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후함 단아함 아름다움
좋은 멜로디에 담긴 좋은 글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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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jackbenoo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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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 (@jackbenoodle)2026-03-19 03:42사람들은 왜 모를까 / 김용택
이별은 손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 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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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 (@jackbenoodle)2026-03-19 03:39새봄을 기다리며 / 임재화
요즘 하루해 그림자 살펴보면
비록 쥐꼬리만큼이지만
낮이 더 길어졌음을 알 수가 있다.
봄을 재촉하는 기운은
어느새 우리 곁에 다가와 있어
아직도 얼음 둥둥 떠 있는 시냇가
흰 눈 쌓여있는 먼 산에서도
벌써 봄기운이 힘차게 약동하며
새봄 맞을 준비를 하고 있구나.
추위에 언 손을 호호 불며
종종걸음치고 있는 아이 빨개진 볼에도
봄기운은 그림자처럼 찾아오고
점잖게 뒷짐 지고 마을가는
촌로의 마음속에도
봄기운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아직은 봄이 멀게만 느껴져도
새봄을 재촉하는 봄기운은
어느새 우리 곁에 가까이 와있다.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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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 (@jackbenoodle)2026-03-17 02:34내가 나의 감옥이다 / 유안진
한눈팔고 사는 줄은 진즉 알았지만
두 눈 다 팔고 살아온 줄은 까맣게 몰랐다
언제 어디에서 한눈을 팔았는지
무엇에다 두 눈 다 팔아먹었는지
나는 못 보고 타인들만 보였지
내 안은 안 보이고 내 바깥만 보였지
눈 없는 나를 바라보는 남의 눈을 피하느라
나를 내 속으로 가두곤 했지......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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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 (@jackbenoodle)2026-03-17 02:28황홀한 국수 / 고영민
반죽을 누르면 국수틀에서 국수가 빠져나와
받쳐놓은 끓는 솥으로
가만히 들어가
국수가 익듯,
익은 국수를 커다란 소쿠리째 건져
철썩철썩, 찬물에 담갔다가
건져내듯,
손 큰 내 어머니가 한 손씩 국수를 동그랗게 말아
그릇에 얌전히 앉히고
뜨거운 국물을 붓듯,
고명을 얹듯,
쫄깃쫄깃, 말랑말랑
그 매끄러운 국숫발을
허기진 누군가가
후루룩 빨아들이듯,
이마의 젖은 땀을 문지르고
허, 허 감탄사를 연발하며 국물을 다 들이키고 나서는
빈 그릇을 가만히 내려놓은
검은 손등으로
입가를 닦듯,
살다 갔으면 좋겠다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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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 (@jackbenoodle)2026-03-16 02:14말년의 양식 2 / 심보선
나는 줄곧 이리 살아왔습니다 점과 주름의 악다구니에 육신을 내준 지 오래이지요 은퇴한 학자풍으로 그대는 어떻게 살아가시오 묻는 나는 그저 하얗고 부드러운 강아지 털을 어루만지는 기분으로 대답을 기다릴 뿐이지요 이 은은한 기분이 행복이라면 행복이고 취기라면 취기이고 사랑이라면 사랑입니다
오늘 저녁의 안개는 너른 대지를 달려와 고요한 숨결로 내 눈을 어루만지고 있습니다 음습하고 무섭기 짝이 없지만 이럴 때 그대가 내 손을 잡아준다면 견딜 만하겠습니다 우리가 젊은 시절에 그러했던 것처럼 이 못난 것아, 이 못난 것아, 나를 불러주시면 더욱 좋겠습니다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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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 (@jackbenoodle)2026-03-16 02:14말년의 양식 2 / 심보선
자신의 존재가 분명 어딘가에 다가가는구나 느끼는 것이 노년이라 합니다 많은 이들을 보내고 보냈는데 나는 죽음이 여전히 막연하답니다 때로는 전쟁 중이었고 때로는 기차를 놓쳤고 때로는 아무 예고 없이 그들이 떠나갔지요 하품이 당연치 않고 선잠이 익숙해질 즈음 나는 마지막 날의 기분을 짐작할 수 있을까요
