
(E) 전화벨
남 (힘차게) 네! 닭집입니다. 네. 맞는데요. 아...네..... 네.....
그래요.... 네..... (한참 있다가) 알겠습니다.
(E) 전화 끊고
남 난 그 자리에 선 채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E) 문 열리고 들어오는
여 (놀라며) 어머나. 당신 뭐해? 세상에... 이거 뭐야. 닭 다 탔네.
아니.. 뭐하느라 정신을 다 빼고 있어.
남 저 사람이 왜. 저렇게 건강해 보이는 사람이 왜.
식구들이 남기는 밥도 몇그릇씩 뚝딱 하는 사람이 왜.
하루에 열시간씩 공장에서 잘도 일하는 사람이 왜.
그동안 한번도 아프다는 소리 안했던 사람이 왜.
행복하고 싶다면서, 고생만 해왔던 사람이 왜.
왜... 말기암이라는 건가.
여 여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M) 그대 보세요 - 최혜진
-----------------------1부 끝 ---------------------
* 곧이어 2부가 계속됩니다 *
(M)그대 보세요 - 최혜진
여 여보... 왜 그러냐구. 응? 정신 차려.
남 어...
여 닭 다 탔어. 생전 안 이러던 사람이 왜 이런대?
남 아... 그래....
여 어어? 진짜 이상하네??
남 아니야. 당신 그런데 왜 이렇게 일찍 왔어?
여 나... (한숨 쉬고) 공장에서 짤린 거 있지. 아유.. 하긴 젊은 애들 손을
어떻게 당해. 요샌 눈도 자꾸 침침하고. 속도 안좋아서 자주 화장실 가고. 그러니까. 작업반장한테 찍혔지 뭐.
남 ........잘됐어.
여 잘되긴. 속상하고 자존심 상해 죽겠는데.
남 이젠 좀.... 쉬어.
여 쉬긴. 한참 일할 나이에. 우리 가게라도 좀 잘돼야 내가 여기서라도
일손을 도울텐데.
남 여보....
여 응?
남 저녁에 삼겹살 먹을까?
여 왜 그래?
남 그냥.....
(M) 사랑하고 있네요 - 엠씨 더 맥스
(E) 북적대는 소리
여 여보.. 웬일이래? 오늘은 손님이 이렇게 많네.
남 그러게. 삼겹살 먹으러 가려고 했더니.
여 아유 됐어. 삼겹살 안먹어도 배불러... 2번에. 후라이드 반. 양념 반.
남 .....그래.
(E) 닭 튀기는 소리에 사람들 소리들...
남 그리고 잠시 후.
여 (약간 멀리서) 아니.. 아까 분명히 후라이드 반에 양념 반이라고
하셨잖아요...
남 아내가 손님과 실랑이 벌이는 소리가 들렸다.
나이가 많아봐야 20대 중반일 남자 세명이
아내에게 반말을 써가며 윽박지르고 있었고.
그 앞에서 변명도 못하고 있던 아내. 나와 눈이 마주친다.
그러더니, 얼른 내 눈치를 본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을 때. 난 항상 아내를 나무라고
손님 편을 들었기 때문이리라.
여 (약간 멀리서) 저기... 죄송해요. 제가.... 잘못 들었나봐요.
얼른 다시 해다드릴께요. 콜라.. 서비스 드릴께요. 죄송합니다.
남 (못 참고 가는) 야. 니들 몇 살이야?
뭐? ‘아줌마 귀가 먹었어?’ 니들은 엄마도 없냐 이 자식들아?
니들 엄마한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나이 먹은 사람한테 그래도 돼?
여 (놀라서 말리고) 여보.. 아유 여보 왜 이래.
남 (절규하듯)내 마누라가 뭘 잘못했는데!
내 마누라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뭘 그렇게 잘못했냐구!!!
뭘 그렇게...... 왜..... 왜...........
여 여보......
남 왜 이런 일이 있어. 왜.......
남 아내가 놀라서 날 뜯으말리고. 시비를 붙으려던 남자들 마저
황당한 표정으로 가게를 떠날 때까지..
나는 울며 절규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냐고.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M) 고마워요 / 최재훈
(E) 걷는 소리
여 왜 그랬어 여보.
남 .......
여 근데 고마웠어. 당신이 내 편도 들어주고.
남 ......
여 그동안 손님들이랑 시비 붙을 때마다. 당신이 손님 편만 들어서
섭섭하고 속상할 때 많았는데.
남 ......
여 뭐. 당신 입장에서야 그럴 수밖에 없는 거였지만.
남 미안해.
여 아니야. 뭐... 암튼 당신 오늘 미친 사람 같았어.
남 그랬어?
여 그래도 멋지더라. 요새 애들 좋아하는 그 누구냐.... 권상우 같더라.
남 뭐?
여 저번에 미역 사다준 것도 고맙고. 오늘도 고맙고.
