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uiet nights of quiet st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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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푸른 밤(@djckv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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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푸른 밤 (@djckvl)2022-06-13 11:02santiago 通信_ 52
생활 속에서 지키는 원칙 중에 하나는 역전驛前의 식당은 가급적 가지 않는 것이다.
요즘이야 기차역이든 버스 터미널이든 멀티플렉스가 활성화되고 그 안에 각종 프랜차이즈가 벌집처럼 입점해 있어 먹자 골목보다 식당들이 더 즐비하지만, 우리 세대의 저 재래식 기차 역전의 풍속이나 시외버스 차부의 시속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역 부근 식당에서 당한 바가지의 경험과 끔찍하도록 맛대가리 없는 음식의 기억을. 또 볼 일 없는 뜨내기들을 상대하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기에는 여러 차례에 걸친 트라우마가 나는 깊었다. 그래서 생긴 선입견이겠지만 같은 프랜차이즈라도 역 구내 매장들의 맛은 어쩐지 다른 곳보다 덜하다는 느낌마저 있었던 것이다. 그런 연유로 역에서 식사를 하는 것은 내게는 좀처럼 없는 일이다. 그러나 살다보면 원칙대로 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니 또 하릴없이 급하게 역 안에 있는 중국집에서 대충 한 끼를 넘겨야 했다. 빨리 나올 것이고 그나마 맛이 '거기서 거기' 일 것 같아 짜장면을 시켰다. 선불을 하고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주인장이 나를 찾는다. 음식 가져가란다. 역시 열차 시간을 다투는 역 안의 식당이라 빠르구나.
배급처럼 트레이에 받아온 음식을 식탁에 놓고 보니 이야, 이건 완전 아우슈비츠에서나 나옴직한 짜장면이다. 짜장면처럼 보이고 싶은 어떤 물질, 짜장면적인 어떤 것, 말하자면 유사 짜장면. 국수가락은 여기저기 뭉쳐있고 짜장은 수돗물에 생수를 섞은 것 마냥 밍밍했다. 양파도 춘장도 없이 달랑 단무지 쪼가리만 주는데 그마저도 사막의 뼛조각처럼 말라있었다. 평생 먹어 본 짜장면 중에 가장 강렬했다. 거의 기묘하다는 의미로. 사형수가 사형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음식이 짜장면이라고 해서 이 집 짜장면을 시켜줬다면 아마도 앰네스티 같은 단체의 주도로 세계적인 석방운동이 벌어졌을 것이다. 빠르다는 것 말곤 전부 꽝이다. 반쯤 먹고는 젓가락을 놓았다. 먹고 난 그릇을 공손히 주인장에게 다시 반납해야 이 식당을 나갈 수 있다.
집에 도착해 늦은 밤 컴퓨터를 켜고 이 중국집의 리뷰를 찾았다. 짜장면을 남기는 것은 내겐 흔치않은 일이다. 얼마나 많은 비난과 불평의 악플이 여름날의 포도처럼 주렁주렁 달려 있을까, 연민의 기분마저 들면서. 그러나 내 동정이 무색하게도 평점이 5점 만점에 4점 대. 식당 평점으로는 괜찮은 방어율이다. 그다지 많지도 않은 댓글들은 칭찬 일색이었다. 재방문 의사까지 있다고 했다. 도대체 왜? 너댓 개의 리뷰만이 별 한 개도 아까운 집이라고 썼다. 마침 내가 방문한 요즘이 이렇지 예전엔 정말로 맛있는 식당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끝내주게 맛있다' 는 마지막 리뷰가 불과 두어 달 전이다. 그 새 음식맛이 천양지간 변해버린 것일까.
이런 식당의 리뷰가 어째서 좋은 건지 나로선 알 수 없다. 사장의 수완인지, 식당과 친한 지인들이 고의로 별점을 조작한 것인지, 그마저도 아니면 희한한 짜장면을 좋아하는 취향이 따로 존재하는지 내 알 바 아니다. 어쩌면 그날의 내 입맛이 유독 별났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황당한 표정으로 짜장면을 뒤적거리고 있을 때 옆 테이블에서 짜장면을 먹던 커플이 속삭였다. "이게 칠천 원이야?"
