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님의 로그 입니다.
행복한사람에게웃음이 오는게아니라 웃는사람에게행복이 찾아오는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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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은 기본빗소리♪(@n161353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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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소리♪ (@n1613534855)2023-08-10 10:40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11화 - 오래전 그날
(M) 주제음 - 오래전 그날 / 윤종신
남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있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사랑을 가슴에 묻고 살아간다
그렇게 모른 척 살다가
술이라도 한 잔 들어가거나
길가에 떨어진 낙엽이
쓸쓸한 소리를 내면서
하늘로 날아가면
그때, 슬며시 그 기억을 꺼내놓는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
아주 오래된 첫사랑을
아직까지 가슴에 묻지 못하고
내 마음 한 가운데 고이 놓아두었다
(M) Forever / Stratovarius
남 10년 전
대학 합격자를 발표하던 무렵
지방이 집이던 나는
학교 근처에 하숙집을 구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은 남쪽 지방 보다 훨씬 더 추웠다
골목골목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칼바람을 맞으며
난 미리 그려둔 약도에 적힌 집을
찾아갔다
(E) 나무대문 두드리는
남 계세요?
(E) 나오고
여1 누구세요?
(E) 대문 열어주고
남 여기.. 하숙하는 집...
여1 네. 맞아요. 아까 전화하셨던 분이죠?
남 네
여1 들어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남 나를 보며 환하게 웃어주는 그녀에게서
좋은 향기가 났다
(M) 샴푸의 요정 / 이승철
남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게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바쁜 그녀의 어머니를 대신해서
아침을 차려주던 그때부턴지...
온수가 나오지 않던 어느 날
세수할 때 쓰라며
따뜻한 물을 부어주던 그때부턴지...
...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그저, 내 기억 속의 그녀는
언제나 모든 사람에게 따뜻하고 다정한 여자였다
(E) 밥상 차리는
여1 어제 술 먹고 왔죠?
남 어떻게 알았어요?
여1 새벽에 들어오는 소리 들었어요
봉덕씨 술 먹고 오면, 꼭 물 한 컵 먹고 이층으로 올라가잖아요
남 맞다. 제가 좀 그렇죠.
여1 콩나물 국이니까 입맛 없어도 둘러마셔요.
남 저 때문에 끓이신 거에요?
여1 술은 조금씩이라도 날마다 마시면 안좋대요
요즘 너무 자주 먹는 것 같애요.
남 네.. 줄일께요.
남 내게만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난 그녀의 친절에
혹시나 하는 희망을 품어보곤 했다
(M) 안되나요 - 휘성
남 2학년을 마치고
난 군대에 갔고
제대를 한 후엔
또다시 그 하숙집을 찾았다
여1 어머, 다시 오겠다더니 정말 왔네요?
남 전, 제가 한 말 지키는 사람이거든요
여1 엄마가 보셨으면 굉장히 반가워하셨겠다
남 아주머니 어디 가셨어요?
여1 ... 작년 겨울에 돌아가셨어요
남 ...네? 어쩌다가...
여1 원래 혈압 좀 있으셨잖아요.
남 ... 죄송해요. 전혀 몰랐어요.
여1 모르는 게 당연하죠. 괜찮아요 이제.
남 괜찮다 말하는 그녀의 눈가가
벌써 촉촉하다
(M) 엄마의 일기 - 왁스
(E)포장마차
남 그래서 이젠 하숙도 안하시는 거에요?
여1 엄마 계실 때야 조금씩 도왔지만
저 혼자는 무리죠
남 ... 그럼 저는 어디로 가죠?
여1 왜요. 이 근처에 하숙하는 집이 얼마나 많은데.
솔직히 우리집이 제일 후졌었죠 뭐.
방도 옛날식에.. 수도도 마당에 있구.. 요새 이런 집이 있나요..
남 그래두 전 이렇게 마음에 드는 집 못 봤어요
고향 집 같기도 하구~
여1 그렇게 생각해 주면 고맙구요.
남 그럼 요즘은 어떻게..
여1 직장 구했어요. 출판사에서 교정 보는 일인데, 할 만 해요.
남 원래 작가 되고 싶으시다고.. 신춘문예 준비하셨잖아요.
여1 제 주제에 뭘요. 몇 번 떨어지고 나니까 정신 들더라구요.
그런 얘기 그만 하구요, 한 잔 해요.
(E) 소주잔 부딪치는
남 아무도 곁에 없는 그녀
고이 품었던 꿈마저 포기한 그녀
그런 그녀 곁에
왠지 내 자리가 있을 것만 같았다
(M) 사랑해도 될까요 / 박신양
(E)바람 부는, 포장마차 펄럭이는
여1 와, 춥다. 어묵 국물 좀 먹어요.
남 저.. 은서씨..
여1 (풋 웃고)
남 왜, 웃으세요?
여1 예전부터 그랬어요. 다른 하숙생들은 다들.. 은서 누나.. 이러니까
나도 편하게.. 응. 왜? 이랬는데
봉덕씨는 꼬박꼬박 존대말에 은서씨.. 이러니까
나도 말을 못놓겠더라구요.
남 그냥.. 누나라는 말은 싫었거든요.
여1 왜요?
남 내가 많이 좋아하는 여자니까요.
(M) 내 여자라니까 - 이승기
여1 미안한데요. 나한텐 너무 갑작스런 얘기고..
남 전 괜찮아요. 은서씨도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릴께요
여1 아뇨. 솔직히 말하자면.. 저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남 ...
여1 물론 그 사람이 내 마음 받아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건
잘 알지만, 그래두요.. 다른 사람 마음에 품고
봉덕씨 마음 받아들일 수가 없잖아요.
남 그럼.. 그것도 기다릴께요.
은서씨 마음에서 그 사람이 떠날 때까지.
여1 나도 다른 사람 좋아하니까
봉덕씨 마음 알 것도 같은데요.
그러지 말아요. 내가 너무 미안하잖아요.
남 아니에요. 제가 은서씨 때문에 얼마나 좋았는데요.
군대에서 겨울 훈련 받을 때.. 발가락에 동상 걸리고
독감 걸려서 열이 40도까지 올랐을 때두요.
은서씨 생각만 하면 별로 아프지도 않았어요.
여1 봉덕씨...
남 그러니까.. 나는 괜찮으니까.. 나는 기다릴 거니까...
그렇게 하게 해줘요.
그냥 나 이용해요. 마음 아플 때 불러내서 술 마시자고 하구요.
그 사람이 속상하게 하면, 기대서 울어도 돼요.
(M) 너만 아는 바보 / 히어로
(E) 은행 소음
남 졸업을 하고, 은행에 일자리를 구했다
아직도 나는 가끔 그녀를 만난다.
한 번의 고백 뒤로
난 내 마음을 더욱 꼭꼭 숨겼고
그녀 역시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날 만난다.
그렇게라도 그녀와의 만남을 유지하고 싶어
난 그렇게 지내고 있다.
여2 김대리님. 오늘 새로 오신 지부장님 환영식 한다던데. 얘기 들었어요?
남 들었어요.
여2 보나마나 술잔 돌릴텐데, 나 흑기사 좀 해줘요
남 에이, 나보단 이연희씨가 술 잘 하지.
나 요즘 속 안좋아요
여2 왜요? 어디가 어떻게 안좋은데?
남 그냥.. 술병이죠 뭐.. 어제두 최대리랑 한잔 했더니
아직까지 어지럽네..
여2 정말요? 안되겠다. 그럼 내가 백기사 해줘야겠다.
남 백기사?
여2 남자만 흑기사 하란 법 있어요?
여자도 백기사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M) 니가 참 좋아 - 쥬얼리
남 회사 동료인 이연희 대리는
화통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에
미모까지 겸비한 재원이다
그런 그녀가 그 사람 많은 술자리에서
이렇게 선언하고 말았다
(E) 술자리 소음
여2 저기요, 김봉덕 대리 그만 주세요.
지금부터 김대리 술은 제가 마십니다.
(E) 환호
남 (난처, 속삭) 이대리, 왜 이래요.
여2 왜요. 속 안좋다면서요. 내가 김대리님꺼 다 마실테니깐
대신, 오늘 나 집에까지 책임지고 데려다줘요
남 아니, 저기 이대리..
(E) 술 마시고
여2 카...
(M) 가까이 - 샵
(E) 비틀거리는 여자 데리고 가는
남 연희씨. 이대리! 정신 좀 차려봐요.
여2 저 괜찮아요. 괜찮거든요 저.
남 잠깐만.. 101동.. 여기네. 연희씨 다 왔으니까 들어갈 수 있겠죠?
여2 어? 여기 우리집이네. 그럼요, 갈 수 있어요.
남 그럼 저 가요.
(E) 걸어가는
여2 김대리님!
남 네?
여2 얼마 전에요. 길거리 트럭에서 화분을 하나 샀거든요.
화분에다가 이름 붙여주고, 날마다 물을 줬더니
얼마 전에 꽃이 피었더라구요. 겨울 다 돼 가는데.. 신기하죠
남 그러게요.
여2 내가 물 줄 때마다 화분 이름을 불러줬거든요
아마, 내 사랑에 감복해서 꽃이 폈을지도 몰라
남 화분 이름이 뭔데요?
여2 봉덕이요. 내가요. 물 줄 때마다 이렇게 불러줘요.
봉덕아. 봉덕아. 이거 먹고 많이많이 커라.
(M) 혼자만 하는 사랑 - 거미
남 다음날
(E) 자판기 동전 넣는
여2 내꺼 하나 더 뽑아줄 수 있죠?
(E) 컵 나오고, 꺼내는
남 자요. 먼저 먹어요.
여2 땡큐
남 어제 많이 취했었죠
여2 네. 엄청 취했죠.
남 그런 것 같았어요.
여2 그래두, 내가 무슨 소리 했는지는 다 기억해요
남 ... 그래요?
여2 술기운에 실수한 거 아니구요
술기운 살짝 빌려본 거에요.
내가 아무리 철판 깔았다지만, 맨정신에 그런 얘기 할 정도는 아니거든요.
(M) 사랑해요 - 이소은
남 ... 연희씨...
여2 왜요?
남 내 주제에.. 이 대리 같은 사람 과분한 건 잘 아는데요.
나는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여2 알아요. 최대리한테 들었어요.
하숙집 주인 딸. 맞죠?
남 ... 네.
여2 일년에 몇 번 만날까 말까라면서요. 아직도 그 여잔 다른 남자 좋아하고.
남 그렇긴 하지만..
여2 그럼 뭐야? 난 김대리 좋아하고, 김대리는 그여자, 그여자는 딴남자.
먹이 사슬 관계로 보면, 내가 제일 아래잖아!
남 농담이 나와요?
여2 또 심각할 건 뭐에요. 사실, 김봉덕씨가 그 여자 좋아하는 건
일종의 환상 같은 거에요. 지고지순한 사랑에 대한 환상.
그 여자가 아니라, 그 환상을 사랑하고 있는 거라구요.
남 남의 사랑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여2 어머. 화났어요? 김대리님도 화낼 줄 아는구나.
남 연희씨!
여2 우리 이렇게 시작하면 좋겠어요.
속엣얘기 시원하게 하구요. 화도 내고. 싸우기도 하면서.
서로를 잘 알아가자구요. 최소한, 상대를 사랑한다면
그런 모습까지 좋아해야 하는 거잖아요? 난 그런 게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M) 서지영 -stay in me
남 그 뒤로 김대리는 참 용감하게 내게 다가왔다
여2 주말에 뭐해요?
남 그냥.. 집에 있을 거에요.
여2 집에서 하루종일 뭐하게요. 나랑 쇼핑 안갈래요?
예쁜 겨울 스웨터 하나 사줄께요.
남 괜찮아요. 나는 그런 거 필요 없어요.
남 ....라고 단호하게 얘기해 보.지만
정신 차려 보면, 난 사람 많은 쇼핑 센터에 와 있곤 했다.
(E) 백화점 소음
여2 와, 이거 예쁘다. 얼굴에 대봐요. 어머 괜찮다.
남 색깔이 너무 튀는데..
여2 화사하고 좋기만 한데요 뭐. 김봉덕씨 맨날 칙칙하게 회색만 입구..
이거 사요. 얼굴이 확 사네. 완전 원빈 같애요.
남 에이 설마.. (하면서도 바로)여기, 이거 얼마에요?
(M) 마법의 성 -클래식
남 연희와 있으면 다른 복잡한 생각은 하지 않아도 좋았다
웃을 일이 많아졌고
혼자서 술잔 기울이는 일은 적어졌다
(E)사무실 소음, 똑똑 책상 두드리는 소리
여2 나 할인쿠폰 있는데, 저녁은 쌀국수 먹으러 갈래요?
남 할인쿠폰으로 가는 데 말고
맛있는데 골라봐요. 오늘은 내가 살거니까.
여2 어머? 웬일이야. 비싼 거 먹어야지.
(E)전화벨
남 여보세요
여1 저 은서에요
남 은서씨.. 웬일이에요. 먼저 전화를 다 하고..
여1 요즘 통 연락이 없던데. 바빴어요?
남 네.. 그냥 좀..
여1 겨울도 돼 가고.. 찬바람 부니까 갑자기 생각이 나서요
남 그랬어요?
여1 저녁에 시간 있으면, 밥 같이 먹을래요?
남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녀가 나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M) You Raise Me Up / Westlife
남 나, 오늘은 그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여2 전화, 그 여자한테 온거죠?
남 ...네
여2 거짓말도 못하나? 아니라 잡아떼도 되는 거잖아요
남 미안해요
여2 나 상처 받았을 것 같죠. 그런데 괜찮아요.
오히려 잘됐어요. 그 여자 만나 봐요. 그리고 나랑 마음껏 비교도 해봐요.
남 .....
여2 서서히 알게 될 거에요.
사랑 받는다는 게.. 사랑을 하는 것 보다
얼마나 편하고 행복한 일인지.........
힘들고 불편한 건, 제가 다 할 거니까
봉덕씨는 편하고 기분 좋은 것만 해요
남 연희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벌써 알고 있었다
고마워하고 있었다
(M) I'm Sorry / 팀
(E) 술집 분위기
남 은서씨, 무슨 일 있어요?
갑자기 나 불러낸 것도 그렇고. 표정도 안좋고..
여1 봉덕씨. 혹시.. 아직도 나 기다려요?
남 .....
여1 그때.. 그랬죠. 기다릴 거라고.
그 사람이 내 마음에서 완전히 떠날 때까지. 기다리겠다구요.
남 ... 네
여1 나도 잘 몰랐는데요. 늘 마음이 허한 게
그 사람이 떠난 빈자리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정신 차려 보니까 그게 아니었던 것 같아요
언제부턴지 잘은 모르겠는데
봉덕씨가 내민 손을 내가 잡질 않아서..
그래서 마음이 춥고 힘들었나봐요.
(M) 어떤 그리움 - 이은미
남 10년을 기다려온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는데
내 마음은 그저 안타까움으로 아파오기만 했다
여1 ... 아니라고 해도 괜찮아요.
그런데.. 혹시 아직도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거라면...
남 맞아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여1 ... 정말.. 아직두 그래요?
남 네. 아직두 그래요
남 내가 오랫동안 준비해 온 말인데
왠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M) 투 러브 - 지오디
(E) 옥상, 바람 부는, 여자 걸어오는
여2 추운데 왜 옥상으로 오래요?
남 할 얘기가 좀 있어서요..
여2 ... 무슨 얘긴데요?
남 우선.. 미안해요..
여2 잠깐만요
남 .....
여2 그 얘기 조금만 나중에 해주면 안돼요?
꼭 지금 들어야 돼요?
남 연희씨 난..
여2 나 갑자기 할 일이 생각났거든요?
음.. vip 고객 만나는 거라 늦으면 안돼요.
나 지점장한테 더 찍히면 큰일나는 거 알잖아요.
(E) 빨리 뛰어가는
남 내가 무슨 말을 할지, 그녀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
뒤돌아 뛰어가는 연희의 작은 어깨가
왠지 안쓰러웠다
(M) 거짓말 / GOD
(E) 두 사람, 걸어가는
남 그리고 그 주말
난 은서와 약속을 정해 만났다
남 날이 많이 추워졌죠
여1 ...네
남 그런데요. 제가 아는 어떤 사람 화분에선 꽃이 피었대요
여1 그래요? 하긴 요즘은 실내가 따뜻하니까..
남 뭐 그래서기도 하지만요
그 사람 말로는 화분에 이름을 붙여놓고
물을 줄 때마다 이름을 불러줬다네요.
그래서 꽃이 피었다고 하는데.. 진짜 말도 안되죠..
여1 .... 어떤 이름을 붙였는데요?
남 그냥 뭐.. 모르겠어요 저도..
여1 아마 사랑하는 사람 이름일 거에요.
그렇게라도 불러보고 싶은 이름 같은 거요
(M) 장혜진 - 꿈의 대화
(E)백화점 소음
남 이 스웨터 어때요?
여1 색깔이 너무 튀는 거 아닌가?
남 화사하고 괜찮지 않아요?
누가 그러는데, 난 이런 색깔이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구요.
여1 ... 누가요?
남 네? 아.. 그냥... 좀 아는 사람이..
여1 봉덕씨 아까부터 계속 그러는 거 알아요?
누가 그러는데, 제가 좀 아는 사람이 그러는데, 어떤 여자가 그러는데..
그런데 왜 내 귀엔
그 사람들이 모두 한 사람인 것만 같죠?
남 ... 은서씨...
여1 좋아하는 사람인가요?
남 ......
여1 아니면, 진심은 좋아하고 있는데.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는 사람인가요?
(M) 내 눈물이 하는 말 - 견우
남 너무 혼란스러웠다.
내가 누굴 사랑하는지
어떻게 해야 두 사람 모두가,
아니 우리 세 사람 모두가
상처 받지 않을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여1 봉덕씨가 그렇게 오래 기다려줬으니까
나도 어쩌면...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알잖아요. 기다리는 게 얼마나 고된 일인지.
내가 그렇게 기다려도 소용 없겠다 싶으면
빨리 이야기 해 줘요.
남 돌아서는 은서의 눈에서 눈물방울이 반짝였다.
