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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key's Music & Book, Life

♪∬ Music Holic ∬♪
  • 66
  • 확실한 신원

    미키(@dhrdu65)

  • 66
    미키 (@dhrdu65)
    2026-04-18 09:51


    겨울날을 떠나보내면서 맞이하는 새로운 계절 봄은 어떤 모습일까
    계절도 매번 절기마다 떠나보내는데 하물며 가족과의 이별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더군다나 가장 밀접한 관계라 할 수 있는 엄마의 죽음 앞에서 겪어야 할
    상실감은 또 어떤 고통일까

    시간이 담긴 그릇.....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동지, 대한, 우수, 3부로 나뉜
    겨울을 통과한 나에 대한 타인에 대한 이야기다
    엄마와 사별을 앞두고 알게 모르는 사이 티격태격 이념에 대한 갈등으로
    골이 깊어지면서도 정연은 애증의 강도만 더해진다
    죽음을 앞두고도 태극기 부대를 광적으로 지지하는 정연의 엄마는 결코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고 있다
    가족 중 정미라는 이름의 반려견을 보면서 타인에 대한 따뜻한 엄마의 마음을
    읽은 정연은 무너져버린 삶의 빈 공간을 채워나간다

    엄마의 사별과 마주했을 때 정연은 비로소 한 존재의 약한 믿음을 이해하게 된다
    엄마가 요리한 칼국수를 그리워하면서 직접 그 맛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 또한
    정연은 부재에서 오는 아픔을 견디기 위한 힘의 비축이었다
    삶과 죽음이라는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살아가야 할 빛을 가득 품고 싶은 욕망도
    정연은 엄마를 향한 애도에서 연하게 커져만 간다
    엄마를 잃고 한동안 그 상실감에 견디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는 정연의 모습은
    구체적인 행위에서 더욱 상징적인 고통으로 다가온다
    엄마의 체취가 남긴 입던 옷을 입거나 정미와의 산책에서 느낄 수 있는 책임감 또한 그렇다
    무엇보다 살아 있을 때 엄마가 만들어주었던 칼국수에 대한 감각을 다시 일깨우려는
    정연의 몰입은 명복의 단순한 몸부림은 아닐 것이다
    정미와 산책 도중에 영준과의 만남 역시 엄마와의 추억을 공유하면서 정연은
    헛디뎠던 발을 바로 세우려 애쓴다

    가장 가깝게 느껴졌던 사람의 부재로 인한 마음의 병이 더 이상 불치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 다독여주는 위로의 힘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 사람의 부재로 쌓여가는 마음이 집이 된다면 그 집의 내부는 너무도 많은
    방과 복잡한 복도와 수많은 계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리라.
    수납공간마다 물건들이 가득하고 물건들 사이 거울은 폐허의 땅을 형상화한 것 같은
    먼지로 얼룩진 곳, 암담하도록 캄캄한 곳과 폭력적일 만큼 환한 곳이 섞여 있고
    창밖의 풍경엔 낮과 밤, 여름과 겨울이 공존하는 그런 집…" (19~20쪽)

    “엄마한테 어디 가고 싶은지, 뭘 구경하고 싶은지 제대로 물은 적이 없네. 알려 하지 않았어.
    미연의 말에 나는 대답할 말이 없어 괜히 술만 더 따라 마셨다.
    꿈의 마지막 장면,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모습으로 그 추운 숲길을 혼자 걸어가던
    엄마의 뒷모습이 머릿속에서 자꾸 소환되어서이기도 했다.
    단지 꿈이란 걸 알면서도, 어린 엄마가 감당했을 숲의 추위가 나는 걱정됐다." (46~47쪽)

