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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t nights of quiet stars
  • 19
  • 깊고 푸른 밤(@djckvl)

  • 19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9-2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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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9-27 11:09
    santiago 通信_ 28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이 지면 자체가 지극히 개인적인 곳이니까) 여름과 가을의 환절기가 되면 미국의 민요들이 떠오른다.
    오 수재너, 올드 블랙 죠, 스와니 강, 켄터키 옛집, 내 고향으로 날 보내 주...
    아마도 학창시절 이 무렵의 음악 교과서 진도가 마침 이런 노래들을 배우던 시기였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해마다 봄날의 오후가 되면 아래층 음악실에서 '청라 언덕과 같은 내 마음에 백합같은 내 친구' 가 앳된 합창으로 교정에 울려 퍼지는 기억이 떠오르는 연상작용처럼.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
    오곡백과가 만발하게 피었고
    종달새 높이 떠 지저귀는 곳
    이 늙은 흑인의 고향이로다

    계절에 어울리는 노래가 있고 듣고 있으면 특정한 계절이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멜로디의 정조 때문일 수도 있고 가사의 내용 탓일 수도 있는데 나에겐 아델의 some one like you 가 유독 그렇다.
    깊은 가을, 말하자면 겨울을 목전에 둔 원숙한 가을이 아닌 밝고 더운 계절에 이 曲이 나오면 기분이 이상하리만치 어색하다.
    마치 파리 나무십자가 소년 합창을 들으면서 바다에서 수영을 하는 것처럼.

    시즌송이지만 너무 유명해져서 사계절 내내 익숙한 곡들이 있다.
    비치보이스의 노래들이나 Autumn leaves, April come she will 같은 노래들.
    웸의 Last christmas 나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는 장난스런 청취자들이 한여름에도 곧잘 라디오에 신청하곤 한다.

    이제 슬슬 가을로 접어드는 무렵, 내게 가을을 상징하는 노래란 단연 '이별의 노래' 라는 가곡이다.

    기러기 울어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한낮이 끝나고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처음 들었던 순간부터 멜로디며 가사가 천상 가을이었던 노래였는데, 나에겐 어느 조용한 오두막에 정갈한 슬픔이 있어 창으로 부연 안개 속에 바람에 흔들리는 고목들의 정경이 떠오른다.
    아마도 작사한 시인 박목월의 쓸쓸한 체험이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 해 이 곡을 들을 때는 몰랐다가 나중에 우연히 시인의 사연을 알게 되었다.
    한없이 고독했을 중년의 그 어두운 커피색 로맨스...

    노래가 시작되면 '구만리' 창공에 ' 기러기' 처럼 흩어진 바람이 스산한 공간을 떠메고 한꺼번에 국경을 넘어오는 기분이 든다.

    한낮이 끝나고,
    밤이 오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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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9-1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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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9-13 10:47
    santiago 通信_ 27


    언젠가는 보내야 했던 사람을 결국 터미널까지 배웅하고 홀로 돌아가는 늙은 여자의 낡은 자동차 와이퍼처럼 속절없던 지루한 비도 끝나고
    운동회 날짜를 받아놓은 아이들처럼 약간은 설레고 대개는 무덤덤한 날들이 이어진다.

    봄은 머뭇거리는 마음이 잦고
    가을은 홀로 차갑게 식고 싶은 의지가 농후하다.
    파란 하늘 조각구름을 밑줄 치듯 지나가는 새.

    환절기의 밤으론 벌써 가을벌레들이 울어대는데
    아직 느린 햇볕 속엔 가끔 폭염의 잔열이 남아있다.
    뱀의 허물처럼 방치된 여름의 잔해.

    타오를 듯 맹렬했던 계절이 잊은 듯이 사라져도
    돌팔매처럼 젊고 단단히 영속하거늘
    불꽃같은 영원 속에 살 줄 알았던 우리의 청춘이야말로 이내
    오만처럼 바스러지느니.

    섭씨 이십육 점 오도.
    습기 오십이 퍼센트.
    풍속 일 미터 퍼 세크.
    명절 아래 잠시 쉬어가는 시간.