어떻게든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는 없었다.
지금 잠시 흔들리고 있다고 해도
내가 너무 오래, 소중하게 아껴온 사랑이었다.
남 은서씨. 기다리지 않아도 돼요.
여1 .....
남 그렇게 고된 일, 당신한텐 안시켜요.
힘들고 아픈 건 내가 할께요. 당신은 그냥 편하게만 있어요.
(M) 두 사람 - 성시경
남 그리고 얼마 후
(E) 걸어가는
남 아침 출근길에
작은 종이박스를 들고 사무실에서 나오는
연희와 마주쳤다
여2 (애써 밝게) 못보고 가는 줄 알았는데?
남 ... 어디 가요?
여2 몰랐어요? 이렇게 관심이 없어서야 원..
나 대전 지점으로 발령받았어요.
남 ... 왜요? 왜 갑자기?
여2 원래 우리집 대전이잖아요.
엄마 곁에서 편하게 일하려고 꾀부리는 거지 뭐
남 연희씨. 혹시...
여2 여기서 작업 한번 걸어서, 멋있게 결혼해서
맞벌이 해 보려고 했는데. 잘 안먹혔잖아요.
남 .... 미안해요
여2 아니에요. 내가 미안해요.
나도 많이 좋아해 봐서, 좋아하는 마음이 어떤건지 잘 아는데.
혼자 너무 잘난척 했죠. (울음 꾹 참으며 웃는)
내가 사랑했던 당신이 행복하게 나이 먹었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한 오십 쯤 돼서, 마주치면. 멋진 중년이 돼 있어줘요.
(E) 걸어가는
(M) 웃어도 눈물이 나 - 서문탁
남 내 자리 위엔 작은 화분 하나가 놓여 있었다
오롯하게 빨간 꽃 한송이를 피워내 놓은 그 화분.
나에게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이 화분에 대고 쏟아놓았을 연희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미안했다. 미안해서 눈물이 났다.
(E)전화벨
남 여보세요
여1 나 은서에요
남 네. 어디에요?
여1 점심 먹었어요? 나, 도시락 한번 싸봤는데.
여기 은행 앞이에요.
남 안먹었어요. 먹었어도 또 먹어야죠.
여1 솜씨가 없어서 맛은 장담 못해요
남 30초만 기다려요. 얼른 나갈께요.
남 오래전 그날
내가 소중히 품었던 그 사랑에게 한 약속을
난 지키려 한다
그녀와 함께 도시락을 먹고 들어오는 길에
화분을 하나 살 것이다
그 화분의 이름은
은서가 될 것이다.
(M) 주제음 오래전 그날 / 윤종신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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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소리♪ (@n1613534855)2023-07-28 19:3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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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소리♪ (@n1613534855)2023-07-28 19:2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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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소리♪ (@n1613534855)2023-07-28 19:27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의 삶이기에....
자기다움이란 말을 가슴에 새길 ...
거기에 인생의 무기가 있고 답이 기다리고 있다
나를 위한 삶... 나를 위한 휴식.....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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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소리♪ (@n1613534855)2023-07-28 14:37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80화 - 계절이 지나가는 시간
(M) 주제음 - 제비꽃 / 조동진
남 실직 후
여러 회사에 면접을 봤지만
그때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거절을 당했다.
그러다가 정말 어렵게 얻은 첫 직장이 바로
이곳, 보험회사였다.
새로 생긴 곳이라
대규모의 영업사원들을 신규채용하고 있었다.
(E) 사람들 소음
남 사람들의 틈바구니에 앉아서
한마디라도 놓칠새라
영업부장이 얘기하는 것들을
수첩에 적고 있을 때였다.
여 저기요, 방금 뭐라 그런거에요? 영업실적이 얼마 이상일 때
인센티브가 나온다구요?
남 아, 그거요...? (하면서 설명하려다 멈칫) 너...
여 .......어머... (한참 가만 있다가) 오랜만...이네.
(M) 사랑이 지나가면
(E) 로비 같은 곳 걸어나오는
여 이런 데서 만나게 될 줄 몰랐다, 진짜.
남 그러게. 이게 몇 년만이야...
여 몰라. 20년만인가, 25년만인가...
남 잘 살지?
여 응. 애들 다 키워놓구, 심심해서 뭐 일거리 없나 찾다가...
그냥 운동삼아 해볼까 하구 와봤어.
남 어...
여 (다소 과장된) 우리 남편은 몸상한다구 하지 말래는데
좋잖아. 나이 먹어서 사회 활동도 해보구...
내가 지금까지 워낙 집에서 편하게만 살아서....
남 그랬구나.
여 오빠는 그런데, 어떻게 이 일 시작한거야?
어디 대기업 부장이라고 얘기 들은 것 같은데?
남 어..... 명예퇴직하고 집에서 좀 쉬다가...
여 아..... 그랬어? 아무튼 반갑다.
(M) Angel Baby / Linda Ronstadt
(E)바람 부는 소리
남 하늘이 흐릿하다.
버스정거장에 앉아 있는데
방금 전 만났던 그녀의 얼굴이 생각나지 않는다.
내가 지금 기억하는 건
20년전... 그녀의 모습이다.
(BG) Piano Solo / Ennio Morricone
여 아우 천천히 좀 먹어.
남 맛있는 거 많이 싸왔네?
여 오빠가 편지 보냈잖아. “치킨에 족발 먹고 싶다. 아참 김밥두!”
남 내가 그랬나?
여 어쩌면 군대 가서 애인 보고 싶단 소린 한마디도 없구
먹을 거 타령이냐?
남 야, 너두 군대 한번 가봐.
먹을 거 생각만 나. 왜 이렇게 배는 자주 고픈지.
여 알았으니까, 많이 드셔.
남 그런데 너... 오늘 꼭... 집에 가야 돼?
여 뭐?
남 아니 그러니까... 혹시.... 자고 가면 안돼?
나... 외박 나올 수 있는데.
여 장난해 지금?
남 나는 그러니까... 시간도 늦었구.. 너 밤차 타면 위험할까봐
그러지.
여 오빠가 더 위험해.
남 너 나를 뭘로 보고. 너 나 못 믿어?
여 못믿다 뿐이야?
남 알았다. 알았어.
여 (웃고) 다음달에 또 면회올게. 그땐 뭐 해다 줄까?
남 ..........잡채.
(M) Picnic / 라이너스 담요
(E) 뛰어오며
여 오빠!
남 야, 넘어져. 천천히 좀 뛰어와라.
여 오빠 진짜 제대한 거 맞어?
남 그럼, 제대했지 탈영했을까봐?
여 나 나라에서 표창장 받아야 되는 거 아냐? 이렇게 일편단심 기다리는
여자가 요새 어딨다구.
남 아이구, 고마워 죽겠네.
여 어어? 진짜 나 같은 여자 없다니까?
남 알았다구. 가자, 제대 기념으로 한턱 낼게.
여 제대로 내.
(E) 술잔 부딪치는, 술집 소음
여 축하해!
남 축하할 일인지 모르겠다.
앞으로 학교 졸업하고 언제 취직하고... 산너머 산이야.
여 오빠 졸업하고 취직하면 난 몇 살이야?
스물 다섯? 스물 여섯?
남 뭐 그렇게 되겠지?
여 그럼 그때까지 결혼도 못해?
(M) 웨딩케익
(E) 누군가를 끌고 나오는
여 아우, 왜 이래. 이거 놔.
남 너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야? 동수 얘기 듣고 설마설마했는데. 진짜!
여 그냥... 나와서 앉아있었던 것 뿐이야.
남 뭐? 선보는 자리에 그냥 나와서 앉아 있었어?
여 대학 졸업하고 집에서 팽팽 놀고 있으니
우리 엄마 아빠 입장에선 선보라고 하지.
남 그 남자는 알아? 너 애인 있는 거 아냐구.
여 이제 알았겠지. 오빠가 그 난리를 치고 이렇게 끌고 나왔으니.
남 그럼, 넌 내가 그 사실을 알고도
가만 있어주길 바라냐? 그럴 걸 그랬나?
여 .........몰라 나두.
남 윤은서!
여 나두 모르겠어. 나랑 같이 졸업한 애들은 취직했거나, 결혼했거나
다들 그랬단 말이야. 나는 뭐, 취직엔 뜻이 없으니까... 결혼해야
하는데...
남 결혼! 결혼! 니 나이가 몇이라고 벌써부터 결혼타령이야.
여 친구들은 다 했다니까?
남 친구들이 죽으면 따라 죽을래?
여 말꼬리 잡지마. 나한텐 중요한 문제야. 난 오빠 기다릴만큼 기다렸다 고 생각해. 하지만 오빠는 자기 인생만 살지, 날 위해서 뭘 어떻게
해야겠다, 그런 생각은 안하잖아.
남 지금 내 처지에서 무슨 생각을 하겠어. 빨리 졸업하고 취직해야지
그 생각밖에 더 해?
여 오빠. 나는 평범한 애야. 평범하게... 살고 싶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 을 잃게 되더라도...
남 ........뭐?
여 살다 보면, 잃게 되는 게 어디 그거 뿐이겠어?
(M) 하얀 손수건
남 그리고 얼마 후에
그녀는 결혼을 했었다.
한동안 나는 술을 많이 마셨고.
얼마 뒤엔 졸업을 했고.
또 얼마 뒤엔, 그녀가 그토록 바랬던 취직도 했다.
그리고...... 결혼도 했다.
결혼식장에서 아주 잠깐, 그녀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그녀라면, 어떤 기분일까
그런 생각하면서 쓴웃음을 지었던 것 같기도 하다.
(M) Have I Told You Lately That I Love You / Rod Stewart
(E) 버스 오는, 올라타는
여 (멀리서) 잠깐만요~
(E) 올라타는
남 ........은서야
여 어? 오빠....
(E) 몇걸음 와서 앉는
여 오빠도 이 버스 타?
남 어.
여 집이 어디 쪽인데.
남 마포쪽.
여 아... 가깝네. 난 신촌인데.
남 그래....
(침묵/ 버스 가는 소리만)
여 애들은 몇이나 돼?
남 아들 하나, 딸 하나.
여 난 아들만 둘이야.
남 그래.
여 애들이 공부를 다 잘해. 둘 다 서울대 다녀.
남 아.. 그렇구나.
여 응. 건강하구. 잘도 생기구.
남 잘 키웠네.
여 부인은... 그냥 집에 있어?
남 그렇지 뭐. 그냥 평범한 여자야.
여 ......평범한 게 좋은거지 뭐.
(다시 침묵/ 버스 가는 소리)
남 부모님은 잘 계시구?
여 다 돌아가셨지 뭐.
남 아... 너 무남독녀라고 참... 끔찍이도 위하셨는데.
여 .........그랬지.
남 그래두... 행복하게... 잘 살고 있지?
여 그럼~ 나야 더할 수 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지.
(M) 행복한 나를 / 에코
(E) 버스 가는
남 다 왔다. 나 먼저 내릴게.
여 어, 잘 가.
남 그래.
여 아참 오빠 이거.... 내 전화번호.
남 어?
여 뭐, 앞으로 같은 데서 일하니까 만날 수도 있고...
혹시 도움 주고받을 일 있을 수도 있고.....
남 그래. 나중에 차라도 한 잔 하자.
(E) 버스 멈추고, 내리는
남 떠나는 버스 창가에 앉은 그녀.
그녀의 머리가 희끗해 보인다.
그게...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나를 잠깐 돌아보며 미소 짓는
그녀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패여 있다.
그게.... 내 가슴을 아리게 한다.
(M) 소박했던, 행복했던 / 토이
(E)사람들 소음
여 오빠!
남 어, 교육 다 끝났어?
여 응. 아우 지겨워. 졸려 죽는 줄 알았네.
남 나이 들어서 그런지, 젊은 사람들 속도 못 따라가겠다.
여 오빠도 그래? 오빠 한때 머리 좋다는 소리 많이 들었었는데.
남 옛날 얘기지 뭐.
여 지금...바빠?
남 시간... 괜찮아. 왜?
여 차라도 한잔 마시자며. 지금... 시간이 좀 나는데.
남 그래. 그러자 그럼.
(E)찻잔 소리
여 오빠도 많이 늙었다. 옛날엔 참 잘생겼었는데.
남 ..........그래?
여 난 어때? 나도 많이 늙었지.
남 ......아니. 넌 그대로야.
남 그대로라고 얘기해준다.
알아보질 못할만큼, 변해 있는 그녀지만
그래도.... 그대로라고 얘기해준다.
그 말에, 그녀의 얼굴이 햇살처럼 환해진다.
여 치......... 거짓말.
남 곱게 흘겨보며 웃을 때의 모습은....
옛날 모습그대로긴 하다.
(M) 물안개 꽃 / 조덕배
(E)걷는 소리
여 조금 있으면 이 길에 벚꽃 피겠네.
남 그렇겠지.
여 오빠랑 꽃구경 참 많이 다녔지 그땐.
남 ........그랬나?
여 기억 안나? 산수유 피면 산수유 보러 벚꽃 피경 벚꽃 보러
가을에 코스모스 피면 코스모스 보러... 열심히도 돌아다녔잖아.
남 그래나보다.
여 너무 섭섭하게 말하네. 지나간 기억은 다 잊어버리기로 한거야?
남 그거 다 기억하면서 어떻게 사냐?
옛날 일들, 다 기억하면서 살면 못살거다 아마.
여 왜?
남 너무 그리워서.
(M) 기억이, 눈물이 / 정지찬
(E) 지하철 역 소음
남 너 2호선 타면 되지? 난 5호선 쪽 가서 타면 되겠다.
여 .....저기 오빠.
남 어.
여 우리 저녁도 먹고 가면 안돼?
남 어쩌지? 나 집식구들이랑 약속있어.
아들놈이 군대 휴가 나왔거든.
여 아, 그래? 그럼 가야지.
아유, 나두 빨리 집에 가야 되는데. 우리 그이 기다리겠다.
남 그래, 그럼 나 갈게
(E)몇걸음 가다가
남 그런데 은서야.
여 (조금 뒤에서) 어?
남 너 오늘... 생일 아냐?
(M) Memory / 김범수
(E) 식당 소음
여 이러지 않아도 된다니까. 오빠 아들 휴가 나왔다며.
남 보름 휴가니까. 아직 시간 많어.
여 그래두... 괜히 미안하게....
남 ....... 너 어떻게 된거야.
여 어?.... 뭐가.
남 생일인데, 가족들이랑 약속도 없어?
여 어, 챙겨준다고 그러는데 내가 귀찮아서.
남 은서야.
여 .........
남 너 거짓말 하면 눈 못 마주치는 거, 여전하구나.
여 ..........내가 그랬어...?
남 얘기 하고 싶지 않으면 안해도 돼.
여 .........나 이혼했어.
남 ..........
여 우리 애들. 시혁이 민혁이... 네 살 여섯 살일 때 보고
아직 못봤어. 미국에서 사는데. 옛날엔 편지도 보내주고
사진도 보내주고 그러더니. 몇 년전부턴 소식이 없네.
어떻게 컸는지, 궁금한데.
(M) 추억은 사랑을 닮아 / 박효신
여 (눈물 삼키며) 끝까지 비밀 지키려고 했는데...
내가 참 주책이지 오빠?
(E)소주 따라주는
남 마실래?
여 어. (마시고) 내가 외로웠나봐.
참 외롭다가.. 오빠 만나니까.. 많이 반가웠나봐.
생각나더라. 옛날 생각이랑...
남 그럼 혼자 산지 얼마나 된거야.
여 15년 넘었지.
남 왜... 재혼하지.
여 그냥... 내가 좀 구식이잖아. 그래도 혼자 있어야 나중에
애들 보기도 좀 더 떳떳할 것 같고 그랬는데...
남 애들 연락처는 알아?
여 주소만... 편지 보내도 답이 없어서.... 이사 갔나 싶기도 하구.
이런 얘기 그만하자 오빠. 한잔 해.
남 .........생일 축하한다.
(E) 잔 부딪치는
(M) 축복합니다 / 이승철
남 그리고 며칠 후부터
은서가 교육장소에 나오지 않았다.
(E)전화하는
여 여보세요
남 은서니?
여 어.. 오빠...
남 너 왜 안 나와?
여 나 관뒀어.
남 왜.
여 몸이 좀 안좋아서.
남 어디 아파?
여 그냥 좀....
남 병원엔 가봤어?
여 괜찮으니까.. 걱정 마.
남 지금 어딘데? 집이야?
여 .........어....
남 집이 어딘데. 내가 잠깐.. 가도 되겠어?
여 아니야. 오빠가 왜 우리집엘 와.
남 목소리가 너무 안좋으니까 걱정되잖아.
여 괜찮아. 끊을게.
(E)뚝 끊기는
남 편치 않은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잠시 후.....
(E)전화벨 소리
남 여보세요
여 (안좋은 목소리) 오빠 난데...
남 어
여 진짜 와줄 수 있어?
(M) Buio In Paradiso / Caterina Coselli
남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초라한 방안.
그곳에 그녀가 있었다.
내 옛기억이....
내 옛사랑이....
송두리째 이 낡은 방안에서
아파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여 미안해, 여기까지 오라 그래서.
남 죽 좀 사왔는데.
여 고마워.
남 어디가 어떻게 아픈 건데.
여 .............
남 병원엔 가봤어? 뭐래?
여 그냥....
남 그냥이 어딨어. 어디가 많이 안좋대?
여 오빠, 나 부탁이 하나 있는데.
남 뭐.
여 나 수술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보호자 동의서가 필요하대.
남 수술?
여 나... 보호자라고 하구 동의서에 사인 좀 해줄래?
(M) Songbird / Eva Cassidy
남 너.. 언제부터 이랬던건데.
여 나두 며칠 전에 알았어. 그냥 소화가 안되는 건 줄 알았는데.
남 누구... 아무도... 간호해 줄 사람 없어?
여 누가 있어.
남 (속상한) 너 정말....
여 나 요즘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
남 왜
여 속상해서.
진짜 속상해. 아주 가끔 오빠 생각... 하면서도
절대 안 마주치면 좋겠다, 그랬는데.
어떻게 이런 최악의 상태로 마주치냐?
남 ..........