    엄마가 세상을 떠나기 전 겨우 두 달 동안 돌본 게 고작이고 정작 엄마와의 아름다운 교감은
    없었기에 그에 따른 후회로 남는 시간을 사후 진행해 나가는 정연의 모습이 안타깝다
    칼국수를 먹으며 정연과 영준은 담백한 포만감을 나누면서 황량하지만 따스한 겨울을 보내고
    어둡지 않은 봄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혹독한 추위의 겨울을 견디고 나면 새순이 움트는 여린 싹을 볼 봄이 찾아오듯
    삶은 부드러운 온기로 가득 채울 시간이 찾아올 것이다

    “이런 시대에 여전히 소설을 읽어주어 고맙고
    이런 시대에 여전히 소설을 읽을 수밖에 없다는 게 미안합니다.
    한 가지, 기억해 주시겠어요?
    겨울은 누구에게나 오고,
    기필코 끝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요.”
    - 조해진(「겨울을 지나가는 사람에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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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6
    미키 (@dhrdu65)
    2026-04-04 09:35




    Wolfgang Amadeus Mozart (1756년 1월 27일 ~ 1791년 12월 5일)

    1784년 봄 모짜르트는 빈 음악계에 스타가 돼 있었다
    자유로운 음악가로서 입지를 내디뎠던 3년이 채 안 된 시점이었다
    당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피아노 협주곡이었다
    그는 1784년 한 해 동안 무려 여섯 곡의 피아노 곡을 발표하였다
    시간적 여유 없이 급하게 이루어진 결과물인 모짜르트의 작품들은
    요한 에스테르하치 백작 등 귀족의 저택에서 자주 연주했다
    숨가쁜 연주 일정에도 모짜르트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곤 했다
    피아노오중주곡 K.452은 당대에 가장 뛰어난 작품들 중
    최고라고 모짜르트가 자평한 영향 때문인지 연주회에 참석했던
    청중들의 귀를 만족스럽게 했다는 후문이다
    한때 아버지 레오폴트와 사이가 멀어져 있던 모짜르트는
    1785년 성공의 정점에 이르러서야 재회를 하고 서로 화해를 했다

    모짜르트는 대중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수많은 걸작을 남기면서도
    1780년 대는 저작권이 없었던 시대라 정작 많은 피해를 입었던 당사자였다
    과연 모짜르트는 매 번 흥행만 이어가던 성공의 아이콘이었을까?
    아니다 그 역시 여느 못지않은 예술가답게 실패를 수없이 거듭했던 창작자였다
    모짜르트의 짧은 생애가 남긴 우여곡절 끝에 완성했던 음악적 독창성은
    하나의 전설이 돼버린 지 오래다

    아침에 일어나 듣는 Sonata for Piano and Violin in F Major, K. 376 - I. Allegro
    공복에 마시는 달콤한 커피 한 잔 마시며 피아노와 바이올린 선율에 몸을 맡기다

    점심때는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들으며 봄의 절정을 맛보는 시간과 함께 하다

    저녁엔 Piano Concerto No. 21 in C Major KV 467 - I. Allegro Maestoso
    아름답게 흐르는 선율과 더불어 탐미주의자 처럼 노을을 바라보다

    모짜르트의 평전을 읽는데 그야말로 인내력이 요구되었던 건
    739쪽에 달하는 방대한 두께 때문이기도 했다
    책 표지를 감싸고 있던 띠에 베토벤은 이렇게 전한다
    "나는 언제나 모짜르트의 찬미자로 남을 것이다" 라고
    음악의 악성이라 하는 베토벤까지 모짜르트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많은 음악을 작곡했던 천재적 재능과 삶에서 전해지는 순도 높은 가치를
    후세에도 여전히 모짜르트만의 시간을 지켜나가고 있는 것이다

