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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t nights of quiet stars
  • 13
  • 깊고 푸른 밤(@djckvl)

  • 13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11-22 11:23
    santiago 通信_ 36


    ...치이익, 우리는 북부지역, 이 나라 북부의 가을 저항군이다, 가을 本隊는 들어라, 이천이십일 년 십일 월 십 일 상오 새벽에 겨울 점령군은 첫눈을 앞세우고 우리에게 철수를 명령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동을 보류하고 있다, 아직 잎을 다 털어내지 못한 가로수들, 은행나무, 양버즘나무, 왕벚나무, 느티나무, 은단풍, 메타세콰이어, 회화나무, 가죽나무, 감나무, 느릅나무 등등이 아직 잎의 절반이나 그대로 붙인 채 숨을 죽이고 있다. 이들을 남겨두고 우리가 철수해버리면 겨울의 무참한 진압에 남은 이파리들이 미련처럼 날아다니느라 계절이 혼미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철수를 보류한다, 당분간 낮동안은 햇빛 속에 은닉하다가 밤이 되면 일제히 진격할 예정이다, 듣고 있는가, 응답하라, 본대, 본대,

    치직...말간 햇살이 오후를 건너 옵니다...당신은 바람처럼 다정했어요...

    치이익...이건 뭐야? / 주파수 혼선 같은데요, 누군가 다른 주파수가 우리 채널이랑 겹친 모양입니다,

    치직...새처럼 착한 당신...내가 당신의 둥지를 내 가슴안으로 들이던 날, 당신이 흩뿌리던 눈꽃같은 깃털의 촉감을 기억해요...이른 꽃잎 같고 늦은 단풍 같던 희고 붉은 당신의 이름...

    치이익...그래서 우리는 나무들과 함께 표백될 것이다, 이후의 송신은 장담할 수 없다, 듣고 있는가, 본대, 우리는 부상자가 많다,

    치직...가을이...끝났습니까? 겨울이 왔나요? 아직 가을인가요...그렇다면 이 시간, 나에겐 빛과 어둠의 모든 서정이 당신에게 있습니다. 아직도 가을이라면...

    치이익...겨울은 이제 도심 대부분을 장악했다, 우리는 그들에게 소탕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마지막 남은 한 발의 낙엽까지도 기꺼이 소진한다, 저항군들이여, 갈색의 깃발이 나부끼는 가을의 낙원에서 다시 만나자, 가을 만세!

    치직...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겨울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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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11-1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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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11-15 10:43
    santiago 通信_ 35


    보행로가 좁아 나란히 걸으면 통행에 방해가 되므로 우리는 암묵적으로 목적지까지 일렬로 가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가 앞서 걸었다. 새삼스럽게 나는 몇 년 만에 그의 어깨를 의식하는 것일까. 견고하던 그의 어깨도 어딘가 줄어들었다. 그는 오래전에 아버지를 잃었고 이제 어머니도 없다. 작년 가을만 해도 그러지 않았는데 올 가을 그는 고아다. 어머니가 떠났다는 명실상부한 슬픔을 그는 티 내지 않았다. 연기처럼 짙어진 계절 속으로 177센티미터의 고독이 걸어간다. 52년 치의 침묵이 앞장서 간다. 하늘이 그나마 파랬으니 망정이지 날조차 흐렸다면 나는 그를 호송하는 간수 같았을까. 그는 나를 제단으로 끌고 가는 사제 같았을까. 죽은 은행잎들은 잡담처럼 길을 덮었고, 원래의 길은 생활의 진실처럼 가려졌다. 조금 이따 그와 나는 마주 앉아 술을 마실 것이다. 우리는 서로 지나온 것들을 후회하고 닥쳐올 것들을 불안해하며 무엇을 먹을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세월의 처마는 견고해지고 그 처마 아래 깃드는 기억의 화물들은 좀 더 개인화된다. 가족들마저도 이젠 담장 밖의 외부인인 것이다. 나는 하루치의 화물을 꺼내 술상 위에 올렸다. 그도 3시간짜리의 기억을 창고에서 꺼내왔다. 우리는 우리의 상처를 과장하고 고난을 확대했지만 정작 하고 싶은 말들 앞에선 낭떠러지처럼 아득해졌다. 177센티미터의 쓸쓸함이여. 이제 집에 갈 걱정이나 하다가 마저 마시고 일어나자. 밤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어두운 나머지 서로의 부끄러움을 표정 대신 체취로 알아차릴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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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11-1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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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11-08 14:20
    santiago 通信_ 34


    삼인성호 三人成虎 란 세 사람이 호랑이를 봤다고 뻥을 치면 그 뻥이 사실이 된다는 고사성어다. 거짓말 때문에 있지도 않은 호랑이가 사람들의 상상 속에 '사실적으로' 돌아다니는 것이다. 비슷한 것으로 증삼살인 曾參殺人 이 있다. 공자의 제자 중 증삼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와 이름이 같은 다른 사람이 살인을 저질렀다. 착각한 누군가가 증삼의 어머니에게 달려와 증삼이 살인하였다고 말했다. 베틀을 짜고 있던 어머니는 현명한 내 아들이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할리가 없다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두 번째 사람이 나타나 같은 말을 하고 급기야 세 번째 사람이 찾아와서 증삼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전하자 사색이 된 어머니는 짓고 있던 베틀을 내던지고 달려나갔다는 이야기다.