여 그런데 더 속상한 건....
이런 상태면서... 오빠한테 자꾸 기대고 싶다는 거야.
(M) Ja Esta / Bevinda
남 초라해진, 많이 늙어버린, 약해져버린
그녀를 병실에 혼자 남겨두고
집으로 온다.
집에 와서, 밥을 먹고, 텔레비전을 보고,
과일을 먹고, 가족들과 담소를 나누고
잠자리에 든다.
하지만, 자꾸만 마음이 쓰인다.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M) 기침 / 테이
(E)병실 들어오는
남 뭐해?
여 어, 왔어. 뭐하러 자꾸 와. 바쁠텐데.
남 뭐 쓰는거야?
여 ........어. 편지.
남 누구한테.
여 우리... 애들한테.
남 답장도 안온다면서.
여 그래두... 바빠서 못쓰는 걸 수도 있으니까, 내 소식이라도
전하려구.
남 어떻게 사람 시켜서라도 찾아보질 그래.
이사갔을지 모른다며.
여 어떻게 알아봐야할 지도 모르겠구...
미국이 좀 넓어..? 대한민국 안에서도 헤어져서 못 만나고 사는데 뭐.
남 내가 좀 알아봐 줘?
여 오빠가 어떻게...?
남 한인회 쪽에 후배 녀석이 하나 있어.
여 그래 주면 고맙구.
남 그날, 병실을 나서는 나에게
그녀는 편지를 쥐어 주었다.
여 미안한데, 이 주소로 이거 좀 부쳐줘. 봉투가 없어서.....
남 그래.
여 읽으면... 안돼.
(M) 편지 - 김광진
(BG)
여 얘들아, 안녕.
한국에 있는 엄마야. 잘 지내고 있지?
엄마가 미국에 한번 들어가서 너희들을 만나봐야 하는데
너무 바빠서 시간이 통 안나네.
엄마가 하는 사업이 많이 잘 되고 있거든. 돈도 많이 벌었고.
요즘 정말 좋아. 친구들이랑 여행도 다니면서 즐겁게 지내고 있어.
너희들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지? 계절 바뀔 때는 특히 건강
조심하고, 미국에 산다고 식사 소홀히 하지 말고, 꼭 꼭 밥 챙겨먹고.
언제... 볼 수 있을까. 보고 싶구나.
(M) Foolish Games / Jewel
남 내일이 수술인데, 컨디션 어때.
여 괜찮아. 수술비 도와줘서.. 고마워.
남 뭘...
여 나 오빠한테 그런 거 받을 자격 없는데...
오빠 부인이 알면... 얼마나 내가 미울까.
남 그래서.... 나 앞으로는 못 올 것 같애.
여 .........어... 그래야지.
남 미안해.
여 미안하긴. 지금까지 해준 게 어딘데.
남 ..........
여 그럼 이제 수술하고 깨어나면 못 보겠네?
남 그럴거야. 아마.
여 미리 인사해야겠다. 고마웠어. 앞으로... 잘 살아 정말. 행복하게.
남 너도... 꼭 건강해져야 돼.
(M) 어떤 그리움 / 김범수
(E) 병원 소음, 엘리베이터 도착음
여 얼른 내려가. 더는 못 나가겠다.
남 은서야. 오늘 저녁 비행기로.... 누가 올거야.
여 응? 누...가?
남 시혁이랑, 민혁이.
여 (목메는) 응? 누가 와?
남 니 아들들. 시혁이랑 민혁이.
여 그 애들이 어떻게... 어떻게 와?
남 알아보니까, 니가 준 주소에 살고 있지 않더라.
이사간 곳으로 연락해 봤더니, 그 애들도 너 많이 생각했었대.
여 (울며) 정말? 그래서 온대? 나 보러?
남 내일 수술한다고 했더니, 최대한 빨리 서둘러서
오늘 저녁에 도착하기로 했어.
여 오빠... 고마워 오빠. 고마워. (우는)
남 그러니까, 약한 마음 먹지 말고....
수술 끝나며 씩씩하게 눈 떠 임마. 그 아이들 얼굴 봐야지.
여 그래야지. 그래야지... (우는)
남 이제... 다시 볼 일 없겠지만....
혹시라도... 죽기 전에 다시 한번이라도 보게 되면...
그땐 진짜 행복해져 있어야 된다.
여 응... 그럴게. 꼭 그럴게.
남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다.
늙고 쇠약해졌지만, 얼굴은 행복으로 빛나는 그녀가...
내 시야에서.... 사라진다.
(M) 주제음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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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소리♪ (@n1613534855)2023-07-28 14:20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79화 - 수상한 그 남자
(M) 주제음 (Way back into love - 휴 그랜트)
(E) 커피 메이커 커피 갈아지는 소리
여 아침에 출근해서
커피 메이커로 커피를 만들고
(E) 창문 여는
여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킨다.
(E) 재떨이 비우는
여 재떨이 가득한 담뱃재도 버린다.
그 녀석... 어젯밤 또 여기서
밤 샜나보다.
(E) 꽃병 놓고
여 오는 길에 한 다발 사온
프리지어를 꽃병에 꽂아본다.
이것만으로도 좋다.
작업실 분위기가 환해진다.
(M) hey boy - 서지영
여 오후 3시.
이제야 녀석은 부스스한 얼굴과
꼬질꼬질한 옷차림으로
여기 나타난다.
(E) 문 열고 들어오는
남 좋은아침....
여 아침 같은 소리 하십니다.
남 음... 좋은오후....
여 지금이 몇신데 이제 출근해!
남 어제 늦게까지 야근했단말야.
여 야근? 뭐했는데? 야근까지 했으면 디자인 원안 그거 끝냈겠네?
어디 내놔봐.
남 ..........그게 뭐 하루 밤 샌다고 될 일이냐?
여 누가 모를까봐? 또 게임한 거잖아.
남 ...........게임도 하고... 일도 하고...
여 솔직해지시지 좀!
남 아니... 그게... (생각하다 보니 화나는) 야. 여기 내 회사잖아.
내가 사장이야. 내가 내 회사에서, 게임도 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좀 늦게 출근할 수도 있는거지! 니가 왜 난리야!
(M) 니가 뭔데 - 마야
남 야... 왜 이래 또....
여 니 회사라며. 니가 사장이라며. 그래서 나 그만 다니겠다구.
남 어허~ 농담이지. 내가 사장은 무슨~
나야 얼굴 마담이지, 실질적인 CEO는 너잖아, 너!
여 됐어. 실질적인 CEO는 뭐....
고분고분하고 능력있는 직원 구해서, 잘해봐.
남 에헤이~ 왜 이러시나~
너만한 능력 가진 직원을, 그 월급 주고 어떻게 쓰냐.
여 결국 그거냐? 싼값에 쓴다?
남 어? 아..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섭하게 하시나, 윤이사!
여 이럴 때만 윤이사!
코딱지만한 회사에, 한명은 사장, 한명은 이사.
남들이 들으면 웃겠다!
남 너무 그러지 마라.
우리의 시작은 비록 미약할지라도, 언젠가는 창대해지지 않겠어?
(M) 좋지 아니한가
(E)컴퓨터 클릭하는 소리들
여 (기지개 켜는 듯) 아우, 진짜 안 풀린다.
남 커피 한잔 할래?
여 난 많이 마셨어. 너 마셔라.
(E) 커피 따르고
남 이번 꺼는 꼭 따야 되는데.
그런데 그림체가 너무 동글동글하지 않아?
여 응?
남 눈도 너무 땡그랗게 크고.
약간 유아틱해 보여서.
여 여자들 대상으로 하는 거잖아.
조금은 유아틱해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남 십대가 아니잖아. 타겟이 이삼십대 여자들인데
너무 유치해 보이면, 좀 그렇지 않나?
여 니가 여자를 잘 몰라서 그래.
여자는 나이를 먹어도 여자야. 이렇게 만화적이고 동화적인 거
좋아한단 말야.
남 너나 그렇지. 요즘 여자들은 쉬크한 거 좋아해. 섹시한 거나.
여 니가 만나는 여자들이나 그렇겠지.
남 야. (장난치는) 너 또 질투하는거야?
여 (기분 나쁜) 너 그 소리 그만하랬지.
남 질투하는 것 같은데?
여 (꾹 참으며) 그만하라구. 좀.
(M) 러브미 러브미 - 이지혜
여 녀석은 심심하면 그때 얘길 꺼낸다.
때는... 10년 전...
1997년 화이트데이.
고등학교 동창이자 미술반 동기였던 그 녀석과 내가
같은 대학 미대에 진학하게 됐고.
우리는 신입생답게
적당히 들떠 있었다.
(E) 술집 분위기
여 야, 촌놈. 용하다 너? 어떻게 니가 우리학교엘
들어오냐?
남 촌놈이라니.
여 죽어도 미술 같은 거 못하게 생겼는데.
얼굴도 까매가지구. 너 솔직히 말해.
학교 잔디 깔아주고 들어온 거 아냐?
남 어허~ 너 신성한 상아탑을 폄하하는 발언. 그런 거 좀 삼가줄래?
여 어쭈? 알았어. 인정. 한잔 하자.
(E) 쨍 잔 부딪치고
여 한잔만 했어야 했다.
그런데..............
(E)거리 소음, 비틀대며 걸어가는
여 야. 이상해. 자꾸만 전봇대가 나를 향해서 달려와.
남 니가 달려가는거겠지! 가만히 좀 있어봐.
여 아니야 아니야. 뭔가 이상해.
(헉 놀라며) 너 방금 봤어? 아스팔트가 벌떡 일어났어!
어우 신기해 어우!!!
남 ................좀 일어날래? 너 지금 땅바닥에 엎어졌거든?
(M) 어느 멋진 날 - 성시경
남 니네 집이 어딘데, 도대체.
여 우리집?
남 어! 너 어디 사냐구!
여 나? 아~ 내가 어디사냐면~
남 응!
여 니 마음 속! (까르르)
남 야, 너 장난해?
여 왜에~ 나 장난 아닌데?
남 뭐?
여 니 마음 속에 내가 살면 안돼? (꼬장 부리는) 왜 안되는데~ 왜 안되 는데~
남 아우, 된통 걸렸네. 너 주사 있었냐?
여 응. 나 특기가 주사야.
남 뭐?
여 (갑자기 엉엉 우는)
남 왜 그래 또.
여 (울며) 몰라? 이상하게.. 술만 먹으면 이렇게 눈물이 나드라구.
(엉엉 우는)
(M) 싸이 - 애주가
(E) 캠퍼스 소음
여 (멀리서) 어? 야! 촌놈!
남 ..........
(E)빨리 걸어가는, 뛰어오는
여 야, 너 왜 수업 끝나자마자 도망가냐?
남 .........
여 점심 먹자. 나 어제 술을 좀 마셨더니, 속이... 영....
남 술을..... 좀?
여 어. 나 어떻게 집에 갔냐? 누가 데려다 줬대?
남 말을 말자, 말을.
여 왜에~
남 진짜 하나도 기억 안나냐?
여 왜. 니가 나 데려다 줬어?
남 내가... 다시 너랑 술을 마시면 남자가 아니다.
여 내가 뭐, 실수했을 리는 없고. 왜 그래.
남 실수 했을 리가.........없어?
여 내가 딴 건 몰라도, 술버릇은 얌전하거든.
(M) 자아도취
(E) 강의실 문 벌컥 열고 쿵쾅대며 들어오는
여 야! 너...... (호흡 고르며) 니가 그랬어?
남 (태평) 뭘.
여 니가 그 소문 냈냐구.
남 무슨 소문.
여 니가..... (말하려다가 민망한)
남 뭐어~
여 (이앙물고 작게) 내가 뭐.. 너 좋아한다구...
(말하기도 민망한) 니 가슴 속에 살고싶다는둥... 그러면서
울구불구 난리쳤다고... 니가 헛소문 냈냐구!
남 헛소문이 아니라, 니가 그랬어.
여 뭐어?
남 그날 술 마시고 대로변에서 주저앉아 엉엉 울면서
니가 그랬다구.
여 내가 언제!!!
남 너 기억 하나도 안난다며~ 내가 목격자야. 니가 그랬어.
여 (화 참으며) 그래. 백보 양보해서 내가 그랬다 쳐.
설사,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그런 걸 소문을 내?
남 소문낸 거 아냐. 그냥 한두명한테 얘기한건데
그게 그렇게 동네방네 소문이 났나보네?
여 뭐?
남 (약올리며) 화났으면 미안해.
사실 그렇잖아. 그날이 딴 날도 아니고, 화이트데인지
뭔지 하는 날인데. 니가 사탕 하나 못받고 처량맞게 울면서
나한테 좋아한다 그러는데.....
여 야! 조용조용 말해!
남 (약간 소리 낮춰) 내가 남자로서, 너무 모른 척 하기도 그렇잖아.
그래서 선배들한테 조언을 구한 거거든.
여 그러셨어? 조언을 뭐라고 구했는데?
남 나는 은서가 전혀 마음에 없는데, 술먹고 나 좋다고 그 난리를
치더라. 마음에는 없지만, 안됐으니까 받아줘야겠냐.
여 야!!!!!
(M) 해석남녀 - 쿨
여 그게 벌써 10년 전 일이다.
어떻게 하다 보니, 집안이 괜찮았던 이 녀석은 디자인 사무실을
차렸고. 딱히 취직할 곳이 없었던 난 이 녀석 밑에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 비겁한 녀석은, 틈만 나면 그때 일을
꺼내면서 날 약올리곤한다.
남 (낄낄대고 웃고 있고)
여 (기분 나쁜) 그만 좀 웃어라. 그 얘기, 지겹지도 않냐?
남 야, 솔직히 말해봐. 너 진짜 나 좋아했던 거 아냐?
여 솔직히 말해봐? 너도 알겠지만, 나 술버릇 진짜 나쁘거든.
원래 술 마시면 아무 남자한테나 다 그래.
남 하여간.... 너 여자가 그렇게 저렴하게 굴면, 안된다고 했니 안했니.
여 니 앞길이나 잘 닦으세요. 남 걱정 말고.
남 난 이미 잘 닦고 있거든.
여 퍽이나~
남 왜 이래. 나 미나 부모님이랑 저녁도 먹었어 어제.
여 ....진짜야?
남 당근이지. 부모님이 날 어찌나 든든하게 봐주시는지.
여 너 또, 엄청난 회사 운영하는 것처럼 뻥친 거 아냐?
남 약간의 부풀림은 있었다고 할 수 있겠지.
여 큰일이다. 저번에 유미때처럼 우리 연매출액 보고 놀라서
도망가는 거 아냐?
남 미나는 유미처럼 그런 속물이 아니야.
여 아니길 바라는거겠지!!
(M) 별 - 김아중
================================================== 1부 끝
(E) 로맨틱한 음악
남 야, 이 음악 어때?
여 괜찮아
남 미나한테 프로포즈할 때 이 음악 깔아볼까?
여 맘대로 하세요
남 그나저나, 너는 연애도 안하냐?
심심하지도 않어?
여 심심하다고 아무나 만나냐?
남 왜. 취하시면 아무한테나 좋다고 하신다는 분이~
여 (다다다) 너 왜 사람이 사람인 줄 알어?
취할 땐 좀 못봐주게 굴다가도
멀쩡할 땐 제정신 차리니까 사람인거야.
취할 때나 안취할 때나 똑같으면 그게 사람이냐? 애니멀이지!
남 솔직히 말해봐. 너 혹시 나 좋아해서....
여 있잖아. 나는... 선천적으로 얼굴 까만 사람은 아주 딱 질색이야.
너처럼 입술 두꺼운 것도... 난 참을 수가 없거든.
남 다행이다. 나는 혹시라도 내가 너 상처줄까봐....
여 니가 나 상처 안주는 길은...월급 따박따박 주는거거든.
제 날짜에, 정확히 입금! 오케이?
(M) 거침없이 하이킥
여 내가 뱉은 말과, 내 마음은 전혀 다르지 않다.
난 추어도 그 녀석을 남자로 바라봤던 적이 없다.
지금 이 녀석의 회사에 다니는 것도
단지, 집에서 백수 취급 받기 싫어서일 뿐이다.
(E)술집 분위기
여 왜 갑자기 술을 먹재.
남 그냥... 이번달에도 자꾸 입금 늦어지니까
미안해서 그렇지 뭐. 한잔 하고. 우리 윤이사.
여 이런 거 사주지 말고, 그냥 현금으로나 주지.
남 에이, 분위기 없게 왜 이래. 원샷!
여 언제는 나랑 술 다시 마시면 남자가 아니더라더니
어디가서 성전환 수술이라도 받고 왔나부지?
남 마시라니까. 오늘 술 좀 받는다, 나. 한잔만 더 마시자.
여 한잔만 더 마시도록 했어야 했다. 그런데..........
남 (완전히 취해 있는) 생각을 해봐. 내가 사업을 잘하기 싫어서
못하겠어? 나는 있잖아. 잘하고 싶어. 입금도 잘하고 싶다구.
여 아우, 알았어. 야, 나 간다.
남 얌마~ 그냥 가는 게 어딨어. 나 취객이잖아.
취객을 길바닥에 버리고 도망가면, 너 벌받어.
여 얘가 왜 이래. 너 니집도 못 찾아가?
남 우리집? 우리집이..... 동쪽이더라? 북쪽이더라?
여 못살아. 내가 술은 왜 받아마셔가지구.
(M) 이효리 - 텐미닛츠
(E)부축해서 끌고 가는
여 정신 좀 차려라, 제발~
남 은서야. 사랑하는 윤은서.
여 (길게 한숨쉬고) 사랑 두 번만 했다가는 사람잡겠네.
남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아?
여 알지, 알아.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어. 눈 좀 떠 자식아!
남 (주정) 내가 진짜.. 솔직히.. 니가 좋아서...
너한테 사귀자고 할까, 생각도 했었어.
여 ......뭐? 너 미쳤냐?
남 이거봐. 니가 이럴까봐 말 못한거야 내가.
아.... 윤은서... 내가 진짜 너 좋아하는데.......
너 주려고 사둔 반지도 있어.
여 너, 이 말 후회하게 될텐데~
잘걸렸다 너~
(M) 취중진담
(E) 문 열고 들어오는
남 좋은오후......