    모짜르트 손끝에서 탄생한 감동의 선율은 빈 가슴을 어루만져 준다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쾌한 해맑은 제스처로 악보를 써 내려가는
    모짜르트의 모습은 짐짓 자유로운 영혼과 일치한다
    아버지의 강박적인 억눌린 사랑에도 불구하고 그 사랑으로 여전히
    고귀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작곡했던 완성도 만큼은 놀라울 정도다
    어린 시절부터 여러 나라에 여행 다니며 연주회를 하는 동안 모짜르트는
    온갖 루머에 시달리면서도 음악적 열정을 잃지 않는 건
    특유의 유머스러움과 탁월한 작곡 능력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계절 고즈넉한 낭만과 사색을 즐기며 모짜르트가 전해주는 감미로운
    온화한 음악과 농익은 시간을 보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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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6
    미키 (@dhrdu65)
    2026-03-31 13:47


    이른 저녁
    긴 침묵이 야생의 포말처럼 내려앉고
    시간은 깊게 부식되어간다
    당장이라도 수장해 보고 싶은
    어긋난 고통의 예감을 너그러이 잠재우고
    뒤돌아보며 이제는
    한껏 웃음 한 번 흘린다

    어둠이 굴절로 휘돌아 감기 우다
    그날의 조우를 마냥 꿈결인 듯
    빛은 조금씩 사라지려고 한다

    ​ 슬프게 슬프게 순환하는 고통처럼
    그렇게 저릿저릿 가슴팍을 짓누르며
    아늑한 먼 바닷가 파도 울음소리에
    찰나 우울한 열망을
    빈 시간 안에 채워둔다

    비 오는 이른 저녁
    저만큼 내게로 뉘이적 뉘이적 스쳐오는
    휑한 은둔의 시간이 까닭 모를 잔광으로
    이리저리 뒤척인다

    떠나야 한다
    떠나야만 하는데....,

    ♠♠♠♠♠♠

    내 사십의 겨울은 이미 떠나고 없는 거야
    다시는 만질 수도 없는 나이를 암장시키고 뒤돌아서며
    이젠 자연의 순리에 천착하고자 한다
    삶에 막 입문하는 초보자처럼.... 그렇게....
    서늘한 마음결에도 어느새
    따스한 혈액이 흐르고 있음을 확인한다
    음... 실로 오랜만에 육감적으로 느껴보는
    기분 좋은 생명의 흐름을....
    미세한 움직임에도
    살아있다는 육체와 정신의 동일성을 감지한다
    풍비박산의 시간들을 주워모으면서
    고요한 숨죽인 갈피들 속에 묻힌
    암전의 또 다른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슬퍼해야 하는 시간이다.
    강렬한 독성이 주는 절명의 순간에도
    천진한 미소로 신물 나게 만든 것처럼
    결코 안전한 고통이란 있을 수 없다
    고통은 그냥 고통일 따름이다.
    현실과 유리된 듯한 불가해한 시간이면
    늘 그렇듯
    드러나지 않은 형체들의 고통이
    마구 술렁거리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낀다
    고통을 잘 구슬리고 매만지며 내 안으로 고이
    소리 없이 삼키고 있을 뿐.....
    단지 그것뿐......

    바람이 잠들기를 기다리는 여린 꽃잎의 군락처럼
    그저 시간만 흔들림 없이 흐르기를 바란다
    어느 정도의 세월은 면죄부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차가운 인성을 환기시켜 줄
    건강한 햇살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마구 터져 나오는 비명의 소용돌이를 잠재울 수 있는
    내성의 아우러진 토닥거림을 믿는다
    미심쩍은 생의 부분에 대해서도 관대해졌음을 믿는다
    어느 순간 이런 결연한 의지조차
    불시에 와르르 와해될지 모르는 일이지만
    예측불허의 외벽과 만날 수 있는 삶이지만
    아무튼 변화된 자신을 믿음으로 지켜보련다

    ※※※※※※※※

    그 언제였던가...
    사십의 나이를 떠나보내기에 못내 아쉬운 듯
    저런 유치찬란한 글을 비망록에 기록해 뒀었다
    벌써 22년 전이니.....
    무슨 저런 따위의 감성에 사로잡혀 있었을까.. 싶은 게...
    지금에 와 더듬어 보면 참으로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이제는 감성보다는 이성의 힘으로 살아가는 통속의
    현실인이 돼버린 양,
    예민한 감각의 하나인 가슴으로 느끼는 부분들이
    꽤 사라졌으니.... 아쉽다고 해야 할지......

