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빗방울님의 로그 입니다.
행복한사람에게웃음이 오는게아니라 웃는사람에게행복이 찾아오는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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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n161353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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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n1613534855)2023-07-21 10:20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69화 - 진실공방
(M) 주제음 ( 그 남자 그 여자 / 바이브 )
(E) 뭔가 기포가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소리
남 작은 실험실
그보다 작은 책상
그보다 더 작은 비커 안을 들여다 보며
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여 선배님. 이거 좀 드시고 하세요.
남 ....뭐야 이게?
여 샌드위치에요. 제가 좀 싸와봤어요.
남 공부하느라 바쁠텐데... 언제 이런 걸...
여 (속삭이듯) 선배님 드시라구요.
다른 사람들 주시면 안돼요?!
남 (당황한 듯) 아니... 왜...
여 그냥요....
남 그녀는 수줍게 웃으며 돌아선다.
실험실 2년 후배....
은서는 내게 그런 식으로 다가왔다.
(M) 처음 그 느낌처럼 / 신승훈
(E) 뭔가 적는
여 선배님, 뭐하세요?
남 어... 실험 일지 적느라구. 아직 안 갔어?
여 가야죠. 선배님 가실 때 같이 갈까 싶은데.
남 그래? 잠깐만 기다려. 나 다 끝났어.
(E) 덮고
남 나가자
(E) 두 사람 걷는
여 이번 주말에 눈 많이 올지도 모른대요.
남 그래?
여 선배님은 눈 오면 뭐하실 거에요?
남 피곤한데 집에서 쉬어야지
여 에이 재미없게....
남 은서 넌 뭐할건데?
여 글쎄요. 눈 덮인 고궁에나 가볼까?
남 고궁?
여 경복궁이나 창덕궁 같은 데요. 멋있잖아요.
(M) 광화문 연가 / 이수영
남 누가 들어도
그곳에 함께 가고 싶다는 얘기였다.
주말 오전
난 잠시 망설이다가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E) 눈 밟고 가는
(E) 찰칵찰칵 사진 찍는
남 은서야
여 어머! 저 찍으신 거에요?
남 응.
여 선밴~ 얘기도 없이. 포즈도 못잡고 있었는데!
남 그럼 제대로 서 볼래? 다시 찍어줘?
여 아우 됐어요. 그런데 어떻게 왔어요?
남 그냥.. 니가 기다릴 것 같아서.
여 치~ 기다리긴 누가 기다린다구.
남 눈 쌓인 고궁. 진짜 좋은데?
(M) 회상 - 터보
(E) 버스 가는 소리
남 하루 종일 추운데 돌아다녀서인지
그녀는 버스에 타자마자 졸기 시작했다.
난 그녀를 깨우고 싶지 않아서
말없이 어깨를 대주고 있었다.
얼마쯤 그렇게 갔을까......
(E) 버스 가다가 덜컹 하고
여 (놀라서 깨는) 어? 여기가... 어디에요?
남 응... 정릉 쪽인데?
여 선배 내렸어야 되잖아요.
남 괜찮아
여 선배가 어깨 대주고 있었던 거에요?
남 그래. 너 코골더라.
여 내가 언제요.
남 버스에 사람 아무도 없지? 니 코고는 소리가
시끄러워서 다 내린거야.
여 어우~ 말도 안돼~
(M) 겨울이야기 - 디제이디오씨
남 주말 데이트가 있은 후부터
우리는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했다.
물론 실험실 사람들 모르게
비밀데이트였다.
(E) 똑똑 책상 노크하는
남 (소리 죽여) 왜...
여 잠깐만요....
(E) 바깥으로 뛰어나오는 소리
여 이거 먹으라구요.
남 고구마야?
여 들어오다가, 군고구마 팔길래.
남 여러 개 사와서 나눠먹지.
여 이렇게 둘이만 만나고 싶으니까 그랬죠.
그리구, 승우 선배 틈만 나면 친한 척 하는 것도 싫구.
남 승우?
여 선배 눈치 못챘어요?
요새 툭하면 와서, 나한테 말걸구 시간 있냐 그러구.
우리 둘이 없어지면, 둘이서 몰래데이트하는 거 아니냐면서
비.아냥거리구. 귀찮아 죽겠어요.
남 그래? 웃기는 놈이네 그거.
차라리 우리 둘이 사귄다고 확 말해버릴까?
여 안돼요. 교수님이 싫어하시잖아요. 실험실 안에서 연애하는 거.
남 그렇긴 하지.
여 괜히, 공부를 덜한다는 둥... 실험이 어떻다는 둥...
나 그런 소리 듣기 싫단 말이에요
남 나도 그래. (가볍게 한숨 쉬고) 승우는 그냥... 신경 쓰지 마
우리만 상관 안하면 되지 뭐.
(M) 스노우맨 - 장나라
남 승우는 무척 조건이 좋은 친구였다
공부에 큰 흥미는 없었지만
든든한 집안 배경 때문에
늘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녀석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 녀석을 경계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은서가
승우와 부쩍 친해진 것 같았다.
(E) 강의실 문 열고 들어오는
남 은서야
여 (놀라는) 깜짝이야! 여기서 뭐해요.
남 너 기다리고 있었지. 점심 먹었어?
여 네. 승우 오빠랑.
남 승우랑?
여 자꾸 사준다는데, 안 따라가는 것도 그렇잖아요.
남 그래.... 그렇지....
그래서 맛있는 거 얻어먹었어?
여 그냥요. 아직 밥 안먹었어요?
남 이제 먹어야지. 저녁은 나랑 먹기다?!
남 쿨한 척 얘기하고 돌아서면서도
마음은 편치 않았다.
(M) 질투 / 유승범
(E) 전화거는 통화음
남 (혼잣말) 왜 이렇게 안 받어
여 여보세요
남 너 왜 이렇게 통화가 안돼?
여 아...... 누구 좀 만나느라구.
남 누구?
여 ..........
남 승우?
여 .........
남 승우야?
여 ......응
남 (애써 추스르며) 둘이만 만났어?
여 응
남 이 시간까지 뭐하는데.
여 그냥... 승우 선배가 술 한잔 하재서.
남 안 들어갈거야?
여 들어가야지. 승우 선배가 데려다 주기로 했으니까
신경 쓰지 말고, 먼저 자.
남 내가 신경이 안 쓰이겠어?
여 나 못 믿어?
남 이게, 믿고 못믿고의 문제야?
여 (한숨) 그냥 나 믿어. 걱정 말고 먼저 자.
(E) 툭 끊기는. 뚜뚜뚜
(M) 바보처럼 / 김형중
(E) 눈 툭툭 차는
남 눈 쌓인 그녀의 집 앞에서
몇시간을 기다렸을까.....
(E) 눈 밟고 걸어오는
남 .......윤은서!
여 (당황) 오빠.
남 너..... 지금이 몇시야. 아침 7시야.
여 어....
남 지금까지 뭐한거니 너.
여 그냥.... 술 좀 마시고... 술 깨느라 커피 한잔 마시고.
남 어디서!
여 ......
남 어디서!!
여 승우 오빠 오.피스텔에서.
남 뭐?
여 아무 일도 없었어. 오빠가 생각하는 그런 거...
남 내가 생각하는 게 뭔데! 너 지금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소릴 해.
여 (안되겠다는 듯) 오빠.
남 왜!
여 우리 헤어지자
(M) 마주치지 말자 / 장혜진
남 뭐...? 너 방금 뭐라 그랬어?
여 헤어져.
남 왜!
여 오빠는 나 못믿잖아.
남 내가 널 못믿어서 헤어지자는거야. 아니면! 니가 못믿을 짓을 해서
헤어지자는거야!
여 이유가 무슨 상관이야! 어쨌든 오빤 지금 날 못 믿고 있고
나는 그런 오빠랑 더 사귈 자신 없어.
남 솔직히 말해. 너.... 승우 때문이지.
여 구질구질하게 이러지 좀 마.
이럴수록, 오빠도 나도 힘들어지는 거 몰라?
(E) 눈 밟고 들어가는
(M) 그 아픔까지 사랑한거야 - 성시경
남 그리고 얼마 뒤
은서와 승우는 공식적인 커플이 되었다.
내가 보는 앞에서
두 사람은 팔짱을 끼고
귓속말을 하고
다정하게 눈을 맞췄다.
(E) 전화 하는, 받지 않는
남 술에 많이 취한 어느날 밤.
난 그녀에게 여러 통의 전화를 걸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음날.
난.....
경찰에 연행됐다.
죄목은, 스토킹이었다.
(M) 고해 - 임재범
-------------1부 끝
여 그는 처음부터 조금 특이한 사람이었다.
