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살아 있는건 빛을 낸다 ♡
♡ 행복충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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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나a(@rlagh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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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나a (@rlaghkdud)2015-09-03 11:42아침공감 ^^*
채 여물기도 전에 땅에 떨어진 열매들도 있다.
흙 묻은 채 뒹구는 열매들이 안타까워 몇 개는 주워서 돌아온다.
때 이르게 조락을 맞은 열매들을 보니 먼저 세상을 떠난
동생의 얼굴이 자꾸 떠오른다.
식물이든 사람이든 잎이 지고 열매가 떨어지는 것은 한결같지 않은 일이다.
예상 할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일이다.
그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다른 계절보다도 가을에 특히 운명론자에 가까워지는 것은
저 열매들 때문일 것이다.
나는 주워온 풋사과와 시든 밤송이 몇 개를 접시에 담아 두었다.
그 둘레에는 슬픔의 화한을 걸어두듯 붉게 단풍이 든 마른 줄기로 감싸주었다.
그랬더니 아름다운 한 접시의 가을이 완성된 것 같았다.
그렇게 담아놓고 며칠 들여다보니,
열매들은 나무에서 떨어진 후에도 조금씩 익어간다.
누구는 그것을 썩어간다고 표현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시듦의 과정 역시 익어간다고 여기고 싶다.
나무에 매달려서든지 땅에 떨어져서든지, 누구에게 거두어지든지 내던져지든지,
한 번 태어나 꽃 피운 것들은 제 몫만큼 향기롭게 살다 간다.
설령 오랫동안 함께 살지 못했어도 기억 속에서 아름답게 익어가는 것들이 있다.
*시인 나희덕의 에세이 <한 접시의 가을> 이었습니다.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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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나a (@rlaghkdud)2015-09-03 11:38아침공감^^*
안내원의 말은 엄포가 아니었다.
몽유도원도에 가까이 갔을 때는 두 시간이 조금 넘은 뒤였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어떤 사람들은 여섯 시간을 기다렸다고 한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가져온 수월관음도 앞을 아쉽게 지나,
통로를 따라 작은 모퉁이를 돌자 거기 유리관 속에 몽유도원도와
그 판문이 길게 펼쳐져 있었지만, 황홀한 빛 같은 것은 없었다.
그림을 보호하기 위해서인 듯 조명은 오히려 어두웠으며,
누가 떠밀지 않아도 떠밀리는 것처럼 자리는 불편했다.
그림의 이 구석 저 구석을 살펴볼 여유는 말할 것도 없고,
그 긴 제서와 찬문의 처음 몇 글자라도 뜯어 읽어보려고 애쓸 시간마저
허락되지 않았다.
몽유도원도를 보았다기보다 그 앞을 조금 천천히 지나갔다고 말해야 한다.
다른 관람객들 처지도 물론 우리와 다를 것이 없었다.
진품 앞에서라고 해서 저 복제품 앞에서보다 더 많은 것을 본 사람은 필경 없었다.
그러나 줄을 서서 기다리던 두 시간 내지 여섯 시간과
그림 앞에서 보낸 2분을 견주며 후회하는 사람도 없었다.
통로를 빠져나와 다른 전시품 앞으로 걸어가는 관람객들의 말을 엿들어보면
낡은 그림 한 점을 보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렸던 그 긴 시간을
스스로 대견하게들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몽유도원도의 관람은 일종의 순례 행렬이 되었다.
사람들은 반드시 몽유도원도가 아니라 해도
위대한 어떤 것에 존경을 바치려 했으며,
이 삶보다 더 나은 삶이 있다고 믿고 싶어했다.
저마다 자기들이 서 있는 자리보다 조금 앞선 자리에
특별하게 가치있는 어떤 것이 있기를 바랐고, 자신의 끈기로 그것을 증명했다.
특별한 것은 사실 그 끈기의 시간이었다.
그 시간은 두텁고 불투명한 일상과 비루한 삶의 시간을 헤치고
저마다의 믿음으로 만들어낸 일종의 전리품이었기 때문이다.
아흐레 동안 국립중앙박물관의 광장에 구절양장을 그린 긴 행렬은
이 삶을 다른 삶과 연결시키려는 사람들의 끈질긴 시위였다.