    걷는 일이 보약같은 기분이 드는 요즘,
    새소리마저 침묵으로 울려퍼지는 적막한 가을 한낮이면
    그대 품에서 죽은 듯 낮잠이나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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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9-0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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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9-06 11:07
    santiago 通信_ 26


    아바 ABBA 가 돌아왔다.
    40년 만에.

    나의 팝 POP 의 연대기는 레이프 가렛 Leif Garrett 으로 시작한다.
    이 전형적인 앵글로 색슨계 미소년은 팝이라는 신세계로 처음 나를 이끌었다.
    국민학교 5학년 초여름의 일이다.
    두부처럼 보들보들한 어린 감수성에 화려한 멜로디의 전율이 색색깔의 이쑤시개처럼 꽂혔다.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한 사람이 레이프 가렛이라면
    거대한 테마파크 같은 그곳의 내부를 소개한 사람들이 바로 '아바' 였다.
    그들을 따라 들어간 길에 현란한 춤사위로 땀을 쏟아내던 스물네 살의 흑인 청년이 마이클 잭슨이었고.

    흔한 말로 전설 전설 하지만 아바야말로 비틀즈와 더불어 이론의 여지가 없는 명실상부한 전설, 그 자체다.
    지나치게 유명짜하거나 흔하면 때로 그 진가를 잊기 쉽다.
    뒤늦게 다시 아바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헤밍웨이의 말이 생각나곤 했다.
    "읽기 쉬운 문장일수록 쓰기는 어렵다."

    그 아바가 돌아왔다.

    유튜브를 통해 먼저 두 곡을 공개했다.
    이제 그들도 나이가 칠순이다.
    젊은 시절에 비하면 보컬에 힘이 없고 탄력도 떨어져 보인다.
    세월에 장사 없어 주름살을 감추느라 아바타로 그래픽 처리한 뮤직비디오 때문에
    신곡 발표가 늦어진 사정이라니 목소리인들 온전할까.
    그러나 아바니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내가 아바에게 뒤늦게 감사를 거듭하고 그들의 등장에 감격에 목이 메이는 것은
    내 많은 시절 그들의 노래와 함께 보낸 흥건한 추억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쉽고 즐거운' 것을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들고 까다로운 일인지 이젠 알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 없이 아바를 즐길 때는 감히 알지 못했다.
    거의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거나
    천재의 산물이라는 것을.

    흔히 나이 칠십을 두고 두보가 지칭한 고래희 古來稀가 자주 회자되지만
    공자는 또한 종심 從心 이라고도 했다.
    그룹이 해체되고 난 후,
    아바의 멤버들에게 월드 투어의 조건으로 1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1조를 주겠다는 제의가 있었으나 거절했다고 한다.
    공자의 종심이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 경지를 가리킨다.

    I still have faith you.
    40년 만에 돌아온 그들이 내놓은 신곡의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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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9-0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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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8-30 10:48
    santiago 通信_ 25


    처음 홀로 먼 곳으로 떠나본 것은
    중학교 일 학년 때였다.
    집안 어른의 喪으로
    부모님은 어린 동생을 데리고 먼저 가시고
    난 토요일 하교 후에 출발했다.

    정말 혼자 올 수 있어?
    그럼. 내가 앤가.

    엄마에겐 대수롭지 않은 척 했지만 내심 불안했다.
    이미 수십 번 다른 일행들과 함께 다녔던 익숙한 길이지만
    잠이 들면 목적지를 지나칠지 몰라서
    버스가 달리는 두세 시간 동안 긴장해 있느라
    도착했을 때는 온 몸이 저릴 지경이었다.
    일본식 교복을 입었던 마지막 세대여서 검은 교복은 장례식에 어울렸다.

    홀로 처음 기차를 타본 게 그 이듬해다.
    집안에 잔치가 있어 또 거길 참석해야 했는데,
    하루가 다르게 자랄 때라 그땐 좀 더 어린 티를 벗었다.
    피서철도 지나 더위가 한풀 꺾인 늦은 여름의 밤열차.
    객실 안엔 승객도 별로 없었고
    차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아직 선선한 기운은 없어도 눅눅하지는 않았다.