    댓글 0

  • 66
    미키 (@dhrdu65)
    2026-03-19 08:40


    황정은의 소설은 긴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처럼 어둡다
    서걱서걱 마른 나뭇잎처럼 건조함이 있는가 하면
    빗물을 머금은 습한 물기도 스며있는 그녀의 소설은
    평범한 일상을 다루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다
    어떤 책은 맛보고 어떤 책은 삼키고 어떤 책은 음미하면서
    소화시켜야 한다, 고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은 말했다
    황정은의 소설은 거듭 음미하고 음미하면서 잘 소화시켜야 하는
    속 쓰린 삶의 비밀들이 가득 차 있다
    계속해 보겠습니다로 시작하는 나나의 독백이 말미에도
    계속해 보겠습니다"로 마침표를 찍지만
    결과적으로는 삶은 계속 진행 중이라는
    또 다른 의미의 코드로 이어지고 있다
    소라, 나나, 나기가 각자 풀어내는 고유의 이야기이지만
    함께 공유했던 회억들도 곧잘 드러나는 내용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릴 때 아버지 금주가 사망하고 모든 걸 빼앗겨버린 후
    이사한 집이 묘한 구조인 반지하에서 소라와 나나, 애자가 살았다
    벽 사이를 두고 기이한 구조로 이루어진 그 집에서 나기와 순자를 만나면서
    애자가 주지 못한 사랑을 받고 살았던 소라와 나나..... 금주를 잃고
    모든 걸 놓아버린 애자로부터 보살핌을 받지 못한 소라와 나나는
    옆 셋집 순자의 따스한 배려로 도시락을 매일 먹을 수 있었다

    "나기네 어머니는 나기의 도시락까지 세 개를 준비해서
    신발장 위에 얹어두었다.
    나기네 신발장 위에 한 개, 우리 집 신발장 위에 두 개, 나나와 나는
    아침마다 그것을 챙겨서 등교했다. (.....) 투박하기 이를 데 없는
    도시락이었다. 나나와 나는 그것을 소중하게 먹었다. 성장기였으므로
    그 밥을 먹고 뼈가 자랐을 것이다.
    뼈에도 나이테라는 것이 있다면
    나기네 밥을 먹고 자란 시절의 테가 분명 있을 것이다.
    나기와 나나와 나는 말하자면 한 뿌리에서 자란 감자처럼
    양분을 공유한 사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40~41쪽-

    애자의 삶의 자각증세는 극히 염세적이지만 그 이면에는
    체념에 섞인 초월적인 무덤덤함이 깔려있다
    고통을 바라보는 시각도 애자는 그저 무연하게 전해진다
    하지만 나기의 고통은 타인의 고통까지도 껴안는다
    그 고통의 망각을 결코 허용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나기는 나나에게까지 전달하는 것이다
    삶은 그래서 끝없는 고통의 연속이다
    고통의 연속이지만 고통을 고통으로 잔혹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필요악으로 여기며 묵묵히 견디는 것, 그들이 사는 세상인 것이다
    아프면 아픈 대로,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생이 전하는 깊고 쓸쓸한 모습을
    그대로 순응하는 일, 수동적이지만 어쩔 수 없는 게 인생이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담백한 어조로 내뱉는 모호하지만
    허기에 지친 삶의 이야기들을 전해 듣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건 왜일까
    파편화된 삶의 잔상들을 하나하나 주워 모아 내 감식안으로 채우는 일,
    분열된 정신의 흠집을 꿰매는 일,
    황정은의 소설, 계속해 보겠습니다를 통해 들여다봤던
    또 다른 세상의 견고한 틈새를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서늘한 눈빛으로.....