이 비밀스런 여정에서 나는 언제 스스로에게 노인이 될 수 있을까요 나는 언제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그윽하게 바라볼 수 있을까요 내가 오늘 보고 느낀 사람과 사물들을 그대에게 그대로 전합니다 유언이 아니지만 유언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 정도로 나는 아주 어두운 무언가에 가까이 있습니다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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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 (@jackbenoodle)2026-03-16 02:13말년의 양식 2 / 심보선
나는 강아지의 숨소리를 들으며 잠자고 강아지의 기침 소리에 잠이 깹니다 나는 강아지에게 잘 잤니 속삭이고 배달부에게도 문 앞에 놓고 가세요 속삭입니다 나는 이제 속삭이는 것 외에는 말하는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이 은은한 기분이 말년이라면 말년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아주 어두운 무언가에 가까이 있습니다
나는 눈을 감고 입을 다물겠습니다 그대는 내게 수많은 방식으로 말합니다 그중 하나의 방식으로 이 못난 사람아, 이 못난 사람아, 나를 불러주세요 그리고 내 손을 꼭 잡아주세요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들려주세요 부디 그대의 꿈을 책처럼 펼쳐주세요 책 속 글자들이 나란히 정렬한 별처럼 보일 때까지 그대의 꿈을 읽고 또 읽겠습니다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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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 (@jackbenoodle)2026-03-14 22:10중용의 온도 / 이진우
벌거벗고
냉탕과 온탕 사이를 오가며
몸에 맞는 온도를 찾는다
너무 뜨겁거나 너무 차가울 때
몸을 사리다가도
미지근할 때
손해 보는 느낌이 드는 건
목욕탕에서만은 아닐 것이다
열정적이거나 냉정한 나날들은
뜨뜻미지근한 일상에 돌을 던지고
파문을 일으킨다
사납거나 축 처진 감정의 물결을 타고 있을 때
인생의 온도는 몇 도쯤이 적당한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다
체온이 몇 도만 올라가거나 내려가도
끙끙 앓으며
36.5도를 찾아가려는 몸이나
감정에 휩쓸리면
여지없이 열병 앓는 마음을
밋밋한 일상으로 돌이키려는 관성은
365일 지치지 않고
알맞은 인생의 온도를 일러주려는 것이다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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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 (@jackbenoodle)2026-03-14 22:09내게 잘해주는 사람이 나를 치유해주는 능력이 50이라고 한다면, 좋은 사람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치유해주는 능력은 80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움직이는 사람은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 안에 들어와 있는 '좋은 사람'이다.
낯선 곳에서의 좋은 풍경은 그곳을 오래 기억하게 하지만 아주 우연히 좋은 사람을 만난 사건은 우리를 그곳에 다시금 간절히 가고 싶게 만드는 이치와도 같다.
좋은 사람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내가 어렵게 행하고 인정하게 되는 무한대의 범위 안에서 내가 좋은 사람이 될 것인지 말 것인지를 택하게 되는 것이라서 그렇다.
우리 삶이 이상한 곳으로 흘러가 쌓이더라도, 그곳이 안 좋은 곳이라면 끔찍한 일일 것 같아서 우리는 나름 열심히 살려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를 제대로 몰라서 그저 그런 사람으로 살아간다.
이병률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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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 (@jackbenoodle)2026-03-14 22:05소나기 / 곽재구
저물 무렵
소나기를 만난 사람들은
알지
누군가를 고즈넉이 그리워하며
미루나무 아래 앉아 다리쉼을 하다가
그때 쏟아지는 소나기를 바라본
사람들은 알지
자신을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걱정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이를 속인디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분노라는 것을
그 소나기에
가슴을 적신 사람이라면 알지
자신을 속이고 사랑하는 이를 속이는 것이
또한 얼마나 쓸쓸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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