여 ......어.
남 야, 나 꿀물 같은 거 한잔 타주면 안되냐?
머리가 뽀개질 것 같애.
여 누가 그렇게 퍼마시래.
(E) 물잔에 물 붓고, 스푼으로 휘휘 젓는
여 자.
남 그래, 너밖에 없다.
(E)마시는데
여 근데, 니가 날 그렇게 좋아했었어?
남 (푸 뿜고)
뭔 헛소리야 이게.
여 어제 그랬잖아. 나를 너무 좋아해서, 사귀자고 할까 했는데
내가 거절할까봐 말 못했다구.
남 누가? 내가?
여 응~ 나보고 그랬지? 윤은서~ 사랑하는 윤은서~
남 야. 말도 안돼.
여 나 주려고 사둔 반지도 있다며?
남 돈이 남아도냐? 너 월급도 못주는데, 반지는 무슨 반지!
여 (아랑곳 않고) 못살아 내가. 지금까지 여자들하고 오래 못간 거
다 나 때문이었어?
남 은서야, 정신 차려 제발.
여 오늘 저녁에 동문회 있지? 가서, 우리 선배들 후배들
동기들한테 상담 좀 받아봐야겠다. 불쌍한 널, 어떻게 해야 할지~
(M) 넘버원 - 보아
(E) 걸어가는데 쫓아오는
여 왜 이래~
남 야아~ 우리 미나도 같이 오기로 한 거 알잖아. 왜 그래~
여 너는 따끔하게 혼이 좀 나봐야 돼.
아니, 여자친구까지 있는 놈이, 같이 일하는 동료한테
그렇게 집적대서야 되겠어?
남 난 진짜 기억에 없다니까?
여 그냥 맨입으로 넘어가긴 좀 그런데~
남 앞으로 니 소원 한가지 들어줄게. 내가.
여 진짜지?
남 응.
여 좋아. 나 그럼 오늘 동문회 안갈래.
남 안가기까지~ 같이 가. 그냥 아까 그 얘기만 안하면 되잖아.
여 실은.... 오늘 집에 일찍 들어가야 돼. 어차피 거기 못갔어~
남 야 너~
여 간다~! 미나씨랑 잘해봐라~
여 .............라고 돌아서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녀석이 혹시.... 진짜 날 좋아하는 건
아닐까........ 어젯밤 눈빛은... 진심인 것 같았는데.
(M) 사랑하나요 - 이승환
(E) 마우스 클릭하는
(E) 종이 넘기는
남 초안 다 됐어?
여 응. 여기....
남 괜찮네. 로맨틱해 보이고.
여 근데, 색감이 약간 후지지 않어?
남 아냐. 이 정도면 훌륭해.
여 치~ 너야 맨날 훌륭하대지. 클라이언트가 맘에 안들어하니까
그게 문제지 뭐.
여 생각해 보니 그랬다.
그는 언제나 내가 한 작업에 대해서
좋은 말만 해 주었던 것 같다.
작은 흠집을 잡다가도
내가 강하게 주장을 하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혹시, 정말 나를 좋아하나.... 싶으니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M) 오래오래 - 이소은
(E)전화벨
여 여보세요? 응. 소연이구나?
아~ 지난번에 집에 일이 있어서 못갔어.
봉덕이 지 여자친구랑 갔지?
뭐?..........넌 어떻게 알았어? 그래?
난 몰랐어. 같이 일은 해도 서로 사적인 얘긴 별로 안해.
어, 그래. 모레 미연이랑 같이 보기로 했잖아. 그때 보자. 응.
(E)전화 끊고
(E)문 열고 들어오는
여 야. 있잖아. 소연이가 그러는데 너...
남 (급하게) 우리 이번에 그거 될 것 같다 은서야.
여 (덩달아 흥분해서) 뭐? 진짜?
남 응. 방금 연락왔어. 파일 수정한 거 있지.
여 어. 여기...
남 나 갔다올게.
여 어. 이따 전화해.
남 어!
(E)나가는
여 .........(한숨 쉬고) 웬일이야 이게....
그나저나... 미나랑 왜 헤어졌냐구... 못물어봤네.
어우, 나 왜 자꾸... 쟤가 날 좋아하는 것 같지?
(M) 그대이길 바래요 - 이소은
(E)건배하는
남녀 건배!
여 축하해.
남 니가 고생했지 뭐.
여 야. 이제 우리 좀 좋아지는건가?
남 그럼, 이거 한껀으로 지난 3년 동안 본 손실 그냥 만회가 됐는데.
여 이제 월급 좀 올려주는거야?
남 당연하지 윤이사.
여 막 프리젠테이션을 마치고 돌아온 녀석은
양복에 넥타이차림이다.
늘 보던 모습과 달라서
조금은 낯설면서도
또 나름대로 멋져 보인다.
내가 미쳤나보다.
이 녀석이.... 멋져 보인다는 생각을 하다니....
(M) 내가 원하는 남자 - 박지윤
여 이게 어떤 감정인지 모르겠다.
그냥.... 궁금한건지....
아니면..... 설레는건지....
아니면.... 뭔가 기대하는 건지....
남 뭘 봐?
여 응? 아니.... 그냥.....
남 나 업체 사람들 만나고 나면 오후 늦게나 들어올거야.
많이 늦어지면, 너 먼저 들어가든가.
여 알았어.
(E) 나가는
여 (혼잣말) 요즘 잡생각이 너무 많아... 왜 이러니 진짜...
(E)서랍 열고
여 스토리보드가.... 여기 어디 있을텐데....
(E) 부스럭
여 이게... 뭐야?
(E) 반지케이스 뚜껑 여는
여 반지...잖아...
(에코)
남 아.... 윤은서... 내가 진짜 너 좋아하는데.......
너 주려고 사둔 반지도 있어.
여 그렇다면..... 진짜?
(M) Everlasting - 보아 (가운데 부분)
(E)문열고 들어오는
남 야. 윤은서. 너 여기서 뭐해?
왜 아직 안 갔어?
여 물어볼 게 있어서.
남 뭐?
여 이거.. 뭐야?
(E) 반지 케이스 내려놓는
남 니가 이걸 어떻게....
여 혹시 이거.... (망설이다가) 나 주려고 산거야?
남 응?
여 아니... 니가 그때... 술 먹고....
나 주려고 반지 사둔 것도 있다고....
남 그거... 난 기억 못한다니까 너 자꾸 놀릴래?
여 아니... 놀리는 건 아니구...
남 이거.... 미나가 되돌려준거야.
여 응?
남 미나랑 싸웠거든. 동문회간 날.
여 ... 어...
남 그래서 미나가 홧김에 돌려준건데....
다시 줘야지 뭐.
여 .........아.... 그런거지?
남 안그래도 오늘 미나네 집 가려구.
이번 일 잘됐다고 하면 미나도 좋아할거야.
여 그렇지? 하긴~~
남 윤은서, 너 치사하게 그때 일 자꾸 들추면
나도 옛날 얘기 다시 한다.
여 아우, 알았어. 미안하다 미안해.
(M)
(E)차 시동 거는
여 가~
남 지하철역까지 데려다 줘?
여 아냐. 걸어갈거야.
남 그래. 먼저 간다.
(E) 출발하는
여 이 기분은 뭐지?
왜 자꾸.... 내가 차인 것 같지?
왜 자꾸.... 저 녀석 그 여자한테 못 가게 하고 싶지?
왜 자꾸.... 우울해지지?
왜 자꾸... 눈물까지 나려고 하는거야. 청승맞게.
(E)차 가고 있는(차 속에서의 소음)
남 백미러 속에서 그녀의 뒷모습이 멀어져간다.
나 지금.... 어디 가는거지?
갈 데도 없는데....
이 반지 주인.... 저 녀석.... 은선데.
(BG ) -
남 10년전 그때 그 사건.....
그녀는 그 사건의 전모를 모를 것이다.
여 니 마음 속에 내가 살면 안돼? (꼬장 부리는) 왜 안되는데~ 왜 안되 는데~
남 아우, 된통 걸렸네. 너 주사 있었냐?
여 응. 나 특기가 주사야.
남 뭐?
여 (갑자기 엉엉 우는)
남 왜 그래 또.
여 (울며) 몰라? 이상하게.. 술만 먹으면 이렇게 눈물이 나드라구.
(엉엉 우는)
남 야. 근데... 너 진짜 내가 좋아?
여 응.
남 실은 나도... 너 좋은데.....
고등학교 때부터 그랬어. 너랑 같은 대학 올라구.. 내가
진짜 실기 연습도 많이 하구 또.....
여 ..................
남 자냐?
여 .............
남 (한숨 쉬고) 그럼 그렇지....... 야! 일어나 봐. 집이 어디야~~~
(소리 멀어지며)
(M)주제음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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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소리♪ (@n1613534855)2023-07-21 19:50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70화 - 선생 김봉덕
(M) 주제음
남 나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게
좋았기 때문이다.
물론 난 지금
누군가를 가르치고 있긴 하다.
(E) 차 밖에서 빵빵~!
남 아니죠 아니죠. 그렇게 갑자기 핸들을 돌리시면 안된다니까.
여 갑자기 돌린 거 아닌데.
아까부터 깜박이 계속 넣고 있었는데.
남 끼어들라고 비켜줄 땐 우물쭈물 못 들어가다가
갑자기 홱 들어가면 어떡해요.
그러다 사고나요.
여 언제 끼어 들어야 되는지 모르겠단 말이에요.
남 다시 한번 해 봐요.
자, 깜박이 넣고.
(E) 깜박깜박....
남 끼어 들어요.
(E)끼익 -
여 (깜짝 놀라며) 엄마야....
(M) 엄마야 - 신승훈
(E) 어디론가 와서 멈추는
남 비상등 켜세요
(E) 비상등 소리
여 아니... 쌩쌩 달리는데 거기서 어떻게 들어가요
남 그렇다고 그 대로변에서 멈춰서요?
사고 날 뻔 했잖아요.
여 사람이... 뭐 뒷통수에도 눈이 달렸어요?
옆에 안테나 달렸어요? 앞뒤 양옆을 어떻게 다 보냐구요.
남 못보겠으면 운전을 하지 말아요
여 이거봐요. 무슨 말을 그렇게 기분 나쁘게 해요?
남 이거...봐요?
여 그래요. 그게 어때서요?
남 그쪽이 보기에 내가 그냥 한낱 도로주행 운전강사로밖엔
안보이겠지만요. 나도 엄연히 선생님이에요.
그쪽이 모르는 거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라구요.
(M) 선생님 사랑해요 - 한스밴드
여 (어이없어 웃는) 참나....
남 왜요? 왜 웃는데요?
여 그래요. 그쪽, 아니 선생님 말이 맞아요.
그런데요. 선생님이면 선생님 답게, 학생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가르쳐 주셔야 되는 거 아닌가요?
남 ..... 잘 가르쳐 주고 있잖아요
여 이게 잘 가르쳐 주는 거에요?
계속 윽박지르구, 왜 이것도 못하냐, 이럴거면 하지 말아라....
이런 식이잖아요.
남 (할말 없는) 그거야... 그쪽이 워낙 재능없는 학생이니까...
여 아니, 학생들 중에는 재능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는거죠. 그럼, 선생님이 재능 있는 학생만 이뻐하고
좀 떨어지는 학생은 막 구박해도 돼요?
남 (할말 없고) 운전은 못하는데, 말 하난 잘하네.
여 (똑떨어지게, 약간 얄밉게) 그럼 시작하죠. (강조) 선생님.
(M)
남 내가 하는 일은, 개인적으로 운전 연수를 시켜주는 일이다.
일당 3만원을 받고 하는 일이라
일이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다.
(E) 전화벨 소리
남 (막 잠에서 깬 듯) 여보세요.
여 (약간 먼 전화감으로, 앞의 목소리 톤과는 사뭇 다르게 우아하고 지 적인 톤으로) 안녕하세요. 거기 김민규 학생 댁이죠?
남 네, 그런데요.
여 네~ 민규 아버님 되세요?
남 아뇨. 삼촌인데요.
여 아.... 혹시 민규 부모님은 지금 안계신가요?
남 두 분 다 지방이 직장이라, 주말 돼야 올라오시는데요.
여 아... 그러시구나....
남 누구세요?
여 아...네... 저는 민규 담임선생님인데요.
남 (태도 돌변) 아이구, 선생님이세요?
여 네. 민규 부모님께 드릴 말씀이 있는데...
혹시 삼촌께서라도 학교에 나와 주실 수 있으실까요?
남 우리 민규가 또 사고...(하다가 멈칫하고, 목소리 톤 정돈해서 점잖게)
좋지 않은 일이라도 저질렀나요?
여 자세한 건... 나와서 얘기하시죠.
(E)전화 끊고
남 민규 이노무 자식! 하여간, 간만에 좀 쉬는데!!!
(M) 마리아
(E) 교무실 문 드르륵 열고,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가는
남 저..... 혹시 김민규...
여 네?
남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여교사가
반짝 눈을 들어 나를 보았다.
순간 우리 둘 다 헉....소리를 낼 만큼
깜짝 놀랐다.
여 아니... 여긴 어떻게....
남 저는 5학년 3반 담임선생님 좀 뵈러 왔는데.....
여 .....전데요.
남 네? 우리.. 민규 담임선생님이 그쪽... (깨닫고는 흠칫 놀라며, 정중)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여 그럼 민규 삼촌이세요?
남 .....그게.....그런가 봅니다.
(M)수필과 자동차 - 공일오비
(E) 컵 놔주는
여 오느라 수고하셨을텐데, 일단 이거 한잔 드세요.
남 (경직) 감사합니다 선생님.
여 뭐, 서로 선생님이긴 마찬가지잖아요.
남 아뇨... 제가 무슨....
여 (거만하진 않게, 약간 장난 톤으로)
왜요? 모르는 거 가르쳐 주는 사람이면 선생님이라고...
그러셨잖아요?
남 제가요? 제가... 왜 그랬을까요...
여 (풋 웃고) 참 이런데서 만날줄은 몰랐네요.
남 제말이요. 알았으면 제가 안 그랬을텐데.
(조심스레) 우리 민규가... 뭐 말썽 피웠나요?
여 실은요, 민규가 자꾸 수업을 빼먹고 놀러다녀요.
남 예??
여 얼마 전에도 학교 앞 피씨방에 있는 걸 데려온 적이 있거든요.
남 아..... 자식...
여 게임중독증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게임에 집착을 하고 있어요.
수업에 집중도 잘 못하고.... 주위가 산만한 편이구요.
남 알겠습니다. 제가, 오늘 들어오면 그냥 정신 번쩍 들게
혼구멍을 내주겠습니다.
여 그러시면 안되죠. 평소엔 부모님도 집에 안 계셔서
마음 줄 곳도 없는 모양인데. 삼촌께서도 아이를 살뜰하게
돌봐줄 것 같지는 않아 보이구요. 그런 애를 잘못했다고
그냥 몰아붙이면 오히려 더 비뚤어질 수 있단 말이에요.
(M) 겨울 사랑 - 가비앤제이
(E) 시동 거는 소리
여 어떻게... 민규랑 얘기는 잘 해 보셨어요?
남 그냥 어젯밤에 술 한잔 하면서 이런 저런....
여 네?? 술요??
남 아니.. 술은 저만 마시구요
민규한텐 쥬스 줬습니다 쥬스.
여 네. 오늘 민규 표정이 좀 밝아진 것 같더라구요.
수업도 잘 들었구요.
남 (기쁜) 그래요?
여 아무래도 부모님과 떨어져 있는 아이들은
관심을 더 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어요.
좀 더 세심하게 보살펴 주셔야 할 거에요.
남 네 선생님. 진짜 감사합니다.
그럼, 출발해 볼까요?
(M) 출발 - 어떤날
(E) 여기저기서 빵빵대는 소리
남 (꾹 참으며) 아뇨아뇨. 핸들을 이리저리 틀지 마시구요.
그냥 가볍게 손만 얹어놨다 생각하시고.....
(E) 순간 요란하게 빠앙~~
남 아니..... 그거를 그렇게 놔버리면 어떡하십니까?
여 손만 가볍게 얹어놓으라며요.
남 아니 그런 느낌으로, 핸들을 고정하라는 거죠.
여 아우, 무슨 차들이 이렇게 많아요?
남 ........선생님. 도로라는 데가 원래 차가 많은 곳입니다.
여 ........네
남 자 그럼 저쪽에서 유턴 한번 해볼까요?
여 (긴장) 네? 유턴요?
남 자, 멈추고. 신호 바뀝니다. 자..... 서서히 핸들 돌려보세요.
여 ............
남 (?) 핸들 돌려보세요
(E) 빵빵대는
남 뒤에 차들 기다리잖아요. 얼른 핸들 돌려봐요. 이렇게.
여 (갑자기 버럭 소리지르며) 하지 마세요. 나, 유턴은 못해요.
(M) 사랑안해
(E) 차 어딘가에 멈추는
남 유턴을 안하시면 어떻게 운전을 하시겠단 거에요?
여 좀 돌아가더라도 길을 찾으면 되겠죠 뭐
남 유턴, 안 어려워요. 핸들 부드럽게 돌리면서.....
여 글쎄... 저는 다 해도 그건 못하겠단말이에요.
남 아 글쎄 왜요.
여 그냥...... 어지러워요.
남 예?
여 유턴 빼고 다 잘하면 되잖아요.
맞다, 저 주차 배울 차례죠.
(E) 시동 켜고
남 잠깐만요. 천천히.
(E) 차 어딘가로 들어가는
여 이렇게...... 저 잘하죠. (웃고) 별 거 아니네 주차.
(E) 쾅 부딪치는
(M) 바람아 멈추어다요 - 러브홀릭
여 죄송해요....
남 괜찮아요. 제가 아는 형 공업사에 맡겼는데요.
큰 거 아니니까 그냥 해주기로 했어요.
나중에 제가 그 형 술 한번 사 주면 돼요.
여 그래두.... 어떻게... 죄송해서....
남 선생님두 우리 민규 때문에 속 썩으셨잖아요.
그냥 한번씩 속 썩였다고 생각하죠 뭐.
