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후함 단아함 아름다움
좋은 멜로디에 담긴 좋은 글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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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jackbenoo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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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 (@jackbenoodle)2026-03-21 03:20
흐린 날이 난 좋다 / 공석진
흐린 날이 난 좋다
옛 사랑이 생각나서 좋고
외로움이 위로 받아서 좋고
목마른 세상
폭우의 반전을 기다리는 바람이 난 좋다
분위기에 취해서 좋고
눈이 부시지 않아서 좋고
가뜩이나 메마른 세상
눅눅한 여유로움이 난 좋다
치열한 세상살이
여유를 갖게 해서 좋고
가난한 자 마음 한 켠
카타르시스가 좋다
그리움을 그리워하며
외로움을 외로워하며
누군가에 기대어 쉴 수 있는
빈 공간을 제공해 줘서
흐린 날이 난 좋다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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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 (@jackbenoodle)2026-03-20 14:09소나무에 대한 예배 / 황지우
학교 뒷산 산책하다, 반성하는 자세로,
눈발 뒤집어쓴 소나무, 그 아래에서
오늘 나는 한 사람을 용서하고
내려왔다. 내가 내 품격을 위해서
너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
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것이
나를 이렇게 휘어지게 할지라도.
제 자세를 흐트리지 않고
이 地表 위에서 가장 기품 있는
建木; 소나무, 머리에 눈을 털며
잠시 진저리친다.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중에서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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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 (@jackbenoodle)2026-03-20 14:01첫사랑 / 류시화
이마에 난 흉터를 묻자 넌
지붕에 올라갔다가
별에 부딪힌 상처라고 했다
어떤 날은 내가 사다리를 타고
그 별로 올라가곤 했다
내가 시인의 사고방식으로 사랑을 한다고
넌 불평을 했다
희망없는 날을 견디기 위해서라고
난 다만 말하고 싶었다
어떤 날은 그리움이 너무 커서
신문처럼 접을 수도 없었다
누가 그걸 옛 수첩에다 적어놓은 걸까
그 지붕 위의 별들처럼
어떤 것이 그리울수록 그리운 만큼
거리를 갖고 그냥 바라봐야 한다는 걸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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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 (@jackbenoodle)2026-03-20 00:21천국에서도 서로의 등을 긁어줄까 / 최백규
어제는
떠난 사람이
등을 긁어달라 했다
가만히 쓸어주다보니
손끝에
피가 묻어났다
이렇게 쉬이 망가지도록 무얼 했냐며
고치러 가자
화만 내다 꿈에서 깼다
고요히
심장이 간지러워
눈물로 긁었다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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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 (@jackbenoodle)2026-03-20 00:14우리가 믿었던 중심은 사실 중심이 아니었을지도
저 수많은 작고 여린 순들이 봄나무에게 중심이듯 환약처럼 뭉친 것만이 중심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그리움이 누구 하나를 그리워하는 그리움이 아닌지 모른다
그믐밤 흙길을 혼자 걸어갈 때 어둠의 중심은 모두 평등하듯
어느 하나의 물이 산그림자를 무논으로 끌고 들어갈 수 없듯이
중심이라고 믿었던 게 어느날 / 문태준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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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 (@jackbenoodle)2026-03-20 00:08가슴 아픈 것들은 다 소리를 낸다 / 김재진
별에서 소리가 난다.
산 냄새 나는 숲속에서 또는
마음 젖는 물가에서 까만 밤을 맞이할 때
하늘에 별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위로가 된다.
자작나무의 하얀 키가 하늘 향해 자라는 밤
가슴 아픈 것들은 다
소리를 낸다.
겨울은 더 깊어 호수가 얼고
한숨짓는 소리,
가만히 누군가 달래는 소리,
쩌엉쩡 호수가 갈라지는 소리,
바람소리,
견디기 힘든 마음 세워 밤하늘 보면
쨍그랑 소리 내며 세월이 간다.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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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 (@jackbenoodle)2026-03-20 00:05다가갈수록 아름답다
멀어질수록 향기롭다
-김부조-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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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 (@jackbenoodle)2026-03-20 00:023월의 기도 / 남정림
익어가는 이 고통이
낭비로 끝나지 않게 해주소서
익숙해진 이 상처가
흉터로 끝나지 않게 해주소서
남모르는 이 아픔이
사치로 보이지 않게 해주소서
3월에는
고통의 가지 끝에
명랑한 새의 노래 머물게 하시고
멍든 잎맥 사이로
순한 꽃향기 맴돌게 하시고
어디에서도 터뜨릴 수 없었던
아픔의 꽃을 내 밖으로
활짝 꺼내게 해주소서
고통이 고통을 안아주고
상처가 상처를 덮어주고
아픔이 아픔을 토닥이는
사랑의 3월이 되게 하소서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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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 (@jackbenoodle)2026-03-19 03:59별빛을 개어 / 양광모
빨래를 개어
옷장에 넣어두듯
마음을 개어
고요한 곳에 모셔두었다가
어둠을 만나면 어둠을 개고
슬픔을 만나면 슬픔을 갤 일이다
사람아, 생의 겨울이 와도
눈보라쯤은 거뜬히 이길 수 있도록
아침이면 햇살을 개고
밤이면 별빛을 개어
우리 가슴 한켠에 따듯이 모셔둘 일이다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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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 (@jackbenoodle)2026-03-19 03:59다정하고 따사로운 / 심보선
기억의 소실점을 응시한다
그 안에 새와 새 아닌 것들이
다 함께 웅크려 있다
날개가 있다고 다 새는 아니고
그중 다정했던 것만
꿈 안에 깃들 수는 없다
내가 너를
신화 속 존재처럼
소중히 여긴다 한들
용서하고 용서받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지 않은가?
나는 단어를 고르고 또 고른다
나는 용서하고 용서받을 기회를 놓친다
꿈이라면
꿈이 아니라도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나는 너를 오로지 체온으로만 기억한다
따사로움이여
따사로움이여
그토록 아름다운 꿈을 꿨는데
너에게 보여줄 수 없다니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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