남 뭐가 고맙냐. 뭐가 고마워. 뭐가.....(울컥해서 말 못 잇고)
여 여보.... 왜 그래....
남 아니야. 가자....
(M) 그대 보세요 (연주곡)
남 그렇게 집에 도착해서.
난 서랍 속에 있던 담배를 모두 끄집어 내서
마당에 내놓고 발로 짓이기기 시작했다.
(E)슬리퍼 끌고 나오는
여 여보.. 뭐해?
남 ......
여 끊으랄 땐 들은 척도 않더니 웬일이야?
남 여보...
여 어머나. 왜 이래 이이가? 아니 애들 보면 어쩔라구.. 무릎을 꿇구 이 래. 일어나. 이 양반이 오늘 이상하네? 술 마셨어 당신?
남 다 나 때문이야. 다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당신이....
내 옆에서 평생 담배 연기 들이마셨으니... 그럴만도 하지.
아니야. 그럴만도 하기는!! 왜 핀 놈은 난데. 당신이 아퍼. 왜 당신이.
여 뭔 소린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네. 무슨 소리야 그게 다?
남 (숨 고르고) 당신이.... 아퍼.
여 어? 내가 어디가?
남 폐....
여 아니야. 아... 당신 병원에서 무슨 연락 받았나봐? 그거 아니야.
다 거짓말이야. 그 병원이 웃기더라구.
남 ....당신 알고 있었어?
여 알고 있으나마나.. 아니라니까? 그거 다 거짓말이라니까?
남 알고 있는데 안 간 거였어? 당신이랑 연락이 안된다고...
빨리 치료 받아야 된다고 하던데?
여 그거 봐. 앞뒤가 안맞잖아. 언제는 폐암말기라서 손도 못쓸거라고
그러더니. 이제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고.
그게 다.. 돈 벌려고 수작 부리는거야.
남 여보..
여 이거 봐. 나 아무렇지도 않잖아. 얼굴 봐. 멀쩡하잖아.
내가 그 검사 안받았어봐. 누가 날 말기암 환자라 그러겠어.
남 여보오...
여 (점점 울먹이고) 아니... 우리 소영이가 겨우 열일곱에... 경준이 이제 대학 1학년인데. 얘네들.... 졸업시키고 취직시키고. 결혼시키고 하려면
앞으로 10년.. 아니 십년이 뭐야. 이십년은 살아야하잖어?
그런데 한달이 뭐야. 하이고 참... 뻥을 칠라면 제대로 좀 쳐야지.
안 그래 여보?
남 (울고 있으면)
여 (울면서) 안그러냐구 여보. 한달 동안 나보고 뭘하라구.
뭘하라구... 나는 할 게 너무 많은데. 그건 좀 너무하잖어 여보.
한달은 너무 짧잖어 여보.
(M) 함게 있으면 좋을 사람 - 최재훈
(E)걸어가고. 쫓아가고
남 가자구 좀... 왜 말을 안 들어.
여 안 가.
남 그럼 어쩌라구.
여 그냥 이대로 있을래. 당신이 내 생일선물로
건강검진 상품권인지 머시긴지 안줬다고 하면 되잖아.
그런 걸로 치면 난 아무렇지 않은데 뭘.
남 ......
여 이것 봐. 여보... 나 괜찮지?
남 우리 그럼 다른 병원 가보자. 당신 말대로
오진한 걸 수도 있잖아.
여 ......
남 어? 서울에 있는 다른 큰 병원 가보자구.
여 ..... 가봤어.
남 뭐?
여 열군데도 넘게 가봤어. 다 똑같은 대답들 뿐이더라.
남 그런데 왜 말 안했어. 너 혼자 그렇게 끙끙 앓다가 어느날 갑자기
죽어버리면. 남은 식구들 어쩌라구!
여 교통사고 나서도 하루아침에 죽잖아. 멀쩡하게 손 흔들고 나갔다가
그냥 쓰러져서 죽기도 하잖아. 넘어져서 죽기도 하잖아.
비행기 사고로 죽기도 하잖아. 불나서 죽기도 하잖아.
그냥... 그런 걸로 생각하게 하고 싶었어.
죽기까지.... 내가 느낄 그 고통을 함게 나누고 싶진 않았어.
남 난 주저앉아서 울었다.
꺼이꺼이 울었다. 이렇게 답답할 때가 없었다.
이렇게 내가 무능해보일 때가 없었다.
이 사람을 잡고 싶은데. 다른 데로 못가게 하고 싶은데.
방도가 없었다.
그렇게 우는 것밖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M)하늘 꽃 - 예민
(E) 멀리서 밤 새 우는 소리만 가끔 들리고
남 참 어처구니 없게도
아내는 그리고 몇 주 지나지 않아
우리 곁을 떠났다.
별 다른 유언 한마디 없이.