여 그래두... 미안한데.... 이거 처리하느라구 식사도 못하셨잖아요.
제가 밥이라도 살께요.
(E) 찌개 보글거리는
여 많이 드세요
남 안 이러셔도 되는데.... 그럼 잘 먹을께요.
여 사범대 나오셨다면서요.
남 네? (먹다가 당황하고) 우리 민규가 그래요?
여 네.
남 이 자식... 쓸데없는 얘길 다하구...
여 원래 임용고시 준비하다가 잘 안되셨다구....
집안 사정이 별로 안좋아지셔서, 공부 중단하고 지금 일 하고 계신다
고 그러던데요?
남 하하..... (당황) 민규가 저 안 닮아서 입이 가볍네요.
여 친절한 선생님은 못되더라도
학생들 참 위해주는 선생님은 되실 것 같은데.
남 .....네?
여 공부를... 다시 해 보.지 그러세요.....
(M)
-------------------1부 끝
남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고
형과 형수마저
지방으로 일하러 나가야 할 사정이 되고 보니
내 꿈은 어느새 잊혀져가고 있었다.
그런데, 공부를 다시 해 보라는 그녀의 말을 듣고 나니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참 고마웠다.
(E) 전화통화음
여 여보세요
남 네, 선생님. 저 김봉덕입니다.
여 아...네... 안 그래두 연락 한번 드리려고 했는데.
남 운전은 잘 하고 다니세요?
여 아뇨. 제 실력 아시잖아요.
남 그러게요. (웃음) 그 실력으로 어떻게 면허는 용케 따셨어요.
여 따면 뭘해요. 10년 넘게 장롱면헌데.
남 아직도 유턴 못하세요?
여 ................네
저 다시 한번 가르쳐 주시면 안돼요?
남 그게.... 저 이제 주행강사 안해요.
여 왜요?
남 그때 선생님이 그러셨잖아요. 공부 다시 한번 해보라구요.
여 .....다시 시작하기로 하신거에요 그럼?
남 네. 사실 제 형편에 지금 공부 다시 하는 거
사치라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지금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요.
(M) 나는 문제 없어
남 학원에 등록하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열심히 공부하는 날들이 계속됐다.
(E) 전화 진동 소리
남 (작게) 여보세요.
여 저에요. 윤은서. 지금 공부하시는 중이세요?
남 (작게) 잠깐만요...
(E) 소리 죽여 나가는
남 (크게) 됐어요. 웬일이세요?
여 저 노량진 근처에 왔다가요....
여기서 공부하고 계시는 거 맞죠.
남 네.
여 실은..... 제 친구 중에도 임용고시 공부했던 애들이 있어서요.
수험서랑 노트필기한 거랑.... 그런 거 가져와봤는데....
그냥.. 혹시 필요하실까 싶어서요.
남 네? 저야... 너무 감사하죠.
여 그럼.... 잠깐 나오실래요? 좀 많아서요.
(M) Evergreen- PK.헤만
(E) 나오는
남 선생님.
여 어머. 그새 얼굴이 많이 빠지셨네요? 공부 열심히 하시나봐요.
남 네. 형이랑 형수한테 신세 지면서 하는 공부니까
죽어라 해야죠. 요샌 민규한테 미안해요.
여 민규는 걱정 마세요. 요즘 수업 끝나구요, 민규처럼
부모님이 집에 안 계신 애들 몇 명 데리구, 자율학습 같이 하거든요
남 .....정말요?
여 어젠 민규랑 저녁도 같이 먹었는데요? 얘기 안해요?
남 어젠 제가 너무 늦게 들어가서... 얘기할 틈도 없었어요.
여 민규 문제는 일단 걱정하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하세요.
남 .....이거... 너무 미안해서.....
여 저도 책임감 느낀단 말이에요.
사실 그냥... 한번 해본 말인데... 진짜로 하던일까지 접고
공부 다시 시작하실 줄은 몰랐거든요.
남 ......늘 마음 속으로 그러고 싶었는데요.
누구 하나 저한테 그러라고 하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그냥.... 안되는거지...하고 지레 포기하고 살았어요.
여 .........네
남 그런데 그날 선생님이 그렇게 얘기해주니까요.
영 안되는 일은 아닌가보다.... 싶으면서 참 기분이 좋더라구요.
(M) 나만 시작한다면 - 이오공감
남 힘든 몇 계절이 지났다.
그 사이에 민규의 담임 선생님은 바뀌었지만
그녀는 언제나 살뜰하게 민규를 돌보아주었다.
그게 나에겐 언제나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친구라고 칭하면서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이 되어 있었다.
(E) 라면 먹는
남 밤중에 웬일이야?
여 갑자기..... 편의점 라면이 먹고 싶어서.
남 라면 먹고 싶어서, 공덕동에서 노량진까지 와?
여 .....혼자 먹긴 좀 그렇잖아.
남 노처녀라서 라면 같이 먹을 친구도 없구나?
여 누가 그렇대? 수험생 심심할까봐 와줬더니...
남 지난번에 선봤다는 건 어떻게 됐어?
여 뭐 그렇지...... 난 선봐서 결혼하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제일 존경스러워. 어떻게 그러지?
남 그녀가 선을 본다고 하면 괜히 신경이 쓰이고
잘 안됐다고 하면, 마음이 놓였다.
속으로 좋아하고는 있지만
지금 내 처지 때문에
아무 말도, 아무 내색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M) 사랑한다는 흔한 말 - 김연우
(E) 거리 걷는
남 아직도 운전 안해?
여 ........ 그렇지 뭐...
남 하나만 물어보자. 너, 빈혈있어?
여 아니? 왜?
남 그런데 왜 유턴을 못해? 어지럽다며.
여 .........나 있지, 실은 어렸을 때 교통사고 당한 적이 있는데.
그때 차가 유턴을 했었어. 차가... 빙글 돌아가는데....
갑자기 앞이 하얘지는 것 같더라구. 그리고 정신 차려 보니까
우리 오빠가 사라져 버렸어.
남 .......정말?
여 그 이후로 우리집 식구들은 아무도 운전을 안해. 아니, 못하지.
남 .........
여 그런데 그렇게 살기 싫더라구.
나라도 운전을 배워야겠다, 싶어서 나선 거였는데.
다 해도, 유턴만은 못하겠더라.
앞이...... 하얘지는 것 같아서.
(M) 희재 - 성시경
(E) 몇걸음 걷다가 멈추는
남 ............울어?
여 ............
남 미안해. 나는 그냥.....
여 ...........
남 그대로 선 채 어깨를 들썩이며 우는
그녀를 두고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곁으로 가 그녀를 안아주었다.
남 기억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기억은 술 같은 거야.
지금은 너무 기억이 너무 독해서, 거기서 헤어나오기 힘들 것 같지?
그치만 속이 쓰리고 머리가 아파도, 한잠 자고 나면 독한 술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기억도 그런거야.
그렇게, 사라질 수밖에 없는거야.
(M) 기억속으로 - 이은미
(E) 바다 파도 소리
여 갑자기.... 바다는 보러 오재.....
남 그래두 기분 좀 풀리지?
여 .........몰라. 자기가 택시비 낼 것도 아니면서.
차비 10만원 넘게 나온 거 알지?
남 그러게 운전을 배우지 그랬어.
여 치.....
남 저거 봐. 해 뜨잖아.
진짜 이쁘지.
여 ..............멋지네... 이럴 줄 알았음 카메라 가져올걸.
남 저 장관을.... 10만원 주고 어디 가서 사겠어.
여 .....(훗 웃고) 내가 10만원 짜리 일출 보여줬으니까
공부 열심히 해서, 꼭 합격해야 돼.
(M) 겨울 바다
남 그리고, 그해 겨울.
(E) 전화 버튼 누르는 소리
여 (조급한) 수험 번호 눌러야지.
남 어....
(E) 누르는
여 뭐래?
남 ............
여 응? .............안됐대?
남 ............
(E) 전화기 접는
여 .........안된....거야?
남 괜찮아. 어차피 기대도 안했는데 뭐.
여 봉덕아...
남 나 먼저 갈게. 나중에 봐.
(E)걷는데, 따라 뛰어오는
여 기대를 안하긴 뭘 안해.
니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얼마나 지독하게 노력했는지,
내가 제일 잘 아는데.
(E) 걷기만
여 ........한번 더 하면 되지 뭐. 이게 그만큼 어려운 시험이잖아.
내가 도와줄게. 응?
남 니가 왜!
여 .....응?
남 니가 뭔데. 니가 내 여자친구야? 니가 왜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도와주긴 뭘 도와줘, 니가 뭘 도와줄 수 있는데!
여 ......
남 (추스르며) 그러니까 나 먼저 간다고 했잖아..... 미안하다.
(E) 몇걸음 가는데
여 뭘 도와줄 수 있냐구? 옆에 있어줄 수 있어.
남 ........
(E) 걸음 멈추는
여 니가 어떤 상황에 있어두, 난.... 그 옆에 있어줄 수 있어.
내가 왜..... 그동안 그 많은 선자리..... 한번도 안나갔는데. 왜!
(M)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습니까
(E) 바람 부는
남 그 세찬 바람이 불던
거리 한 가운데에서
나는 또 한번 울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아야 했다.
울고 싶은 사람은 나였는데
그녀를 울리고 말았다.
난 다시, 울고 있는 그녀를
안아주어야 했다.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몇 번이고 되뇌이며.
(M) 성시경 - 거리에서
(E) 차 가는 소리
남 자... 여기서 멈추고......
(E)차 서서히 멈추며
남 이제 유턴.....
여 못하겠어.
남 해 보라니까. 자, 유턴!
(E) 서서히 가는
남 잘 하네. 조금만 더. 그렇지...
야야. 눈 뜨고. 눈을 왜 감어.
여 무서우니까 그렇지
(E) 뒤에서 빵빵대는 소리
여 어떡해.....
남 괜찮아. 지들은 뭐 태어날 때부터 잘했어?
그대로 돌아봐. 됐다.... 됐다..... 됐다!!!!
여 정말.... 내가 한거야?
남 그래. 정확히 유턴.......
(E)차 가는
여 나 저쪽 가서 다시 한번 유턴할래.
남 (약간 난처한) 안돼. 나 가서 공부해야 돼.
여 안돼. 지금 이 감으로 다시 해봐야 된단 말야.
남 알았다, 알았어.
(E) 붕 가는 -
남 우리는 유턴한다.
당연한 희망을 가졌던 어린 날로.
머뭇거림없이 당당하던 그때로.
우리는, 함께,
유턴한다.
(M) 주제음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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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소리♪ (@n1613534855)2023-07-21 11:15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63화 - 너에게 간다
(M) 너에게 간다
(E) 토스트 툭 구워져 나오는
남 아침은 언제나
막 구워져 나온 토스트다.
(E) 우유 컵에 따르고
남 차가운 우유 한잔을 마시고
정신을 말갛게 깨운 후
집을 나선다.
(E) 차가 와서 멈추는
남 난 하루 종일
내 힘으로 하는 일이 별로 없다.
남의 손으로 운전하는 차를 타고 출근을 하고.
(E) 현관문 여는
남 남의 손으로 열어주는 문을 통과해
회사로 들어간다.
(E) 또다른 문 열고 들어서면
남 그리고 오늘의 일정 역시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듣게 된다
여 오전 9시에 임원회의가 있으시구요,
11시엔 현장으로 이동하십니다.
그리고 오후 3시엔...
차세대 기업인 세미나가....
남 잠깐. 새로 왔나?
여 아뇨. 일주일 됐는데요.
남 그랬나? 지금까지 비서들이랑은 분위기가 좀 다르네.
여 네?
남 비서실장이 외모는 안 보고 사람 뽑나 보네 요샌.
여 ...... (참는 느낌) 그럼 계속하겠습니다.
남 오늘 내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난 얼굴도 잘 모르는 새로 온 비서에게
브리핑을 받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M) 도시인 - 넥스트
(E) 똑똑 두드리고
남 들어와
(E) 걸어와, 커피 놓아주는
여 커핍니다.
(E) 걸어 나가는
(E) 한 모금 마시고
남 이거 봐
여 네?
남 이거 그쪽이 탄 거야?
여 네. 그런데...?
남 다시 타 와. 커피맛이 왜 이래?
여 맛이.. 별로세요?
남 별로니까 다시 타오래지
맛있으면 그러겠어?
여 .........네. 알겠습니다.
(E) 문 닫고 나가는
남 커피 맛은 그냥 그렇다.
사실, 커피맛이 어떤 게 좋은건지
난 잘 모른다.
아침부터 그저 이유 모를 심통이 솟아
어딘가에 대고 풀고 싶었던 것 뿐이다.
(M) 위드커피
남 재벌까진 아니지만
난 아버지 덕분에
젊은 나이에
작지 않은 규모의 사업체의
이사 자리에 앉아 있다.
어려서부터 어떤 어려움도 없이 자라서일까.
난 무서운 사람도 없고.
세상에 두려울 것도 없다.
(E) 똑똑 노크, 들어오는
여 커피, 다시 타왔습니다
(E) 내려놓는
(E) 마시는
남 뭐야 이게.. 똑같잖아.
여 또, 마음에 안 드십니까?
남 니가 마셔봐.
여 .... (아무렇지 않게) 네. 그러죠.
(E) 벌컥벌컥 마시는
여 전 아주 맛있는데요.
남 (기막힌) 너..너..지금 뭐하는거야?
여 저보고 마시라고 하셔서, 마신 건데요. 뭐가 잘못됐나요?
남 야...너....
여 명찰 보이시죠? 제 이름은 윤은선데요.
암만 부하직원이라고 해도, 이름 정돈 불러주셔야죠.
(M) 내 이름은 김삼순 OST 중
남 아직까지 내게
저런 식으로 따박따박
말대꾸를 했던 사람은 없었다.
남 이거 봐, 이름이 그렇게 불리고 싶으면
집에 가서 그쪽 엄마한테 불러 달라 그래.
여 뭐라구요?
남 무슨 말인지 몰라? 당신 해고라구.
여 ......그래. 내가 나이 먹어서 어렵게 구한 연봉 높은 일자리긴 하지만
너처럼 인간 같지 않은 놈 비서나 하고 있을 순 없지.
알았다. 관둘란다.
남 당신 뭐라 그랬어. 지금 나한테 반말했어?
여 왜? 내가 반만하면 안되냐?
너는 내 얼굴 볼때부터 한마디도 안 빼고 말 똑똑 잘라먹었잖아.
남 아니, 이 여자가!
여 이 여자가 뭐!
니가 니 아버지 잘 만나 이 회사에선 왕자처럼 이러고 있는지는 몰라두,
너 할 줄 아는 거 뭐 있냐?
죄다 남의 손 빌려서 하면서 똥폼만 잡고 말이야.
남 뭐?뭐?
여 다들 너보구 뭐라 그러는지 알아?
싸이코래 싸이코. 완전 구제불능 사이코!
(M) 싸이 - 새
남 잔뜩 열이 받은 마음을
겨우 진정시키고
회사밖으로 나왔는데.
저만치에 그 여자가 걸어가고 있다.
난 얼른 차에 올라타
그 곁으로 갔다.
(E) 차 붕 와서 멈추는
남 이거 봐. 집에 가나?
여 간다. 왜!
남 아주 막나가시는구만?
여 어차피 엎지러진 물인데 뭘.
남 지금이라도 나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내가 용서해 줄게.
여 .....정말이세요?
남 그렇다니까? 싹싹 빌어봐 어디.
여 (감격) 고맙습니다. 저 그럼 복직 되는 거에요?
앞으로 안까불고 정말 충성봉사할께요. 커피도 맛있게 타구요....
(돌변)...라고 할 줄 알았냐? 웃기시네.
남 야!
여 (씁!) 어린노무 자식이! 너 듣자하니 77이라며?
나 75야. 어따 대구 누나한테. 너 까불지 마!
(M) 누나의 꿈
남 그리고 몇 달 후.
그때 일을 까맣게 잊었을 때 쯤.
난 친구들과
스키장에 가게 됐다.
그곳에서, 난 또다시
그 여자를 보게 됐다.
여 (조금 멀리서 외치는) 병아리 스키 교실 선착순 100명 모집하는데요.
이제 스무명 남았습니다. 곧 마감되니까 얼른 얼른 오세요.
(E) 걸어오는
남 오랜만이었지만
그녀의 얼굴은 금방 기억이 났다.
남 겨우 이런 일 하려고 그 잘난 척을 하셨어?
여 누구세요?
남 지금처럼 조금만 친절했어도, 내 회사에서 안짤렸을텐데 말이야.
여 (알아보고) 어~ 난 누구시라고. 여긴 뭐하러 왔을까? 물 버리게.
남 뭐?
여 비켜줄래? 나 지금 일하는 중이거든?
남 너두 참.. 늙어서 큰일이다.
보아하니 빈티가 팍팍 나는 게 돈은 좀 벌어야 되는 모양인데.
그 성질머리로 어디 진득하니 붙어서 일할 것 같진 않고.
여 뭐?
남 그래, 비켜줄테니까 병아리 스키 교실인지
올챙이 스키교실인지 열심히 해봐라.
(낄낄 비웃으며 가는)
여 (뒤에서) 어우 재수 없어. 저런 걸 이런데서 왜 또 만나서... 어우 왕재수!
(M) 바보 - 김건모 (이 바보야~)
(E) 스키장 씽씽 내려오는
남 그날 밤.
난 야간스키를 타기 위해
최상급자 코스로 올라갔다.
난 스키라면 자신있었다.
(E) 스키 빠르게 내려오는
남 그러던 중 사고가 생겼다.
잠시 중심을 잃고 만 것이다.
(E) 눈 위를 구르는
남 눈 깜짝할 사이에
난 굴러 떨어졌고
잠시 뒤
정신을 차렸을 땐
다리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난 혼자 남겨져 있었다.
(M) 한영애 - 누구 없소 (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소)
남 휴대폰은 저만치에 떨어져 있었지만
난 그것을 집으러 갈 수 조차 없었다
눈은 차가웠고
점점 다리에 감각이 없어지고 있었다.
설상가상...
졸음까지 몰려왔다.