만일 계획적으로 리뷰를 조작한 게 사실이라면 입맛을 잡쳐버린 짜장면보다 주인의 그 낯짝 두꺼운 몰염치가 더 씁쓸하고 언짢다. 좋은 음식을 만들 궁리는 하지 않고 교활하고 얄팍한 사기로 뜨내기들에게 그저 한 번 팔아치우면 그만이라는 건지. 그러구보니 호평의 댓글들은 거의가 "완전 맛있어요" 식의 영혼 없는 문구 달랑 한 줄이었다. 여론 조작이 이런 식으로 벌어지는 거겠지. 왜 이렇게 사는 걸까.
아무 리뷰도 달지 않고 컴퓨터를 껐다. 원래 선플도 잘 달지 않지만 악플은 더욱 달지 말자가 또한 생활의 원칙이다. 뭐가 됐든 이 사람들은 이게 밥줄이니까. 나야 이제 안 가면 그만이지만 혹시나 나처럼 또 봉변당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그마나 별점은 올려둘까 한참 망설였다. 여독이 쌓여 피곤한 잠자리를 늦도록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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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푸른 밤 (@djckvl)2022-06-0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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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푸른 밤 (@djckvl)2022-06-07 10:51santiago 通信_ 51
테트리스가 늘었다.
게임에 소질이 없는 편인데 여태 10만 점이나 겨우 내던 스코어가 최근에 30만까지 올랐다. 대선大選이 끝나고 책상에 앉아있긴 하는데, 멍하니 일은 손에 잡히질 않고 마음은 심란하여 툭하면 테트리스가 여러 날. 뭐든 자꾸 하면 느는 법이니 이만하면 내 생애 최고 기록이다.
결과가 나왔고 아무리 그 결과가 터무니없고 안타까워도 누군가를 탓하고 원망하는 것은 이겼다고 거만 떠는 것만큼이나 용렬하고 찌질하다. 벌써 돌아가는 꼬라지가 '다음의 기회' 가 과연 있을 지 없을 지 알 수 없으나 어쨌든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모사재인이나 성사는 재천이다. 무슨 사정이 있었든, 공정하지 못했던 정황을 얼마나 참작하든, 분명한 건 졌다는 사실이다. 깨끗이 승복하고 다시 준비해야 한다.
볼륨을 끈 채로 테트리스 게임을 하면서 줄곧 들었던 음악이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 'Nessun dorma' 였다. 게임 중에 켜 놓은 유튜브 플레이리스트에서 이 곡이 흘러나왔고 뭔가 울컥, 끌리는 바람에 내내 반복해서 들었다. 파바로티 버전으로. 나는 이 곡을 롤랑 조페 감독의 영화 '킬링 필드' 에서 처음 들었다. 1973년 캄보디아 공산화 당시, 뉴욕 타임스 캄보디아 주재 특파원 시드니 쉔버그와 그의 취재 가이드이자 통역원이었던 디스 프란의 우정과 프란의 캄보디아 탈출을 스크린에 옮긴 실화다. 외국인 신분이라 안전하게 미국으로 먼저 귀국한 쉔버그가 캄보디아의 참상을 찍은 비디오를 돌려 보면서 현지에 두고 온 프란 생각으로 괴로워하는 장면에서 이 아리아는 흐른다. 고1때 문화교실로 관람했다. 고등학생이나 되어서야 푸치니도 투란도트도 처음 알았다는 것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화면을 지나가는 여과되지 않은 전쟁의 참혹한 참상 위로 이토록 아름다운 노래가 흐르는 형용의 모순, 이를테면 예술적 부조화를 처음 경험했다. 검색하니 지금은 '아무도 잠들지 말라' 로 번역되어 있고 이게 정확한 해석이라고 하는데 내가 이 곡을 처음 알게 된 시점부터 바로 얼마 전까지는 '공주는 잠들지 않고' 라고 번역했었다. '공주'쪽이 뭔가 더 드라마틱하고 서사적이지 않은가.
