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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t nights of quiet stars
  • 14
  • 깊고 푸른 밤(@djckvl)

  • 14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5-17 10:38
    santiago 通信_ 11


    일본어 코모레비 木もれび 는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란 뜻이다.

    일본말에는 있는 형용사인데
    우리말에는 없어서
    저런 정경을 표현할라치면
    드물지만 가끔씩 남의 나라 말로
    설명하기도 했던 모양이다.

    어느 게시판에
    우리말에도 비슷한 의미의 단어가 있다고 누가 말을 올렸다.
    '볕뉘'가 바로 그런 뜻이란다.
    '작은 틈을 통하여 잠시 비치는 햇볕'을 가리키는 순우리말.

    이 단어는 실은 신영복의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에
    이미 등장한 바 있었다.

    “온몸에 부어주던 따스한 볕뉘와
    야윈 머리 정갈히 식혀주던 서늘한 바람...”

    같이 알려준
    '윤슬'은 나도 들어본 적 있었는데
    '물비늘'은 처음 알았다.

    아름다운 우리말이지만 희귀하고 생소해서
    생활에서도 업무에서도
    실상 쓸 일은 거의 없다.
    어휘의 범용성이다.

    그러나 이런 단어들의 이미지는
    어린 시절에 모으던 유리구슬과 겹친다.
    구슬치기 할 때 말고는 쓸모가 없지만
    동그랗고 투명한 유리알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 워터볼처럼 '물비늘' 과 '윤슬' 이 가만가만 어른거렸다.
    압축된 深海같은 공간의 착시가 신비해서
    유난히 영롱한 것들은 차마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곤 했었다.

    그야말로 유리알의 유희다.
    아름다운 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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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5-12 10:25


    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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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5-10 15:58
    santiago 通信_ 10


    날씨를 전하는 말은 정겹다.

    와, 완전 봄이야
    지금 비 많이 와
    오늘은 어제보단 덜 추워
    창문 열어 봐, 눈 왔어

    話者와 聽者 사이에 언어가 발생하는 순간,
    서로가 마주한 공기 속에서
    날씨의 촉감이 잠시 부유하는 느낌이다.

    오늘 겁나게 더워, 정도
    그 외에는 딱히 맑은 여름 날씨에 대한 감상이 다채롭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기후에 대한 애상은 역시나
    어둡고 싸늘하거나
    비가 올 것 같은 다습한 대기로부터 자주 비롯되기 때문일까.

    심각한 말을 하러 온 사람이라도
    코트 깃의 물기를 털며
    아유, 비가 많이 오네요...엷게 웃기라도 하면
    어쩐지 그날의 회합은 부드러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날씨를 일러주는 말들이 포근하게 들리는 것은
    들으나마나한 맹물같은 언사라 할지라도
    그 안에, 작지만 상대에 대한 배려가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날씨가 이러하니 알고 계셨으면 합니다...

    차갑고 어두운 날에 그 말들이 더욱 깨끗한 것은
    서로에게 보내는
    촉촉한 물기의 언어이기 때문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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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5-06 10:23


    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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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5-03 10:45
    santiago 通信_ 9



    꽃샘이 잠시 오는 것인가 싶다가도
    변덕스런 날씨는 이내 지나가고
    이 봄도 내내 고르다.
    하기야 계절이 영판 계절답기는
    작년 한 해가 몽땅 그러했다.
    봄도 가을도 여름도 겨울도
    어쩌다 변칙적이었던 몇 번을 제외하면
    내내 무난했었지.
    나는 그게 하늘이,
    이 병마의 북새통을 살구있는 지상에 내려보내는
    일종의 야마리라고 생각했다.

    이제 봄도 막바지,
    곧 봄과 여름의 間節氣가 잠시 발생할 것이다.
    겉옷을 걸치지 않고
    긴 팔 셔츠 하나로만 하루종일 쏘다녀도
    누구의 걱정도 듣지 않는 계절.
    가볍게 입고 밤을 걷는 시간은 어딘가 음악적이다.