(E) 씨잉~ 누군가 와서 멈추는
여 (좀 멀리서, 아련한 느낌으로) 이거 보세요. 정신 차려요.
남 사..살려주세요.
여 뭐야... 왕재수잖아?
남 살려..주세요....
여 어우, 얘랑은 왜 이렇게 엮이는거야. 짜증나게.
남 그 여자였다.
아픈 날 그렇게 구박하는 걸 보니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일단 살고 봐야 했다.
남 살려...주세요... 누나...
(M) 사랑해 누나
남 눈을 떴다.
병실이었다.
다리는 붕대로 칭칭 감겨 있었고.
머리는 뜨거웠다.
열이 나는 것 같았다.
남 물.....
여 증말.. 골고루 찾는다.
(E) 물 컵에 따라주는. 마시는.
남 나, 여기 어떻게 온건데...
여 이게 또 말을 슬며시 놓네.
아까까진 누나.. 살려주세요. 이러면서 울고불고 난리더니?
남 (힘은 없는) 내가 언제...
여 니가 그렇지. 니가 이 꼬라지로 살고 있으니
니 친구들도 다 너를 외면하는 거 아니겠어?
내가 콘도측에 연락해서 너네 일행들한테 너 다쳤다고 얘기했는데
한놈도 안온다. 다들 술먹느라 정신 없어서.
남 이 자식들이...(하다가) 아!!!
여 그러니 제대로 살란말이야 제대루.
그놈들이 너 보고 여기 따라온 줄 알어?
너 따라오면, 좋은데서 맛있는 거 먹고 한판 잘 놀다 갈 수 있으니까
그냥 따라온거지.
남 맞는 말이다. 내가 몰랐던 사실들은 아니다.
여 실속 없는 놈. 니네 회사에 전화해서 니가 수족처럼 부리는
비서들이나 득달같이 달려오라 그래라. 난 간다.
남 그녀가 뒤를 돌아 나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M) 킬리만자로의 표범
(M) 그대로 깔리며 -
남 (분위기 잡고) 저기... 안 가면... 안돼?
여 뭐?
남 아침에... 사람들 올 때까지만... 여기 있으면 안될까?
여 왜?
남 나... 조금... 외로워서.
여 놀고 있네.
(M) 뚝 끊기는
여 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
나 아침부터 일해야 해서 피곤하거든?
남 있어주면.... 복직시켜줄게.
여 이건, 말끝마다 복직 복직. 미안하다 그럼 복직시켜준다더니
이번엔 니 시중 들어주면 복직시켜주는거야?
남 .........
여 내가 진짜 아픈 사람이라 봐주는 거야.
(E) 자리에 앉는
여 잠이나 자. 난 책 좀 읽다 갈거니까.
(E) 책 넘기는
남 무슨 책인데?
여 알아서 뭐하게.
남 그냥 궁금해서.
여 깊은 슬픔이다. 니가 소설을 아냐?
남 ..... 잘 모르겠는데.
여 그렇지이. 무식해 가지군....
남 내가 왜 무식해?
여 무식하잖아. 너 회의 때두 임원진들이 하는 말 하나도 못 알아듣는다며.
외국에서 영문 팩스오면 발음기호까지 다 달아서 해석해 놔야 된다고
그러더라?
남 그만해.
여 족집게 과외를 그렇게 붙여도
대학을 세 번이나 떨어지고, 니네 아빠가 잔디 깔아줘서 대학 간거라며?
남 (화내는 건 아니고) 그만 하라니까 참... 말 안듣네.
남 말끝마다 나를 공격하고 무시하는데
이상하다. 왜 그런 그녀가, 밉지 않을까.
(M) 러브액츄얼리 OST
남 서울의 대학 병원으로 옮겨 가자는 걸
내가 거절했다.
그리고 그냥 이곳에 얼마 간 머물기로 했다.
(E) 절룩이며 걸어가는
남 윤은서.
여 왜 왔어 여긴? 그 다릴 해서는?
남 밥은..먹었어?
여 그냥 어묵 꼬치 몇 개 먹었는데? 왜?
남 안먹었으면 같이 먹자구. 내가 스카이라운지 예약해뒀어.
여 너랑 먹다 체할 일 있냐?
남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 그래. 나는.. 혼자 밥 먹는 거 싫단 말이야.
여 나는 있잖아. 어리광 부르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싫거든.
남 알았어, 그럼, 어묵 꼬치 몇 개 더 먹어. 나도 그거 먹을테니까.
여 왕자님이 웬일이셔. 서민들 먹거리를 다 먹겠다 그러구.
(E) 어묵 꼬치 먹는
남 아, 뜨거....
여 왜 서울 안 가... 회사 안가봐두 돼?
남 어차피.. 나 없어두 잘 돌아가는 거 알잖아.
여 그건 그렇지.
남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여 말해
남 나 어때?
여 뭐?
남 나, 이상하게 니가 맘에 드는데. 나 어떠냐구.
(M) 넌 내 여자니까 - 이승기
여 (깔깔대고 웃는) 왜 이래, 징그럽게.
남 징그러워? 너 나랑 사귀고 싶어하는 여자애들이 시청에서 광화문까지야.
여 알어. 너 돈 많잖아.
남 그런데?
여 우리 엄마 지론이 돈 많은 남자하곤 절대 어울리지 말아라야.
남 왜?
여 우리 엄마가 그러다 차였거든. 우리 엄마 나 때문에 인생 참 이상하게
꼬였지 뭐.
남 그럼, 아버지가 누군지 몰라?
여 나야 모르지. 무지하게 부자라는 것밖엔.
부자면 뭘해? 지 자식이 어디서 어떻게 자라고 있는 줄도 모르는데.
진짜 가져야 할 건 다 잃어버리고 사는 사람이니, 불쌍하지 뭐.
(M) H 유진 - 날 사랑하지 마요
(E) 책장 넘기는
남 태어나 처음으로, 소설책을 읽었다.
처음으로, 돌아서서도 누군가를 생각하게 됐고.
누군가가 무서웠다.
그녀에게 다가가는 게
그녀에게 거절당하는 게
두려웠다.
(E) 청소하는
남 청소까지 다 해? 이렇게 일하면 얼마나 버는데?
여 한달에 80
남 에? 80? 그거 받자고 한달 내내 이렇게 일한다구?
여 염장 지르지 말고 안 도와줄거면 비킬래 좀?
남 내가 80만원 줄게, 이거 하지 말고 나랑 놀아주면 안될까?
여 안되거든요.
남 돈 모아서 뭐하려고 그러는데.
여 여행 가려구.
남 .....여행? 어디로?
여 티벳
남 뭐? 어디?
여 티벳....
남 나 원래 그렇게 살아. 한 일년 열심히 일해서 돈 모이면
여행가고. 갔다 와서 또 일하고. 그렇게.
(M) 비밀의 화원 - 이상은
남 그럼... 티벳인지 어딘지.. 거긴 언제 가는건데.
여 다음달
남 가서 언제 오는데?
여 모르지, 돈 떨어질 때까지 여기저기 여행 할 거니까.
남 그런게 어딨어!
여 뭐?
남 아니, 혼자 돌아다니면 위험하고. 또...
여 너는 운명을 믿냐?
남 운명?
여 좀 고리타분해도, 난 운명이 있다고 믿거든.
내 운명은, 그렇게 물처럼 흘러다니는 거라고 생각해.
남 말도 안돼
여 왜 말이 안돼. 니 운명은.... 니 노력 하나도 없이
그렇게 남들에게 대접받고
니가 하고 싶은대로 다 하고. 그렇게 사는 거잖아.
나는, 너 같은 행운 대신... 자유를 가졌어.
(M) 마법의 성 (자유롭게~)
남 그녀가 곧 떠날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후부터는
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처음으로, 내가 갖고 싶은것을
가질 수 없게 될 거란,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녀가 없으면, 두고두고 아쉽고.. 가슴이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 (기막힌) 뭐?
남 가지 말라구. 티벳인지 어딘지.
여 가지 말고.
남 나랑.. 결혼하자.
여 이거봐요 왕자님. 정신 좀 차리세요.
남 왜. 나 이거, 그냥 쉽게 하는 얘기 아니야.
나도 며칠밤 잠못자고 고민하다가 꺼낸 얘기야.
여 나 좋아해?
남 그런 것 같애.
여 나도 니가 나쁘진 않아. 첨엔 정말.. 구제불능 왕싸가진 줄로만 알았는데.
그냥.... 외로움도 많이 타고. 친구도 없는 가엾은 왕따 왕자님이란 생각이
들었어.
남 뭐, 칭찬인지 욕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너도 나한테 맘이 있다는 거잖 아. 그런데 왜 싫어.
여 바보야. 좋아한다고, 다... 같이 있을 수 있고. 다 결혼할 수 있고.
그런 게 아니야, 인생이라는 게.
(M) 해바라기 -JK 김동욱
(E) 눈 위로 빠르게 걷는
남 그럼 넌, 평생 그렇게 불규칙한 직업 가지면서
여행이나 다니다가... 그렇게 늙을거야?
여 응
남 결혼도 안하고 애도 안낳고... 그렇게?
여 응
남 그러다 나이 들면. 너 그땐 의지할 가족 하나 없이...
어머니도 돌아가셨다며. 아버지는 누군줄도 모르고.
명절 때 어디 갈 데도 없이, 나중에 양로원 들어갈 돈도 없으면 어쩔래너?
여 그렇게 걱정되면. 그때 가서 나 돈 좀 주면 되겠네 니가.
독거노인 돕는다 치고. 그때까지 사업 들어먹지 말고 잘 유지해라.
남 농담하는 거 아니야.
(E) 걷는 거 멈추고
여 그래. 나는 멀리까지 내다보고 사는 사람은 아니야.
전생이 있었다면, 난 집시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도 해.
하지만 있잖아.그게 나야. 그게 나라는 사람이야.
(M) 바람만 바람만
남 그날밤. 나는 그녀가 읽던 소설을 마저 다 읽었다.
그리고, 이 글귀가 마음에 남았다.
“누군가 사랑한다 해도
그가 떠나기를 원하면
손을 놓아주렴.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
그것을 받아들여.
돌아오지 않으면
그건 처음부터 너의 것이 아니었다고
잊어버리며 살거라”
(M)성시경 - 거리에서
남 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뒤늦은 나이에...
처음으로 마음에 들어온 사람에게
잘해주지도 못하고
그냥 그렇게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E) 스테이크 써는
여 맛있다. 왜 안먹어?
남 많이 먹어.
여 나 있잖아. 궁금한 게 있어.
남 뭔데?
여 그때, 내가 타다준 커피, 그렇게 맛이 없었나?
남 .....아니. 그냥 심술 부려본 거야.
여 그렇지? 다행이다 그럼.
남 뭐가?
여 그때 니가 나보구, 얼굴이 어떻구 그랬던 게 기분 나빠서...
내가 커피에 손가락 담궜었거든.
남 (피식 웃고)
여 니가 맛이 이상하다 그래서, 혹시 그런 것까지 알아챘나? 속으론
깜짝 놀랐었잖아.
남 .....(가만 있다가)매일 손가락 담궈도 되니까... 나 커피 더 타주면 안돼?
여 내가... 티벳에 가면.... 가장 높은 산봉우리에 올라서....
니 이름 불러줄게. 가끔, 바람이 불면... 귀기울여봐.
내 목소리가 들릴지도 모르니까.
(M) 소리쳐 - 이승철
(E) 공항 소음
남 지금이라도 비행기표 찢고 싶다.
여 (쯧!) 이리 내.
남 돌아오면, 꼭 연락해.
여 넌, 좀 착해져. 그렇게 사람들한테 심술만 피우면
사람들이, 너의 그 이쁘고 따뜻한 맘을 몰라준단 말이야.
남 내 마음이 따뜻해?
여 내가 바보냐? 그걸 모르게.
남 .....고마워.
여 갈게.
(E) 걸어가는 소리
(M) 공항에서 - 하림
(E) 바람 부는 거리를 걷는, 낙엽 밟는 소리
남 난 아직도 가끔...
하늘이 낮게 내려와 있을 때.
조용한 바람이 귓가를 스칠 때.
마음이 싸하게 스산해질 때.
그럴 때는
걸음을 멈추고
어디선가 들릴지 모를
그 소리를 향해
귀를 기울여 본다.
어느 눈쌓인 산봉우리에선가....
그녀가... 내 이름을 부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M) 너에게 간다 - 주제음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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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소리♪ (@n1613534855)2023-07-21 11:12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61화 - 두 번째 첫눈
(M) 주제음 Song From The Snow / Real Group
(E) 차 시동 거는 소리
남 첫눈이 별건가.
추워지면 내리는 게 눈이고
처음 오는 게 첫눈이지.
첫눈이 내렸다면서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을
난 이해할 수가 없다.
(E) 차 빵빵거리는 소리들
남 (혼잣말) 눈 오면 차만 막히지 뭘...
(E) 차 세우는
남 회사로 가는 길 중간에
차를 세웠다.
이곳에서 회사 동료인
윤대리를 태워서 가야 한다.
남 또 늦네 또 늦어... 하여튼...
(E) 탁탁탁 뛰어오는
여 (멀리서) 죄송해요. 늦었죠.
(E) 문 열고 타는
여 아휴... 뛰어오느라 혼났네.
남 한 5분만 서두르면 될걸...
여 어젯밤에 눈왔잖아요. 밤에.. 잠이 안 오더라구요.
(M) 첫눈이 온다구요 / 이정석
(E) 차 가는
남 (시큰둥)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첫눈 타령이에요?
여 네?
남 윤대리님이, 서른 넷이죠.
여 (딱잘라) 어머? 셋이에요!
남 셋이나 넷이나... 첫눈도 왔는데...
좀 있으면 넷 되는 거 아니에요.
여 그래서요. 그러든가 말든가,
아니 서른 넷 되는 사람은, 눈 좋아하면 안돼요?
남 아뇨. 안된다기 보다는...
이제 관심을 딴 데로 돌려야 할 때가 아닌가...해서요.
여 뭐요. 결혼 얘기에요?
남 신경 좀 쓰셔야죠 이제.
여 웃기셔. 김대리님도 저랑 동갑인 걸로 아는데요?
남 여자랑 남자랑 다르죠.
여 아, 다르긴 뭐가 달라요. 지금이 어떤 시댄데,
고려청자 나던 때 얘길 하고 계셔 증말.
그리구요, 저 애인 있거든요. 없어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니거든요.
(M) 삼순이 주제가 Be My Love
남 그나저나 윤대리님. 이번달 기름값 안주셨어요.
여 아...
(E) 부스럭대고
여 여?어요. 3만원 맞죠?
(E) 받아서 넣고
남 진짜.. 우리가 직장동료니까, 이렇게 싼값에 모셔다 드리는 거에요.
이거 택시값으로 따져봐요. 장난 아니다... 나나 되니까...
여 김대리님이나 되니까 쪼존하게 이런 돈 다 받아챙기죠.
다른 부서 사람들 보면요, 그냥 점심 몇번 사주고 말던데요 뭐.
어차피 돌아가는 길도 아니고, 가는 길에 잠깐 멈추는 거잖아요.
남 윤대리가 제 시간에 나온 적 있어요?
항상 5분씩 기다려야 되고....
여 어머... 5분은 아니다. 한... 2-3분?
남 어쨌든요! 그게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알아요?
누구한테 돈3만원 줘봐요. 그런 일 해주나...
여 아우, 알았어요. 내가 진짜, 내년엔 중고차라도 한대 사든가 해야지...
남 차 사지 마요.
여 왜요!
남 윤대리님 같은 사람들 많아져서, 차 밀리는 거에요!
(M) 너는 왜 / 철이와 미애
(E) 짜증나는 듯 차문 탕탕 닫고 내리는
남 아, 살살 좀 닫아요. 차 문 부서지겠네!
여 아니.. 아침부터 사람 기분 다 긁어놓고
차문이 문제에요?
남 참 예민하시네. 내가 뭐랬다고 그래요?
여 그만해요. 그만해. 말이 통하는 사람이라야 얘길 하지!
(E) 먼저 탁탁탁 가 버리는
남 나 참... 내가 뭘 어쨌다는거야?
(E) 걸어가는
(E) 엘리베이터 문 띵 열리는
남 윤대리. 내가 충고하나 해도 돼요?
여 무슨 충골 해요?
남 기분 나쁘게 듣지 말구요, 심리 상담 같은 거 있죠.
그런 거 한번 받아봐요.
여 (파르르) 뭐에요?
남 사람이 히스테릭해지는 데는 다 원인이 있는 거거든요.
그 원인을 해결해야, 마음에 진정한 평화가...
여 (버럭) 평화는 무슨 평화!
김봉덕 대리만 가만 있으면요, 내 마음은 언제나 평화롭거든요!
(M) Don't Phunk With My Heart / Black Eyed Peas
(E)사무실 소음. 여기저기 컴퓨터, 전화소리 등등
남 (바삐 전화 받는 듯) 아, 그 견적서요? 그거 윤대리가 넘겼을텐데?
잠깐만요. (윤대리에게 얘기하는) 윤대리! 시하건설 견적서 넘겼죠.
여 아뇨?
남 예? (전화에 대고) 잠깐만요, 제가 확인해 보고 다시 전화드릴께요.
(E)끊고
남 아니, 그걸 왜 안넘겨요.
여 그거 김대리가 하기로 한 거잖아요.
남 아니, 첨에 내가 하기로 했다가.. 다시 윤대리한테 넘겼잖아요.
여 저한테 하라 그래서, 저는 다른 업체들 거 때문에 바쁘다구
김대리님이 그냥 하셔라... 그랬죠.
남 무슨 소리에요! 난 그런 소리 들은적이 없는데....
여 퇴근하셨길래, 메모 남겼는데..? 못 보셨어요?
남 메모는 무슨 메모!
(E) 이리저리 뒤적이더니
여 여?네.
남 아니...
여 책상정리 좀 하세요. 이래서 업무가 제대로 되겠어요?
(E) 가 버리는
남 (버럭) 뭐, 저런 여자가 다 있어??
(M) 큐티 하니 / 아유미
남 그날 견적서를 새로 뽑으면서
내 가슴은 복수심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두고보자 윤은서!