실험실에 들어오면
다른 사람들과는 한마디도 섞지 않았고
오로지 실험에만 몰두했다
때로는 밥을 먹는 것도 잊어버리는 듯 했다.
천성적으로 친절함이 몸에 배어 있는 내게
그 사람은, 외로워 보여서 조금 도와주고 싶은 선배.
그 뿐이었다.
여 선배님. 이거 좀 드시고 하세요.
남 .............(앞과는 조금 톤 다르게) 뭐야 이게?
여 샌드위치에요. 제가 좀 싸와봤어요.
남 이걸.... 왜... 날...?
여 다같이 나눠먹으려고 많이 싸왔어요
다들 드셨으니까, 선배님도 드세요.
여 그게 실수였을까.
그 뒤로 그가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M) 그녀가 웃잖아 / 김형중
(E) 뭔가 적는
여 선배님 뭐하세요?
남 어... 실험일지... 적어. 넌 안 가?
여 지금 가려구요. 그럼 수고하세요.
(E) 탁 덮는
남 아니야. 나도 가려고 그랬어.
여 아니... 실험일지 적으신다구...
남 내일 해도 돼. 가자.
(E) 덮고
남 가자니까?
(E) 두 사람 걷는
여 (침묵이 어색한 듯) 이번 주말에 눈 올지 모른다던데....
남 눈? 눈 오면.... 뭐할건데?
여 네? 글쎄요...
남 예전엔 눈 오는 날에 뭐했는데?
여 음.... 고궁 같은 데 자주 갔어요. 경복궁이나 창덕궁 같은 데요.
멋있잖아요.
(E) 눈 밟고 걷는
여 그리고 눈오던 주말...
난 산책 삼아 고궁에 나갔다.
그런데
(E) 멀리서 찰칵찰칵 사진 찍는 소리
여 멀리서 나를 향해
사진기를 들이대고 있는 그를 발견하게 됐다.
순간, 알 수 없는 소름이... 온몸을 뒤덮는 기분이었다.
여 (당황하며) 선배.... 지금 저 찍으신 거에요?
남 응
여 아니... 얘기도 없이 찍으시면 어떡해요... 놀랐잖아요.
남 은서 너, 나 기다렸니?
여 네??? 기다리긴 누가요.
남 (다 안다는 듯 훗 웃고) 니 말대로, 눈 쌓인 고궁. 좋은데?
(M) Song From the Snow / 이문세
(E) 거리 소음
여 선배... 저 여기서 버스 타고 가면 돼요.
안녕히 가세요.
남 나두 여기서 버스 타. 너, 정릉 가는 버스 타지?
여 .........네
남 나두 그거 타. 대학로 쪽에서 내리면 돼.
여 아....네...
(E) 버스 멈춰서면
남 타자 (재촉하는) 뭐해. 얼른 타.
(E) 버스 가는
여 버스를 타고 얼마나 갔을까...
나도 모르게 졸다가 일어나 보니
내가 그의 어깨에 기대 잠들어 있었다.
여 (화들짝 놀라) 서..선배. 아직 안 내렸어요?
남 응. 정릉 다 왔다.
여 대학로에서 내리신다면서요.
남 괜찮아.
여 아무도 없는 버스 안.
내옆에 있는 그 사람을 보니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M) Adia / Sarah McLachlan
여 그리고, 진짜 사건이 생긴 건
그 다음부터였다.
주말, 고궁에서 만난 후부터
그는 우리 둘이 사귄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E)걸어오는 소리
남 은서야
여 (놀라며, 멈추고) 네... 여기서 뭐하세요?
남 그거... 군고구마니?
여 네...
남 나 주려구?
여 아뇨. 승우 선배랑... 다른 선배들이랑... 사다리타기 했어요.
좀.... 드실래요?
남 너... 요새 승우랑 부쩍 친한 것 같더라?
여 네?
남 걔, 여자 소문 안좋아. 친하게 지내지 마.
여 선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승우 선배 험담을 하세요?
남 너두 다른 여자애들이랑 똑같은거야?
여 네?
남 너두, 딴애들처럼 조건만 보고 남자 고르는 애냐구.
여 그런 게 아니라....
남 어쨌든 승우 가까이 하지마.
(M) 안되나요 / 휘성
(E) 강의실 문 열고 들어오는
남 은서야
여 (소스라치는) 서..선배. 놀랬잖아요. 여기서 뭐하세요.
남 너 기다리고 있었지. 점심은?
여 먹었어요. 승우 선배랑.
남 ....승우랑?
여 네. 왜요?
남 그럼, 저녁은 나랑 먹는거다?!
여 제가 왜요?
남 이따 7시까지 학교앞 칸트의 집으로 와.
(E) 나가는
여 선배! 저 밤에 약속 있어요. 못간다구요.
여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그날 밤.
(E)전화벨 계속 울리는
여 계속해서 그에게 전화가 왔다.
(한숨 쉬고 받는) 여보세요
남 너 왜 이렇게 통화가 안돼?
여 얘기했잖아요. 저 못나간다구요.
남 누구 만나는데. 너..승우 만나?
여 그래요. 승우선배 만나요. 그러니까 이제 전화 좀 그만하세요.
남 이 시간까지 뭐하는데.
여 제가 그걸 왜 선배한테 얘기해야 돼요?
선배, 정말 이상한 거 아세요? 이제 그만 좀 하세요!
(E) 끊어버리는
(M) 차마 - 성시경
여 밤중에 집에 들어가는 건
왠지 위험할 것 같아서
난 집근처 피씨방에서 밤을 새우고
아침이 다 돼서야 집으로 향했다.
(E) 눈 밟고 오는
여 그런데... 집앞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눈을 하얗게 뒤덮어 쓴 그가 서 있었다.
여 서....선배....
남 너, 지금이 몇시야.
여 네?
남 아침 7시야. 지금까지 뭐한거야!
여 그걸 내가 왜 얘기해야 돼요?
남 너, 승우랑 있었어? 지금까지?
여 ....네
남 뭐?
여 (일부러) 저 승우 오빠 오.피스텔에 있다 오는 길이에요
남 뭐?
여 우리 사귀거든요. 이제 아시겠어요?
남 너.......
여 선배랑 저랑은 아무 관계도 아니잖아요. 그건 선배가 더 잘 아실 거
아니에요!
남 그럼 지금까지 니가 나한테 보여준 것들은 다 뭐야!
여 내가 뭘 보여줬는지는 모르겠는데요. 오해하게 했다면 미안합니다.
어쨌든, 난 이제 사귀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이러지 마세요.
(M) 십이야 - 애즈원
여 그후 승우 오빠와 나는 사귀게 되었고
우리는 일부러 사람들 앞에서도
다정하게 행동했다.
그래야 그가 나를 포기하는 게 쉬울 것 같았다.
그런데......
(E) 봉투 찢는
여 ..... 뭐지? (하다가 놀라는) 이...이게 뭐야....
여 내 앞으로 배달된 우편물 안에는
몰래 찍은 수십장의 내 사진들이 들어 있었고.
(E) 전화벨 울리는
여 한밤중에도 쉴 새 없이 전화가 걸려오고
(E) 문자 메시지 울림
여 수백통의 문자가 배달됐다.
난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M) 마리아 / 김아중
(E)문 열고 들어오는
남 (약간 멀리서 얘기하는) 난 아니라니까요.
은서랑 나는 서로 사랑하는 사입니다.
은서가 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잠깐 어떻게 된 거라구요.
(E) 다가오는
여 그만 해요
남 은서야!!
니가 말씀드려. 너 나한테 이러는 거 아니잖니.
여 선배야말로 저한테 이러시는 거 아니잖아요.
남 조건 때문에 눈이 멀어서....
어떻게 니가 사랑했던 사람을 스토커로 몰아!
여 선배는, 사랑이랑 집착도 구분 못하는 사람이에요
선배가 진짜 저를 좋아했다면
날 괴롭히면 안되는 거 아니에요?
남 널.... 괴롭혀? (허허롭게 웃고) 너... 나를 가지고 논 거였구나.
여 뭐라구요?
남 잠깐 가지고 노는 거였으면, 상대를 잘못골랐어.
나는.... 정말 너를 사랑했으니까.
니가 먼저 다가와서 사랑하게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널 괴롭힌다고 말해?
여 누가 먼저 다가가요. 누가 사랑하게 만들어요.
선배 정신 차려요!
남 너나 정신차려! 사람 마음 가지고, 장난 하는 거 아니야!
여 선배!!
남 그녀를 사랑했던 걸, 후회한다.
이제 와서 후회한다.
진실이.. 금방 밝혀지리라.. 믿는다.