봄과 여름과 가을이 동시에 지나가는 중이라고 친구가 알려올 때까지 봄을 까맣게 잊고 지냈다. "옷 입기가 애매해." 원래의 친구라면 이렇게 말할 것을 그는 이렇게 투덜거렸다. "옷 입기가 드럽게 애매하네." 자네도 나처럼 아직도 우울과 열패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지. 보통의 말에도 괜한 가시가 붙어 있는 것을 보면, 껄껄. 어떤 식이든 또 살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마음먹고 나서야 아파트 화단에 전교 회장처럼 홀로 준수하던 적목련이 벌써 사춘기에 접어든 줄 알았다. 목련의 봄은 사멸하여 신록이 수의처럼 그녀의 육신을 감싸고 있고 아닌 게 아니라 봄은 몇 개의 계절이 떡 진 채로 지나가는 중이다. 어찌하랴, 날씨는 엿같이 좋기만한데.
어떻게든 되겠지.
삶은 또다시 지속된다.
All'alba vincerò!
Vincerò!
Vincerò!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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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푸른 밤 (@djckvl)2022-06-0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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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푸른 밤 (@djckvl)2022-03-07 10:33santiago 通信_ 50
나의 생애는 서슬 퍼런 '독재의 시대' 로부터 출발했지만 두 번의 대통령 탄핵까지 거쳐 온 지금, 시민으로서 획득한 우리의 자유와 민주적 권리는 실로 눈부신 지경이다.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이 자유와 권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용기와 희생이 있어야 했는지. 토머스 제퍼슨이 말했다. "민주주의의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 그 낭자한 피의 얼룩들이 내 청춘의 갈피에 빼곡하다. 우리 세대 한때 청년이었던 누구에게나 최루탄 같은 억압에 맞서서 화염병 처럼 저항이 폭발하던 '시대'의 기억이 상흔처럼 남아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길고 지루한 싸움 끝에 우리는 드디어 이룩한 줄 알았다. 이제 눈물은 없을 것이며 억울한 무덤도 만들지 않으리라. "태양은 묘지 위에 빛나고 우리는 저 거친 광야로 나아갈 것"이라고만 믿었다.
"사랑은 하늘에서 툭 떨어진 빵이 아니라, 매일매일 물을 주고 가꾸어야 하는 화분과 같은 것"이라는 서양의 격언은 우리의 자유와 권리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이었다. 이 정도면 이젠 안심해도 되겠지. 다시 역사의 퇴행이란 없겠지...순진하기만 했던 우리의 표정에 내려앉던 햇살은 화사했다. 그래서 시인 김광규는 일찌감치 우리에게 은밀히 말을 남긴 것인지도 모른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끝나지 않았다. 그들은 잠시 숨을 죽이고 있었을 뿐이었다. 우리는 또다시 잠들지 못하는 밤을 지새워야 한다.
다음 세대에게 무언가 물려주지는 못할망정 그들의 어깨에 짐을 얹을 순 없다. 그게 적어도 최소한의 어른된 도리다. 처참한 정부 아래 잔인하고 뻔뻔한 인간들의 지배를 받으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비극은 우리 세대로 끝나야 한다. 이 세상 누구도 감히, 우리 아이들에게 함부로 손을 대거나 겁박으로 울음을 터트리게 하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우리의 앞선 세대들이 가난과 독재의 참화에서 우리를 건져 올렸던 것처럼.
언젠과 神과 대면하게 된다면 꼭 한 번 물어보고 싶다.