내가 언젠간 이 아픔을 그대로 되갚아주리라!
그런데, 복수의 기회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E)전화벨 소리
남 여보세요. 네, 윤은서 대리 자리에 안계시는데요.
네. 메모 전해드리죠. (받아 적는) 이정우씨...
만나기로 한 그곳에서 저녁 7시에 기다리시겠다구요.
그냥 그렇게만 말하면 돼요? 네. (끊는)
(혼잣말) 뭐야? 노처녀, 데이트도 해? 잘 걸렸다 요거...
(E) 아무데나 종이 툭 던지는
남 난 메모지를 접어 윤대리 책상 귀퉁이에 던졌다.
그리고 잠시 뒤
(E) 서류 뭉치 잔뜩 책상 위에 턱 놓는
여 어후.... 무거워.... 쓸데없이 서류들이 이렇게 많어.
남 윤대리가 잔뜩 가져온 서류들이
책상 위의 메모 위로 턱하니 놓여졌다.
작전..성공이다...
(M) 쇼 - 김원준
(E) 전화벨 울리자마자 받는
여 여보세요. (실망) 아..네.. 잠시만요, 돌려드릴께요.
(E) 전화기 놓는
남 퇴근 안해요?
여 무슨 상관이시람?
남 아니.. 퇴근할 거면 내 차로 데려다 줄려고 그랬죠
여 됐네요. 아침에 얻어 타고 오는 것만으로
감지덕지니까요, 가세요.
남 그래요 그럼. 생각해서 얘기해 준건데, 삐딱하시긴.
(E) 걸어나오는
남 전화 앞에 웅크려 앉은 그녀는
오매불망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뭐, 정 급하면 휴대폰도 있으니까....
연락이 될 것 같음, 되겠지.
난 별 걱정 없이 회사를 나왔다.
그리고 다음날.
(E) 차 멈추는, 차에 타는
남 차에 올라타는 그녀 얼굴이
잔뜩 어두웠다
남 윤대리 어제... 잠 못 잤어요?
여 .........운전이나 해요
남 눈 부은 것 같은데? 혹시 울었어요?
여 갑자기 웬 관심이냐구요. 그냥 운전이나 하라구요.
남 (여전히 장난치는) 왜요? 남자한테 차였나? 맞구나. 그죠.
여 (울먹,버럭) 그래요! 차였어요. 됐어요?
왜 또 아침부터 남의 속을 긁는 건데요! 왜요!
(M) Love Hurts / Julienne Taylor
(E)어딘가로 차 세우는
여 (울고 있고)
남 (어쩔 줄 모르는) 아니..윤대리.. 난 그냥 장난 친건데...
울고 그럼 어떡해요... 하 참...
(E) 티슈 뽑아주는
남 닦아요. 콧물도 좀 닦고....
여 (코 풀고)
남 무슨... 일 있었어요?
여 (훌쩍 훌쩍)
남 혹시, 어제 그 메모 때문에
안좋은 일이 있었나 싶어
마음이 찜찜했다.
여 김대리님.
남 네?
여 남잔, 다 그래요?
(M) 그남자 그여자 / 장혜진
남 ....남자가... 뭘 다 그런다는 거에요.
여 남자한텐 약속 같은 거... 하나도 안중요한 거냐구요.
남 .....왜요...? 예?
여 김대리님은 내가 거짓말하는 줄 알았겠지만
나, 남자 있어요. 잠깐 헤어져 있기로 해서 그렇지.. 있다구요.
남 .....아...예...
여 작년 겨울에 헤어지면서 약속 했어요.
올해 첫눈 오는 날 만나자구요.
사정이 있어서, 서로 휴대폰 번호를 바꿔야 했는데...
그래서... 회사로 전화하기로 했었거든요.
나 어제 퇴근도 못하고 밤늦게까지 전화만 기다리다가...
나중에 가봤는데... 역시... 없더라구요.
(M) 사랑해요 - 이소은
남 (당혹스러운) 첫눈 오는 날.. 만나자니...
그것도 서로 휴대폰 번호도 모르고....
아니... 이건 너무 그.... 황당하고... 불투명한 약속 아닌가요?
여 김대리님이 뭘 알겠어요.
그건 지극히 그 사람다운 약속이었단 말이에요.
그 사람은요, 김대리님 같은 분이랑은 다른 부류의 사람이거든요.
남 (약간 발끈) 네? (참고) 그래요. 다르겠죠. 다른 사람이겠죠.
여 난 이해가 안돼요.
어떻게... 그 약속을... 그렇게 잊을 수가 있는지....
남 (어렵게) 저기.. 혹시.. 그 분.. 성함이...
이.....정....우....씨?
여 맞아요. (놀라고) 김대리님이 어떻게 알아요?
(더 놀라고) 혹시!!!!
(M) 약속 / 김범수
(E)서류 미친듯이 뒤지고, 메모지 꺼내는
남 회사로 달려들어온 그녀는
서류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메모지를 꺼내 들었다.
여 이...걸.... 왜 안전해줬어요?
남 (미안하지만 애써 변명) 아니.. 엄밀히 말하면 전했죠.
윤대리가 못본거지...
여 이런 데 있는데... 이걸 어떻게 봐요?
남 .......아니 뭐... 윤대리도 그랬잖아요....
어제... 건설 견적서.....
여 지금 그래서, 유치하게 복수를 했다는 거에요?
남 아뇨.. 하하.. 내가 뭐 앤가? 그런 짓을 하게?
그냥... 어제 내가 바빴는지 얘길 해준다는 걸 깜박했네?
난.... 볼 수 있을 줄 알았지.....
여 (애써 참으며) 나한테.... 이 약속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알아요?
당신 때문에 다 망쳤어!!!
(E) 뛰쳐 나가는
(M) 너의 곁에 잠시 살았을 뿐 / 김연우
(E)옥상, 바람 부는
남 혹시나 하고 올라와 본 옥상에
그녀가 서 있었다.
(E)다가가는
남 (쭈볏거리며) 윤대리....
(E)캔커피 따는
남 이거.. 마실래요?
여 (울었던 듯) 됐어요. 나 지금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거든요?
남 미안..하게 됐어요. 난 진짜, 그런 일인 줄은 몰랐죠.
여 (독 품고) 이래서 다들 김대리 싫어하는 거에요. 알아요?
사람들한테 자기 돈은 한푼도 안쓰는 짠돌이에다가
자기 일 아니면 컴퓨터 자판 하나도 안 치려는 이기주의자니
누가 좋아하겠어요?
남 (기분 나쁜) 누가 나 안좋아해줘도 상관 없어요.
난 어차피, 사랑이니 약속이니, 그런 시덥잖은 감정 믿고 사는 사람
아니니까....
여 그래요. 그런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한텐 목숨 같은 약속을
그렇게 방해했겠죠.
남 정말 목숨 같은 약속이었다면 말이에요. 그 사람, 그렇게 전화 한번
하고 말았을까요? 직접 통화가 안돼서 불안하면, 그 뒤로도
얼마든지 확인 전화할 수 있었고.
휴대폰 번호 물어볼 수도 있었을텐데! 안 그런거잖아요!
진짜 좋아하면 그래요? 진짜 만나고 싶음 그래요?
(M) 가질 수 없는 너 - 뱅크
(E) 차 세우는
남 다음날, 평소 윤대리와 만나던 곳에
차를 세우고 기다렸지만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E) 전화하는
여 여보세요
남 나에요 김대리...
여 ......저 안나가요. 그냥 지하철 타고 갈거니까, 혼자 가세요.
남 윤대리. (말하려는데 끊기는) 하..참..여자 성깔 하고는..
그래, 맘대로 해라.
남 .....라고 말은 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착잡했다.
(E)사무실 소음
남 그날부터 윤대리는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고
말도 하지 않았다. 난 그게 참 불편했다.
내가 대인관계가 원만하거나
사람과의 관계가 불편한 걸 못 참아내는
그런 사람도 아닌데...
이상하게 윤대리와 티격태격하지 않고 지내는 날들은
편치가 않았다.
(E) 다가가는
남 윤대리
여 (쌀쌀) 네
남 나랑 얘기 좀 해요
여 (쌀쌀) 할 말 없습니다
남 (자기도 모르게 버럭) 얘기 좀 해요.
(E)바람 부는
남 그녀는 창피했는지, 날 따라 옥상으로 올라왔다.
여 왜요. 무슨 얘긴데요.
남 계속 이렇게 지낼 거에요?
바로 옆자리에서 일하면서, 말도 안하고 눈도 안마주치고...
여 난 이게 편해요.
남 그날 내가 한 말 때문에 그래요?
여 누가....그렇대요...?
남 미안해요. 그땐... 내 생각이 짧았어요.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게 아니었는데....
여 ........할 말 끝났으면 저 내려가볼께요.
남 혹시... 내가 도울 일 있으면 도와줄께요.
뭐... 그남자분에게 제가 오해를 풀어줄 수도 있구요.
제 실수니까요.
여 .........그러실 필요 없어요.....
우리 만났었어요.
(M) So Sad Alone / Citizen Jane
(E) 바람 불고
남 언제 만났어요?
여 며칠 됐어요. 제가 그 사람 일하는 곳을 알아내서 전화했어요.
남 그래요? 그럼, 둘이 다시 사귀기로 한거에요?
여 ......아뇨.
남 왜요?
여 그 사람, 나 만나서 우리 다시 시작하지 못할 것 같단 얘기
하려고 했었대요. 내가 안나와줘서, 오히려 고마웠다고 하던데요 뭘.
남 ....네? 아니 뭐 그런 사람이...
여 그 사람 결정이 옳았어요. 내가 바보였죠 뭐.
남 ....윤대리...
여 괜히 그 화풀이를... 김대리님한테 했어요.
그러면 안되는 걸 알면서, 어디다 풀데가 없더라구요.
나 정말, 심리상담.. 그거 받아봐야 하는 거 아닌가? (쓴웃음)
(M) 바람이 분다 / 이소라
남 윤대리. 나 회사에서 왕딴 거 알죠?
여 네?
남 놀 사람 없어서 그러는데, 나랑 술 마셔 줄래요?
내가 살께요.
여 ......입사 이후 처음이네요. 김대리가 술 산다는 거. 좋아요. 가요.
(E) 포장마차 소음. 도마질 소리 등등..
여 그럼 그렇지. 어디 근사한 데 갈 줄 알았더니, 포장마차에요?
남 왜요. 분위기 있고 좋잖아요.
여 그럼 여기선 나 먹고 싶은 거 다 먹어도 되죠?
아주머니, 여기 소주 일병에 꼼장어 곱배기요.
남 기분은 좀 풀렸어요?
여 그냥, 잘됐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못 끊었던 미련, 이렇게 끊는다구요.
(E) 바람 부는
남 ...... 바람 참 차네요.
(M)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 김연우
(E)도마질 소리 멀리서
(E)소주병 부딪치는
여 (마시고) 아.. 소주가 달다...
남 어? 소주 달면 안되는데..?
여 뭐 어때요. 가끔은 취하는 날도 있고 그래야죠.
그게 사는거죠 뭐. 김대리님은... 연애 같은 거 안해봤죠.
남 난, 결혼을... 한번 했었어요.
여 (놀라고) 네? 언제요?
남 아주 어렸을 때요. 군대도 가기 전에.
여 정말요?
남 .....그땐요, 사랑만 있으면 다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거만 있으면 두려울 게 없다구요.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까, 두려운 거 투성이던데요?
여 ......뭐가 가장 두려웠는데요?
남 .......돈이요. 그 사람은 헤어지는 이유를 백가지도 더 댔지만...
결국은 돈이었어요.
(M) 제발 - 이승기
여 그래서 김대리님이 그렇게 짠돌이가 됐구나?
남 뭐, 그럴지도 모르죠. 어쨌든 난 다신 돈 때문에
비참해지기 싫었어요.
여 그래요. 참 로맨틱하게 잘들 포장하지만,
누군가와 헤어지는 이유 중에 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진 않을 거에요. 그 사람도 그랬거든요.
위자료가 없다고....
남 위자료요?
여 내가 좋아한다던 그 사람... 유부남이에요.
남 .........
여 놀랬죠. 어쩌다보니까 그렇게 됐어요.
나도... 이건 아니지... 하면서 몇년을 만났어요.
처음엔, 이렇게라도 볼수만 있으면 좋다.. 그랬는데요.
지나니까 욕심이 생기더라구요. 나만 가졌으면 좋겠다. 이렇게요.
남 .............(술 마시고)
여 그 사람이 시간을 달라더라구요. 1년만 주면 다 정리하겠다구요.
그리고는 휴대폰 번호도 바꾸고, 직장도 바꾸고, 사라져버렸어요.
남 그건... 도망이에요.
여 맞아요. 인정하기 싫었는데... 맞아요. 도망이에요.
(M) 여인의 향기 / 씨야
(E) 비틀거리며 나오는
여 (입김 불고) 하아... 춥다. 눈이나 왔으면 좋겠네...
남 윤대리는 눈이 왜 좋아요?
여 그냥... 눈이 내리면... 거리가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되잖아요.
그럼, 나는 크리스마스 카드 속의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남 어차피 다 녹아 없어질 건데요?
여 그래두요, 적어도 그 순간엔 그렇잖아요.
남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얻은 교훈은 하나에요.
변하지 않을 걸, 사랑해라.
여 왜요?
남 그래야 상처 받지 않으니까.
(M)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 하림
남 그후로 우린 다시 카풀을 했다.
난 윤대리에게 3만원을 받지 않았고,
윤대리는 아침마다 과일샐러드나 샌드위치를
가져왔다.
(E) 차 가는 소리
남 덕분에 매일 아침을 다 먹네요.
여 뭘요. 차빈데요.
남 서로의 아픈 구석을 알고 있는 우리는
부쩍 친해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E) 사무실 소음, 전화벨 소리
남 여보세요. 네, 윤은서 대리... 자리에 없는데...
누구시라구요? 이정우...씨...
(E)다가오는
남 (망설이다) 윤대리. 전화..
여 여보세요. (굳고) 무슨 일이세요? 네... 네....
남 그는 왜 전화를 했을까.
그녀는 지금 어떤 마음일까.
나는 왜, 이런 것들에 마음을 쓰고 있을까.
(M) 마음에 쓰는 편지 / 임백천
(E)자판기 커피 꺼내는
남 윤대리.. 아까.. 전화.. 그 남자죠.
여 ...네.
남 만나기로 했어요?
여 할 얘기가 있대서요.
남 그렇다고 만나요? 그 사람이, 다시 시작하자고 할까봐요?
여 김대리님
남 다시 시작한다고 칩시다. 이혼하고 깨끗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년을 망설여도 못하던 사람이, 이제 와서?
여 왜 화를 내세요?
남 은서씨가 너무 바보 같잖아요.
여 김대리님이 뭘 알아요?
남 지금 가면, 윤은서씨 또 상처받을 건 알아요.
여 .... 무슨 상관이세요... 그게...
남 나도 모르겠어요. 내가 무슨 상관인지.
그런데요.... 윤은서씨 상처 받으면....
나도... 내 마음도... 안좋을 것 같아요. 그래요 그냥.
(M) 사랑은 / 더네임
남 퇴근 시간이 되자
그녀는 사무실을 떠났다.
난 모두가 퇴근을 하고
창밖이 깜깜해질 때까지
내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
(E) 스위치 끄는
남 자정이 다 돼 갈 무렵...
사무실 불을 끄자...
창밖의 풍경이 또렷하게 보였다.
눈이 오고 있었다.
(M) Snow / Claudine Longet
(E) 바람 부는, 걸어나오는
남 날리는 눈을 보고
이런 기분을 느껴본 건
참 오랜만이다.
난 조금 망설이다가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E)전화하는
여 ....여보세요.
남 어디에요?
여 집이에요
남 내가 뭐... 선물 하나 줄 거 있는데.
여 무슨 선물요?
남 지금, 밖에 한번 봐요.
(M) When I Fall In Love
(E)걸어나오는
여 돈 안들고 편한 선물 했네요.
남 ..... 나 혼자 보기 아까워서요
여 언젠... 나이값 하라더니?
남 ....오늘 그 사람 만났어요?
여 솔직히 말해요. 눈 핑계 대고 그 사람 찾아온 거죠?
남 .....그냥 뭐.. 겸사겸사.
여 ....안만났어요.
남 왜요?
여 그냥요.... 그 사람 만나면, 김대리님 말처럼 내가 상처받을 것 같았구 요. 또, 내가 상처받아서 김대리님 마음이... 안좋으면, 내..기분도... 안좋을 것 같았어요.
(M) 너에게 간다 - 윤종신
(E) 걷는
여 눈이... 쌓일 것 같죠.
남 그러네요. 내일 아침에 빨리 나와요. 눈 오면 차 밀리니까
여 아우, 이런 순간에도 그 생각밖에 못해요?
남 한 가지 생각, 더 하고 있어요.
여 뭔데요?
남 오늘 오는 눈이 첫눈이다.
여 네?
남 이렇게 기분 좋게, 맞는 눈이 첫눈인 거에요.
여 어거지야...
남 은서씨한테도 오늘 눈이 첫눈이에요.
여 아우. 유치해요.
남 뭐가 유치해요. 원래, 오늘처럼 펑펑 내리는 게 첫눈인거에요.
저번 건, 좀 오다 말았잖아요. 알았죠? 오늘 게 진짜에요.
(*두 사람 목소리 멀어지며)
(M)주제음 Song From The Snow / Real Group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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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소리♪ (@n1613534855)2023-07-21 10:57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68화 - 쌍춘년, 막차를 탄 로맨스
(M) 주제음 Must Have Love / SG Wannabe+브라운 아이드 걸스
(E)레스토랑 소음
남 그냥 뭐, 삼영그룹 대리로 일하고 있구요.
연봉은 4500정도 됩니다. 들으셨겠지만
2남 2녀 중에 장남이구요.
여 장남이세요?
남 못 들으셨어요?
여 네. 그냥.. 셋째라고...
남 아.. 그러니까 위로 누나가 둘 있으시거든요.
여 아....
남 웹...디자이너시라구요?
여 네.
남 뭘 디자인 하시는건데요 그게?