    기차가 긴 철교를 지날 때
    저 편 강둑 마을의 불빛들이 유난히 선명했던 것을 기억한다.
    지상에 내려온 별처럼 맑고 깨끗한 빛들이 산개해 있었고
    검은 강의 수면 위로 그 빛들은 다시 흘러 내렸다.
    여름이 끝나가고 있었다.

    빈센트 반 고흐는 '론 강의 별이 빛나는 밤' 을 그린 후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렇게 썼다.

    나를 꿈꾸게 한 것은 저 별빛이었을까
    별이 빛나는 밤에 캔버스는 초라한 돛단배처럼 어디론가 나를 태워갈 것 같아
    테오, 나의 영혼이 물감처럼 하늘로 번져갈 수 있을까

    "반짝 반짝 별이 빛나는 밤,
    당신의 팔레트를 파랑과 회색으로 칠하고
    여름의 날들을 바라보세요.
    내 영혼의 어두운 심연을 바라 본 그 눈으로"

    기차가 이대로 目的地 랄게 없이
    대륙을 타고 저 먼 北歐의 어느 차가운 驛에나 가 닿았으면...
    잠시 그런 생각을 했었다.

    세상 모든 수컷들에겐 보헤미안의 기질이 있어
    특히 관습이나 규율로 인한 속박의 스트레스를
    방랑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꼭 그런 게 아니더라도
    훌쩍 떠나고 싶다고 궁시렁 거릴때엔
    세포 속 역마의 인자가 또 출렁거린다는 투정에 다름 아니다.
    그러니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생판 낯선 부둣가 모퉁이 어느 허름한 대폿집에서
    늦은 밤 홀로 막회 한 접시에 소주나 홀짝거리는 나를 상상하는 것은
    철딱서니 없지만 참 설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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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8-2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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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8-23 10:48
    santiago 通信_ 24


    연애는 향기롭고 화려하다.
    늘 새 옷처럼 신선하고
    여행의 첫날처럼 즐거우며
    언제라도 깨질 수 있다는 긴장도 더해져
    설레는 짜릿함까지 있지.

    그러나 사랑은
    상대의 삐져나온 콧털과 눈꼽을 바라보는 일이며
    냄새와 주름과
    느슨해진 몸뚱아리를 좋아하는 일이다.
    천국의 연회를 마친 두 사람이
    일상의 나락 속으로 걸어 들어가
    때론 볼품없고 남루한 육신과
    서로가 가진 인간 본연의 감정과 이성을
    나누고 견디는 일인 것이다.

    사랑이 끝내 아름다운 것은
    아무리 더러운 진창을 비추어도
    햇빛은 더럽혀지지 않는다는 서양의 속담처럼
    삶과 生體의 근원적인 치부가 드러나도
    서로를 비추는 따뜻한 광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폭풍 같은 갈등이 있은 후에도
    익숙한 신발에 발을 넣듯
    우리는 또다시 상대의 품을 찾는다.
    화려하지도 눈부시지도 않다.
    生의 조각배가 세월의 강을 건너듯
    이해와 포용은 물결처럼 다가온다.

    이번 生의 우주에
    육체가 맞닿은 두 개의 영혼으로 만나
    서로의 생활과 감정과 비밀을 공유하는 일이란
    얼마나 캄캄하게 눈물겨운 일인가.

    '나이를 먹어야만 알 수 있는 일' 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가끔, 젊음이 부럽긴 해도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는 말의 의미도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집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요.
    처음에는 새 물건들 전부와 사랑에 빠져요.
    그러다 세월이 지나면서 벽은 빛바래지고
    나무는 여기저기 쪼개져요.
    그러면 그때부터는 집이 완벽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불완전해서 사랑하기 시작해요.
    온갖 구석진 곳과 갈라진 틈에 통달하게 되는 거죠.
    집을 자기 집처럼 만드는 건 이런 작은 비밀들입니다."

    프레데릭 베크만 '오베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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