    나치 독일의 선전국장 파울 요제프 괴벨스는 수많은 악행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선전술로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중 선동의 상징으로 강력한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그의 어록 중 일부다.

    "여론조사는 그 대상을 누구로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같은 거짓말을 100번 하면 곧 진실이 된다."

    "대중들은 작은 거짓말 보다 큰 거짓말에 더 잘 속는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늘 있다. 사기를 쳐서 먹고 살아야 하거나,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거나, 시기와 질투로 상대를 비방할 목적에, 심지어는 그저 잘나 보이고 싶어서 태연히 거짓말을 늘어 놓는다. 나 역시도 그다지 도덕적인 인간은 아니지만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줄줄 읊어대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저러다 진실이 드러나면 어쩌려고 저러나 싶은 마음에 내가 다 줄줄 식은 땀이 난다.

    중요한 것은 '빤한 거짓말' 이 사실처럼 터무니없이 퍼지고 신뢰를 얻게 되는 과정에 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보다 거짓말을 들은 사람의 태도가 더 문제라는 것이다. 아무리 '마음만 먹으면 경찰청장도 속일 수 있다' 는 게 사기꾼들의 자부심이라지만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직업적인 사기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만이라도 보통의 상식에 입각해서 생각해보면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대개 판가름 나는 법이다. 그래서 그런 말이 있다. '구르는 구슬은 구덩이에서 멈추고, 유언비어는 지혜로운 자에게서 멈춘다'(순자 : 대략편) 인터넷에 떠도는 "惡은 善의 희생을 먹고 산다" 는 출처미상의 격언은 또한 '사기와 구라는 호구들의 멍청함을 먹고 자란다' 로 치환될 수 있다.


    "제가 무서워 하는 것은 아오키 같은 인간이 아닙니다. 아오키 같은 인간은 어디에나 있는 데다, 그런 것에 대해선 이미 포기했습니다... 제가 정말로 두려워 하는 것은, 아오키 같은 인간들이 하는 말을 비판없이 받아들이고 그대로 믿어버리는 사람들 입니다. 자기 스스로는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주제에, 말주변 좋고 받아 들이기 쉬운 타인의 의지에 좌지우지 되면서 집단으로 행동하는 인간들 말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에게 어떤 잘못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손톱만큼도 품지 않습니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무의미하게 또는 결정적으로 상처를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못하는 인간들입니다. 그들은 그런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정말 무서운 것은 그런 족속들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집 [침묵]


    거짓말을 하는 수많은 이유 중에 권력을 쟁취해야 한다는 것만큼 강력하고 절실한 이유가 하기야 또 있겠는가. 괴벨스는 다음과 같은 어록도 남겼다.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누구든지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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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11-0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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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11-01 11:00
    santiago 通信_ 33


    나이를 먹은 후에 다가오는 마음의 고통은 젊은 시절처럼 유혈이 낭자하지 않다. 깊은 환부도 없고 사방 천지에 튀어버린 핏자국 같은 눈물도 없다. 절망처럼 먹먹한 시간이 지난 뒤에 생기는 딱딱하고 창백한 딱지조차도 없으며 심지어 본인 스스로 상처의 존재마저 잊어버린다. 망각을 거듭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늙어지는 기억력, 낡아가는 미련.

    나이가 든 후에 다가오는 상처와 상실은 말하자면 너무 짧게 깎아버린 손톱과 같은 것이다. 미련 같은 것, 후회 같은 것, 추레한 감정의 일말의 한 톨까지 완전히 잘라버리고자 바싹 들이댄 모든 것들의 외상이 손 끝에 달려 있다.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으면 상처가 있는 줄 모른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지낸다. 다시 말하지만 망각을 거듭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다 불현듯 무언가에 닿게 되면, 불을 만진 듯 따갑고 쓰려온다. 전화를 걸지도 편지를 쓰지도 악수를 나눌 힘조차 없는 손가락들. 아주 깊이 울기 전에 허탈하게 한 번 웃듯, 상처와 상실의 내면은 그렇게 드러난다. 화상처럼 달아오르지만 울기엔 다소 애매한 생채기로.

    몇 개의 밤과 낮이 지나고 나면 회복한다. 드러났던 생살은 덮이고 짧았던 손톱은 자란다. 이젠 쓰리지 않고 아리지 않다. 다시는 짧게 깎지 말아야지, 절대로. 세월을 보내고 사랑을 잃고 숙취에 시달린 후에 사람들은 다짐을 하지만 기억은 자주 백치와 같아서 또 아리고 또 쓰린 날들은 온다. 그리고 다시 손톱이 자란다. 상처를 덮는다. 또다시 부활한다.