여 그냥... 왜 홈페이지 들어가시면
이런 저런 공지글도 뜨고, 사진도 나오고
그림도 나오고 그러잖아요.
남 아, 그런 거 디자인 하시는 거에요?
여 네
남 그렇구나. 저는 컴맹이라....
여 네.
남 ....네.... (한참 말 없다가) 여기 좀 덥네요.
여 (어색) 그러네요....
(M) 어떻게 할까요 / 박지윤
남 맞선이라는 게 그렇다.
별로 할 말도 없고,
듣고 싶은 말도 없다.
어떻게 선을 봐서
잘들 결혼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E) 걷는 소리
여 올해 쌍춘년이라고 해서
결혼들 참 많이 하더라구요.
남 그러게요. 이번 주말에만 두 건 있어요.
여 저두요
남 뿌린 거 다 언제 거둬들일지....
여 (억지로 웃다가) 저... 이쪽으로 가면 되는데....
남 아.....네. 나중에 연락 드리겠습니다.
여 네.
남 의례적인 인사.
나중에... 언제 한번.... 기회 될 때.... 등등의 말로
헤어진 사람들을 모두 합치면 몇 명이나 될까.
이런 말로 짧은 만남에 이별을 고하고 나면
돌아서는 발걸음이 허허롭다.
(M)땡큐 - 조규찬
(E) 예식장 소음 (웨딩 마치, 사람들 소음, 박수 소리 등)
남 10년만에 전화 와서
꼭 결혼식에 참석해 달라던 동창 .녀석 뒤에 서 있다.
듬성듬성 비어 있는 신부측 친구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힐끔거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부케 받을 친구로
나오는 여자의 얼굴이 낯익다.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주중에 선을 봤던 그 여자다.
왠지 반갑다.
(E) 걷는 소리, 따라 뛰어오는
남 저기요
여 어? 어머. 안녕하세요.
남 아까 봤어요. 부케 받으실 때.
여 싫댔는데, 저 아니면 받을 사람 없다구 해서요.
남 지금... 어디 가세요?
여 그냥 뭐.. 결혼식도 끝났구 해서.... 영화나 보러 가려구요.
(M) 마리아 - 김아중
(E) 영화관 소음
남 어쩌다 보니
이 여자와 나란히 앉아서 영화를 보고 있다.
(E) 팝콘 먹는 소리
여 (조용히) 팝콘 드세요
남 네. 고마워요.
여 콜라두.. 여기....
남 네.
(E) 다시 영화관 소음
남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지금의 어색함은....
호텔 커피숍의 맞선 자리에서 느꼈던
그때의 불편함과는 다르다.
조금, 설레고 떨린다.
역시, 처음에 어떻게 만나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M) 왠지 느낌이 좋아 / 여행스케치
(E) 걷다가 멈추고
남 오늘 재밌었어요.
여 저두요. 덕분에 외롭지 않게 영화도 잘 봤구요.
남 제가... 전화드릴께요.
여 네.
남 이번 약속은 진짜였다
난 전화를 했고.....
(E) 새소리. 걷는
남 우린 다음 주말에 또 만났으니까.
여 정장 입으신 것만 보다가, 캐쥬얼 차림으로 보니까
또 새롭네요.
남 그래요? 칭찬으로 들을께요.
여 그럼요. 대여섯살은 젊어 보이시는데요 뭐.
남 어쩌다 보니까.. 나이가 서른 다섯을 훌쩍 넘어서....
일찍 결혼한 친구들은 벌써 애가 중학교에 간다는데...
여 저두 그래요. 서른셋... 좀 있으면 서른 넷 되잖아요.
그냥 졸업해서 취직하고 일하고 그러다 보니까
사람 만날 기회가 없었던 것 뿐인데.
남 친척들이 만나면, 너 무슨 문제 있냐.. 그러지 않아요?
여 맞아요. 그게 얼마나 스트레슨지.
남 공통점이 있으니
말도 잘 통했다.
맑은 햇살 아래서 웃는 그녀는
처음 만났을 때 답답해 보이고 우울해 보이던 그녀와
참.. 달라 보인다.
(M) 신승훈 - 어느 멋진 날
남 주변에선 모두
결혼을 미룰 필요가 뭐가 있냐고 했다.
부모님들의 성화에
우리는 상견례를 하고
함께 집을 보러 왔다.
만난지 정확히 한달 보름만의 일이었다.
우리는 그동안 스무번쯤 만났을 것이다.
(E) 대문 열고 들어오는
여 여기가... 서른 한평이라구요?
남 네. 그렇다네요
여 그런데... 신혼인데 벌써... 너무 넓은 편 아닐까요?
남 제 생각도 그렇긴 한데...
부모님은... 결혼하면 바로 아이 낳아야 하니까...
이 정돈 돼야 한다 그러시네요.
여 결혼하면 바로... 아이를 가져요?
남 아무래도... 둘 다 나이가 있으니까요.
여 전 그래도.... 한 일 년은 신혼기분 내면서 살고 싶었는데....
남 뭐.. 차차 생각해 보죠.
(M) 차차 - 유진
(E) 뚝배기 보글보글 끓는
남 오늘 집 보러 돌아다니느라 힘들었죠.
먹어요. 이집 순두부찌개가 참 맛있어요
여 (안 내키는) 네....
(E) 몇 숟가락 먹다가
남 안 먹어요?
여 ......저 매운 거 잘 못 먹어요.
남 아... 그래요? 몰랐네. 그럼 딴 데 갈걸.
여 아니에요. 그냥 드세요. 저는 반찬에 먹으면 되니까.
남 ....네... (잠깐 있다가) 그런데 그럼 반찬도 싱겁게 하는 편이세요?
여 네?
남 아니... 저는 매운 걸 워낙 좋아해서....
여 저 아직 반찬같은 거 잘 못하는데...?
남 못해요?
여 학교 졸업하고 일하느라.. 요리 배울 틈이 없었어요.
남 아니 그래두.... 서른이 넘으셨는데.....
여 (기분 나쁜) 네?
남 (실수했나 싶고) 아닙니다.
(M) 키친 / 이소은
(E) 백화점 소음
남 어... 이거 괜찮네.
여 네? 이거..요?
남 심플하고 좋잖아요.
여 약간.... 촌스러운데...
남 그럼.. 어떤 거요?
여 전, 저쪽에 있는 거요. 아기자기해 보이잖아요.
남 (믿기지 않는듯) 예? 저건 무슨... 애들 방에 놓을 것도 아니고...
좀 유치한 것 같은데요.
여 신혼방이잖아요.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남 아니... 스무살짜리들이 결혼하는 것도 아니구요.
서른 넘어 하는 결혼들인데... 남들이 보면 웃겠네요.
여 저기요, 자꾸 서른 넘어 서른 넘어 하는데요.
서른 넘어 하는 결혼엔 가구도 다 갈색으로만 해야 되는
법이라도 있어요?
남 아니... 왜 발끈하세요?
여 그렇잖아요. 왜요? 서른 넘어 하는 결혼이니까
웨딩드레스 대신 한복 입고 하자 그러시죠?
남 .......한복이............. 싫으세요?
(M) 체리필터 - 스페셜
(E) 물 벌컥벌컥 먹고 컵 탁 놓는
여 솔직히요, 약간 당황스럽긴 하네요.
취향이 안맞아도 너무 안맞으니까요.
남 그래서요? 하고 싶은 말이 뭔데요?
이 결혼 깨기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여 못할 것도 없죠.
이혼하는 것보단 지금 헤어지는 게 낫잖아요.
남 지금 얘기 다 하셨어요?
청첩장까지 다 돌린 이 마당에... 뭐라구요?
여 아니... 청첩장이 중요한가요?
봉덕씨는 왜, 자꾸 남의 시선만 그렇게 의식하세요?
남 제가 언제요.
여 신혼방도 남들이 보면 뭐라고 한다..
지금두, 우리 두 사람이 얼마나 맞냐.. 이게 중요한게 아니라
결혼이 깨지면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이겠냐...
그것만 중요하게 생각하잖아요
남 중요한 문제에요. 사회란 데가 혼자 살아가는 곳이 아니잖아요.
여 물론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다 혼자 사는거구요.
결국 중요한 건, 내가.... 행복하기를 선택하느냐, 아니냐 아닌가요?
(M) 네버 마인드 - 빅마마
(E) 자동차 멈춘다. 시동은 걸린 상태.
남 다 왔어요
여 그럼 안녕히 가세요
남 은서씨. 이대로 갈거에요?
여 그럼요?
남 나 솔직히 말해도 돼요?
여 얘기하세요
남 내가 이 결혼 결정할 때는요, 참 의아했어요
은서씨 같은 여자가 왜 아직 혼잘까.
그런데 이제 좀 알 것 같네요
여 (꾹 참으며)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결혼 다시 생각해 봐요.
나이가 찼다고 해서, 이렇게 긴가민가 한데 결혼할 순
없는 거잖아요?
남 다시... 뭘 생각하라는 거에요?
여 저를 사랑하세요?
남 (당황스러운 듯) 네?
여 절 사랑하시냐구요.
남 아니.... 우리가 만난지도 얼마 안됐고.... 사랑이라는 말은 좀....
그러니까 사랑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구요.
여 됐어요. 저 오늘은 피곤해서 그냥 들어가 볼께요. 안녕히 가세요
(E) 문 탁 닫고 들어가는
(M) She Is / 클래지콰이
-------------1부 끝
(E) 띵똥 문자 메시지
남 설핏 새벽잠에서 깨어나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어쩌면 그녀가 아닐까....
오늘 일 미안하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닐까...
기대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문자 메시지는 예전의 여자친구에게 온 것이었다.
나와 헤어져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던 여자였다.
그 사람과 이혼을 했다고...
도저히 나를 잊을 수가 없었다고....
그녀는 얘기하고 있었다.
(M) 기억의 습작 / 전람회
(E) 까페소음
여 지금 내 말 듣고 있는 거에요?
남 (정신 번쩍 든 듯) 네? 네.....
여 제가 뭐라 그랬는데요?
남 네? 아... 그게.....
여 앞으로 잘하겠다면서요. 저한테 사과하러 오신 거 아니에요?
남 네. 그렇죠
여 그런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시는데요.
남 아니에요 그냥..... 좀 피곤해서요....
여 (기분 나쁘지만 참는) 그럼 그만 들어가서 쉬실래요?
얘기는 내일 하죠 뭐.
남 아니에요. 저녁까지 다 먹고 들어가야죠.
저 잠깐만 실례할께요
(E) 물 푸푸 세수하는
남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누구를 생각하고 있는건지....
이미 오래전에 다 잊었던 그 여자를 왜 생각하고 있는지.
왜 걱정하고 있는지. 정말 모르겠다.
(M) Why Worry / Dire Straits
남 테이블로 돌아와 앉았을 때
내 앞의 그녀는 창백한 얼굴빛이었다.
남 은서씨. 표정이.. 왜... 어디 안좋아요?
여 미안한데요. 나 봉덕씨 전화 받았어요.
남 네?
여 자꾸 울리길래요. 그런데....
소연이라는 여자분이던데요.
남 아......
여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해서요.
죄송한데, 문자도 봤어요.
남 은서씨!
여 그분을 못 잊어서 이제껏 결혼 안하신 거였어요?
남 왜 남의 문자를 봐요?
여 남이라구요? 우리 곧 결혼할 사이에요.
남 결혼할 사이면, 상대방 사생활 침해해도 되는 거에요?
여 우리 무슨 계약 맺은 관계에요?
결혼해서 같이 살 건데, 우리 상대방에 대해서 아는 게 뭐가 있어요?
남 그래서, 제 휴대폰 뒤졌습니까?
저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요?
(M) 상처 - 조성모
여 더 이상 우리 이럴 필요 없을 것 같네요.
보아하니까, 예전 애인분도 이혼하고 혼자되신 것 같던데.
그 분이랑 잘해 보시면 되겠네요.
어차피 예약돼있는 예식장에서 그분이랑 결혼하시구요
그분이랑 신혼여행도 가세요.
남 은서씨 참 경솔하네요
여 누가 경솔한지는 집에 가서 잘 생각해 보세요.
(E) 탁탁탁 걸어가는
남 (뒤에 대고) 그 여자는... 정말 그냥... 예전에 만났던 여자에요.
힘들어서 나한테 문자 보내고 전화한 모양인데..
그런 것까지 내가 어떡합니까!
은서씨한텐 그런 사람도 없어요?
(E) 다시 탁탁탁 걸어오는
남 가던 그녀가 다시 되돌아온다.
무척 성난 표정인데
눈엔 눈물이 가득 고였다
여 네. 나한텐 그런 사람 없어요.
나 버리고 갔던 사람은 아들 낳고 딸 낳고 너무너무 잘살고 있구요.
나는.... 그 사람 못 잊어서 지금껏 혼자였어요.
그런데, 그 사람 이후에 처음으로.....
결혼해도 좋겠다, 싶은 사람 만났구요.
이제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됐어요??!!!
(M) 고백 - 박혜경
남 집에 오는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E) 벨소리
남 소연이에게 걸려오는 전화도
받지 않았다.
방에 들어와 청첩장을 꺼내 보았다.
청첩장을 자세히 들여다 본 적이 없었는데
이제 보니 참 예쁘다.
그녀가 직접 디자인한 거라고 얘기했던 것 같은데
흘려 들었었다.
(E) 넘겨보는
남 그 안의 문구 역시
그녀가 직접 쓴 거라고 했다.
여 참 오랫동안 혼자였던
저희 두 사람이 결혼하기로 했습니다.
아직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것도 많고
함께 길고 긴 인생을 살아갈 거라고 생각하면
겁이 덜컥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믿어 봅니다.
우리가 서른해를 훌쩍 넘길 만큼 기다려온
운명의 상대가, 바로 이 사람일 거라구요.
여러분이 축복해 주신다면
앞으로 함께 하기 위해 떼는 첫 발걸음이
더 힘이 날 것 같습니다.
(M) 유리 상자 - 신부에게
남 며칠을 망설였다
결혼식 날짜는 다가오는데
그녀에겐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
부모님은 무슨 일이냐고
채근하셨고
이제는 뭔가 결정을 내려야 할 때였다.
(E) 뚜벅뚜벅 걷다가 멈추는
여 ...웬일이에요?
남 몰라서 물어요? 전화 왜 안받아요?
여 오늘쯤 전화 드리려고 했어요.
어차피 정리해야 할 것들도 있으니까요.
남 ......
여 저희 부모님께는 어제 말씀 드렸어요.
남 뭐라구 말씀 드렸는데요.
여 결혼 안하겠다는 얘기지 뭐겠어요.
남 누구 맘대루요?
여 우리 둘 중 하나라도 하기 싫어지면
이 결혼 성사 안되는 거잖아요.
남 하기 싫어진 이유가 뭔데요?
여 왜 그러세요. 진짜 몰라서 묻는 거 아니잖아요.
남 은서씨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으니까 하는 말이에요
여 아뇨. 아니에요.
제 생각이 맞아요. 우리 이렇게 결혼해서는 행복할 수 없어요
결혼을 하려고, 결혼하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는요.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
결혼하는 거잖아요. 아닌가요?
(M) 결혼 - 고유비
남 나도 모르겠어요.
사실 은서씨 처음 봤을 땐 그냥 그랬어요.
다시 만났을 땐 그냥 조금 반가웠구요.
그 다음에 만났을 땐 기분이 좋았어요.
여 그래요 나도 그랬어요
남 다시 만나고 또 다시 만나고....
그러면서 결혼 얘기가 나왔을 땐
너무 성급한 거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자.... 그랬어요.
여 올해 넘기고 싶지 않았겠죠.
뭐, 올해는 결혼하면 잘 산다는 쌍춘년이기도하고
나이도 찼으니까.
남 나 그렇게 무모한 사람은 아니에요.
은서씨 말대로 남의 눈도 의식하고.
내 멋대로에 계산적이기도 해요.
그런 내가, 결혼을 결심하게 만든 건
어쨌든.... 은서씨가 처음이라구요
여 ..............그만하세요
이제 와서 그런 말들이 무슨 소용이에요
남 사랑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결혼하고 싶기는 해요.
은서씨랑 같이 살고 싶기는 하다구요.
(M) 두 사람 - 성시경
여 미안해요. 나는요. 자신이 없어요.
사랑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고 살아와서....
어쩌면 당신을 택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당신이라면 상처는 주지 않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자신이 없어졌어요 정말....
나 이번에.... 당신 때문에 마음이 좀 아팠거든요.
남 ..........
여 예식장 취소는... 그쪽이 하세요.
(E) 또박또박 가는
(M) 사랑...후에 / 린 & 신혜성
(E) 결혼식장 소음, 웨딩마치
남 지금껏 한번도 무모한 행동은 하지 않고 살아왔다.
그랬던 내가
지금 턱시도를 입고 예식장에 서 있다
어제 난 그녀에게 메시지를 남겼었다.
남 나, 내일 예식장 가요.
그리고 은서씨 기다릴 거에요.
은서씨가 와주지 않는다면
부모님께. 나를 찾아와준 손님들에게.
난 참 우스운 사람이 될 겁니다.
만약에 그렇게 된다고 해도
상관 없어요.
살다가.... 한번쯤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기다릴께요.
남 ...............라며 멋지게 메시지를 남기긴 했지만
살짝 겁은 난다.
정말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M) 작은 기다림 - 쿨
(E) 예식장 소음,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음
남 결혼식장 10분 전까지
신부가 도착하지 않자
사람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그래. 내가 미친 짓을 한 거였다.
잠깐 돌았던 거였다.
여 신랑 입장하라잖아요
남 ....은서씨.
여 화장을 급하게 해서 떡진 거 같애요
남 ....그러네요. 약간 떡졌네요.
여 ....뭐라구요?
남 그래두, 드라마틱 했죠.
여 ..... (피식)
남 다 늙어서...
여 (동시에) 다 늙어서 이런 거 할라 그러니까 힘들다구요?
남 네.
여 들어가요. 다들 쳐다봐요.
남 그래요.
(E) 행진곡 울려퍼지며 -
남 쌍춘년 마지막 웨딩마치가 울려퍼진다.
우리의 로맨스도 이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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