여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겨야 하는지 모르겠다.
저 사람의 가슴 속에 사랑이라는 게 있긴 있을까.
진실이.... 이제 곧 밝혀지리라.... 믿는다.
(M) 주제음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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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n1613534855)2023-07-19 10:08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64화 - 해바라기
(M) 주제음 (해바라기 - JK 김동욱)
남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녹차 보다는
진한 자판기 커피를 더 찾게 된다.
이제 그만 마셔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또 술을 마시게 된다.
언제나 머리와 가슴은 따로 놀고
깨달음은 한발 늦다.
(E) 바람 소리
남 잔뜩 흐려진 하늘 아래를 걷는다.
이제 겨울이다.
(M) 하얀새 - 이승철
남 오늘은
내가 사랑했던,
나만을 사랑한다고 믿었던 그녀가
결혼하는 날이다.
10년이다.
10년을 한결같이 그녀만을 바라보았는데
나와 헤어진 지 석달만에
기다렸다는 듯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는 그녀.
허탈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 걷는 소리, 사람들 시끌벅적한, 멀리서 웨딩마치
남 오지 않으려고 했지만
나도 모르게 와 버리고 말았다.
저 멀리,
천사처럼 아름다운 그녀가 보인다.
(M) 너의 결혼식 - 윤종신 (몰랐었어 니가 그렇게 예쁜지...)
남 얼굴을 봤으니 됐다, 하고 돌아서는데.
(E) 발자국 소리
여 혹시....
남 ....
여 맞구나. 봉덕씨. 나 몰라요?
남 아... 은주씨?
여 은주가 아니라 은서에요.
남 아, 맞다. 은서씨.
여 설마..했는데. 왔네요.
남 ....저 온 거 유민이한텐 얘기하지 마세요.
여 ....알았어요. 그럴께요.
남 그럼... 먼저 갈께요.
(E) 몇걸음 가는데
여 저기요.
남 네?
여 혹시, 예식장 나가서 술 드실거에요?
남 네?
여 그럴거면, 혼자 드시지 말고, 같이 먹자구요.
(M) 술이야 - 바이브 (난 늘 술이야~)
(E) 대폿집 분위기. 시끄러운. 술 따르는. 고기 굽는 등 소리들
남 저 술 먹고 싶은 거 어떻게 아셨어요?
여 뻔하잖아요. 내가 두 사람 사이 다 아는데.
남 맞아요. 유민이랑 젤 친한 친구셨죠.
여 그래요. 그런데 그새 제 이름도 까먹으세요?
남 그러게요. 다 정말 옛날 일 같네요.
여 유민이랑 결혼하실 줄 알았는데....
남 ........
여 자그마치 10년이었잖아요.
남 네. 저두 한번도 의심한 적 없어요.
유민이랑 전, 언제까지나 그냥.. 함께 있을 줄 알았어요.
(E) 술 마시는
여 헤어지고 나니까, 이렇게 아무 것도 아닌걸.
남 난.. 지난 10년 동안 뭘 한건가.... 싶어요.
(M) 거리에서 - 성시경 (니가 없는 거리에서...)
(E) 대폿집 소음
남 오늘은 그냥 혼자 있고 싶었는데
그래도 은서씨가 옆에 있어주니까 덜 허전하네요.
여 그랬어요? 우리, 건배나 할까요?
(E) 플라스틱 잔 부딪치고
남 막걸리 먹으러 오자 그래서 놀랐어요.
여자분들은 와인 같은 거 좋아하고 그러지 않나요?
여 전 막걸리 좋아해요. 달큼한 게, 신김치랑 먹어도 맛있고
돼지머리 누른 거랑 먹어도 맛있고.
남 (웃고) 참 다르네요. 유민이랑은.
여 맞아요. 우리 둘은 참 달랐어요.
성격도, 옷입는 것도, 좋아하는 음식도.
어떻게 친구가 됐는지 몰라요.
남 친한 친구 시집가서, 섭섭하시겠어요 은서씨도.
여 그냥.. 조금요.
남 유민이.. 지금쯤 신혼여행 갔겠네요. 어디로 갔어요..?
여 발리요.
남 .... 발리... (쓰게 웃고) 나중에 꼭 거기로 신혼여행 가자고..
예전에 약속했었는데.
(M) MY LOVE - 이현섭 (발리에서 생긴 일/ 난 안되겠니~첫부분부터)
(E) 걷는. 바람 부는 거리.
남 나..그거 물어봐도 돼요?
여 .....어떤 남자냐구요?
남 네
여 .....글쎄요. 뭐라고 해야 할까...
남 왜요. 사람이 별로에요?
여 좋은 사람이라고 말씀드리긴, 좀 힘드네요.
남 왜요? 어떤 사람인데요!!
여 (피식) 걱정되세요?
남 ....아니 뭐...
여 뭐가 걱정돼요? 10년 애인 버리고 3개월만에 딴남자 찾아갔는데.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건 아니건, 그게 뭐 걱정돼요?
남 그래두 이왕이면.. 좋은 사람 만나서 잘살아야죠.
여 정말 그런 마음이 들어요?
남 그럼요. 그리구, 유민이가 저를 버린 건 아니에요.
제가 그동안 잘 못해준 게 많아요.
여 글쎄요. 정말 그런 걸까요?
남 무슨 얘기에요?
여 .....아니에요. 유민이 잘 살 거에요. 똑똑한 애니까.
늦었네요. 저 그럼 먼저 갈께요.
(M) 안되겠니 - 조은
남 아무래도, 그날 밤 은서의 말이
걸렸다. 유민이가 결혼한 남자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건지,
그리고 유민이가 나와 헤어진
또다른 이유가 있었다는건지.
혼란스러웠다.
난 그날 받았던 은서의 명함을
몇 번이나 꺼내서 쳐다보다가
마침내 용기를 냈다.
(E) 전화하는
남 여보세요
여 네
남 안녕하세요. 저...
여 알아요. 웬일이세요?
남 뭐 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 시간 되세요?
제가 그쪽으로 갈께요.
(M) 알고 싶어요 - 서영은
(E) 까페 분위기. 차 마시는.
남 갑자기 연락 드려서 놀라셨죠.
여 아니에요. 제가 그날 얘기를 애매하게 해서...
남 계속 궁금하더라구요.
어차피 헤어졌고, 결혼까지 해버린 마당에..
다 소용없는 마음이긴 하지만요.
여 네... 그러실거에요. 저도 그러니까요.
남 .....네? 은서씨도.. 그런다는 게... 무슨....
여 유민이가 결혼한 그 남자가요,
제가 결혼하려던 남자에요.
이제 아시겠죠. 제가 왜 그남자.. 좋은 사람이라고..
얘기 못드렸는지.
(M) 하늘만이 허락한 사랑 - 엄정화
남 .......그게 정말이에요?
여 네.
남 그럼.... 유민이가 은서씨 남자친군 걸 알고 그랬다는 거에요?
여 알았다 뿐이겠어요?
우린 셋이 자주 만나곤 했어요.
남 그게, 유민이가 저랑 헤어지기 전의 일이었나요?
여 그럼요.
남 그럼, 유민이가 저랑 헤어진 것도....
그 사람과 관계 때문이었다는 거에요?
여 네.
남 어떻게... 그럴수가....
여 먹는 것도, 입는 것도, 뭐 하나 저랑 취향이 같은 게 없었는데.
유민이가, 제가 좋아하는 남자를 좋아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남 .......(한숨만)
여 저희 12월에 결혼하기로 약속된 상태였어요.
유민이가 들러리 서주기로 약속도 했었구요.
그런데 세달 전에 그러더라구요.
들러리 못서줄 것 같다고.
자기가,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됐다고.
(M)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남 정말.. 까맣게 몰랐어요.
처음엔.. 유민이가 저와의 관계에 지쳤다고만 생각했어요.
예전에도 헤어졌다 만났다, 자주 그랬으니까
이번에도 시간을 조금 가진 뒤에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여 그런데 결혼한다고 해서, 놀라셨죠.
남 그랬죠.
여 유민이가 봉덕씨한테 많이 미안하다고 그랬어요.
남 이 얘기, 차라리 안들을 걸 그랬어요.
여 저두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날... 저도 모르게...
남 아니에요. 그럴 수 있어요.
나라도 그랬을 거에요.
여 저두 그날... 결혼식장 몰래 갔었던 거거든요.
뒤에서 서서, 정말 결혼을 하나.....
그렇게 못할 짓하고 가서도... 행복하게 웃나...
그거 보려고 갔었어요.
그런데... 거기서 봉덕씨 보고...
남 동병상련을 느낀거에요?