    나이 든 사랑이 급하거나 초조하지 않은 것은 이제 바싹 들이밀지 않기 때문이다. 경험을 통해 몸이 남긴 감각의 교훈이다. 우울에 가까운 여유와 차가울만큼의 안정감은 거기에서 온다. 넓고 깊은 감정의 경계를 만드니까. 멀찌감치에서 잘라 내는 것이다.

    운명의 권능 앞에 모든 사랑의 가능성은 주저앉아야 하는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갯벌 같은 생의 허무 속에 소금처럼 맺히는 순수의 비통을 확인하라. 언제나 푸른 물빛으로 떠도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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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10-2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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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10-25 10:58
    santiago 通信_ 32


    겉포장지가 튼튼한 라면으로 고른다. 봉지가 찢어져 국물이 새지 않게 조심조심 뜯어 면과 스프를 꺼낸 후 면을 잘게 부순다. 작게 부술수록 떠먹는 맛이 좋다. 부순 라면을 다시 봉지에 넣고 스프를 같이 뜯어 넣는다. 이어 뜨거운 물을 붓고 재주껏 입구를 단단히 봉한 다음 기다리는데 이때 보통의 컵라면 대기 시간보다 좀 더 진득하니 있어야 깊은 국물맛을 볼 수 있다. 이걸 '뽀글이' 라고 한다. 군대에서 자주 해먹던 즉석라면이다. 병사들이 허기와 입맛을 달래기 위해 취사를 금지하는 내무반 수칙을 피해서 감방의 죄수들이 흔히 해먹는 식의 '야매' 요리다.

    슬슬 찬바람이 불어오면 뽀글이의 진가가 드러난다. 가령, 차가운 새벽 초소 근무를 마치고 돌아와 장비와 군복을 벗고 다시 자리에 누울라치면 잠은 이미 천리만리 달아나 있고 뱃속은 굴풋하니 뭔가 뜨끈하고 든든한 게 간절해진다. 사제 컵라면을 어디다 쟁여 둔 들, 동기며 고참들 손에 그 시간까지 남아날 리 없고 내용물로쳐도 단연 뽀글이쪽이 면이며 국물이며가 푸짐하다. 같이 근무를 다녀온 후임이 주섬주섬 준비를 해오면 어두운 내무반 구석에 앉아 하나씩 식판에 부어 먹었다. 김치쪼가리 하나 없어도 가히 그 맛이란 둘이 먹다가 갑자기 하나가 늑대인간으로 변해도 모를 맛이다.

    전역 후, 추억도 반추할 겸 숙취가 있던 어느 아침에 이걸 다시 해먹었다. 맙소사, 이게 같은 음식이란 말인가. 한 술 뜨고는 도저히 더 넘길 수가 없었다. 물과 스프가 완전히 따로 놀아서 마치 숭늉에 고춧가루 푼 것 같은 밍밍한 국물이며 퉁퉁 불은 면에선 밀가루 냄새가 역하게 났다. 세상에, 이걸 전엔 어떻게 꿀떡꿀떡 떠먹었던 거야, 국물까지 다 마셨는데. 아무리 상황이 감각을 변질시킨다 해도 이거야 원 도루묵의 고사가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숙취 탓인지 모른다는 생각에 며칠 후 말짱한 아침에 다시 해먹었다. 마찬가지였다. 다 버렸다.

    생각하면 뽀글이는 라면을 끓일 수 없는 상황에서 만들었던 '라면적인 어떤 것' 일 뿐이다. 금지된 터부에 대한 달작지근한 편법일뿐 손만 뻗으면 라면이 지천인 보편적인 민간의 생활에선 그 억지같은 맛이 이해될 리 없는 것이 당연하다. 군대라는 억압된 공간의 결핍과 부실이 작은 만족과 희미한 기쁨도 크게 증폭시킨 것일 터. 라면 비닐에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게 몸에 해롭지 않느냐는 말도 그때부터 있었다. 제대가 두어 달 남았을 때 돈가스가 반찬으로 처음 나와서 병사들이 난리법석 했던 시절이다. 요즘 군대야 먹는 거 입는 거 흔전만전이라니 지극히 다행한 일이지만.

    계절이 차가워질수록 국물이 그윽해진다. 의사가 밀가루와 국물을 가급적 멀리 하라고 자꾸 잔소리를 하는 통에 라면이니 칼국수니 일주일에 한 번도 어쩌다 먹는 중이다. 나이가 들어도 먹지 말라고 하면 더 생각이 나는 철딱서니는 뭔지. 인생에 있어 수많은 라면의 시간이 있었고 수없는 라면의 추억 또한 아득하지만 뽀글이, 한때는 내 병영생활의 낙이자 갑갑한 시절의 위안이었거늘 변해버린 나의 싸늘한 외면이 꽤나 미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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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10-2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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