    사계절 안에서
    이처럼 간편하고 거추장스럽지 않은 시간이 찰라처럼 지나가듯이
    우리 생의 고단한 시간 속에서도
    홀가분하고 쾌적한 마음의 상태는
    얼마나 빈번할 수 있는지.

    흔히 삶에 대한 태도가
    그 방향성을 드러낸다고 하지만
    생활에서 오는 고뇌와 중량은 또한,
    보편적인 각오나 용기로
    쉽게 극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운명과 숙명의 밤이
    걸핏하면 찾아온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할 수 있는 한, 즐거움을 찾으며 살 일이다.
    전혀 다른 의미로 통행금지의 세월을 사는 중이지만,
    내일엔 또 내일의 태양이 뜰테니까.

    shining through the city with a little funk and soul,
    so i'ma light it up like dynamite, 워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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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4-28 10:11


    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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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4-26 10:32
    santiago 通信_ 8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풍력발전기 같다.
    꽃 떠난 자리에 갓 태어난 연둣빛 잎들을 인솔하고
    더 단단해진 가지들이,
    바람의 덩치가 다가오면 전신을 흔들어 잘게 부수고는
    천지사방으로 다시 바람을 흩어 놓는다.
    푸르르르 새들이 일제히 飛上하는 소리를 흉내 내면서
    아니 얼핏, 바람이 쪼개질 때에
    태어나는 몇 마리 새들을 본 것도 같고.

    세상은 참 꾸준하기도 해서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는 바람의 행로에
    나무 또한 이 봄, 한시도 한눈 파는 틈이 없다.
    가히 신록의 프로펠러다.

    전설처럼 멀고 아득한
    어느 대륙의 高原에서 발원한 기류 하나가
    긴 노정에 낡고 지친 몸을
    낯선 도시의 가로수에게 맡기는 일은
    들숨으로 와서 날숨으로 다시 태어나는
    허파의 정화 같은 것이다.

    그리하여 새로 씻은 바람의 몸,
    세상 끝 이름 모를 낯선 구석구석까지
    녹차빛 대기를 밀어 올리는
    싱그러운 초록의 對流.
    아싸, 이 新春친화적인 재생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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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4-21 10:42


    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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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4-19 10:30
    santiago 通信_ 7



    이쪽은 참패의 이유를 찾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패인은 이미 자명해 보이는데.
    저쪽은 반대급부로서의 지지가 우선은 달콤하지만
    그 결과에 따라야 할 처신이 어색하고 애매한 모양이다.
    이긴 쪽이나 진 쪽이나
    앞으로의 역할에 대해서 긴 시간 고심참담하게 될 것이다.

    '막대기를 꽂아놔도 당선되던' 시절은 이제 오지 않을지 모른다.
    얄팍한 선동에 넘어가는 유권자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물리적이든, 의식적이든.

    평소엔 코빼기도 안 보이다가 선거철만 되면
    낯짝에 개기름 번들거리며 시커먼 세단 타고 서울서 내려온 양복쟁이들이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위대한 국민여러분 굽신거려주니까
    지가 뭐라도 된 줄 아는 바지저고리들로 해서
    그동안 얼마나 손쉽게 해 먹었나.

    대중들은 많이 받기 보다는 골고루 받기를 원한다는
    정치에 대한 격언이 있다.
    정책의 집행에 있어 고의로 수혜가 집중된 집단이 있었거나
    부당하게 불이익을 감당해야 했던 계층이 없었는지
    살펴야 할 것이다.
    해결책이라고 내놓는 소리를 듣자니
    그마저도 날 샌 거 같지만.

    최루탄의 광장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들로 해서
    오히려 이념이나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은
    진정한 생활의 도구로써 정치가 기능하는 시간이
    오는 게 아닌가 한다.
    그야말로 생활의 정치다.
    올 때도 됐다.

    2012년 벽두, 박원순 서울시장은
    새해 시정 방향을 제시하는 고사성어로
    수가재주 역가복주 水可載舟 亦可覆舟 를 골랐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은 곧 시민이니, 시민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언제나 시민들을 받드는 시정을 이어나가겠다는 의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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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
    깊고 푸른 밤 (@djckvl)
    2021-04-1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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