여 그랬나봐요. (쓸쓸하게 웃는)
(M) 까만안경 - 이루 (2절 한여자가 떠나요부터 - 둘이 함께 부르는 부분)
(E) 대폿집 분위기
남 그날밤 우리는 또
그 대폿집에 갔다.
(E) 잔 부딪치고
여 (취하지는 않고, 그냥 조금 기분만 좋아진) 솔직히요, 이제 와서 말이지만
저는 그 남자랑 결혼안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남 왜요?
여 제가 3년 사겨봐서 아는데요, 정말 짠돌이거든요.
남 그래요?
여 그럼요, 어우~ 밥 한번 시원하게 쏘는 꼴 보기가 힘들었잖아요.
남 남자가 쪼잔하게~
여 제 말이요. 이게 작년에 그 사람이 생일선물로 해준건데요.
은반지잖아요. 솔직히 요새 누가 은반지 해줘요? 고딩들도 아니고.
남 그러네요?
여 그래두 내가.. 이 반지를 얼마나 아꼈는데.
세수할 때도 안 빼놓고... 맨날 치약으로 닦아주고...
내가 세상 어느 다이아반지보다 더 귀하게 생각하고...
그렇게 간직했는데. (목소리 흐려지는)
(M) 그 남자 그 여자 - 바이브 (혹시 니가 돌아올까봐... 여자 부분)
남 유민이두 뭐, 그렇게 좋은 애는 아니에요.
제가 직장 생활 4년인데, 아직 백만원도 못모았잖아요.
여 유민이 때문에요?
남 아시죠? 밥도 코스 요리 아니면 안먹고, 공연을 봐도 브이아이피석만 앉아 야 되고.
여 술은 와인만 마시구요?
남 하루 이틀도 아니고 십년을 그랬잖아요.
저한텐 일년에 밥 딱 한번 샀어요. 제 생일날.
여 걔가 좀 그런 데가 있어요.
남 예전에 저 군대 가 있을 때요, 면회 오면
남들은 통닭에 피자에.. 맛있는 거 잔뜩 사오는데.
유민이 얜, 달랑 김밥 한줄이었어요.
여 진짜요?
남 네~ 그러면서.... 지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직접 싼 거라고...
어찌나 생색을 내는지..... (잠시 있다가) 그래도.. 그게 참...
맛있었는데.....
(M) 그 남자 그 여자 - 바이브 (혹시 니가 돌아올까봐... 남자 부분)
------1부 끝.
남 정말 동병상련이었을까.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는 얘기들을
그녀에게만은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난, 자꾸만 은서를 만나게 되는 것 같았다.
우리 두 사람의 이야기를 알아줄 사람이
서로밖에 없어...
우리는 더 자주 만나게 됐다.
(E) 바라 부는. 낙엽 밟으며 오는 소리.
남 은서씨.
여 또 술생각 나서 부른 거에요?
남 아뇨. 그냥 오늘은, 술 안 마시고... 친구나 돼 달라구요.
여 좋죠... 저두 그냥 퇴근하기 좀 쓸쓸..하던 참이었거든요.
남 안색이.. 안좋아보여요.
여 그래요?
봉덕씨가 저 불러내줘서, 오늘은 진짜로 고마웠어요.
남 왜요?
여 .....오늘.. 그 사람이랑 나, 결혼하려던 날이에요.
(M) 그 사람의 결혼식 - 서영은 (너의 신부 아름답구나)
(E) 두 사람 낙엽 밟으며 걷는
남 기분이 참... 그렇겠어요.
여 약속이라는 게, 참 부질없죠.
아니라고 하니, 미안하다고 하니, 다 아무 것도 아닌 게 돼 버리네요.
남 유민이가.. 밉죠.
여 밉죠. 너무 밉죠.
남 많이 미안해하고 있을 거에요.
원래 그렇게 나쁜 애는 아니잖아요.
여 원래 나쁜 사람이 어딨어요.
나쁜 짓을 하니까, 나쁜 사람인 거에요.
남 ..........
여 이상하게, 그 사람은 자꾸만 용서하고 싶어요.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겠지, 내가 뭔가 잘못한 게 있겠지, 이렇게요.
그런데 유민이는 용서가 안돼요.
그 사람한테 못 털어놓을 속얘기까지 다 했던 친군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죽을 때까지 용서 못할 것 같아요.
(M) 아름다운 날들 - 장혜진 (용서할 수 있겠니 너를 아프게 한 날)
남 나도 은서씨랑 비슷한 심정이에요.
나도.... 유민이를 자꾸만 이해하고 싶어져요.
내가 못했던 것들만 생각하게 되구요.
그냥... 그놈이 나쁜놈이겠지. 그놈이 우리 유민이 꼬셨겠지.
그렇게 생각하려고 해요.
여 (웃고) 우리 참 웃기네요.
남 그렇네요.
여 그 사람들은 우리가 어떻게 살든지, 말든지, 용서를 하든지,말든지
아무 상관도 않고 잘 살텐데.
남 .....그러겠죠.
(M) 그댄 행복에 살텐데 - 리즈
남 코끝이 빨개질 때까지 낙엽 쌓인 길들을 돌아다니다가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 주게 됐다.
(E) 몇걸음 걷고
여 고마워요. 나 혼자 올 수 있었는데.
남 들어가세요 그럼.
여 어? 눈 온다.....
남 네? (보는 듯한) 그러네.....
여 예쁘네요....
(M) 그 아픔까지 사랑한거야 - 조정현
(BG)로 앞노래 이어지면서 -
남 어쩌다 그랬는지 모르겠다.
눈이오는 분위기에 젖어 그랬던건지
두 사람 마음이 모두 쓸쓸해 있어 그랬던건지
우린 서로에게 기대 있다가
입맞춤을 하고 말았다.
(M) 노래 더 이어지고 -
남 그리고 며칠 동안...
(E)전화기 들었다가, 다시 놓는
남 난 전화기를 백번쯤 들었다 놓았을 것이다.
전화를 할까,하다가
그녀 목소리를 들으면 어색할 것 같기도 했고.
할말이 없을 것 같기도 했다.
그날의 일을 후회하기도 했다.
일주일 가량...
전화를 할까,말까로 고민만 하던 끝에
마침내 용기를 냈다.
(E) 전화하는
여 여보세요
남 .....예... 저에요.
여 네. 오랜..만이에요.
남 그러게요...... 잘 있었죠?
여 ......그냥요
남 .........(사이) 그날 일은요...(머뭇)
여 저 할 말 있어요. 우리 만나요.
(E)까페 소음
남 무슨.. 할 말인데요?
여 저, 사고쳤어요.
남 네? 사고라니... 무슨....
여 유민이한테 전화를 받았거든요. 어제.
딴에는 미안해서 전화한 것 같더라구요.
원래는 퍼부어주려고 했는데
막상 전화오니까, 더 독한 마음이 생기더라구요.
남 그..래서요?
여 봉덕씨랑 사귄다고 해버렸어요.
(M)라라라 - 세븐 (넌 그냥 오면 돼~)
남 .....(황당) 뭐라구요?
여 저도 전화 끊어놓고 아차 했는데.
어떻게 돌이키기가 힘들게 돼 버렸어요.
남 유민이가... 뭐래요?
여 ............울던데요.
남 울어요?
여 네. 사람 마음이 다 거기서 거기잖아요.
자긴 봉덕씨 배신하고 결혼했지만
봉덕씨가 저랑 사귄다니까, 배신감이 느껴지나봐요.
남 (쓴웃음) 그래요?
여 솔직히 말하면요,
저 조금 시원했어요. 미안해요.
남 저도 솔직히 말할까요?
여 ........
남 유민이가 그 말 듣고 울었다는 얘기가, 조금 위로가 되네요.
(M) 우리 이제 어떻게 하나요 - 김현철, 거미
(E) 땅~ 야구볼 치는
남 실내야구장에 왔다.
총알처럼 날아오는 공을
방망이로 맞춰 때리고.
가끔은 바람을 가르며 헛스윙을 하기도 하면서
우리는 웃었다.
여 (웃는) 재밌어요. 지나가다 보기만 했는데
이렇게 재밌는 건 줄 몰랐어요.
남 전 가끔 스트레스 쌓일 때 여기 와요.
예전에 유민이는 저보다 더 잘했어요.
늘 홈런이었다니까요.
여 ..... 유민이랑 왔던 데에요?
남 네.... 자주 왔었어요.
여 하긴... 십년이었으니 뭘 같이 안해봤겠어요.
남 그냥... 제 일상이... 유민이의 일상이었을거에요.
여 계속 그럴 거에요?
남 네?