"...저희가 정녕 대단한 걸 원했나이까?"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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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푸른 밤 (@djckvl)2022-03-0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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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푸른 밤 (@djckvl)2022-03-02 10:40santiago 通信_ 49
찬바람만 불어도 입술이 자주 트는 체질이라 일찍부터 이런저런 립케어들을 사다 발랐다. 성분도 디자인도 가격도, 점성과 향기까지 천차만별인 제품들 사이를 편력한 끝에 한 제품에 종착했다. 선택은 어렵지 않았다. 내 입술에 가장 적합했으니까. 이후 근 30여 년을 이 한 제품만 쓴다. 아무리 '새로운 성분의 보습효과' 니 '신제품 론칭 기념의 파격 세일' 이니 심지어 가까운 이의 곡진한 권유가 있어도 내겐 ONE AND ONLY 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이 제품이 가장 합당하다는 걸 내 입술이 '확고부동' 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 좋은 일 가운데 하나는 '몸의 기억' 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머리의 논리가 아니라 몸의 느낌이 기억하는 감각. '눈치' 나 '통밥'과도 뉘앙스가 비슷하다. 예를 들어, 일이든 지인들끼리의 가벼운 모임이든 이 일이 성사될 것인가 엎어질 것인가의 예감은 어느 정도 나이를 먹게 되면 대충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이 정도면 되었다, 싶은 일은 대부분 잘 마무리되기 마련이고, 뭔가 석연찮거나 느낌이 이상하다 싶으면 거의 예외 없이 글러 버리거나 억지로 성사되더라도 오래가지 못하고 흐지부지 된다. 어린 시절엔 워낙 경험이 없으니 이런 성패의 기미를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인터넷에는 이런 농담이 있다.
"뭔가 '쎄하다'는 느낌은 그냥 감각이 아닙니다. 그것은 n년 동안 살아온 당신의 인생 경험이 모은 빅데이터예요."
심화된 사례로는, '생활의 달인' 처럼 눈을 감고도 언제나 정확히 50 그램의 밀가루 반죽을 떼어내는 나이 지긋한 제빵사라든가, 굴삭기의 버켓 끝으로 일회용 라이터를 켜는 중장비 기사의 묘기 같은 것들이다.
'몸'이 연출하는 지극한 경지란 오랜 '시간' 이 축적한 내적 데이터베이스에서 발현된다. 긴 세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온갖 정보를 우리 안에 차곡차곡 쌓아둔 것이다. 천만 금을 줘도 살 수 없다. 꼭 실용을 위한 감각이 아니더라도 몸이 들려주는 진리의 말들은 자못 진중하고 지혜롭다. "이제부터 나, 육신肉身은 조금씩 자주 아프게 될거야. 대신 그동안 수고한 너(영혼)에게 충고해주지" 같은 느낌이다. 비가 올 것 같으면 관절이 먼저 알린다는 식으로.
우리가 '몸'의 목소리를 떠메고 저 중년의 언덕바지에 올라서면 묵묵히 불어오는 관조觀照의 바람 속에서 예지의 불빛들은 물결처럼 일렁인다. 인생의 이유, 삶의 목적, 神의 손길, 인간의 존재, 숙명의 고독, 운명의 안간힘, 인연의 약속...인간의 언어로는 가르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삶의 크고 작은 요령들이 몸의 기억을 통해서 체화體化 되는 것이다. 생각하면, 억지로 알아내려고 서두르지 않고 지난한 물리적 시간을 묵묵히 견뎌온 육신이 끝내 삶의 법칙을 깨달아가는 것은 눈물겨운 일이다. '나이가 들어야만 알 수 있는' 모든 일이 여기에 있다. 끝내 무無로 돌아갈 존재의 모든 몸부림들은 그렇게 휘청거리고, 서성거린다. 한 평생.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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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푸른 밤 (@djckvl)2022-02-2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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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푸른 밤 (@djckvl)2022-02-21 10:59santiago 通信_ 48
"문재인은 김일성의 숨겨진 아들이었다" 라고 누군가 주장을 한다면 아무리 문재인을 싫어하는 사람도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을 정신나간 사람 취급하기 마련이다. 이런 말의 진위를 가리는데는 최소한의 지능조차도 필요없다. 중학생 수준의 상식만 있어도 같잖지도 않게 웃어 넘길 수 있다. 그러나 이 넓은 세상에서는 "문재인과 김정일이 실은 형제" 라고 하면 대번에, "어쩐지" 라든가 "역시나 내 그럴 줄 알았다" 내지는 "아이고 세상에, 이 나라가 도대체 어떻게 될라고" 같은 식으로 반응하는 부류들이 있다. "예끼 여보쇼, 진짜 뭔 개돼지도 아니고 그런 턱도 없는 소릴 누가 믿어 이 양반아" 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내기할까요 믿나 안 믿나? 이런 부류들은 추미애와 홍석천이 '친자매' 라고 해도 믿는다.