    댓글 0

  • 66
    미키 (@dhrdu65)
    2026-03-12 06:57


    문진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멤버로 활동했던 싱어송 라이터인 문진오

    그가 한결같이 진지하고 따뜻한 사람임을 확인시켜 준다
    그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보컬로 번잡한 세상일에 목소리를 높이는 민중가수이지만
    자신의 앨범에서는 더 이상 젊음이 아닌 중년의 기성세대로서 충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자신의 속내를 일기처럼 묵묵히 담아내고 있다
    노래를 통해 삶을 기록하고 삶을 되새기는 그의 노래에는 어떠한 위선과 가식도 없이
    진솔하고 뜨거운 육성이 살아있다
    이처럼 노래가 삶과 함께 깊어지고 진득해질 수 있음을 절감하는 순간 연륜이라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일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누구의 스타일도 닮지 않고 오직 자신의 스타일대로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그의 음악은 3집에 이르러 더 다양한 빛깔을 담으며 더 큰 울림으로 번지고 있다
    앨범의 후반부를 이끌어 가는 그의 변화가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무척 흥미롭다
    그는 어쩌면 지금 남몰래 완성되어 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 서정민갑(대중음악 평론가) -

    노찾사'에서 배출한 솔로 가수들은 그동안의 전체 활동 인원수(대략 100여명)나 년 수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다.
    故 김광석과 안치환, 권진원은 이미 노찾사에서 나와 첫 솔로 음반을 발표한지 30년이 넘었다
    '노찾사'의 대중적인 지명도에 비하면 '노찾사 출신 솔로 가수'의 타이틀을 달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닌 것처럼 여겨질 만도 하다
    그 배경에는 특정한 사람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모두를 지향해온 '노찾사'만의 정서 때문에
    '노찾사'의 누구누구를 기억하기란 당시에도 쉽지 않았던 탓에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 솔로 가수로 활동해온 기존의 '노찾사' 출신들도 당시에는 그저 대표 가수 정도로만
    여겨지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고
    사실 故 김광석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오랜 시간을 무명 타이틀을 달고 활동하며
    서서히 뮤지션으로서의 개성과 인지도를 늘려간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문진오'는 그야말로 노찾사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해온 가수 중에 한 사람이다
    그는 1989년 노찾사 2집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던 시절에 합류해서 1994년까지
    노찾사의 가장 바쁜 시절을 보내며 대표 가수로 공인되었다
    또한 노찾사 3집과 4집의 녹음에는 메인 보컬로 참여했으며 셀 수 없을 만큼의
    다양한 크고 작은 공연에서 가수들의 맏형으로서 그 소임을 성실하게 다한 것이
    그를 노찾사 내부에서도 '대표 가수'로 인정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 활동을 시작한 노찾사의 시점에서도 그는 노찾사의 메인 보컬로 활동하며
    그의 우직한 성품을 보여주었다
    문진오의 3집 음반 ‘작고 푸른 점’은 우리나라 포크 음악과 진보적 대중음악의 뿌리가
    결코 만만치 않음을 보여 주고 있으며 온갖 어지러운 사운드의 홍수 속에서도
    보컬과 노래의 힘이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하고 있다

    가수 손현숙의 노래 이야기1. 문답무용 (問答無用)

    오랫동안 피곤함 없이 민중가수, 인권가수의 길을 걸으며 손현숙은 음악과 무대에서
    사회에 대하여 부지런히 귀를 열어 답변해왔다
    불편을 겪는 사람들 앞에서 때로는 잊히지 말아야 할 과거의 기억 앞에서
    손현숙은 바쁘게 노래했다
    대학 노래패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해 록그룹 [천지인]의 보컬을 거쳐 솔로 활동을 한 후에도
    이주노동자와 함께 하는 [손현숙&스탑크랙다운 인권콘서트 “밥,자유,평등,평화”]등을 공연했다
    문답무용앨범을 통해 그동안 조금은 미안했던 자신에게 귀 기울여보았다
    오랫동안 같이 했던 친구, 자신을 언제나 감싸주셨던 부모님을 생각해 보며
    결국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 것이다.