여 계속, 봉덕씨 일상 속에서 유민이를 털어버리지 못할 거냐구요.
남 글쎄요.
여 그런 게 어딨어요.
있죠, 진짜로 나랑 사귀는 거 어때요?
남 은서씨.
여 뭐 어때요. 유민이도 내 남자 뺏어갔는데.
나라구... 뭐 지금은 유민이 남자도 아니지만.... 어쨌든
봉덕씨 진짜 뺏지 못할 이유 없잖아요?
나 그럴래요. 유민이한테. 아니 유민이의 추억한테.
그쪽 뺏을래요.
(M) 체념 - 빅마마
남 나에게도 어쩌면,
유치한 복수심 같은 게 있었을 것이다.
은서가 싫지 않았던 것도 있었지만
유민이가 어디선가
우리 두사람. 은서와 나를
바라봐 주길 바라는 마음도
분명 있었다.
우린 부지런히 만났다.
함께 사진도 찍었다.
그 사진들을 일부러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여 우리 있잖아요. 오늘 고궁 갈래요?
남 고궁요?
여 지금이 고궁 가장 운치있을 때에요.
(E) 낙엽 쌓인 길 두 사람 걷는
여 거기 서 볼래요? 사진 찍어요 우리.
남 여기요?
여 네. 잠깐만요. 타이머 맞춰놓고.
(E) 타이머 맞춰지는, 뛰어오는. 찰칵
여 찍혔다.
(E) 뛰어가서, 카메라 눌러보는
여 와, 잘 나왔어요.
이거 봐요.
남 그러네요. 은서씨 이쁘게 나왔다.
여 우리, 그럼 저쪽 가서 또 사진 찍을래요?
남 이제 그만요. 오늘 많이 찍었잖아요.
여 한 장만 더요. 저기, 기둥 앞에서 찍으면 좋을 것 같은데.
남 지나치게 사진에 집착하는 그녀를 보면서,
이해가 되기도 하고.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하기도 했다.
(M) 슬픈 안녕 - 이지연
(E) 찻잔 놓고, 물 따르는
남 녹차..마셔요.
여 오늘.. 추웠죠.
남 은서씨.....
여 네?
남 ....난요. 은서씨가 애쓰는 모습이... 안쓰러워요.
여 ......네?
남 그냥... 안아픈 척 보이려고. 우리가 서로 많이 좋아하는 척 보여주려고.
그러는 모습이. 안쓰럽고. 마음이 불편하고. 그래요.
여 ........그래 보여요?
남 네.... 은서씨 모습이 내 모습이기도 해서, 더 그래요.
여 (후 가볍게 한숨) 봉덕씨.
남 네?
여 여기도 유민이랑 자주 오던 데죠?
남 .......
여 이 찻집, 들어오다가 입구에서 두 사람 사진봤어요.
99년에 찍은 사진이 있더라구요.
남 그랬어요? 난 몰랐네....
여 우리 어쩌면....
이렇게 만난 거 아니었으면... 잘됐을 지도 모르는데....
남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여 미안해요.
(M) 그 이유가 내겐 아픔이었네 - 이지연
(E)낙엽 밟고 걷다가 멈추는, 바람 부는
여 가세요. 저는 조금 걷다가 들어갈래요.
(E) 몇걸음 걷다가 멈추고
남 우리가 너무 서둘렀다고 생각해요.
여 ......
남 사랑한 시간이 길었으니까....
치유할 시간도 필요한건데....
우리가... 아픔을 너무 두려워했던 것 같아요.
아플 겨를 없이, 다시 사랑하고 싶어했던 거.
욕심이었어요.
여 그래요. 맞아요.
남 실컷 아파하다가, 언젠가 서로가 생각날지도 모르잖아요.
여 그럴까요?
남 그럼, 그때 다시 만나요. 그래도 될까요?
여 ......그래요. 그렇게 해요.
(E)낙엽 위 걷는 소리
남 얼핏 눈물 고인 눈으로 웃던 그녀가
다시 돌아서서 걷는다.
해만 바라보며 고개를 움직이는 해바라기도...
겨울이 되면... 시든다.
언젠가는.... 그래 언젠가는....
이 미련한 마음도, 사랑도, 그치고.
또다른 햇살을 기다릴 해바라기가
자라날 거라고, 믿는다.
그렇게 믿고 싶다.
(M) 주제음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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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n1613534855)2023-07-1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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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n1613534855)2023-07-1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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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빗소리♪ (@n1613534855)2023-07-18 17:1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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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n1613534855)2023-07-14 20:36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 하림.
언젠가 마주칠 거란 생각은 했어
한눈에 그냥 알아보았어
변한 것 같아도 변한 게 없는 너
가끔 서운하니
예전 그 마음 사라졌단 게
예전 뜨겁던 약속 버린게
무색해 진대도
자연스런 일이야
그만 미안해 하자
다 지난 일인데
누가 누굴 아프게 했건
가끔 속절없이 날 울린
그 노래로 남은 너
잠신걸 믿었어
잠 못 이뤄 뒤척일 때도
어느덧 내 손을 잡아준
좋은 사람 생기더라 음 오오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이대로 우리는 좋아보여
후회는 없는걸
그 웃음을 믿어봐
믿으며 흘러가
다 지난 일인데
누가 누굴 아프게 했건
가끔 속절없이 날 울린
그 노래로 남은 너
잠신걸 믿었어
잠 못 이뤄 뒤척일 때도
어느덧 내 손을 잡아준
좋은 사람 생기더라 우워어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이대로 우리는 좋아보여
후회는 없는걸
그 웃음을 믿어봐
먼 훗날 또다시
이렇게 마주칠 수 있을까
그때도 알아볼 수 있을까
라라라 라라라
이대로 좋아보여
이대로 흘러가
니가 알던 나는
이젠 나도 몰라
라라라 라라라 접기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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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n1613534855)2023-07-14 11:24쿠팡 계약직 3~4주차 후기 (러시아 노동 교화소)
쿠팡 계약직 3주차
3년여간 무능 상사 및 직장 정치질에 시달린 나의 퇴사
공장 초기화를 해야 다음 직장생활이 가능할 듯하여 몇 달간 속세를 떠나기로 함
속세를 떠나와서 하루 2번씩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미친 자아를 발견
직장 시절보다 돈을 더 많이 씀 전부 식비로
이러다가 다음 직장 가기 전에 알거지되겠다 싶어서 일을 구하기로 함
초기화 끝나면 본업으로 돌아갈 생각이어서
오래 할 일 말고 임시로 좀 하다 말 일을 구함
더쿠에서 쿠팡 알바 글을 200개정도 읽음
이거다 싶어 알바몬에 문자를 보냄
갑자기 담당자가 계약직 제의를 함
뭔지도 모르고 하겠다고 함
면접갔더니 기간 채우면 인센티브를 준다고 함
ㅇㅋ하겠다고 함
출근함
너무너무 힘듦
너무너무 몸이 힘듦
내 몸의 안 쓰던 기관들을 전부 써봄
집에 와서 잠만 잠
밥도 안먹음
배달 안 시킴 잠만 잠
눈뜨면 쿠팡 감
가서 겁나 일하고 거기서 밥 주면 그 밥 쿠팡밥 먹음 1일 1식
밥 고봉밥 먹음
뻥 안 치고 밥만 두 공기씩 퍼서 먹음
한 입에 최대로 많이 먹으려고 입 와구와구 벌려서 먹음
왜냐면 숟가락 들 힘없음
나는 나이도 많음
숟가락 들 힘 없음
회사 다닐때 안 먹던 맥심 모카골드도 꼭 챙겨 먹음
자양강장제가 따로 없음
3주 차 7킬로 빠짐 노 거짓
인생 최저 몸무게 됨
고봉밥 먹어도 상관없음 일이 너무 힘들고 이 힘든걸 3일 연속하고 1일 쉬고 또 3일 하고
내 삶은 노동 잠 노동 잠 노동 잠
살찔 틈 없음
쿠팡 풀필트먼트 쥬비스 감사함
노동할 때
진짜 내가 기계가 된 건지 기계가 내가 된 건지 미칠 것 같음