* 문학평론가 황현산의 글 ‘몽유도원도 관람기’ 중 부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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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나a (@rlaghkdud)2015-09-02 12:38아침공감 ^^*
자신의 말이 의도한 대로 정확히 전달되길 바란다면,
부하직원과 직접 소통하는 것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
한 유명 패스트푸드 체인을 인수한 CEO ‘레이 크록’은
햄버거 업체의 성공 요건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퀵서비스 레스토랑은 본질적으로 쇼비즈니스라는 것이었다.
매장에서 공연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쇼맨십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였다.
예를 들어, 손님이 매장으로 들어오면 ‘좋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어서오세요’ 하고 큰 소리로 맞이한다든지,
실제로는 시간이 더 걸릴지라도 주문을 받을 때는 반드시
“네, 주문하신 상품은 30초 안에 준비됩니다.”하고 응대하라는 것이다.
이런 과장된 쇼맨십이 고객 만족을 높이는데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햄버거를 먹는 손님들은 매장에서 많은 시간은 보내지 않으므로,
짧은 경험이 매장의 전체적인 인상을 좌우한다.
따라서 눈에 잘 띄는 곳은 그 어느 곳보다도 깨끗하게 정리돼 있어야 한다.
그래서 ‘고장난 형광등은 무조건 먼저 본 사람이 갈아 끼운다’거나
‘화장실은 건물 안에서 가장 깨끗한 곳으로 유지한다’와 같은 규칙을 정하고
매뉴얼에 넣었다. 그러나 매뉴얼을 만들어놨다고 해서 직원들이 읽는 것은 아니다.
크록은 틈만 나면 매뉴얼을 들고 다니며 직원들에게 일일이 내용을 설명해주었다.
은퇴한 이후에는 심지어 시골 벽지의 매장까지 찾아다니면서
직원들에게 매장 운영의 노하우를 직접 설명해주었다.
한 번은 누군가 크록에게 ‘CEO가 그런 사소한 일까지 일일이 챙기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CEO에게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일도 있습니까?”
조직의 성과를 위해서는 리더의 생각을 부하 직원들에게 정확히 전달해야 하고,
직접 얼굴을 맞대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 경영학자 이우창의 책 <일상의 경영학>에서 따온 글입니다.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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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나a (@rlaghkdud)2015-09-01 19:20
아침공감 ^^*
그대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대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것을
그대
9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9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시인 안도현의 시 <9월이 오면> 이었습니다.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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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나a (@rlaghkdud)2015-08-29 08:42
아침공감^^*
미국의 심리학자인 윌리엄 글라써는
인간에게는 술, 도박, 마약 등과 같은 해로운 중독 현상이 있는 반면에
바람직한 중독 현상도 있다는 것에 주목해
<긍정적 중독>이라는 책을 펴낸 바 있다.
글라써는 긍정적 중독에 해당하는 일들을 찾아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의 기준을 제시했다.
-자발적으로 매일 1시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동시에
경쟁적이지 않은 일.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으며, 숙달되기 위해
정신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일.
-혼자서도 할 수 있고 여럿이 같이 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일.
-행할 만한 신체적, 정신적 가치가 있다고 믿는 일.
-자기 자신만이 그 일의 성과를 판단할 수 있는 일.
-스스로 비판하지 않고 몰입할 수 있는 일.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분명히 이 여섯 가지 조건에 해당하는 일이
어떤 일인지 알 것이다. 맞다. 바로 달리기다.
글라써는 존 로우머라는 마라톤 애호가의 질문,
“달리기에 관심은 있으나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권유하겠습니까?“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달리기를 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달리기는 증오심과 공격 성향을 가라앉히고
우리의 자존심을 키워 더 행복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달리기를 하게 된다면 세계는 혁명적으로 바뀔 것입니다.
자동차는 사라질 것이고 어리석은 사치와 억압에서 벗어날 것입니다.
다들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될테니
환경은 보존되고, 인종차별은 없어질 것입니다.“
*작가 김연수의 책 <지지 않는다는 말>에서 따온 글이었습니다.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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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나a (@rlaghkdud)2015-08-29 08:39아침공감^^*
헤밍웨이가 하루에 쓰는 글의 양은 약 500단어였다.