자고 일어났을 때 다시는 깨어나질 못했다.
이제 난 아내 없이 혼자 잠들어야 하고
아내 없이 혼자서 가게문을 열고 닫는다.
아내가 앉아 있던 의자.
아내가 쓸고 닦던 마루.
아내가 끼고 있던 고무장갑 같은 것들을 볼때면
나도 몰래 목이 메어와
뒷방에 가서 혼자 끅끅대며 운다.
(M) 미안해요 사랑해요 - 변진섭
남 아내의 물건들 때문에 살 수가 없어
차라리 치워버리기로 했다.
이것저것 정리하다가
아내가 쓰던 가계부들을 보았다.
아내 말대로 정확히 스무권.
이 스무권의 가계부를 쓰면서
아내는 20년 상환으로 대출받아 샀던 우리집을....
나에게 선물해주고 떠났다.
(E)넘겨본다
(BG) Dorogi / Djelem
여 콩나물 1200원. 남편 담배 2000원.
이 사람 담배 좀 끊으라는 말을 죽어도 안듣는다.
누가 돈 아까워 그러나. 자기 건강 생각해서 그러지.
(BG)
여 마을버스비 300원. 경준이 학원비 5만원
우리 경준이가 어느새 고등학생이라니 믿을 수가 없다.
남들처럼 좋은 학원도 못 보내주는데. 그래도 공부도
곧잘 하고.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가게가 조금만 더 잘되면 좋겠다.
(E)넘기는
(BG)
여 공장 일당 3만원 받음. 얼마전부터 자꾸 기침이 나고. 속이 안좋다.
남편이 준 건강검진 상품권으로 건강검진을 받기로 했다.
난 정말 호강하면서 산다.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E) 넘기는
남 그리고 가계부의 마지막 장을 보았을 때.
난 눈물이 나서 그저 흐느낄 수밖에 없었다.
여 소영이 실내화 2000원. 경준이 티셔츠. 2만원.
오늘 그 사람이 내가 아픈 걸 알아버렸다.
그래서 그렇게 손님들 앞에서 내 편을 들어줬나보다.
한번도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오늘 내앞에서 무릎을 꿇고... 우는 그 사람을 보니까.
가슴이 아프다기보단... 기분이 좋았다.
참 나도 못됐다. 이제 앞으로 이 가계부를 얼마나 더 쓸 수 있을진
몰라도. 나는 기억하고 떠날 것 같다.
내가.... 그 사람과.... 내 아이들과 이 가계부와 함께 했던
나날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눈부셨으며.. 행복했던 나날들이었는지.
(M) 약속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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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n1613534855)2023-08-16 14:1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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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빗소리♪ (@n1613534855)2023-08-11 14:18
이런게 인연이지 싶습니다
살다보면 만나지는 인연중에
참 닮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영혼이라는 게 있다면 비슷하다
싶은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한 번을 보면
다 알아버리는
그 사람과
속마음과 감추려는
아픔과 절망까지
다 보여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마도 전생에
무언가 하나로 엮어진게
틀림이 없어 보이는
그런 사람이 있나봅니다
깜짝 깜짝 놀랍기도 하고
화들짝 반갑기도 하고
어럼풋이 가슴에 메이기도 한
그런 인연이 살다가 보면
만나지나 봅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것보단
속내가 더 닮은
그래서 더 마음이 가고
더 마음이
아린 그런 사람이 있나봅니다
그러기에 사랑은
어렵고 그리워 하기엔
목이 메고
모른척 지나치기엔
서로에게
할 일이 아닌 것 같고
마냥 지켜보기엔
그가 안쓰러워 보듬어가며
그런 하나하나에
마음을 텨야 하는사람
그렇게 닮아 버린 사람을 살다가
보면 만나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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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n1613534855)2023-08-10 11:31
"진호 - 만약에 우리(연애시대 OST)"
그때 너를 그냥 지나쳤다면
우리 지금 더 행복했을까
아직도 믿고 싶은 내 사랑 속에는
언제나 처음 같은 내 모습이
그땐 뭐든 둘이었는데 이젠 모두 다 하나뿐이야
지금도 비어있는 내 맘 한자리
다시는 없을 것 같은 그 사람
가끔 나 바람에게서 너를 만질 수 있어
어느새 너무 멀리 간 너를 이렇게만 만날 수 있어
만약에 우리 이별도 사랑인줄 알았다면
우리 눈물도 행복인 줄 알았다면
다시 못 올 시간인줄 알았다면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었다고
단 한 번도 내 마음 모두 주지 못해 미안해 사랑해
조금 늦게 너와 마주쳤다면
우리 오래 더 사랑했을까
아직도 찾지 못한 내 사랑 속에는
언제나 거울 같은 네 모습이
랄라 라랄라랄 랄랄라
그때 우리 더 사랑했다면
지금 우리 더 행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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