첫 출근때 입고 간 회색 옷 검정 바지를 3주째 입고 있음
꾸밈 이런거 1도 없음 집 오면 자고 눈뜨면 어제 그 옷 주워 입고 쿠팡감
너무 먼지가 많아서 머리를 안감아도 떡이 지지 않음
일은 진짜 바보가 와도 할 수 있는 난도임
미친 반복 작업과 노휴식임
하도 현타가 와서 상황을 설정하고 설정에 흠뻑 빠져서 일해보기로 함
즉 알고 보면 이곳은 러시아 노동교화소임
알고 보면 나는 사실 독일 포로수용소에 끌려갔다가 고향에 돌아가려고 했는데 잡혀서 노동교화소에 갇힌 거임
그래서 쿠팡 3개월 형을 받음
그리고 사실 이름은 사브리나임
사브리나는 반복적인 일을 기계처럼 해야 함 휴식은 없음
느려지면 잔소리 들어옴
가혹한 간수 막심이 사원님! 속도 신경 써주십니다!라고 말함
내가 배정받은 교화소는 무한 이기주의가 가득함
그동안 본 후기에서는 쿠팡가면 서로서로 관심도 없고
개인플레이 한다고 했는데
이곳은 서로에게 관심이 많아서 맨날 흉보고 텃세가 미쳐 돌아감 험담 쩔고
아 역시 사내정치는 러시아 노동교화소에도 있는 것이었다
내가 좀 느려지면 고인물+연세있으신 사원님이 겁나 엄청 뭐라고 하고
다른 사원들하고 낄낄거리면서 내 앞담화를 함
게다가 이곳의 냉기는 역시 시베리아답게
일하는 내내 개추움
나의 피땀이 얼어붙음 내 눈썹에 성에가 낌
그런데 어느 날 어느 순간 내가 무거운 걸 들어야 하면
옆에서 손이 나타나 대신 가져가 버리고
또 무거운 걸 끌어야 하면 옆에서 손이 나타나서 밀어주고
허리가 너무 아파서 잠깐 주저앉으면 내 자리에 대신 와서 노동을 커버해 주는
이 교화소에서 있을 수 없는 이타적인 상황이 일어남
그것도 나에게
심지어 실화임
상상이 아님
이 믿어지지 않는 상황이 2시간 4시간 6시간 계속되자
나는 그 손의 주인과 이미 영혼결혼식 해버림
다음날도 계속되는 호의
그리고 그 손의 주인이 내 이름을 물어본 순간
나는 그에게로 가서 꽃이 되었다
아 이게 바로 인터넷 세상에서 보았던 쿠팡에서 알바하다가 노비끼리 눈 맞는 기분 그건가
라고 생각했지만 개오바하지 말자 흔한 친절일 뿐
지금 나의 이런 착각은
나는 솔로에서 상추쌈 한번 싸줬다고 미쳐돌아서 혼자 질주하는 영철같은 짓이다
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곱게 접어봄
이때까지 나는 손 주인의 이름도 모름
며칠 후 나는 일하다가 부상을 당해 절뚝거리는데
주변 고인물 사원은 동정을커녕 아프면 집에나 가라고 면전에서 말해서
인류애를 상실하였으나
내가 다리가 부러질 지언정 지금 조퇴하기엔 일당이 아까워 개참고 있는데
하
절뚝이는 나를 목격하고 그가 대신 관리자에게 제보를 해주고
어디서 부목 비슷한걸 구해와서 응급처치를
그리고 내 몫의 일까지 대신해주는 그 순간
나와 그는 장차 1남 1녀를 낳고 행복하게 살 것이 예정되었으며
그의 이름은 세르게.이 이바노비치인데
이 교화소에서 나가면 반드시 푸른 들판에 아궁이를 놓고 밥을 지어 소박한 결혼식을 하리라
이후에도 노동 교화는 똑같이 반복되는데
매일 다친 데는 괜찮냐고 물어보는 세르게.이
비록 마스크 아래의 얼굴은 모르지만 이미 폴인럽
나덕 그린라이트다 vs. 나는솔로 영철이다
후자일 시 쿠팡에서 유모차 주문함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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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n1613534855)2023-07-14 11:2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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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n1613534855)2023-07-14 11:18
[펌] 유머, 쿠팡 계약직 3-4주차 후기 (러시아 노동 교화소)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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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n1613534855)2023-07-14 10:25
음악에세이 - 노래가 있는 풍경
제 385화 - 목련이 피어있는 바다
(M) 주제음 (네버엔딩스토리-부활)
남 봄이다. 목련이 피는가 싶더니 금방 꽃잎을 떨군다.
봄이라는 시간이 그렇다.
오는가 싶으면 간다.
청춘 같다.
사랑 같다.
(M) 언젠가는 / 이상은
(E) 바닷가 걷는 소리. 파도 소리 등.
남 오래된 기억은 내 일부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10년 전. 나는 사랑하고 있었고.
청춘이었다.
그때 내 곁에는 언제나 한결 같은 모습으로
나를 지켜주는 그녀가 있었다.
여 바닷가라 그런가... 춥다. 목도리 좀 단단히 매 봐.
남 그러니까 바다는 왜 오자 그래.
여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니고. 어중띠게 봄에...
여 봄바다가 얼마나 좋은데 그래.
봄 되면 산에 움트고 꽃피고 하는 것처럼
바다에도 뭔가 새로운 게 있단 말야 봄엔.
남 새로운 게 있긴 뭐가 있어. 춥기만 하구만.
아... 배고파. 근처에 뭐 파는 데 없나?
여 으유~ 좀 걷다가.
남 걸었잖아. 백미터도 더 걸었겠다. 뭘 자꾸 걷재.
여 뭘 바라겠어. 암튼 무슨 분위기를 잡을 짬을 안주지.
남 윤은서양. 우리 사귄지 4년이다.
3개월만 돼도 무슨 호르몬인지 뭔지 다 바닥나서
남녀가 서로 이성으로 안보인다는데. 우리는 오래도 견뎠지 않냐?
여 증말 하는 소리마다 이뻐 죽겠네. 알았어. 어디 포장마차라도 있나
찾아보.지 뭐.
남 잠깐만.
여 뭐.
남 추우니까 내 주머니에 손 넣고 가.
여 됐거든. 주머니는 내 옷에도 있거든.
남 아 넣으라면 넣어.
여 참나....
(E) 부스럭
여 어? .... 이게 뭐야?
남 꺼내봐.
(E) 뭔가 꺼내고
여 뭔데...
(E) 딸깍 열고
여 ....반지잖아.
남 그래? 반지가 있어?
여 뭐야 이거...
남 반지도 있는데. 어떻게.. 프로포즈 해 봐?
여 뭐어?
남 우리... 결혼할까?
(M) 청혼/ 조규찬
(E) 기차 가는 소리
여 내가 증말, 생각할수록 웃겨 죽겠어. 치...
남 프로포즈 로맨틱하게 하라며. 그래서 바닷가 간 김에
멋있게 했잖아.
여 참 나 자기 입으로 멋있대.
남 멋있는 건 인정을 해줘야지. 반지는 잘 맞아?
여 꽉 껴. 지 여자친구 반지 사이즈도 모르냐?
남 우와. 저 사이즈가 웬만하면 맞을 거라 그러던데.
너 손가락이 무슨.... 이제 보니까 좀 두껍긴 하네.
여 이게 뭐가 두꺼워. 일부러 제일 가는 걸로 맞췄지.
남 큼...
여 암튼 프로포즈 할 때도 장난이야? 매사에 진지한 맛이라곤 없지.
남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좀 그렇다? 왜 대답 안해? 내가 결혼할까?
물어봤잖아.
여 생각 좀 해 봐야지.
남 뭐? 무슨 생각!
여 스스로에게 너무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아냐?
다음 달에 군대갈 사람이 프로포즈 해놓고 당장 답 내놓으라는 건!
남 군대 가기 전에 식올리자고 안한 거 다행으로 알어.
여 하하.. 참나.... 암튼 스물 일곱씩이나 먹도록 군대도 안가고.
내가 진짜 못살아. 내 친구들이 다 나보구 미쳤대.
남 대학원 가서 공부 열심히 하랄 땐 언제고 이제와 딴소리야.
여 그거야....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자기 만날 줄 몰랐지~
남 뭐? 너 진짜....
여 걱정마. 책임지는 차원에서 기다려 줄테니까.
남 뭘 책임져. 내가 널 책임지는거지.
여 뭔 소리야. 내가 자기 책임지는거지.
(서로 툭탁거리는데서)
(M) 책임져 / 언타이틀
남 얼마 후, 군대에 갔고. 태어나 처음으로 눈물이 쏙 빠지게
고된 훈련을 했다. 외아들에 편하게만 자라왔던 내게
군생활은 고난이었고 암흑기였다.
그리고 휴가를 나갔을 때.
(E) 호프집 분위기
여 좀 먹어가면서 마셔. 자기 골뱅이 좋아하잖아.
남 됐어.
여 기분이 왜 그렇게 다운이야. 휴가 나왔으면 즐겁게 보내다 가야지.
남 즐겁게? 하긴 니가 어떻게 알겠어.