타자에 능숙한 사람은 10분이면 칠 수 있는 양이다.
그런데도 헤밍웨이는 그만큼의 글을 6시간 동안 썼다.
1분에 대략 한 단어를 쓴 셈이다.
6시간의 일과 중에 10분을 타자에 썼다면,
나머지 5시간 50분 동안 헤밍웨이는 무엇을 했을까?
그는 내가 앞선 장들에서 서술한 것 같은 시행착오에 몰두했다.
단어들, 문장들, 문단들을 쓰고 지웠다.
의자에 앉은 채로 영감이 떠오르기를 기다렸다.
아니, 헤밍웨이는 때때로 서서 글을 썼으니,
어쩌면 선 채로 영감의 도래를 기다렸을 수도 있겠다.
또한 그는 과거에 합격으로 판정한 글을 고치거나 버리는 작업에 시간을 썼다.
대다수 사람들은 외적으로 부과된 일정에 따라서 노동을 시작하고 마치지만,
예술가들은 그렇지 않다.
예술가에게는 일을 재촉하고 감시하는 상사가 없다.
그러므로 예술가로 살려면 자기 규율이 필요한데,
원숙한 예술가들도 자기 규율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일부 예술가들은 과격한 수단에 의지한다.
예를 들면, 빅토르 위고는 마감시간이 임박하면 옷을 벗어서 하인에게 주면서
자신이 쓰는 글을 완성하기 전에는 그 옷을 돌려주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소설가와 마찬가지로 작곡가도 성공하려면 ‘니커보커 규칙’을 따라야 한다.
중국계 미국인 작곡가 브라이트 솅은 작곡을 골동품 가게 운영에 비유한다.
“매일 가게를 열어야 한다. 어떤 날은 아무도 오지 않지만,
그래도 당신은 가게에 있어야 한다.
가끔 누군가 들어와서 거액을 내고 귀중한 물건을 산다.
그날 당신이 가게에 없다면, 당신은 매상을 올리지 못할 것이다.
영감이 올 때 정신적인 측면에서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 철학교수 윌리엄 어빈의 책
<아하! 세상을 바꾸는 통찰의 순간들>에서 따온 글입니다.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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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나a (@rlaghkdud)2015-08-29 08:36아침공감 ^^*
19세기까지 영국 도로의 주인공은 마차였다.
마부가 휘두르는 채찍은 길 오른쪽의 보행자에게 위협적이었다.
그 위험성을 줄이려고 마차의 좌측통행이 정착됐다.
마부가 왼손잡이라면 보행자의 위험은 여전하지만 말이다.
이런 관행은 자동차 시대에도 이어져,
지금도 영연방 나라들과 일본은 차량의 좌측통행을 실시한다.
자동차에는 초기부터 운전자 오른쪽에 수동 변속기 등이 설치됐다.
이를 잘 다루려면 운전석은 차량 왼쪽에 있어야 하고,
차량은 우측통행을 해야 자연스럽다.
지구촌에서 차량 우측통행이 다수인 까닭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철도는 도입 당시 일본 영향을 받아 좌측통행을 한다.
지하철은 우측통행이지만 철도와 연결된 노선은 좌측통행이다.
사람은 인도가 따로 없는 도로에선 차량과 반대 방향으로 걷는 것이 좋다.
다가오는 차량을 ‘보고’ 있어야 미리 대비할 수 있고
비상시에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곧 ‘대면통행’이 큰 원칙이다.
‘차량 우측통행, 사람 좌측통행’은 인도가 있는 경우 달라진다.
인도가 도로 좌우 어디에 있든 그 안에서는 오른쪽으로 걸어야
차량과 대면통행을 하게 된다.
우측통행은 위험한 일이 자신의 왼쪽보다는 오른쪽에서 일어날 때
더 잘 대처할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교통 상황이 달라지더라도 대면통행의 중요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이 원칙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주범은 휴대전화다.
앞을 잘 보지 않고 가니 속도가 떨어지고 수시로 부딪친다.
필자처럼 양쪽에 지팡이를 짚는 사람은 대개 바닥을 보고 걷는다.