    타이틀곡이자 음반 타이틀인 ‘문답무용’은 오랜 음악생활 동안 지친 동료가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들이 결국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임을 알았을 때 거기서
    더 이상 소용이 없어진 물음과 대답, 손현숙의 ‘희망찾기’이며 멈출 수 없는 음악의 길이다
    새로운 음악으로 접근을 모색하는 손현숙의 싱글 앨범은 스스로를 돌아봄으로써
    자신과의 관계된 대상을 자화상을 통해 말해주고, 노래이야기라는 부제에서 볼 수 있듯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음반 작업을 싱글 작업을 통해 연속성을 지닌 대중과의 만남을 약속한다
    정호승 시인의 시에 붙인 곡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그의 사랑의 대상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한 방울 눈물이 된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생의 한 축을 거쳐가려는 손현숙이 부른 ‘사랑노래’때문에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댓글 0

  • 66
    미키 (@dhrdu65)
    2026-02-20 13:03


    인터넷에서 책을 읽고 평을 내린 네티즌 리뷰를 보면 기욤 뮈소의 소설들을
    언급하는 걸 곧잘 보게 된다
    베스트 작가라는 타이틀이 주는 그래서 기욤 뮈소가 누구일까
    누구이길래 그의 작품에 대한 관심이 그리 많은 걸까... 궁금했다
    궁금해서 기욤 뮈소의 소설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를 구입하여 읽었다
    뭐 그렇다고 마음을 정복당할 만한 여운을 주는 소설도 아니다
    다만 기존의 정통적인 소설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작법의 서사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했다
    그리고 삶의 운명론에 대한 통찰이 너무 적나라하게 난무하여 소설을 읽는데
    방해요소로 작용하여 이게 소설인지 자기계발서인지 도통 모르겠다
    시공간도 과거와 현재를 오락가락하고 하루라는 시점 또한 세 번씩이나
    반복되는 과정과 주된 질료가 사랑이라는 점에서도 독자에게 충분한 흥미를 제공해 준다
    베스트 작가로 명성을 얻고 있는 에단은 사회적으로 부와 명예를
    동시에 얻은 성공한 정신과 의사지만
    정작 자신은 고독하고 뭔가 결핍이 잔뜩 있는 불안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그는 이미 과거에 약혼녀와 친구를 버리고 떠난 경험이 있는 불완전한
    인간상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성공을 향한 욕망의 정점에서 갑자기 모든 걸 버리고 사라져야만 했던
    에단의 내면의 모습은 현실에서는 결코 행복하지 않다

    자신이 쓴 책에서 설파했던 내용을 대중들에게 주입시키면서도 정작 자신에게는
    적용하지 않고 살아가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오년 전 사랑한다고 믿었던 셀린과도 이별을 하게 되는데 셀린은
    그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에단을 기다린다
    그 기다림은 셀린의 결혼식 당일에도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의 하루 동안 일어나는 사건은 에단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오직 성공을 향해서라면 소중한 인연까지 끊어버리는 매정한 연인이자 친구인 에단,
    그리고 제시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아버지로서의 부정을 깨닫는 스토리가 상당히 극적이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행간 행간에서 느껴지는 속도감과
    느와르적인 장르영화에서 봄직한 장면이
    펼쳐지곤 하는데 소설과 시나리오 경계선에 머무는 것과 같은 독특함을 준다

    "내 생각에는 우주의 질서라는 게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흩뜨릴 수도 변화시킬 수도 없는
    질서 말입니다" "내 생각에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니 우연이 바로 신이죠.
    그래요. 우연이라 잠행하는 신입니다" -82쪽"