휴가 끝나면 복귀해야 되는데. 내가 지금 어떤 마음일지
알기나 해?
여 남들 다 가는 군대다. 남자가 왜 그래? 쪼잔해 보이게.
남 뭐? 너 방금 말 다 했어?
여 그렇잖아. 봉덕씨 휴가 나와서 언제 한번 웃으며 들어간 적 있어?
맨날 상병이 갈구네 병장이 괴롭히네 하면서 불평만 하고.
들어가기 싫다 어떻다 하나마나한 투정만 부리고. 자기가 애야?
어른스럽지 못하게 왜 그래?
(E) 벌떡 일어나는
남 너 그렇게밖에 말 못하지? 너 군대가 그렇게 쉬워 보이면
니가 한번 가봐. 한참 창창할 때 2년을 넘게 내 맘대로 아무것도
못하고 그렇게 있어야 하는 기분. 니가 알아?
여 그게 내탓이야? 그리구, 자기는 성인이야.
자기한테 주어진 어려움을 스스로 잘 헤쳐나가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봐. 이런 남자 뭘 믿고 시집을 가니?
남 믿음이 안 가면 결혼하지 마. 우리가 무슨 약혼을 했냐. 뭘했냐.
여 ...뭐?
남 그렇잖아. 꼴랑 반지 준 거? 요즘 반지 주고받는 건
중고등학생들도 다 하는 거고. 너 그거에 혹시 부담 갖고 있는
거면 절대 그러지 마.
여 아아..그래? 고마워. 안 그래도 받아놓고 부담됐는데
그렇게 얘기해줘서.
(E) 반지 테이블에 탁 놓는
여 자!
남 야!
여 됐지? 반지 돌려줬다? 잘 가.
(M) 한번만 더 / 핑클
남 성격이 불같았던 나는 그렇게 나가는 그녀를
한번 잡아볼 생각도 안하고 그대로 군대에 복귀했고
다음 휴가에도 그 다음 휴가에도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강원도에 있는 부대까지 면회를 왔다.
(E) 걸어가는
남 (어색) 왔냐.
여 ....어.
남 웬일이냐.
여 그렇다고 정말 연락을 한번도 안해? 나 이제 안보려고?
남 적반하장도.... 반지 빼놓고 가버린 건 너였어.
여 그렇게 만든 게 누군데.
남 또 싸우자고?
여 ...... 몸은 좀 어때.
남 그런 걸 왜 니가 신경을 써. 무슨 상관이라고.
여 계속 이렇게 삐딱하게 나올거야? 나도 힘들어.
남 너 힘들게 안하고 싶어 그러니까. 이렇게 된 거.... 헤어지자.
뭐 난 속으로 벌써부터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여 뭐?
남 너도 반가울 거 아냐. 너 노래를 불렀잖아.
나이 차서 군대간 남자 친구 기다린다고 친구들이 다 너보고
바보라 그런다면서.
여 그거야...
남 니가 그렇게 얘기할 때마다 내 맘이 어땠는지 알아?
괜히 무능력한 놈이 여자 발목잡고 앞길 막는 것처럼...
여 그런 뜻으로 얘기한 적 한번도 없어. 왜 이래 정말?
남 그런 뜻으로 얘기한 적 없었겠지만. 난 그렇게 들렸어.
그리고 나도.... 내 앞에 문제들이 너무 복잡하고 머리아파서
너한테까지 신경쓰고 싶지가 않다. 그럴 정신이 없어.
여 .... 그래서 정말 헤어지자구?
남 나중에.... 나 제대하고 자리도 잡고. 그랬는데 서로한테
좋은 사람 없고... 인연이 된다면.... 그때 다시 만날 수 있으면
만나든가.....
여 차라리 다음 생에 만나자 그러지 왜?
남 그러든가..
여 하..... 그래. 알았어. (울먹하는 거 참으며)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왔는데. 못하고 가.
남 ......
여 잘 있고. 건강해. 선임들한테 너무 대들지 말고.
성격 죽이면서 살아. 다음에 여자 만나면... 잘해주고.
간다.
남 그녀가 눈물을 참아가면서 일어날 때까지
나 역시 몰랐다.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M) 다음 사람에게는 / 조성모
남 솔직히 그때까진 그렇게도 생각했다.
세상에 여자가 은서 하나 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너무 어릴 때 만나 내 바닥까지 다 보여준 그런 여자보단
사회에 나가서 내 입지도 좀 다지고
뭔가 안정이 돼 있을 때 만나는 여자가
더 좋은 여자일 거라고.
내 생각대로, 제대하고 취직하고 몇 번의 연애를 했다.
잠깐 만났다 헤어진 적도 있었고
1년 가까이 만나다 헤어진 적도 있었다.
이상했던 건...
헤어지고 몇 년 동안 소식조차 알 수 없었던 은서가
어디선가 꼭 나를 기다려주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말이다.
(M) 거리에서 / 성시경
(E) 바닷가
남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그녀와 헤어지고 10년이 지났는데. 난 지금 혼자다.
그리고 여러번의 연애를 했는데도.
지금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사랑도
10년 전 그 사랑이 유일하다.
사랑도 계절처럼, 가면 또 온다고,
누가 그런 말을 했던가.
주말에 선 보라는 어머니의 엄명을 거부하고
난 기차를 타고 봄바다를 보러
그곳에 다시 왔다.
그녀의 말대로, 봄을 맞은 바다는 뭔가 싱그럽고
기운이 넘쳤다.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그저.... 한 사람이 내 옆에 없을 뿐.
(M) 회상 / 터보
--------------------1부 끝 ----------------------
*잠시 뒤 음악에세이 노래가 있는 풍경 제 2부가 이어집니다.
(E) 바닷가
여 오래된 기억은 내 일부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10년 전. 나는 사랑하고 있었고. 청춘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때, 늘 같은 모습으로
누군가의 곁에 있었다.
남 아 추워죽겠는데 바다는 왜 오자 그래가지구.
여름도 아니고 겨울도 아니고. 어중띠게 봄에.
여 나에게도 생각이 있었다.
군입대를 한달 앞둔 그에게 난 프로포즈를 할 생각이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그가 먼저 할 것 같진 않았기 때문이다.
남 아 배고파. 근처에 뭐 파는 데 없나?
여 으유 좀 걷다가.
남 잠깐만.
여 뭐.
남 추우니까 내 주머니에 손 넣고 가.
여 됐거든. 주머니는 내 옷에도 있거든.
남 아 넣으라면 넣어.
여 참나....
(E) 부스럭
여 어? .... 이게 뭐야?
남 꺼내봐.
(E) 뭔가 꺼내고
여 뭔데...
(E) 딸깍 열고
여 ....반지잖아.
남 그래? 반지가 있어?
여 뭐야 이거...
남 반지도 있는데. 어떻게.. 프로포즈 해 봐?
여 뭐어?
남 우리... 결혼할까?
여 5분만 늦게 했어도 내가 먼저 하려고 했던 말.
너무 기뻐서.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M) 행복한 나를 / 에코
(E) 기차 가는 소리
여 내가 증말, 생각할수록 웃겨 죽겠어. 치...
남 프로포즈 로맨틱하게 하라며. 그래서 바닷가 간 김에
멋있게 했잖아.
여 나에겐 최고의 프로포즈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바닷가에서
나보다 한발 앞서 해준 그의 청혼.
내가 틱틱거렸던 건. 그러지 않으면 주책맞게 눈물이라도 나
내 마음을 다 들켜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남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좀 그렇다? 왜 대답 안해? 내가 결혼할까?
물어봤잖아.
여 생각 좀 해 봐야지.
남 뭐? 무슨 생각!
여 스스로에게 너무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아냐?
다음달에 군대갈 사람이 프로포즈 해놓고 당장 답 내놓으라는 건!
남 군대 가기 전에 식올리자고 안한 거 다행으로 알어.
여 그때 그의 그런 말에, 내가 얼마나 설레고 좋았는지
그사람은 몰랐을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게 좀 후회가 된다.
내 마음을 더 많이 표현해주지 못한 게.
(M) 라이야/ 메이비
여 그가 군대에 간 후
난 더 열심히 일했다. 나에게도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제대하기 전에 한푼이라도 더 모아서
동생들에게 주고 가고 싶었다.
형편이 여의치 않아서 등록금 마련하느라 휴학을 반복해야만
하는 두 동생에게 결혼하기 전에 어느 정도는 힘이 돼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집안 형편상 부모님에게 의지할 수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그러던 어느날.
그에게 면회가려고 나섰다가 부대 앞에서 그의 어머니를
만나게 됐다. 어머니는 나를 읍내 작은 다방으로 데려가시더니
조근조근 말씀하셨다. 처음엔 그냥 좀 만나다 말겠지 했는데
이렇게까지 오래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면서.....