서울 시내 인도에는 그만큼 크고 작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제 바닥보다 앞에서 오는 사람이 더 두렵다.
정부는 몇 해 전부터 우측통행 캠페인을 펴고 있다.
이제 ‘앞을 보고 가자’라는 캠페인을 일상화해야 할 판이다.
*한겨레 김지석기자의 글, ‘대면통행’이었습니다.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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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나a (@rlaghkdud)2015-08-26 23:32
분수
한 여름의 무더위 속을
정처없이 헤매던 중,
홀로 서 있는 분수를 본다 .
흩어져 나오는
물방울들은 화폭이 되고
경쾌히 퍼지는
분수의 소리는 악보가 된다 .
강약을 반복하여 뿜어내는 물살로
여름 더위를 저격하는 저 분수에
나도 뚫리고 싶구나 .
ㅡ이구원 선교사 ㅡ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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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나a (@rlaghkdud)2015-08-26 10:24아침공감..^^*
한겨레출판사와 함께하는 아침공감입니다.
스트레스에 대한 세 가지 반응,
즉 싸우거나, 도망가거나, 얼어붙는 반응은
우리 인간의 두뇌 회로와 신체 반응의 하드웨어에 내장되어 있습니다.
배우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본능적으로 나오는 반응입니다.
이 세 반응 위에 다른 반응은 없을까요?
다른 동물에 비하여 전두엽이 고도로 발달한 인간은
학습을 통하여 다른 반응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본능적인 반응이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후천적으로 다른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차분하고 명료하게 대화할 수도 있고, 직면할 수도 있고,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여러 가지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삼국지에서 관우는 독화살을 맞은 상처가 무척 아팠지만
화타가 마취도 없이 수술을 해줄 때 고통에서 도망가거나 싸우지 않고
장기를 두면서 평정심을 유지했지요.
스트레스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좀더 차분하고 지혜롭게 반응할 수 있는
권한을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배우면 할 수 있고요.
그러려면 감정적인 알아차림, 신체적인 알아차림이 앞서야 합니다.
그리고 가능한 대처 방법들을 미리 배워두었다가
가장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면 됩니다,
*최성애 박사의 <나와 우리 아이를 살리는 회복탄력성>에서 따온 글입니다.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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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나a (@rlaghkdud)2015-08-26 10:14아침공감 ^^*
옛적부터 이름난 소리꾼들은 여름에 깊은 산속을 찾아가
판소리를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배웠다.
이를 ‘산공부’라고 한다. 그것은 득음을 위한 독공(獨功)의 시간이었고,
선생과 제자가 함께 먹고 자며 훈련하는 혹독한 ‘여름캠프’였다.
길게는 여름 한철 100일을 꼬박 산에서 보내기도 했다.
‘신창’(神唱)으로 부르는 명창 권삼득과 완주의 위봉폭포,
이중선과 부안의 직소폭포, 정정렬과 익산 심곡사 등이
산공부의 일화로 유명하다.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소리를 내지르려면 외따로 떨어진 암자나
움막집만큼 적당한 곳이 없다.
폭포를 끼고 있는 계곡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
만물의 생기와 활력이 충만한 여름에 산속에서 연습을 하다 보면
밖으로 내지른 만큼 안으로 빨아들이는 것이 있을 터.
그리하여 산공부는 자신과의 싸움이면서 크게는 우주와 대결을 벌이는 것.
하루 세끼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선생의 입과 표정과 몸을 바라보며 공부에 매진해야 한다.
선생의 호통과 매를 견뎌야 할 때도 있다.
이 과정에서 제자들은 선생의 소리만 배우는 게 아니다.
선생의 숨소리, 몸짓, 버릇, 취향을 모두 빨아들이는 것.
몸이 무기인 소리꾼들은 산공부를 통해 선생의 전부를 배우는 것이다.
소리꾼들의 이러한 집중과 몰두를 나는 다른 예술 장르에서 보지 못했다.
비록 산중은 아니었지만 국악과 개인연습실에서 이뤄지는 소리꾼들의 산공부를
잠깐 엿본 적 있다. 소름이 돋았다.
*시인 안도현의 에세이집에서 따온 글 <산공부> 였습니다.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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