    택시 운전사인 커디스가 한 말이다
    그는 현실 속의 인물인지 아니면 다른 세상에서 온 인물인지 모호하다
    그가 내뱉는 말은 운명론적인 당착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저 인생이란 정해져 있는 운명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정해져 있는 운명에 수순에 따른 그대로를 수용하고 그 운명을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운명은 거부할 수도 없기에 아무리 운명을 바꾸려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커디스와 반대 입장인 의사 시노는 불교적인 운명을 극복해야 한다고 에단에게 충고한다
    "지혜는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닙니다. 그럴 수 있다면 그건 결코 지혜가 아니겠지요."
    "우리는 마치 영원히 죽지 않은 존재처럼 살 고 있어요. 삶에서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가 필연적으로 죽어야 하는 존재라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 -166쪽_

    죽음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하는 윤회설이 결국 종교론적 귀이를 의미한다는 것일까
    아무튼 커티스나 시노 미츠키의 삶을 바라보는 철학적 근거는 무엇일지
    이해하기란 사실 어렵다

    에단이 치러야 할 하루 동안의 시간은 긴박하게 돌아가고 죽음도 함께 머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하루가 세 번이나 반복되는 판타스틱한 전개 또한 비현실적이지만
    그 비현실감에서 오는 장치가 운명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암시한다
    결국 에단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잃었던 사랑도 찾고 죽음으로부터 딸을 건지지만
    본인은 끝내 사망하게 된다는 이야기 자체가 어쩌면 지나친 억지로 보일 수 있다
    이 소설은 그러므로 픽션이 가져다주는 최고 수혜자가 아닐 수 있다
    소설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사실적이지만 전혀 사실적이지 않은 서사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일 게다
    그래서 기욤 뮈소의 소설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는 자기계발서 같기도 하고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판타지 소설 같기도 하면서 스릴러 장르 소설을 가진
    다양한 색깔의 실험적 요소를 가졌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댓글 0

  • 41
    용연 (@sori)
    2026-01-12 18:00


    굿 데이 ^^

    댓글 1

  • 66
    미키 (@dhrdu65)
    2025-11-05 12:06


    어느 날이던가
    길 가다 주운 단풍잎을 책 갈피에 넣어 둔 뒤 잊고 있다
    어제 우연히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던 걸 발견하고 기뻤다
    그렇다
    뭐든 우연이 가져다주는 뜻하지 않은 선물은 한 줌 햇살 같다
    가을이 전해주는 사유와 슬며시 들어와 안기는 고독이 자의식을 일깨운다
    여름날을 뒤로하고 늦게 돌아온 가을은 느리게 느리게 쌓여가는 시간들 속에
    순결한 통증을 남긴다
    태양에 바래지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했던가!

    심상한 일상의 풍경들 안에 수려한 언어와 삶의 무늬들이 와 안긴다
    달콤한 낯익은 시간이 머무는 그곳....
    바스락바스락 건조해진 정신적 뇌관에 가을이 툭 하고 말을 건넨다
    어둠 속에서만 보이는 것도 있지만 밝은 곳에서만 보이는 숭고한 빛도 있다고
    그리고 강렬한 한마디 "삶의 절대적 가치는 없다"라고