노인들끼리 알음알음 돌려보는 메시지를 우연히 훔쳐본 적이 있다. 은밀한 메시지의 내용은 이러했다. '대통령이 여성장관을 발탁한 이유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청와대의 비밀스러운 안가에서 밀회를 즐기기 위해서다. 이 의도를 간파한 영부인은 대통령과 매일 밤 부부싸움 중이고 가끔 대통령이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것은 얼굴에 긁힌 영부인의 손톱자국을 감추기 위해서다. 우리가 이런 걸 대통령이라고 계속 쳐다보며 살아야 하나'
대리운전기사의 입담은 거침없었다. "이명박이가 노무현한테 왜 그랬냐, 그거야 노무현이 다 해 처먹고 이명박이 해 처먹을 건 하나도 안 남겨줘서 그런 거죠. 원래는 지 임기때 다 해 먹으면 안되고 다음에 들어 올 사람을 위해서 좀 남겨놔야 되거든. 근데 이명박이가 들어와서 해 먹을라고 보니까 해 먹을 게 한개도 없는거야. 그니까 뚜껑이 빡! 열려서 밑에 있는 놈들한테 야, 저 새끼 죽여버려" 더 듣고 있다간 차가 도착할 때쯤 좀비가 되어 있을 거 같아 억지로 자는 척하려는데 그가 덧붙였다. "김재규가 사형당한 게 아니고 뉴저지에서 주유소 했던 건 아세요?"
민주주의라는 제도 한편에 존재하는 절망에 가까운 비극은, 터무니없는 인간들도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권리' 는 우리의 공동체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엄연히 개입한다.
UFO 괴담 중에 '지구 지옥설' 이라는 게 있다. 1947년 미국 로스웰에 추락한 비행접시의 잔해 속에, 실은 몇 명의 외계인이 생존했는데 그중 여성 외계인을 담당했던 미 공군 소속 여간호사가 우주와 지구의 비밀을 밝히는 여성 외계인의 구술口述 을 텔레파시로 전달 받아 정리했다는 것이다. 책으로도 나와있다. 많은 내용 가운데 '지옥' 의 실체를 밝히는 대목이 흥미롭다. 외계인에 의하면 지옥은 따로이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바로 이 지구라는 행성 자체가 지옥이며, 온 우주를 통틀어 죄를 지은 죄수들을 '지구 교도소' 로 보내 끊임없는 환생과 윤회의 과정을 통해 교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지구인들은 모두 '아름다운 대우주' 에서 추방된 죄수들의 영혼이며 그래서 우리가 이 지구에서 겪는 수많은 불행과 재앙들은 우리가 저지른 죄에 대한 형벌임과 동시에 우리 죄수들의 영혼을 성장시키는 동력원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뭐 이것도 어차피 '괴담'일 뿐이니까.
대통령과 여성장관이 청와대에서 밀회를 즐긴다고 넌지시 알려온 분은 무려 은퇴한 '교사' 이시고, 김재규가 뉴저지에서 주유소 했다던 대리기사 아저씨는 경기도에서 기계설비 공장을 운영하다 털어먹고 잠시 생계의 방편을 모색 중인 4년제 공대를 졸업한 나름 '먹물' 이었다.
어째서 세상은 이토록 하염없이 개판일까의 의문을 가장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어쩌면, "지구가 바로 지옥" 이라는 가설이 아닐까 라고 나는 생각한다.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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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푸른 밤 (@djckvl)2022-02-1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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