어차피 군대에 있을 때 헤어지겠거니 생각은 하고 있지만
결혼까진 생각하지 말라고.
결혼은 가풍이 맞아야 하는 거라고.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가시처럼 와서 박혔다.
사랑하는 사람의 어머니에게
내가 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다.
결국 그날은 면회를 하지 못하고 돌아와야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지는 목련을 보며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M) 전화 한 번 못하니 / 왁스
(E)전화벨 소리
여 여보세요.
남 어. 나야.
여 (반가운 애써 내색 안하며 담담)휴가 나온거야?
남 응. 넌 어떻게 된거야. 저번에 면회 온다더니 오지도 않고.
여 바빴어.
남 그랬겠지. 안올거면 말을 말든가. 사람 괜히 기다리게 하고.
여 미안..
남 안 나올거야? 나 지금 니네집 근처 호프집이야.
여 ....집엔 들른거야?
남 나오자마자 이리로 왔어. 얼른 와.
여 집에 들러서 인사라도 하고 나오지?
남 너 나 만나기 싫어?
여 누가 그렇대? 괜히 나중에 어머니 아시면 나만 욕먹을까봐 그러잖아.
남 그런 걸 니가 왜 신경써. 얼른 나오기나 해.
여 차츰 정리해 달라던 그 사람의 어머니 말씀이
생선 가시처럼 가슴 언저리에 걸려 있었지만
난 애써 외면하면서 그를 만났다.
죄송스러웠지만 나에게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
(M) 이별이 오지 못하게 / 페이지
(E)호프집 분위기
여 좀 먹어가면서 마셔. 자기 골뱅이 좋아하잖아.
남 됐어.
여 기분이 왜 그렇게 다운이야. 휴가 나왔으면 즐겁게 보내다 가야지.
남 즐겁게? 하긴 니가 어떻게 알겠어.
휴가 끝나면 복귀해야 되는데. 내가 지금 어떤 마음일지
알기나 해?
여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애같기만 할까.
외동아들로 너무 곱게만 자라서 그런지.. 힘든 걸 누구보다 못견디고
싫어했다. 한번 말꼬투리를 잡기 시작하자 싸움은 겉잡을 수 없이
커져버렸고. 결국.
(E) 반지 테이블에 탁 놓는
여 자!
남 야!
여 됐지? 반지 돌려줬다? 잘 가.
(E) 또각또각 나간다
여 그렇게 나가면서도 설마.. 했다.
그가 와서 붙잡아 주겠지. 다시 내 손을 잡아 반지를 껴주겠지.
이런 짓 다신 하지 말라고 안아주겠지.
술집 앞에서 30분을 넘게 서 있었지만, 그는 나오지 않았다.
전화도 오지 않았다. 그렇게 군에 복귀하더니
그후로 몇 달동안 연락도 하지 않았다.
많이 비참했다.
부모님이 반대해도, 어떤 역경이 와도,
난 이겨낼 자신이 있었는데. 내가 욕을 좀 먹더라도
그 사람만 내 손 잡아준다면 헤쳐나갈 용기 있었는데.
그는 아니었나보다.
나만 그랬나보다.
그는. 내 마음과 달랐나 보다.
(M) A'ddio / 양파
여 밥을 먹을 수도 없고, 잠도 잘 수가 없어
너무나 힘겨운 나날들이었다. 결국 난 나에게 지고 말았고.
주말에 그의 부대를 찾아가 면회를 하게 됐다.
하지만 그는 냉랭했다.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여 ...... 몸은 좀 어때.
남 그런 걸 왜 니가 신경을 써. 무슨 상관이라고.
여 계속 이렇게 삐딱하게 나올거야? 나도 힘들어.
남 너 힘들게 안하고 싶어 그러니까. 이렇게 된 거.... 헤어지자.
뭐 난 속으로 벌써부터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여 기가 막혔다. 겨우 이런 소리나 들으려고
그 오랜 시간동안 힘들어하다가 여기까지 달려온건가.
남 나중에.... 나 제대하고 자리도 잡고. 그랬는데 서로한테
좋은 사람 없고... 인연이 된다면.... 그때 다시 만날 수 있으면
만나든가.....
여 차라리 다음 생에 만나자 그러지 왜?
남 그러든가..
여 하..... 그래. 알았어. (울먹하는 거 참으며)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왔는데. 못하고 가.
남 ......
여 하고 싶었던 말이 뭐냐고, 물어봐주길 바랬다.
한마디만... 한마디만이라도....
하지만 그는 끝내 아무 말이 없었고.
여 잘 있고. 건강해. 선임들한테 너무 대들지 말고.
성격 죽이면서 살아. 다음에 여자 만나면... 잘해주고.
간다
여 그렇게 그곳을 빠져나오면서, 눈물이 비오듯 흘렀다.
하지만... 그래도 그것이 마지막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
(M) 아름다운 이별 / 옥주현
여 그후로 10년이었다.
동생들은 모두 대학을 졸업했고.
막내는 디자인 공부하러 유학까지 갔다.
사랑에 크게 데이고 나니 다른 사람 만나고 싶은 마음도 안들어
죽어라 일만 했다. 그 덕에 회사에서 기반도 잡았고
연봉도 많이 올라 동생들 공부시키는 데 지장이 없었다.
그런데 정신 차려 보니 내 나이가 벌써 서른 일곱이다.
주변에선 이제 날 노처녀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왜 결혼 안하냐는 질문조차 하지 않는다.
그냥 뒤에서 자기들끼리 쑥덕댄다.
뭐 문제 있는 거 아니냐고....
사람이 좀 어두워 보인다고....
그러거나 말거나 난 지금 내 생활을 즐기고 있다.
뭐 가끔, 아주 가끔, 옛생각이 날 때는
맥주캔 하나 사가지고 집에 들어가
강아지털을 쓰다듬으며 맥주를 마신다.
그리고 음악을 듣는다.
(M) 포플러 나무 아래 / 이예린
(E)기차역 소음
남 봄바람이지만 바닷바람이 매서웠다.
한참을 그렇게 그곳을 돌아다니다가 기차역으로 왔다.
서울로 돌아가는 표를 끊고 시간이 좀 남아
자판기 앞으로 가 커피를 뽑아 마신다.
여 바닷가 작은 간이역도 그대로다.
갑자기 이 즈음의 바다가 그리워 이곳에 왔다.
기차에서 내려 화장실에 들러 손을 씻는다.
남 커피를 마시고 나서
다시 역사 안으로 들어온다.
졸고 있는 할머니와 어린 손주가 보이고.
주말에 놀러온 듯 보이는 대학생 커플도 보인다.
여 자판기 앞으로 간다. 커피를 뽑아 마신다.
이곳의 풍경은 아직 그대로다.
바다 냄새가 이곳까지 나는 것 같다.
한발 한발... 바다 쪽으로 향한다.
목련이 봉긋하게 피어, 참 예쁘다.
남 창밖으로 목련이 보인다.
그 아래 한 여자가 걸어가는 뒷모습이 보인다.
낯설지가 않다. 어쩌면 예전 그녀를 많이 닮아있는 것 같기도 하다.
우습다. 아직도 모르는 사람 뒷모습에서도
그녀 모습을 찾고 있다니.
여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 잠시 뒤를 돌아본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
우습다. 아직도, 영화에서처럼 모퉁이를 돌거나
낯익은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
그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고 있다니.
난 다시 바다로 향한다.
(M) 사랑할수록 / 부활
(E) 파도 소리
여 바다에서 보이는 낮은 둔덕 위에 목련 나무가 있다.
그때도 저기에 저 나무가 있었나....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걷고 있다.
(E) 누군가가 뛰어오는 소리
남 (조금 헉헉대며) 저기요...
여 돌아보.지 않았는데도. 난 온몸에 소름이 쏟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너무 오래 생각해 왔던. 그 목소리.
남 저기... 혹시 은서니.
뒷모습이 아무리 생각해도 너인 것 같아서
기차에 탔다가... 내렸어.
내려서 여기까지 뛰어오면서 생각했어.
만약에 정말 너라면.... 이제는 안놓친다.....
이 생에서 너 안 놓친다. 다시는...
여 아 어떡해...... 이럴 줄 알았으면 화장이라도 곱게 하고 오는건데..
이 꼴이 뭐야. 눈물은 쏟아지고 콧물까지 훌쩍대는데.
돌아볼 수가 없다. 돌아봐지지 않는다.
그렇게 서서 어깨 들썩이며 울고만 있다.
(M) 주제음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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