    청연한 가을 하늘이 심장에 부드럽게 와닿는 바람과 함께 고요함의 두께를 만든다

    댓글 1

  • 66
    미키 (@dhrdu65)
    2025-10-08 11:35






    잉그리드 버그만(Ingrid Bergman) 1915~1982

    잉그리드 버그만은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영화 "무방비 도시"를 보고 난 후
    명치를 두드리듯 깊은 충격과 감명을 동시에 받는다
    할리우드의 판에 박힌 정형적인 영화를 촬영하다 전혀 색다른 예술성의
    로셀리니의 영화를 보고 잉그리드 버그만은 모든 걸 버리고 떠나기로 결심한다
    당시 기혼남이였던 영화감독 로베르토 로셀리니는 잉글리드 버그만의 구애를
    마다할 리 없었다
    "나는 내가 살아갈 곳을 찾았어요, 여기 사람들은 내 사람들이에요.
    나는 여기 있고 싶어요. 미안해요."
    잉글리드 버그만이 남편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보면 그 심경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로셀리니와 잉글리드 버그만이 함께 한 영화는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가족을 버리고 도착했던 로마에서의 환호와는 달리 그녀의 영화에 바라던 꿈은 생각보다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로베르토 로셀리나의 외도로 잉글리드 버그만은 다시 혼자가 되었고
    스웬덴과 할리우드에서 영화 작업을 하면서 그녀의 예술혼을 지피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뿐만 아니라 연극계에서도 잉그리드 버그만의 연기력은 인정받기까지 했다
    그녀가 타계할 때까지도 암과 투병하면서 연극 공연을 할 정도였다

    스웨덴 태생의 잉그리드 버그만의 인생은 영화 자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녀가 가진 완벽한 아름다운 외모와 품격은 인생에 있어 분명 플러스 요인이었을 것이다
    한 가정의 딸과 남편을 버리고 로베르토 로셀리니(Roberto Rossellini)를 따라 이탈리아로
    사랑의 도피 행각을 과감히 버린 잉그리드 버그만의 선택은 세인의 지탄을 받고도 남았다
    할리우드로부터 외면당하고도 사랑과 예술을 향한 그녀의 집념은 여전히 지속되었다
    천하의 바람둥이 감독인 로셀리니 사이에 자녀 셋을 두었음에도 그녀의 연기 인생은 멈출 수 없었다
    유부녀임에도 아내가 있는 로셀리니를 사랑한 죄 역시 세인의 눈에는 결코 용서할 수 없을 텐데
    잉글리드는 연기에 대한 열정만큼은 활화산처럼 늘 불타올라 있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었던 배우 잉글리드 버그만의 영화인생은 [카사블랑카]와 더불어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우리들 마음 속에 살아 있을 것이다

    댓글 0

  • 66
    미키 (@dhrdu65)
    2025-09-24 09:22


    최근 몇 권의 책을 구입하고 나름 열심히 정독 중이다
    계절이 가을로 접어들면서 그에 따른 독서 시즌에 걸맞은
    명분을 억지로 만들면서까지 책 속의 활자들과 만나보려 한다
    여름날의 가벼운 바람결이 어느새 흠이 없는 하루를 완벽하게
    보내기 좋은 계절 가을 초입에 들어섰다
    세상은 결코 친절할 수 없지만 삶을 아름답게 비춰주는 시간을 찾아
    우울한 배경이 아닌 고요함 속에 바람의 애무를 받고 싶다

    예소연의 [소란한 속삭임] 처럼 각자 지니고 있는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한 속삭임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 속삭임이 상대적이든 아니면 자신에게 향한 속삭임이든 간에
    상처 입은 내면의 생채기가 치유될 수만 있다면 누군가 내밀어 주는
    따스한 손길을 기꺼이 잡아 줄 것이다
    마음이 아픈 이들이 많은 세상, 그래서 진정한 보살핌이 필요한 현실에서
    다정한 목소리로 괜찮냐고 속삭여 줄 사람이 있다면 두려움 없는
    온전한 삶과 만나지 않을까 한다

    오랜만에 로그에 글을 올리면서 그동안 뭔가 조급하고 여유조차 없었던
    피곤한 일상을 떨쳐버리고 따스한 언어들과 호흡하고 싶다
    하루빨리 예전의 자연스럽고 투명한 일상으로서의 회복이 급선무다
    자신에게 결코 부끄럽지 않은 미안함 없는 고귀한 생과 더불어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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