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쎄..♬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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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취(@wel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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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취 (@welbeing)2013-09-10 19:35
우리가 잊혀질 때...신용목님
폐허에서 어둠을 길어 와 몸의 구멍 속에 붓는다
검은 고무로 끓고 있는 바닥,
얼굴이라는 기포들- 날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 터지는 눈빛들, 웃음들
서서히 꺼져가는 방안에서
나는 낮의 외투을 벗은 밤의 알.몸을 안았다 그림자를 쪼아 먹는 까마귀처럼,
어둠의 딱딱한 부리가 발라내는 슬픔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모든 빛깔의 합인 검정과 모든 풍경의 합인 어둠과 모든 슬픔의 합인 몸이
다시, 서로의 폐허를 껴안고 캄캄하게 합쳐질 때
발바닥에서 머리카락이 자라는 것 같았다, 어둠의 속도로 길어지는 발자국들
팽팽하게 당겨지다 그 끝을 짚고 툭, 끊어질 때
드디어 몸 밖으로 넘치는 어둠의 주물 속으로
한 발 다음에 더 깊이 빠지는 한 발을 디딘다,
까마귀가 쪼아 먹는 그림자처럼
페허의 발밑에는 바닥이 없다 검은 고무를 뒤집어 쓴 얼굴들이 하나하나 소리 없이 터지는 방,
우리는 발자국 속에서 끓고 있었다 몸의 마지막 구멍을 휘저으러-슬픔은 걸어서 오는가,
퉁퉁 불은 머리카락으로 휘감기며
나는 삶의 얼굴을 벗.은 죽음의 표정을 보았다
-문학과 지성사 <아무날의 도시>, 2012년 9월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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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취 (@welbeing)2013-09-10 19:31
나는 늙으려고...조창환님
나는 늙으려고 이 세상 끝까지 왔나보다
북두칠성이 물가에 내려와 발을 적시는
호수, 적막하고 고즈넉한 물에 비친 달은
붉게 늙었다 저 괴물 같은 아름다운 달
뒤로 부옇게 흐린 빛은 오로라인가
이 궁벽한 모텔에서 아직 다하지 않은 참회의
말 생각하며 한밤을 깨어있다
언젠가는, 반드시, 어디론가 사라질
삶, 징그러운 얼굴들 뿌리치려 밤 새
몸 흔드는 나뭇잎들, 아주 흐리게 보이는
소리 사이로 눈발 같은 미련 섞여 있어
눈물겹다 세상의 길이란 길
끝에서는, 삭은 두엄 냄새 같은, 편안한
잠 만날 줄 알았건만 아직 얼마나 더
기다려야 저 기막힌 그리움
벗어 놓는단 말인가 부끄러운 나이 잊고
한밤을 여기서 늙어 머리 하얗게 세도록
바라본다 허망한 이승의 목숨 하나가
몸 반쯤 가린 바람 사이로 흔들리는 것을
<가슴으로 읽는 시> 2012.12.13.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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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취 (@welbeing)2013-09-10 18:24
사랑의 시차...최영미님
내가 밤일 때 그는 낮이었다
그가 낮일 때 나는 캄캄한 밤이었다
그것이 우리 죄의 전부였지
나의 아침이 너의 밤을 용서 못하고
너의 밤이 나의 오후를 참지 못하고
피로를 모르는 젊은 태양에 눈멀어
제 몸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맨발로 선창가를 서성이며 백야의 황혼을 잡으려 했다
내 마음 한켠에 외로이 떠 있던 백조는
여름이 지나도 떠나지 않고
기다리지 않아도 꽃이 피고 꽃이 지고
그리고 가을, 그리고 겨울,
곁에 두고도 가고 오지 못했던
너와 나, 면벽(面壁)한 두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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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취 (@welbeing)2013-09-10 18:15
일기2...김초혜님
앞날을 물들일 피가 맹물이 되었다는
마지막 말은 해방으로 가지 않고
불매듭이 되어 문짝이란 문짝에
모조리 날개를 달고 푸득이고 있습니다.
살아서 죽은 시간을
물감으로 칠해 놓고
시작에 발을 걸어도
부어 터진 무감각은
박제된 아침만을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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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취 (@welbeing)2013-09-10 18:13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김 재진 님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때
섭섭함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 보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伴呂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듯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가슴 속살을 저며 놓는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혼자가 주는 텅 빔.
텅 빈 것의 그 가득한 여운
그것을 사랑하라.
숭숭 구멍 뚫린 천장을 통해 바라뵈는 밤하늘 같은
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 넘어
저 홀로 반짝이고 있지 않은가.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혼자다.
가을날 길을 묻는 나그네처럼, 텅 빈 수숫대처럼
온몸에 바람소릴 챙겨 넣고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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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취 (@welbeing)2013-09-10 16:28
아픈집...김재진님
집이 아프다.
바깥에서 바라보는
불 켜진 집이
농아처럼 고요하다.
누가 내 삶의 시동
꺼놓고 즐기는가.
바퀴 자욱 선명한
꽃잎들이 아프다.
이쯤에서 그만
지나갔으면 좋을 삶
누가
느린 속도로 내 인생
검열하고 있다.
켜 놓고 나왔는지
혼자서 돌아가는
비디오 속에서 누가
내 상처
느린 그림으로 재생하고 있다.
다시
눈뜨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잠드는 시간이 기쁜
사람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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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취 (@welbeing)2013-09-10 16:25
어부...김종삼님
바닷가에 매어 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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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취 (@welbeing)2013-09-10 16:21
窓에 관한 소묘...김 인겸 님
하품하며 살 일이다
이제 가슴을 찡하는 아픔 덜어내고
눈 오는 새벽처럼 살이볼 일이다
더러 애틋함이 안개처럼 몰려와도
그 속을 서성이기보다는 여기
창 밖으로 바라보며 살 일이다
바람도 아침뜸에 자고
새들도 가지에 내려앉거늘
마음 귀퉁이에도 간간이
차 한 잔에 하늘 한 번 쳐다볼
발코니 하나 만들어야겠다
우리에게 햇살이 필요한 만큼
함께 나눌 그늘도 있어야 하듯
때로 나의 기운 삶을
창가에 비스듬히 앉혀 놓고
늘어지게 하품 한번 해볼 일이다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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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취 (@welbeing)2013-09-10 16:00
허수아비 1 ..신달자 님
혼자 서 있는 허수아비에게
외로우냐고 묻지 마라
어떤 풍경도 사랑이 되지 못하는 빈들판
낡고 해진 추억만으로 한세월 견뎌왔느니
혼자 서 있는 허수아비에게
누구를 기다리느냐고도 묻지 마라
일체의 위로도 건네지 마라
세상에 태어나
한 사람을 마음속에 섬기는 일은
어차피 고독한 수행이거니
허수아비는
혼자라서 외로운게 아니고
누군가를 사랑하기에 외롭다.
사랑하는 그만큼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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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취 (@welbeing)2013-09-10 15:54
흐르는 삶만이...이해인님
구름도 흐르고
강물도 흐르고
바람도 흐르고
오늘도
흐르는 것만이
나를 살게 하네
다른 사람이 던지는 칭찬의 말도
이런저런 비난의 말도
이것이 낳은 기쁨과 슬픔도
어서어서 흘러가라
흐르는 세월
흐르는 마음
흐르는 사람들
진정
흐르는 삶만이
나를 길들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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